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36)
괴식식당-236화(236/613)
236화. 게임을 시작하지 (2)
인간은 착각의 동물이다.
시각, 후각, 촉각, 청각, 미각의 오감은 속이기가 너무도 쉽다.
신의 변덕인지, 실수인지.
다소 허술하게 설계된 탓이다.
“으그그그…….”
시각을 담당하는 눈의 망막과 후각을 담당하는 코의 비점막을 신뢰한 까닭에 웨이펑은 앞니 두 개를 잃었다.
어디서 들은 것은 있었기에 과다 출혈을 막기 위해 줄줄 흐르는 피를 꼴깍꼴깍 삼켰다.
잠깐 행복 회로를 태우고, 아무 생각 없이 케이크 장난감을 씹은 것치고는 큰 대가다.
‘망할.’
웨이펑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욕을 총동원해서 승우를 씹었다.
그런다고 잃어버린 앞니와 레벨 업 요리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꼴을 당해본 것은 머리털 나고 처음이다.
행운아 중의 행운아, 승승가도를 달리는 승리자의 인생을 살아온 웨이펑에게 이번 일은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일이 없다.
‘이래서야 저 귀환자 놈의 장난감이 된 격 아닌가.’
게임을 시작하지라니, 방 탈출 게임?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일국의 서기를 납치해서 한다는 일이 이렇다니, 미친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 미치광이를 힘으로 이길 사람은 없다.
‘괴물…….’
90레벨의 귀환자 열 명, 하나하나가 퍼스트 오더 최상위 랭커급은 될 엄청난 전력이다.
단순하게 검을 넣는 것만으로 레벨 90의 귀환자 열 명과 수렵부의 최고 전력을 붕괴시킨 놈이다.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
권력, 금력, 인맥으로 묻어야 한다.
국가적인 힘이 필요하다.
나가면 할 수 있다.
대중화인민공화국은 그러한 힘이 있다.
있다고 믿고 싶다.
‘제기랄! 제기랄!’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충동적으로 손을 뻗어서 옆에 있던 낡은 탁상시계를 잡아 던졌다.
있는 힘껏 세차게 날아간 탁상시계가 벽에 닿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계가 철퍽 하는 소리를 내며 뭉개졌다.
마치 점토처럼, 거짓말처럼 벽에 달라붙어 있다.
“……?”
다가가서 으깨진 탁상시계를 만졌다.
물컹하면서 약간은 딱딱한 이 느낌.
틀림없다.
“이거 떡이잖아.”
낡은 탁상시계 모양의 떡이다.
웨이펑은 깜짝 놀라며 주변을 봤다.
승우의 말이 떠오른다.
음식이 음식의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는 편견을 버려라.
“혹시……!”
그 말 그대로였다.
이 방 안에서는 상식이 무시된다.
겉모습, 냄새 따위는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설마 탁상시계 모양의 떡일 줄이야.
“이걸 먹어야 하나?”
방 탈출을 위한 첫 실마리다.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먼지투성인 벽에 처박혀서 흙 범벅인 떡을 먹고 싶지 않다.
그럴 비위는 엘리트, 당 서기인 웨이펑에게 없었다.
‘흥. 괜찮아.’
아직 찾을 곳은 많다.
다른 음식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웨이펑은 그리 생각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것이 오판이었다.
그 말라붙어가는 흙 범벅의 떡은 레벨을 3개나 올릴 수 있는 승우의 신작 음식이었고, 이 방 안의 유일한 레벨 업 음식이었다.
그런 걸 알 리가 없는 웨이펑은 당당하게 이곳저곳을 쑤시기 시작했고 CCTV로 지켜보던 승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까워라. 저 떡은 회수해서 호수의 황금 송어들에게 먹여야겠네.”
하여간 떠다 먹여줘도 못 먹지.
승우가 한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봤다.
* * *
그로부터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웨이펑은 아주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심지어는 자기가 바보가 된 기분까지 들었다.
먹을 수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해서 깨물면 그것은 먹을 수 없는 장난감이거나, 그럴듯하게 만들고 향수를 뿌려서 음식으로 위장한 것이었다.
그래서 아주 과감하게 먹을 수 없는 것, 그러니까 음식도 아닌 걸 깨물거나 핥아보면 그건 그냥 평범한 물건이었다.
휴지를 씹고 있는 자신을 보니 자괴감이란 녀석이 폭발한다.
“못 해 먹겠군! 빌어먹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화가 치민다.
그래도 웨이펑은 엄청난 바보는 아니었다.
옆에 있는 리모컨을 잡아서 또 충동적으로 던지려다가 참았다.
그리고 화를 억지로 눌러가며 리모컨을 조금 핥았다.
달다.
“달다고?”
리모컨에서 나올 수 있는 맛이 아니다.
단 리모컨, 설탕 리모컨 따위는 듣도 보도 못 했다.
설마 이게 그 음식일까.
아니, 속단은 이르다.
분무기 같은 걸로 달게 하는 액체를 분사해 둔 리모컨일 수도 있다.
앞니를 바꿔 얻은 소중한 교훈이다.
웨이펑은 조심스럽게 리모컨을 살살 깨물었다.
“이거야!”
씹힌다.
이빨이 쑥 하고 들어갔다.
맛도 살짝 느껴진다. 달다.
아무래도 쿠키 같다.
웨이펑은 반색하며 냉큼 쿠키를 입에 넣었다.
달디 단 초코 쿠키의 맛이다.
마실 것이 없어도 별 저항감 없이 먹어진다.
‘괴식 괴식 하더니만, 별거 없군.’
상식을 초월하는 맛은 아니었다.
리모컨 모양의 쿠키가 꿀꺽 하고 목을 넘어갔다.
그때 망할 티비가 또 켜졌다.
가면을 쓴 승우가 말했다.
“리모컨 모양의 쿠키를 먹었나 보군. 개인적으로 이번에 만들어본 시험작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완성도를 가진 자신작이야. 맛이 어떻지?”
“자신작치고는 평범하군. 이 정도야 어디 가서도 살 수 있는 평범한 초코 쿠키 아닌가.”
“정말로?”
“자신의 실력에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 모르지만 아주, 아주 평범한 쿠키에 불과해.”
티비 속의 승우가 웃었다.
그리고 몇 초의 뜸을 들이더니만 다시 말했다.
“아직도?”
그 순간이었다.
아까 씹어 넘긴 쿠키가 반응했다.
목을 넘어 위장까지 달려가던 녀석이 마치 불덩어리처럼 몸 안에서 뜨겁게 타올랐다.
웨이펑은 선명하고 뚜렷하게 자신의 위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지금 쿠키가 어디까지 지나갔는지를 알게 됐다.
모를 수가 없다.
이리 뜨겁게 자기를 주장하니까!
“아아아악! 배가 탄다! 뜨거워!”
왜 뜨겁지?
왜 쿠키가 타오르지?
내장이 익어가는 기분이다.
왜 이런 요리가 존재하는가!
이거야 요리가 아니라 무기지 않나?
웨이펑의 의문을 이해한다는 듯 승우가 입을 열었다.
“독 내성을 기르고 싶으면 독을 먹는다. 불 내성도 마찬가지. 불을 지르는 게 가장 효과가 좋아.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좀, 응. 그렇지.”
불 내성은 수련이 힘들다.
어지간히 정신이 나간 사람이 아닌 한 불 내성을 기르고 싶다고 자기 몸에 불을 지르지는 않는다.
아니, 못 한다.
불로 자기 살과 피부를 지진다.
피부는 녹아내리고 피는 끓고 살은 타버린다.
죽는 방법 중 제일 괴로운 것이 소사(燒死).
불타 죽는 일이다.
흉터는 평생 남을 것이며 그 과정은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
누가 맨정신으로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그래서 단순히 고통을 참기만 하는 독 내성이나 고통을 참기만 하면 되는 통증 내성, 추위를 참기만 하면 되는 냉기 내성에 비해서 신체에 손상을 영구적으로 남기는 불 내성은 수련이 힘들다.
“진짜 고급 요리를 쓰면 되긴 하지만, 고급 요리는 좀 귀찮고 재료도 구하기 힘들거든.”
대표적으로 카일레우스 스테이크가 있다.
백강혁은 그걸 먹고 단번에 불 내성을 얻었다.
하지만 엘더 클래스의 드래곤 고기는 정말 극히 소량이었으니 모든 헌터에게 배포할 물건이 못 된다.
“그래서 만든 게 그 불 내성을 기르기 위한 쿠키야. 골렘의 핵을 곱게 빻아서 쿠키 반죽에 넣었지.”
요리 방식도 매우 간단하다.
쿠키를 만들 때 골렘의 핵을 빻아서 섞어주면 된다.
골렘의 핵은 마석에 약간 세공을 한 물건인데, 테라에서는 동네 문방구에서도 살 수 있을 만큼 흔하다.
“사용자의 마력을 담아두는 배터리 같은 물건이거든. 거기에 살짝 화염마법을 불어넣었지. 그래서 응용도 가능해. 번개 속성의 마법을 담으면 번개가, 냉기를 담으면 냉기를 수련할 수 있어.”
실로 가공할 만한 범용성!
골렘의 핵과 마법사 하나만 있으면 누구라도 속성 스킬을 훈련할 수 있었다.
어려운 것은 쿠키 반죽과 골렘 핵의 비율.
그리고 굽는 시간과 정확하게 1회마다 먹을 양의 소분 정도다.
그것은 승우가 철저한 연구 끝에 완벽하게 측량을 끝냈다.
“여러모로 내가 잘 설계해서 만들었으니 초보 헌터도 버틸 수 있게 나름대로 잘 만들어진 수작이야. 맛도 좋고 효과도 뒤늦게 생기기 때문에 거부감이 적을 거라고 생각해.”
먹고 나서 불타니까 참을 만하지 않을까?
적어도 헌터들에게는 맞는 말이었다.
이 정도의 고통은 불 내성 스킬을 생각하면 당연히 참을 수 있다.
그게 헌터라는 인종이다.
하지만 웨이펑은 헌터가 아니었다.
각성자만 했을 뿐, 이러한 일에 대한 내성이 조금도 없다.
그래서 못 참겠다.
죽을 것 같다.
근데 못 참으면 어쩔 것인가.
이미 쿠키는 먹었고 배 안에서 타들어가는 중이다.
끙끙거리면서 참는 것 외에 웨이펑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다행하게도 초보 헌터를 위해 만들었다는 말에 거짓은 없었다.
통증이 가시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쨌든 버텼다.
억지로 버텨내게 된 셈이지만 버텨낸 사실이 중요하다.
몸을 일으키며 웨이펑이 다짐했다.
‘나가기만 해봐.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반드시 저 망할 귀환자를 죽여 버릴 것이다.
아주 잘근잘근 씹어서 처참하게 몰락시킬 테다.
웨이펑은 한 조각의 쿠키를 먹고 이미 끝난 것처럼 그리 맹세했다.
하지만 아직 그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강철 같은 정신력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멘탈이 약한 편이었다.
그러고 부터 1시간이 지난 후.
20번의 혼절과 30번 이상 발작.
그리고 50번 이상의 욕설과 스트레스 과다 분출로 인한 무모한 탈출 시도가 있었다.
카레맛 똥도 먹어봤고, 똥맛 카레빵도 먹었다.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음식이 음식 같지도 않다.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부정하는 것 같은 노도의 괴식 공세.
승우가 ‘이것은 괴식, 상식을 이겨’라고 중얼거린 순간.
결국 웨이펑의 멘탈이 펑 하고 터져 버렸다.
“못 해! 죽여! 날 놔줘어어어-!”
그냥 더러운 맨바닥에 벌러덩 누워버린다.
그리고 아이처럼 버둥거리면서 떼를 쓴다.
그의 항복 선언에 태지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도 생각보다 오래 버텼네요.”
“아냐. 내 예상보다는 못 버텼어. 모든 음식을 초심자용으로 준비한 터라, 상당히 오래 버티게 설계했는데……. 칫. 어쩔 수 없지.”
웨이펑은 별 어려움 없이 나이만 먹었다.
힘들지 않을 때야 모든 일을 무난하게 해치우는 정도였고 타고난 행운을 바탕으로 어려운 일을 피해 나갔다.
“막상 큰 곤경이 닥쳐오니 본성이 보이네. 저 녀석은 정치인으로서도 영 별로구만.”
“그래서 원하시던 것은 얻으셨습니까?”
승우가 웨이펑을 써서 알고 싶었던 것은 단순하다.
과연 막 각성자가 된 레벨 1~2 사이의 사람은 어디까지 먹어도 괜찮을까.
어떤 스킬이 필요할까, 같은 기본적인 정보였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승우는 워낙 다른 각성자와 다른지라 평범한 사람의 성장 속도나 인내심 같은 것은 알지 못한다.
이런 정보가 꼭 필요했다.
“응. 충분히 얻었어. 그리고 이 정도 시간을 벌었으면 너희 아버지가 요청한 사항도 충분히 달성했겠지?”
“물론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태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중국의 수렵부가 은하를 납치하려고 했다.
당시에 현장에 있었던 나비를 제외하고 이 사건에서 가장 화를 낸 사람은 의외로 아버지인 주혁진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딸이 납치될 뻔했다고 해도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승우와 나비를 믿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장 화를 낸 사람은 주은하의 아버지가 아니라 서은하의 아버지이며 태지의 아버지이기도 한 서경수 특별고문이었다.
그는 평소에 온화하기로 이름 높은 사람이었는데 이번만은 달랐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이를 악물고 화를 참다가 그만 응급실 신세를 질 정도였다.
한참을 씩씩거리던 그가 링거를 뜯어내며 으르렁거렸다.
“알고도, 하려고 했단 말이지.”
서경수 특별고문의 주 업무는 감사(勘査)와 사실 확인이다.
ISAC 가맹국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파악하거나, 퍼스트 오더급의 헌터를 관리하고 그들의 투자와 성장 방향을 감사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한다.
자신의 하나뿐인 딸을 맡길 정도라면 총장의 신뢰를 알 수 있을 테지.
그는 상당히 힘이 있는 권력자였다.
그런데 그런 그를 개무시하듯 웨이펑 서기가 사고를 쳐버렸다.
“옛말에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보인다더니만, 딱 그 짝이군.”
서경수가 무기를 들었다.
지금까지 중국의 수렵부가 해온 온갖 비리와 비윤리적인 일의 증거라는 이름의 무기다.
유승우가 벌어준 하루의 시간.
중국을 난도질하기에는 차고도 넘친다.
이제는 아버지의 분노를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