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7)
괴식식당-27화(27/613)
027화. 괴식 챌린지 (4)
장마가 계속됐다.
오늘도 휴가를 얻은 헌터들이 용사의 밥집에 모였다.
그들이 전날의 아픔을 하루 만에 잊어서 멍청하게 모인 게 아니다.
후회와 반성이 그들을 모이게 했다.
돌아가서 생각해 보니 조금만 더 어금니에 힘을 꽉 줬더라면.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아니, 못해도 그 망할 놈의 파전을 돌돌 말아서 한 입에 쑤셔 넣기라도 했더라면!!
여러 가정이 머릿속을 어지럽혀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헌터에게 1억이 푼돈이라고 해도 말이야.
그건 퍼스트 오더 급에게나 푼돈이지, 주둔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헌터들에게는 아니었다.
그걸 잠깐 사이에 털렸다.
“당하고 넘어갈 수는 없지.”
“아아, 그렇다.”
“이번에는 사전 정보가 있었으니, 쉽게 당하지 않을 거다!”
“모두! 준비는 됐겠지!”
“준비 완료! 밥집 레이드! 가자!”
“아자아자아자~!”
A팀, B팀 가릴 때가 아니다.
적은 바로 밥집에 있다.
지금까지 상대해 본 적 없는 유형의 강대한 적!
귀환자의 괴식이다!
“우리는 이긴다!”
헌터란 무엇인가!
사냥하는 자다.
사냥당하는 건 헌터가 아니다!
헌터들은 짐승을 노리는 사냥꾼의 눈으로 밥집에 들어섰다.
‘요것들 봐라?’
그들의 모습에 승우가 실소했다.
“괴식 챌린지! 15명!”
자신만만하게 챌린지에 도전하는 그들은 그냥 오지 않았다.
괴식 챌린지 1단계의 음식 ‘콱’에 대항하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
우선 복장부터 어제와는 다르다.
한겨울도 아니고 장마 기간인데 전원이 두꺼운 파카를 입고 왔다.
음식을 먹었는데 한기를 느낄 때 당신의 선택은?
그렇다면 억지로라도 몸을 덥힌다!
역시, 좀 더 따뜻하게 하려면 파카 하나로는 부족하다.
창고를 뒤져서 찾아낸 보온 내복과 핫팩도 빼먹으면 섭섭하다.
승우가 요리를 준비하며 말했다.
“거, 다들 두껍게도 입고 오셨구먼요.”
“이번에는 이길 겁니다. 이런 잔재주를 부리면 실격입니까?”
“상관없습니다만, 지금 드시려는 포션이 버프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이건 버프 포션이 아닙니다!”
마음 같아서는 먹고 오고 싶었다!
하지만 포션은 비매품이다.
연금술사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적은 양을 만들다 보니 아주 귀하디 귀한 물건이다.
즉, 게임처럼 쉽게 구할 수가 없단 말이다.
그 희소성 때문에 포션은 게이트 주둔군에서만 구할 수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엄중하게 관리되는 포션은, 마치 그 옛날 한국군의 탄약고를 연상시키는 엄중함을 보이며 관리되고 있다.
그러니 단 한 개의 횡령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돈 주고 사자니 게이트 주둔군 주제에 밀수품을 쓸 수도 없다.
그래서 그들이 준비한 건 포션이 아니라.
“전원! 복용!”
“크아아앗-!”
“매워!”
핫소스다.
그것도 엄청나게 매운 핫소스!
먹는 순간 육두문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매운 핫소스를 병째로 마신다!
헌터들은 마시는 순간 입과 식도가 불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과언이 아니라, 아예 불덩어리를 마신 것 같았다.
“하, 핫소스인가… 그건 포션이 아니니까 실격은 아닙니다. 거참.”
소스니까 실격 사유는 안 되겠다만, 독한 양반들이로고.
승우가 질려 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건 의외로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핫소스를 마심으로써 미각을 마비시킨다!
그렇다면 이 거지 같은 맛의 파전을 먹을 때 맛을 느끼지 않는다.
핫소스를 마취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불타는 이 맛은 한기에 대한 대처도 된다.
지금 헌터들의 속은 끓고 있다.
1억에 대한 아까움과 고작 음식 따위에 패배했다는 좌절감!
그리고 핫소스의 효과로!
그들은 부모의 원수를 보는 눈으로 철판을 노려봤다.
콱은 하나씩 노릇노릇하게 부쳐지는 중이었다.
“좌절감이 사내를 키우는 법이라고 해도. 이건 쫌 방향성이 다르지 않나……?”
승우는 이글이글 불타는 눈과 불어터진 입술의 헌터들에게 조용히 콱을 내려놨다.
헌터들은 모두 의욕이 가득차서 젓가락을 들었다.
“가자!”
“오오!”
사기는 만전!
헌터들은 용기백배하여 콱 레이드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과 정성.
결의와 의지가 보답했다.
“어제보다는 낫네요.”
어제는 태지를 제외하면 반 정도 먹은 사람이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80% 정도를 먹은 사람이 무려 둘이나 나왔다.
그들은 다 실신 직전의 상태로 화장실행을 택했다.
“웁, 비켜, 이상윤… 웁…….”
“웁! 기지 마! 네가 웁! 켜!”
화장실은 하나뿐이라 어쩔 수 없지.
승우는 요란을 떠는 둘을 보며 오늘은 일반 손님이 한 명도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오래 버틴 저 둘은 그렇다 치고 나머지는 뭐…….
“추워! 사무치게 추워! 왜?! 핫 팩이 불량인가!”
“그야 그거 마법적인 한기니까.”
마법적으로 추워지는 건데 파카를 껴입고 핫 팩을 주렁주렁 단다고 해결이 되나.
잔머리의 말로는 이런 것이다.
그래도 이게 플라시보 효과인 건지, 아니면 진짜로 통했던 건지.
어제보다는 전체적으로 다들 잘 먹었다.
이대로 가면 며칠 안에 진짜로 다 먹는 헌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태지의 경우도 있지만, 그 녀석은 뭐라고 해야 되나.
‘게임하듯이 음식을 공략하던데? 게이머 출신이려나.’
어쨌든 오늘도 장사는 참 잘된다.
승우는 입맛을 다시며 수표를 정리했다.
점심시간에만 15명이다.
이거 슬슬 기부하지 않으면 엄청난 거금이 되겠는걸.
패잔병으로 가득 찬 밥집의 문이 열렸다.
새로운 도전자는 아니고, 꼬마 숙녀가 왔다.
“안녕하세요!”
“안녕. 은하 왔니.”
활기차게 오늘도 꼬마 숙녀가 왔다.
그녀의 등장에 나비가 그르릉, 그르릉 하고 모터 소리를 냈다.
승우는 널브러진 패잔병을 구석에 차곡차곡 쌓으며 나비에게 말했다.
“뒷정리는 내가 할 테니까, 주변에서 놀고 있으렴.”
슬슬 이쪽의 생활도 익숙해지는 기분이었다.
승우는 차분하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설거지를 시작했다.
* * *
돈에는 파리가 꼬인다.
두 파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마주 앉았다.
“들으셨습니까, 오 사장님.”
“들었습니다, 박 사장님. 유 사장네 밥집 말이지요?”
레스토랑 ‘레종’의 사장인 박달수.
그리고 카페 ‘바네’의 사장인 오태식이다.
그들은 뚫어져라 밥집을 노려봤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와 유리창 너머로 헌터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저놈들 머리 하나당 1억…….”
박달수가 군침을 흘렸다.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돈으로 보일 지경이니, 이쯤 되면 돈의 망자다.
오태식도 다를 바 없다.
그도 박달수에게 지지 않는 탐욕스러운 눈으로 창밖을 봤다.
“유 사장 말입니다. 그렇게 안 봤는데 아주 악독하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좋게 봐줬더니만, 이게!”
상생이고 뭐고 돈 앞에서는 장사 없다.
승우에게 좋은 마음을 품었던 것은 이미 옛일이다!
좋은 이웃? 좋지, 좋아!
그런데 돈이 더 좋아!
오태식이 말했다.
“믿을 수가 없는 이야깁니다. 헌터에게 맛없는 걸 먹이는데 참가비로 1억을 받는다니요?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깁니까? 박 사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헌터들이 바보도 아니고 돈을 싸다가 바칠 거라고는 안 보입니다만… 이해가 안 됩니다. 정말로요. 아이템 좀 걸었다고 1억을 던져요? 1억이 우스운가 봐요!”
“제 말이 그겁니다. 1억을 벌려면 커피를 몇 잔을 팔아야 되는지 아십니까.”
“레스토랑도 별로 안 달라요. 인건비 빼고, 재료비 빼고, 광고비랑 접대비 빼면 아주 죽겠습니다.”
“기부한다고 모으는 것도 다 거짓부렁일 겁니다!”
둘은 그렇게 말하며 언성을 점점 높여갔다.
그 목소리에 누군가 뭐라고 할 법한 고음이었지만, 방해자는 없었다.
그야 여긴 오태식의 가게인 바네니까.
종업원 둘은 ‘저 꼰대들 또 발작이네’ 하고는 눈을 돌리는 게 전부였다.
“그래요, 그래. 기부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죠.”
박달수는 저 밥집으로 들어가는 머리통을 하루 종일 세어봤다.
어제만 20명이 넘는다.
그럼, 20억.
무려 20억이다.
그리고 지금도 열다섯 명이 들어갔다.
합치면 35억이다.
박달수와 오태식의 눈이 돌아가지 않기에는 지나치리만큼 많은 금액!
“그 돈을 기부하는 머저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상상을 해봐요.”
“말도 안 되지요. 그렇습니다. 저거 다 자기 지갑으로 인 마이 포켓 할 겁니다.”
“횡령으로 찌를 수 있을까요?”
“횡령은 힘들고, 식품위생법 어떻습니까?”
“오! 식품위생법!”
듣자 하니 먹으면 아주 사람 잡는 음식을 판다고 한다.
헌터에게 한정해서 판다고 해도 말이다.
그게 정상적인 음식일까?
박달수가 음흉하게 웃었다.
“제가 아는 변호사가 있는데 잘 짜봐야겠군요.”
“제가 아는 위생계의 동생이 있습니다. 삭삭 어르고 달래서 긴급 위생 점검을 시켜보죠.”
“좋아요! 좋습니다.”
법이라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잘 해석하고 짜 맞추면 어떻게든 공격을 할 수 있다.
박달수와 오태식이 원하는 건 하나다.
이걸로 저 망할 밥집을 골로 보낸다.
아, 죽인다는 게 아니다.
영업정지를 시킨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잠깐 사이에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같은 식의 메뉴를 만든다.
똑같이 하면 되지 뭐 별거 있겠는가?
“보아하니 아주 음식을 거지발싸개로 만드나 봅니다. 그래봐야 음식인데 1억을 걸었으면 눈 딱 감고 먹을 것이지! 배가 처불렀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저희도 아주 못 먹을 음식을 만들면 되겠죠.”
“거의 오물에 가까운 걸 만들면 100%입니다.”
“그럼 그냥 적당히 음식 쓰레기를 준비하면 되겠네요.”
“그리고 돈을 모아서 하나쯤 비싼 아이템을 걸고.”
“기부한다는 명목으로 1억의 참가비를 받으면?”
박달수와 오태식이 ‘파하하’ 하고 웃었다.
“우린 부자가 되는 거죠!”
미래가 그려졌다.
기부한다고 해놓고 한 1%만 기부하면 된다.
그리고 그 돈으로 좀 더 비싼 아이템을 사서 미끼로 건다.
이거만 반복해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정말이지, 저 용사의 밥집이란 곳은 천재다.
아주 그냥 밥집의 신기원을 열었다.
외식의 빈도가 줄어서 월 수익 500만 원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하는 시대다.
그런데 수십, 수백억을 버는 밥집이라니?
“이거야 완전 합법 카지노 아닙니까? 돈 놓고 돈 먹기네요.”
“멍청한 헌터들은 똑같이 낚일 겁니다.”
생각할수록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돈! 돈이다!
이건 완전 화수분이다.
흔들면 돈이 후드득 떨어지는 돈 밭!
두 사장은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망상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뒤에서 다가오는 후드티 남성의 존재를 몰랐다.
“오해를 조금만 정정하도록 하지.”
민 오키프는 조용히 다가와서 둘의 사이에 섰다.
그는 꽤 열받았다.
그러다 보니 온몸에서 살기를 풀풀 흘리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일반인이 이 살기를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말도 못하고 오태식과 박달수는 땀을 뻘뻘 흘렸다.
아니, 왜 이곳에 세컨드 오더 민 오키프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하필이면 후드티를 입고 말이다!
민은 몸을 숙여서 둘에게 눈을 맞추고는 낮게 읊조렸다.
“첫째로. 저 밥집은 헌터 특례법에 따라서 수련장으로 등록, 서바이벌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식품위생법과는 전혀 상관없다.”
승우의 부탁으로 민이 법조항을 뒤져서 찾아낸 항목이었다.
“둘째로. 우리 헌터들은 급하면 음식 쓰레기라도 먹는다. 몬스터 고기도 생으로 씹어 먹지. 너희들이 아무리 대단한 쓰레기를 내놓는다고 해도 우리는 먹을 수 있다.”
단순히 맛이 없어서 못 먹는 반편이들로 보였을까?
던전에서 식량이 떨어진 극한상황을 수도 없이 겪은 민이다.
그때의 고생을 떠올리니 민의 눈에 깃든 살기가 더 강해졌다.
“셋째로, 저분을 네놈들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마라. 네놈들처럼 돈에 미친 똥파리가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하자면…….”
이걸 확 내쫓아 버릴까?
하지만 승우는 이렇게 주변 사람들을 내쫓아내는 걸 싫어하겠지.
그는 상생을 선택한 좋은 사람이다.
민은 ‘칫’ 하고 혀를 차며 살기를 거뒀다.
“수작질은 적당히 하는 게 좋을 거다. 그 잘난 변호사를 만나거나, 위생검열을 당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야.”
민이 등을 돌렸다.
오태식과 박달수는 사우나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전신이 땀에 젖었다.
그들은 덜덜 떨면서 서로를 보다가, 부리나케 도망쳤다.
“사장님! 어디 가세요!”
자신들의 가게를 두고 도망가는 사장이라니?
종업원이 애타게 사장을 찾았다.
그러자 민이 다가와서 말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더.”
종업원은 비를 맞으며 뛰는 사장님과 커피를 달라는 손님을 번갈아 보고는 조용히 되물었다.
“사이즈는 어떻게 해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