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42)
괴식식당-242화(242/613)
242화. 수색 개시 (2)
이상윤이 실종됐다.
반쯤 파괴된 드론이 수색의 단서다.
언뜻 보면 상황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이 시대의 드론은 최첨단과학의 집결체와 같은 것이라 마석으로 움직이고, 위치와 영상을 기록하여 정찰을 도와주면서 화력 지원이나 보급 기능도 가능한 만능의 지원도구다.
그런 드론이 발견됐으니 일이 쉽게 진행되겠지.
“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습니다.”
“사령관님?”
“아니, 뭔 영상이 어떻게 하나도 건질 게 없냐.”
시라노는 하오위가 건네주는 커피를 받으면서 투덜거렸다.
투덜거릴 만도 했다.
반쯤 파괴된 드론에서 어렵사리 데이터를 추출했다.
그런데 영상이 다 엉망이다.
“이 버섯 같은 버섯 성애자 새끼. 뭔 영상이 죄 버섯 영상이야.”
드론으로 찾은 게 버섯뿐인지, 영상이 온통 버섯밖에 없다.
계곡에 피어난 노란 버섯, 숲에 피어난 초록 버섯.
땅속에 숨어 있는 빨간 버섯. 버섯. 버섯. 버섯.
“이렇게 찍는 게 더 힘들겠다. 아니, 어떻게 지형지물 사이사이에서 버섯만 찍냐고.”
“프로필을 확인해 보니 이상윤은 드론 제어 기능사 자격증이 있다고 합니다.”
시라노는 안톤이 건네주는 이상윤의 프로필을 확인하더니 이내 파일을 내던져 버렸다.
“그럼 고의로 이따구로 찍었다는 거 아녀. 이거 정신 나간 녀석이네.”
“버섯에 미친 것 말고는 딱히 정신감정에 이상이 있진 않다고 합니다.”
“버섯에 미친 게 정신이 나간 거야. 그래서 다른 수색 팀은?”
“게이트를 발견해서 진입한 이후로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고 합니다.”
“미치겠군.”
시라노가 고개를 돌렸다.
헛구역질을 하며 입가를 가리고 있는 능하가 보인다.
“권능하, A섹터의 브레인. 아이큐 200 이상의 천재라던가?”
“우웁…….”
“실제로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이지.”
“우우웁, 예.”
“…거, 일단 미안하게 됐어.”
능하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시라노를 봤다.
원망스럽고말고.
시라노 때문에 반쯤 죽다 살았다.
“그 사람이 그렇게 운전을 과격하게 할 줄은 알았나.”
“우, 우우…….”
“사람은 역시 겪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이야.”
승우에게 차를 준 사람이 시라노다.
능하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시라노에게 칼을 찔러도 무죄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마음속에서는 벌써 30번쯤 찔렀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은 좀 괜찮지 않았나? 탑승객 중에 은하도 있었는데…….”
“더했습니다. 갈 때보다 더했어요.”
“응? 어째서지.”
“은하, 은하가 속도광이더군요.”
평소에 맨몸으로 바람을 타고 비행을 해서 그런지 은하는 어마어마한 속도광이었다.
신나 하면서 영식이와 둘이 교대로 부스터 버튼을 난타하는 통에 아주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시라노가 감탄했다.
“혹시 높은 곳도 좋아하고 그러나?”
“그렇더군요. 트램펄린으로 뛰어오르는 걸 매우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피는 못 속인다더니만……. 자기 아버지랑 똑같은 취향인가 보군.”
“예?”
서경수 특별 고문이 그런 일을 좋아하던가?
능하가 어리둥절해하니, 시라노가 헛기침을 했다.
“하여간 그 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지금의 상황을 요약해 주겠네. 우선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가는 게이트를 발견했어. 그리고 그 숲에서 무엇인가 대군이 움직인 징조를 포착했다네.”
“대군… 입니까?”
“그래. 오와 열을 맞춰서 수많은 이족보행생명체가 이동한 모양이야. 슬슬 본격적으로 한바탕 할 시기가 됐다는 의미지. 하지만 그 녀석들이 어떤 몬스터인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네. 막연히 추적해서 확인하자니 역시 군대를 바로 추적하는 건 무리가 있어.”
“정보가 필요하겠군요.”
“그래. 우리는 정보가 필요해.”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이상윤 씨가 필요한 거군요.”
“그렇지.”
이상윤은 그곳에 있던 적의 군대가 어떤 몬스터인지 목격했을 것이다.
그의 목격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를 찾아야 한다.
“문제는 지금 저 숲에서 대체 어디에 이상윤이 짱박혀 있는지, 아니면 적에게 나포됐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야. 자네는 이상윤과 같은 한국 지부 소속이니까 나보다 더 그를 잘 안다는 전제하에 묻겠네. 이 영상을 보고 이상윤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겠나?”
“사령관님이 못 하는 걸 제가 어떻게 합니까?”
시라노가 씩 웃었다.
“이 망할 고딩 놈. 나를 띄워주는 건지 싸가지가 없게 구는 건지 애매하게 구네. 왜 못 하냐?”
“이상윤 씨와는 같은 지부 소속이었을 뿐,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저런 사람이랑 친해지고 싶지도 않고요.”
“그런가?”
“사령관님이라면 말의 절반이 버섯이고, 식생활이 100% 버섯에. 대화하는 화제가 버섯뿐인 사람이랑 친해지고 싶습니까?”
그건 그러네. 싫긴 싫다.
“그건 인정하는 각이니까 넘어가마. 그럼 친한 사람이나 뭔가 알 거 같은 사람은 있나?”
“버섯 파이브들은 어떻습니까.”
“아. 너보다 걔들을 먼저 불러서 확인해 봤는데 글렀어.”
“왜요?”
“자기들 몰래 이상윤이 혼자서만 좋은 버섯 처먹었다고 죽인다고 화만 내지, 도움이 안 되더군.”
“…….”
진짜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다.
능하와 시라노는 동시에 한숨을 내뱉었다.
“골치 아프네요.”
“골치 아파.”
능하가 덤덤하게 말했다.
“사령관님,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조금 문제가 있지만 그 사람은 확실히 알 겁니다.”
“누군데? 당장 데려와.”
“문제가 있다니까요.”
“내 별명 몰라? 불도저야, 불도저. 뭔 문제가 있어도 다 들이박…….”
“알 거 같은 사람이 유승우 사장님이신데요.”
“그거부터 말해라, 고딩아. 불도저도 그 사람 박으면 고장 나. 근데 그 사람이 이상윤이랑 친해?”
“친하다기보다는 버섯 요리를 해준 사람이 사장님이시니까 뭔가 알지도 모르잖아요.”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시라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부탁 좀 하지.”
“사령관님이 안 가세요?”
“난 안 돼. 더 이상 그 사람에게 줄 게 없어.”
“…….”
“봐줘라, 진짜……. 차 사주느라 통장 잔고도 거덜 났다.”
“그럼 저는요?”
“너는 학생이니까 학생 할인이 되지 않을까?”
되겠냐?
능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
* * *
시라노가 아는 모든 헌터 중에서도 승우는 독보적이었다.
가진 힘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그 지식이나 눈썰미, 경험만으로도 이미 대체 불가능한 인재다.
문제는 공짜로는 일해주지 않는다는 것?
승우는 이번 협조의 보상으로 국제난민지원 기구에 기부금을 보낼 것을 요청했다.
“이, 이건 경비 신청이 되겠지?”
“정보 제공자의 협조를 위한 비용이니 될 겁니다.”
잠시 후 안톤이 엄지를 세웠다.
예산 신청이 통과됐다.
안도의 한숨을 내쉴 찰나, 승우가 영상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그렇게 열 개가 조금 넘는 영상을 확인하더니, 그가 손을 뻗었다.
“그 영상이 왜?”
숲을 배경으로 찍힌 붉은 버섯의 영상이다.
다른 영상과는 별로 다르지도 않다.
어쨌든 버섯이 찍힌 영상이니까.
“이게 이상윤 씨입니다.”
“응?”
그 버섯은 컸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큰 버섯은 이세계에서는 꽤 흔한 녀석이다.
“이 버섯을 이상윤이라고 단정한 이유가 뭔가?”
“이상윤 씨는 버섯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저 버섯이 이상윤 씨의 키와 비슷하네요.”
“뭐라고?”
인간이 버섯으로 변신할 수 있다니.
시라노가 눈가를 꾹꾹 누르며 중얼거렸다.
“큰일이야. 생각보다 미친놈이었어.”
“좋아하면 그것 자체가 되고 싶어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너무 좋으면 변신할 수도 있죠.”
“나는 쇼콜라를 매우 좋아하지만 그걸로 변하고 싶다고는 생각 안 해.”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이었다.
시라노가 앓는 소리를 냈다.
“버섯이 좋아서 자기 몸을 버섯으로 바꾸는 놈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해봤는데……. 별 미친 스킬이 다 있군. 아무튼 협조에 감사하네. 덕분에 일이 쉬워질 거 같아.”
“별로 한 일도 없는 걸요.”
승우가 피식 웃었다.
조언 몇 마디 해주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승우는 그렇게 여겼다.
물론 남이 그딴 식으로 승우에게 말했다면 가만히 두지는 않지만 말이다.
“모종의 스킬로 버섯이 된 이상윤이 자력으로 버섯 상태 이상을 해제하지 못한다면야 수거해서 존만이에게 저주를 풀어달라고 하면 해결될 일이야. 그럼… 아니, 잠깐만.”
영상 속의 버섯은 한 번 수색대가 훑고 지나간 곳이다.
맵핑이 끝났으니 위치는 알고 있다.
수거해 오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아직 문제 요소가 남았다.
시라노가 황급하게 지시를 내렸다.
“수색대에게 전파한다! 774, 2561, 1에 있는 커다란 붉은 버섯이 행방불명된 이상윤이다! 지금 즉시 보호해라. 특히 버섯 파이브 놈들이 접근 못 하게 막아!”
– 늦었습니다! 녀석들이 오고 있습니다.
“제압해! 재수 없으면 아군이 아군을 먹어 치우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
시라노는 얼굴을 부여잡았다.
세상 일 쉬운 일이 없다더니만 진짜 사령관 하기 힘드네.
-교전을 시작합니다!
“아, 이 하드 트롤러 자식들…….”
A섹터에서 보내온 취급 주의사항에 뭉쳐두면 안 된다는 주의사항이 있기에 뭔가 했다.
시라노는 뒤통수가 뻐근해졌다.
그로부터 1시간 후.
이상윤은 무사히 구출되어 지휘통제실에 올 수 있었다.
녀석이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버섯버섯, 하고 버섯에 미친 녀석치고는 제법 멀쩡하게 말했다.
“제가 목격한 것은 오크였습니다. 다만 보통의 오크는 아니었죠. 갑옷을 입고 있었고 무기는 잘 정련된 철창 같은 것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오크라고 하면 보통은 돼지 머리잖습니까.”
“그렇지. 돼지 수인이니까.”
“머리가 미묘하게 달랐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는 아래쪽 어금니가 매우 돌출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멧돼지처럼 말입니다. 제법 크고 우람하기까지 했죠.”
시라노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머리가 멧돼지의 머리, 음. 오크의 아종인가 본데…….”
인간이 황인종, 백인종, 흑인 등으로 나눌 수 있듯이 이종족, 몬스터도 세부적으로 종과 과, 혈통을 따지면 끝도 없이 나눌 수 있었다.
ISAC가 가진 몬스터 데이터베이스에서 오크의 아종으로 기록된 녀석은 모두 11개.
그중에서 이상윤이 말한 특징을 가진 오크는 없었다.
“다른 특징은?”
“글쎄요…….”
“느낌으로도 대강 말해도 좋네.”
“뭔가 다들 직업 군인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루 이틀 전쟁을 한 느낌이 아니더군요. 당연히 할 일을 한다, 항상 하던 일을 한다는 여유가 있던데요.”
“그건 굉장히 이상하군.”
지금까지의 적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독뱀이라는 가축을 쓴 탐색전과 독뱀알을 심어두는 함정을 파는 등의 모습에서는 전쟁의 프로라기보다는 모략가의 냄새가 났다.
하지만 이상윤이 말하는 오크의 인상은 본인이 직접 싸우는, 맹장(猛將)의 냄새가 풍긴다.
무엇인가 설명할 수 없지만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확실한 추리나 명확한 근거가 아니라 시라노의 경험에 의한 예지에 가까운 직감이었다.
이럴 때 시라노의 예상은 거의 틀리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그쪽 세계의 사람과 그 오크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시라노는 고민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잠자코 있던 승우가 입을 열었다.
“임페리얼 오크라는 녀석들입니다.”
“임페리얼 오크?”
“싸움을 위해 태어나서 정복 전쟁을 본능적으로 반복하는 전사 종족이죠.”
“강한가?”
“강합니다. 아주.”
“그렇군.”
아주 중요한 정보를 들었다.
시라노가 씩 웃었다.
“공짜 정보라니 인심이 좋군.”
“뭐, 아까 받은 걸로 이미 충분하니까요.”
“그런데 묘하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데 싸워본 적이 있나?”
“있습니다.”
승우가 살짝 턱을 긁었다.
“동료가 임페리얼 오크였어요.”
크라이 워몽거.
용사 파티의 무투가.
그가 바로 임페리얼 오크였다.
그리고 아마도.
“저 군대의 대장은 제 친구일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