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65)
괴식식당-265화(265/613)
265화. 책임 (4)
돌마데스는 다진 고기에 양파, 마늘, 쌀과 향신료.
가지를 넣어 버무린 후에 포도나무의 잎사귀로 싸서 찐 터키와 그리스의 요리다.
어째서 포도나무의 잎사귀로 싸서 찌는가.
그것은 내용물이 흐물흐물하여 제대로 형태를 갖추기 힘든 까닭이다.
잎으로 내용을 싼 후에 찌는 음식은 대체로 그러하다.
겉모습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 쌈이라는 방식을 쓴다.
그런데 승우가 만든 던전 클로러를 활용한 포도잎쌈, 돌마데스는 본질적으로 말해서 상당히 엇나간 음식이었다.
‘이렇게 딱딱한데 굳이 포도잎쌈을 할 필요가 있나?’
포도잎쌈 안에서 던전 클로러가 굉장한 존재감을 보였다.
저 알록달록한 껍질. 엄청나게 딱딱한 껍질을 그대로 남겨서 그러하다.
저리 딱딱한 껍질이 있는데 구태여 포도 잎으로 쌀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냥 쪄도 충분히 형태가 남았을 거다.
민은 포도잎쌈을 포크로 꾹 찍어 들어올렸다.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만들어져 있다.
확실히 겉보기는 멀쩡하다.
반투명한 쌈 안쪽의 알록달록한 껍질이 없다면 완벽했겠지만 그것이 보이더라도 적어도 음식으로 보였다.
한숨을 쉬고 입 안에 포도잎쌈을 넣었다.
와그작와그작 하고 껍질이 씹힌다.
턱을 자극하고, 귀를 자극한다.
인간의 턱과 귀는 연결되어 있다.
짜르르 하고 흐르는 식감, 바삭바삭한 소리가 뇌를 기분 좋게 한다.
곤충튀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꽤나 듣기 좋은 소리였다.
잘 튀겨진 닭튀김의 소리, 오징어튀김의 소리다.
ASMR로 써도 좋을 정도로 상쾌하다.
그래서 맛은?
“이건…….”
아는 맛이다.
바로 예전에 승우가 죽을 해줬을 때 느꼈던 맛.
순수한 마나의 맛은 바로 납의 맛이다.
민은 용병 시절 겪어본 전쟁 중 최악이었던 사라예보 전쟁을 떠올렸다.
옆구리와 어깨를 관통한 총알의 뜨거움.
코와 인중 사이를 스치고 지나간 납탄의 향기.
환지통일까.
전신에 총알이 쏟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기분 탓이 아니었다.
“이, 이건-!”
민은 정말로 총알을 맞고 있었다.
몸 안에서부터 무엇인가가 폭발하고 있었다.
십 원짜리 동전의 크기로 작은 거품이 터진다.
방탄복 위로 9㎜의 총알을 맞으면 아주 매서운 프로 복서의 보디블로우를 맞은 기분이 들 뿐 죽지는 않는다.
그런 기분이다.
방탄복 위로 9㎜ 총알의 무차별 사격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육체가 갈기갈기 찢긴다.
그렇게 근육과 피를 밀어내면서 폭발한 자리로 무엇인가가 밀려들어 온다.
심장으로부터 엄청난 속도로 마나의 응어리가 배출된다.
꿀렁꿀렁하고 뭔가가 온몸을 채운다.
그것이 무엇인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마나코어?!’
탐지능력자 특유의 관조 능력으로 스스로의 몸 상태를 체크해 보았다.
하나, 둘, 셋.
심장에 가까운 순서대로, 내장 주변으로 3개의 코어가 자리 잡았다.
‘한 입에 레벨 업 세 개?!’
당황하고 놀라서 승우를 보니 드물게도 승우도 눈썹 끝을 살짝 올리고는 놀란 눈치였다.
“선생님, 이, 이것은 대체 뭡니까!”
“역시, 너와 포도 잎은 상성이 좋구나. 아, 설명해 줄 테니 쉬지 말고 먹으면서 들어. 지금이 딱 괴식빨 잘 받을 때니까 계속 먹어야 해.”
고통, 맛없음은 참을 수 있다.
실시간으로 레벨이 계속 오르는데 못 참으면 안 되지.
승우는 기관총에 맞는 사람처럼 사지를 주기적으로 떠는 민의 어깨를 꾹 누르며 말했다.
“포도 잎은 혈액순환과 재생의 효과가 있어. 그중에서도 내가 쓴 이건 벨라지옹이라는 품종인데, 퇴역한 벨라지옹이란 기사의 가문이 만든 거야. 빈혈, 노환에 효과적이고 심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서 새로운 피를 빠르게 순환시켜 줘. 환자용으로는 최고로 쳐주지.”
약학에서 말하는 부스터. 즉 활력제다.
“요컨대 지친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활력제라는 거야. 그런 벨라지옹의 잎사귀와 마왕성에서 잡아온 유니크 던전 클로러를 조합한 요리니까 효과가 좋지.”
“그렇군요…….”
“애초에 던전 클로러는 던전을 청소하면서 마나를 저장하는 살아 움직이는 마석 같은 녀석이야. 쓸데없는 규소나 탄소가 없는 만큼 마석 따위보다 훨씬 마나 전도율이 좋다고.”
이론상 마석을 씹어 먹으면 마나를 흡수할 수 있기는 하다.
“사람마다 적성과 상성이 있긴 하다만, 마석의 흡수율은 대략 2%쯤 되려나. 그에 비해서 던전 클로러는 20%가 넘지. 지금 네가 먹은 던전 클로러는 한 60%쯤 될까.”
“그래서 이렇게 엄청나게 빠르게, 레벨 업, 이. 되는. 군요.”
넷, 다섯, 여섯, 일곱.
벌써 일곱 개의 레벨이 올랐다.
민은 통증으로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식사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 이거 점점 맛없어진다.
이제는 통증보다 맛이 더 신경 쓰인다.
그렇게 민의 포크가 멈칫하는 사이.
승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너무 괴식 빨을 잘 받는데. 너 혹시…….”
승우가 민의 어깨를 주물렀다.
민이 흠칫 놀라서 허리를 세웠다.
그걸 보며 승우가 혀를 내둘렀다
“과연, 물의 속성이 너무 강해서 몸에 제법 잉여 마나가 쌓여 있었군.”
“마나에 잉여가 있을 수가 있나요.”
“보통은 흡수되지 못한 마나는 밖으로 방출되게 마련인데, 이건 물의 특성이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순환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정체되고 고여. 보통 사람은 여러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 정도까지는 안 되는데 네가 워낙 물 속성이 강하니까 이렇게도 되네.”
“그, 그럼 뭘 어떻게 하면 될까요.”
승우가 싱긋 웃었다.
“뭘 어쩌긴. 그냥 먹어. 경험치 두 배 증가 이벤트라고 생각하고 팍팍 먹어라.”
몸 안에 쌓인 잉여 마나는 던전 클로러의 막강한 마나와 동조하며 마나코어가 된다.
잉여 마나도 청소하고, 레벨 업도 하고 일석이조다.
그렇게 승우는 박수를 치면서 응원을 했고, 민은 울며 겨자 먹기로 포크를 계속 움직였다.
맛없음의 강도는 한 입을 더 먹을 때마다 강해진다.
하지만 그래서 의욕이 사라질 때면 마나코어가 하나 늘어난다.
거기에 힘을 얻어서 다시 한 입.
선생님의 응원을 받아서, 기대를 받아서 다시 한 입.
포기하고 무릎을 꿇을 때 레벨 업.
이것은 무한궤도다.
무한하게 반복되는 쳇바퀴다.
“힘내라.”
“예. 힘내겠습니다.”
“좋아. 더 먹어.”
“예.”
“좀 더 가능하지?”
“예. 가능합니다.”
“할 수 있지?”
“할 수 있습니다.”
의지관천-!
의지가 하늘을 관통한다.
민은 자기 체중만큼의 돌마데스를 먹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마법적으로는 가능하다.
실시간으로 육체의 필요 없는 부분과 망가진 곳, 헌 부분이 기화되어 증발한다.
그 자리를 돌마데스가 빠르게 대체한다.
“이게 바로 흔히 말하는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거지.”
민은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그의 레벨은…….
* * *
“…….”
“…….”
이정훈과 황지현이 눈을 끔뻑끔뻑거렸다.
민이 제출한 게이밍 시스템의 상태창이 터무니없어서다.
미친 숫자가 기록되어 있었다.
[레벨: 82]“82라고?”
“82라구요?”
어제까지 레벨 43이었던 사람이 하룻밤 만에 82레벨이 됐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해 불가능하다는 표정으로 보는 황지현과는 대조적으로 이정훈은 땀을 뻘뻘 흘렸다.
그는 민의 행적을 알고 있으니까 상황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아주 조금.
“미치겠군. 이게 그 사람이 내놓은 해답인가?”
“그렇습니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시더군요. 만약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면 생길 만큼 실력을 키우라고도 하셨습니다.”
민의 단점이자 장점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는 철저함이다.
항상 자신의 실력은 절반, 상대의 실력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본다.
그렇다면 자신의 실력을 두 배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무지하게 무식하지만 맞는 말이긴 한데…….”
이정훈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무슨 한 방에 레벨이 두 배가 되나? 뭐 했나? 같이 미등록 던전이라도 깼나?”
“던전을 먹었습니다.”
“뭐? 던전을 먹어?”
“던전 클로러 아시지요.”
“알고 있네. 던전 청소부잖아.”
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 찍는 일이 취미인 승우가 요리 전에 찍어둔 손질하기 전의 던전 클로러의 사진이다.
사람만 한 던전 클로러를 보고 황지현이 입을 벌렸다.
이정훈은 깜짝 놀라서 뒷걸음까지 쳤다.
“뭐가 저렇게 커!?”
“마왕성의 던전 클로러라더군요.”
마왕성의 던전 클로러?
“그게 뭐야. 무서워……. 그런데 그 메가 사이즈 던전 클로러가 뭔데 그러나?”
“이걸 먹었습니다. 마왕성의 마나를 흠뻑 흡수한 녀석을, 한 마리 다 먹었습니다.”
“…….”
지현과 정훈이 민을 다시 봤다.
“저걸 한 마리…….”
“다 먹었… 다고요?”
“예.”
민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태연함!
이정훈과 황지현은 민에게서 느껴지는 패기를 느끼고 질식할 것 같았다.
레벨 업을 위해서, 자신감을 채우기 위해서 저걸 먹었다고?
그리마를 사람만 하게 만들고 다리를 수십 배 늘린 저걸 먹는다고?
알록달록한 저것이 과연 식재료라고?!
이정훈의 시야가 절로 황지현에게 향했다.
“자네는 저거 먹을 수 있나?”
“시발. 미쳤어요?”
“먹으면 레벨 41개 오른다는데.”
“차라리 죽이세요. 지부장님은 어떠신데요?”
“이하동문일세. 나도 죽고 말지 저건 못 먹겠네.”
소싯적에 청사에 갇혀서 고블린 고기도 생으로 씹어 먹어본 이정훈이다.
하지만 저건 먹을 생각이 조금도 나지 않았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이미 전신이 가렵다.
“아, 가려워.”
“저도요. 어우. 어우. 민 씨. 사진 치워요.”
사진 하나로 호들갑을 떨고 있군.
목 뒤와 옆구리를 긁으면서 경악하는 둘을 보고 민이 조소했다.
“원래 소재가 저 모양이라서 그렇지. 조리한 음식 자체는 합리적으로 정갈하게 나왔습니다. 그냥 맛없었을 뿐이죠.”
“부작용은 없나?”
“아직 미각이 안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머리가 빠개질 듯이 아픕니다.”
“그럼 병원에 가야-!”
“급성 마나 중독이라더군요.”
급성 마나 중독은 빠르게 포션을 먹다 보면 생기는 질병이다.
일시적인 것이고 오래가지는 않는다. 대략 1주일 정도?
정말 많은 포션을 먹어야 생기는 병이라 포션 중독 내지는 부자병이라고 불린다.
대략 숙취 비슷한 녀석이다.
어쨌든 심각한 병은 아니라 이정훈이 표정을 풀었다.
“그럼 어, 승급은 어떻게 하기로 했나?”
“이렇게 레벨 업까지 했는데 더는 뺄 수 없지요. 선생님도 기대하시는 거 같으니 기대에 부흥하도록 순위를 올려볼까 합니다.”
“잘 생각했네! 잘 생각했어!”
“랭킹전은 잡혀 있습니까?”
퍼스트 오더 랭킹은 싸워서 상대의 랭킹을 빼앗는 랭킹전이나 지금까지의 공적을 보고 공훈을 측정하여 올라가는 자동 승급이 있다.
민의 공훈은 높은 편이 아니었는데, 공훈에 잘 집계되지 않는 범죄자 소탕이나 치안유지가 주 업무였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SS 오버 게이트 작전이 끝난 지금은 큰 작전이 없다.
그러니까 랭킹전이 필요할 터인데.
이정훈이 씨익 웃었다.
“필요 없네. 자네는 이미 상부 추천이 엄청 들어와 있다네.”
“상부 추천으로 올라가 봐야 낙하산 소리밖에 더 듣습니까. 랭킹전이 나을 텐데요.”
“추천인이 총장님과 소울이터 님인데 누가 쌉소리를 하겠나.”
그 둘의 추천이라면 섣불리 입을 열 사람이 없긴 하지.
민이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몇 위로 가면 될까요.”
“10위.”
퍼스트 오더 랭킹 중 13위 안쪽은 상징적인 자리다.
13위인 리비가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아무도 할 수 없고, 올라갈 수도 없다.
때문에 공석이 생겨도 빈자리를 채우지 않고 비워두는 경향이 있었다.
전임 10위는 한국인, 전직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김민영의 자리다.
“김민영 님의 자리로군요.”
“그래. 아무튼 바빠지겠어.”
민이 10위가 되면 처리해야 될 절차가 상당하다.
그리고 또 지금까지 민 때문에 100위 도전에서 물 먹은 사람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줘야 한다.
그들의 대기 열을 조절하고 90위부터 100위권의 퍼스트 오더들의 일정도 조율해야 한다.
황지현은 또 늘어난 일거리에 한숨을 쉬다가 생긋 웃었다.
“민 씨, 축하해요.”
“아직 정식으로 인가되지도 않았으니 축하하긴 이르지 않나?”
“에이, 이르긴요. 총장님과 소울이터 님이 인정한 인재가 승급하는데 누가 토 달겠어요.”
“하긴…….”
상식적으로는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민과 이정훈, 황지현은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셋 다 잊고 있는 게 있었다.
“뭬야! 민이 10위!?”
이 남자, 백강혁.
그는 상식이 없었다.
“크오앙아아앙아! 인정 못 해!”
백강혁이 울부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