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63)
괴식식당-263화(263/613)
263화. 책임 (2)
퍼스트 오더와 나는 어울리지 않는다.
민의 말에 승우는 한 호흡을 쉬고, 어깨를 폈다.
그리고 교편을 잡은 선생님처럼 말했다.
“정말로.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너는 퍼스트 오더와 어울려.”
“저 같은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말입니까?”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두려워서 과한 책임을 안 지려는 사람이 어디가 자기중심적이야. 오히려 상황파악과 자기 재단이 잘되는 현명한 사람이지. 하지만 네가 퍼스트 오더에 어울린다고 하는 건 사상적인 이야기가 아니야.”
“그럼?”
“실리적인 이야기지.”
승우는 도덕 교사다.
하지만 교편을 잡은 시간보다 검을 잡은 시간이 길다.
가르친 사람보다 베어버린 몬스터가 많다.
검사로서의 레벨이 260이라면 교사로서의 레벨은 6 남짓?
“내가 많은 학생들을 가르친 것은 아니지만, 사람 보는 눈은 좋다고 자부해. 하지만 너같이 재밌는 사람은 몇 없었어. 성향을 보자면, 흠.”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신중한 성격.
예민하게 사물을 인지하고 기억하며,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을 대비하여 항상 긴장을 유지한다.
그리고 자신의 전투력은 항상 최대치가 아니라 절반 이하의 수치.
그러면서도 적의 전투력은 최대로 가정한다.
스스로에게는 가혹하고, 대상은 최고의 컨디션을 상정하는 습관.
애초부터 최악을 상정하는 계획성.
“이런 성향은 몬스터나, 짐승 중에서는 ‘초식동물’에게 흔하게 보이지.”
“초식동물이라니, 저답군요.”
민의 성격은 예민하고 까칠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위기를 민감하게 느끼는 체질이나 성격,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살아온 탓이다.
“폭력적이기까지 한 감각과 본능으로 적을 분쇄하고 몰아쳐서 끝내는 시라노나 윤은형은 육식동물계. 너는 확실히 초식계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성격에 따라서 이능력이 각성한다, 는 연구 결과가 있기도 했었지요. 분명 성정이 예민한 사람, 위기감지 능력이 발달한 겁쟁이는 높은 확률로 탐지 능력에 각성한다나요.”
“이론이라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라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긴 해.”
승우가 담배를 물었다.
“초식동물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 우대받는 직업군이 하나 있어.”
“…암살자.”
“그래. 암살자에게는 최고의 성격이지.”
자신의 기척을 죽이고 사물의 기색을 민감하게 느낀다.
임무 수행에 있어서 항상 최악을 상정하면서 움직이고 결국에는 목표물을 죽인다.
민은 성향만으로 보자면 암살자들과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암살자라니, 더더욱 퍼스트 오더와 어울리지 않는군요.”
“아니. 그래서 더 퍼스트 오더와 어울린다는 거야.”
“예?”
“생각해 봐. 너는 암살자에 가까운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중립을 유지하고 있어.”
승우가 아는 한, 민과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 중에서 선을 추구하는 사람은 없었다.
예민한 감각은 자기방어본능과 맞물려서 자기애가 된다.
자기애는 곧 자신 외의 모든 것은 아무래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변질된다.
겸허하게 자신을 보는 마음은 자기비하로 이어진다.
자기비하는 소심함을 낳고, 그것은 비굴함이 된다.
최악은 그 비굴함이 남의 최대치를 항상 상정하는 계획성과 맞물릴 때 발생한다.
열등감. 질투.
남을 시기하다 못해서 망치려는 마음.
“모두 안 좋은 감정이지. 그런데 너에게는 그런 마음은 없어. 오히려 자신에게 가혹하리만큼 냉정한 잣대를 들이밀고 도덕적으로 번민하지. 고민하고, 머리를 굴려서 최대한 선하게 살려고 해. 그건 굉장한 일이지.”
깔끔할 정도로 남의 장점을 인정하고 자신의 단점과 장점을 가른 후에 그것조차도 인정한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알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승우가 본 사람 중에서 이 정도로 깔끔하게 정신이 안정된 사람은 민이 처음이었다.
민이 팔로 얼굴을 가렸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누구나 그러지 않습니까?”
“누구나 그러지 않으니까, 세상 사는 일이 힘들지.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적고, 내가 그래서 너를 아끼는 거야.”
“…감사합니다.”
“어쨌든 너처럼 내 마음에 쏙 든 녀석이 그렇게 쓸쓸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참, 형이 가슴이 아파요.”
민의 고민은 요약하면 이러하다.
책임을 지는 게 두렵지는 않다.
하지만 그 책임을 제대로 못 지키는 나를 보는 게 두렵다.
“그렇다면 방법이 두 개 있지.”
“두 개나 있습니까?”
“응. 첫 번째는 이런 거야.”
승우가 스스로를 가리켰다.
“나를 써.”
“예?”
“네가 퍼스트 오더가 된 후에 수습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실패했을 때. 도저히 못해 먹겠다 싶을 때. 나를 불러.”
“…선생님을?”
“그래. 어떠한 일이라도 해결해 줄게. 설사 지구가 멸망해도, 드래곤이 도심에 나타나도, 운석이 떨어지고 있어도 괜찮아. 할 수 있으니까.”
모든 일을 할 수 있는가. 할 수 없는가.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이 두 가지로 분류한다면 승우에게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힘으로 보자면 대적할 자가 없었고, 신으로서도 마찬가지다.
그에게는 지금 테라로부터 흘러오는 막대한 신력이 쌓여 있다.
쓸 일은 없고 쓸 생각도 없어서 그저 방치하고 있는 이 신력을 쓴다면 못 할 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큿.”
민이 크게 기침을 했다.
너무 놀라서 담배가 목에 걸렸다.
고통스럽게 기침을 하고 살짝 눈물을 닦았다.
“그, 그래도 되는 겁니까?”
“안 될 이유는 없지. 내가 아끼는 동생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인데 못 할 것도 없고.”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민은 고개를 숙였다.
승우의 마음이 느껴졌다.
빈말로 하는 말이 아니다.
진짜로 움직여 준다는 의미다.
순간 마음속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부담감, 책임감, 미지의 공포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의지하면 된다. 얼마나 편한가.
왜 종교가 생기는지.
사람들이 무리의 우두머리를 따르는지, 이해가 된다.
확실히 이 사람이라면 내가 실수해도 모든 것을 감당해 주겠지.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고맙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민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승낙의 말을 꾹 누르며 고개를 들었다.
“정말 고마운 말씀이지만 그 제안은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왜?”
“자신의 일을 타인에게 전가하다니, 어른으로서 할 일이 아니잖습니까.”
“자신이 못 하는 일을 타인과 협동하는 것도 어른의 자세라고 보는데.”
“협동이라면 하겠습니다만, 이건 제가 일방적으로 기대는 거니까요. 그건 싫습니다.”
거절의 말을 듣고 승우가 슬쩍 눈웃음을 지었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태도다.
“하여간 어지간히 깐깐하다니까.”
“두 번째 방법은 무엇입니까?”
“아주 쉬워.”
승우가 일어나서 기지개를 폈다.
그러고는 그가 앞치마를 둘렀다.
“네 자신이 책임을 져도 괜찮다, 나는 퍼스트 오더를 해도 될 정도로 강하다! 라고 납득할 만큼 강해지면 돼. 어때?”
“어때, 라고 저에게 물으셔도…….”
민이 생각해도 스스로 강해졌다면.
객관적으로 보아서도 상위 랭커가 되기 충분하다면 당연히 괜찮은 일이다.
그가 상위 랭커다운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면 뭐가 문제겠는가.
“강해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잖습니까.”
민이 떨리는 눈으로 보자 승우가 프라이팬을 들었다.
운석으로 만든 프라이팬이 신비로운 푸른빛을 내뿜었다.
심해처럼, 밤하늘처럼 깊은 푸른빛 사이로 별이 빛난다.
“맞아. 쉬운 일은 아냐. 하지만 역시 못 할 일은 아니지.”
“서, 설마.”
“밥 안 먹었다고 했지?”
멀리 돌아갈 거 없다.
전 차원을 통틀어서 가장 강한 사람.
누구보다 빨리 강해지는 법을 아는 사람.
유승우가 비장의 노하우를 꺼냈다.
“강해지는 요리를 해주마.”
물론 민도 아는 노하우였고, A섹터 주민이라면 다 아는 노하우였다.
* * *
“그럼 강해지는 방향성을 어떻게 할까.”
인간은 누구나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다.
대체로 강해지는 법은 장점을 극대화하거나, 단점을 없애는 일이다.
민의 경우는 장점을 극대화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탐지능력으로 적을 찾아서 선공을 가하면서, 그 선공을 가할 때의 공격이 결코 빗나가게 하지 않는 투척 보조스킬과 맞는 순간 죽여 버리는 필살(必殺)의 신급 아티팩트 하르페의 조합은 실로 퍼스트 오더 상위권에 걸맞다.
그럼 어떻게 하면 더 강해질까?
“장점을 더 강화하는 일은 힘들어.”
탐지 능력의 거리를 늘린다.
하르페의 즉사 능력을 강화한다.
탐지 능력의 거리를 늘리려면 어마어마한 수행이 필요하고, 하르페의 즉사 능력을 강화하려면 헤파이스토스가 수백 년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어느 쪽이건 노력에 비해서 성과가 낮다.
“그러니 이번엔 단점을 극복해 보자고.”
“단점이라, 그렇게 티 나는 게 있습니까? 나름대로 잘 준비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응. 그렇지. 이번에 번개에 대한 내성을 구비한 터라, 이렇다 할 약점은 없어. 하나 빼고.”
“뭐, 뭡니까?”
“레벨.”
“레벨?!”
“응. 너 레벨 너무 낮아.”
민의 레벨은 40대 초반이다.
퍼스트 오더로 치자면 90위대의 레벨이라 낮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상위권으로 치자면 매우 낮은 레벨!
“상위권은 레벨 60이 넘는다며?”
“최상위 랭커는 80도 넘는다고 하지만, 상위권은 그 정도 선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60을 커트라인으로 하자.”
20레벨만 올려주면 되겠네.
승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재료를 찾았다.
“20레벨만……?”
민이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누군가 듣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선생님이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미친 사람이라고 불릴 뻔했다.
‘선생님의 능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먹어서 20레벨이 뾱 하고 오르는 요리가 있을까?
지금까지 반년 간 이곳에 와서 밥을 먹어서 레벨이 꽤 올랐다.
그 양은 꽤나 대단해서 던전을 돌고, 게이트를 분쇄하고, ISAC에서 개발한 마나주입주사를 맞아가면서 올리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올랐다.
스킬도 생기고, 레벨도 오른다.
괴식이란 말도 안 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20레벨이 한 방에 오른다니?
민은 기대 반, 불안 반으로 승우의 등을 지켜봤다.
“좋아. 여기 있군.”
마치 무를 뽑듯이 승우가 인벤토리로부터 커다란 것을 꺼냈다.
그것은 벌레였다.
커다랗고 커다란 벌레.
검붉은 갑각, 여러 개의 촉수와 수십 개가 넘는 얇은 다리.
그리마 같이 생긴 외형.
알고 있는 모습이다.
알고 있는 벌레다.
민은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벌레를 가리켰다.
“더, 더더더더, 던전 클로러?”
“응. 던전 클로러 맞아.”
던전 클로러.
이름 그대로 녀석은 던전을 배회하며 오물, 시체 등.
던전에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을 모두 먹어치운다.
던전이 던전으로 기능하기 위해 필수적이라 어디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녀석과 지금 눈앞에 있는 놈은 큰 차이점이 있다.
“뭐, 뭐뭐뭐가 저렇게 커!!!”
“훌륭하지? 이렇게 큰 건 처음 보지?”
“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
던전 클로러는 본래 손가락 한 마디보다도 작다.
시체를 분해해서 치우는 환경생물이니 클 이유도 없다.
몬스터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승우가 꺼낸 던전 클로러는 이미 훌륭한 몬스터였다.
“저보다 큰 던전 클로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먹어야 할 거라고는 더 생각하지도 못했다.
민은 자신의 예감이 틀리길 바라면서 승우를 봤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더라니만…….”
아무래도.
저게 오늘 저녁 식사인가 보다.
민이 풀썩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