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82)
괴식식당-282화(282/613)
282화. 사랑의 요리 (1)
그가 만족할 만한 요리는 흔하지 않다.
승우가 괴식의 신으로 등극한 이후 그를 만족시킨 요리는 매우 적었다.
그중에서 적대하던 놈, 혼내주려고 벼르던 놈이 요리로 무마한 경우는 딱 한 번. 한유성뿐이었다.
그나마도 요리의 효능이나 맛 때문이 아니라 홍룡의 후손을 위한 눈물겨운 지렁이 쑈를 보고 불쌍해서 넘어가 준 경우라, 실질적으로는 없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확률을 과연 뚫을 수 있을까?
못 뚫었다.
시도도 할 수 없었다.
요리를 대접하겠다고 말하는 제자를 향해 승우가 웃으면서 말하길.
“아냐, 쉬어. 내가 해줄게.”
“예? 예? 아니, 스승님, 제가 해야지요. 먼 길을 오셨으니 시장하실 텐데…….”
“아니야. 나 별로 배 안 고파. 오히려 너야말로 하루 종일 하늘에 떠 있었잖아? 가기 전에 배는 채워야지.”
가기 전에 배는 채워야지?
어디를 가기 전에?
말하는 방식이 매우 무섭다.
조곤조곤, 상냥하게 말하니까 더 괴리가 심하다.
죠르주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물었다.
“저기, 스, 스승님? 제가 생각하는 그런 의도는 아니죠? 그냥 사랑하는 제자에게 밥 한 끼 주는 거죠?”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더라. 현직 무당이 한 말이니까 진짜겠지.”
죽이려나 보다.
진짜로 죽이려나 보다.
승우의 진심이 느껴졌다.
진심으로 국왕인 자신을 죽인다고 선언한 것이다.
죠르주는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적하게 둔 적이 없었다.
그는 왕이고, 권력이었으니까.
하지만 개길 사람을 보는 눈치 정도는 있었다.
지금 개기면 100% 당장 죽는다.
큰 소리를 내도 죽고 허풍을 쳐도 죽으며 공갈을 쳐도 죽는다.
이 사람에게는 그런 잡스러운 일이 통하지 않는다.
1년 남짓한 제자 생활이었지만 위계질서가 몸에 새겨졌다.
아버지보다도 스승님이 무섭다.
죠르주가 기겁하며 넙죽 엎드렸다.
“으아아아악! 스승님! 살려주세요!”
“쓰으으읍. 누구신데 자꾸 스승이라고 부르세요. 너 같은 제자 둔 적 없어요.”
“잘못했습니다!! 진짜 잘못했어요!”
“뭘 잘못했는데?”
“스승님의 아일루로스인 걸 모르고 횡령했습니다. 다시는 안 하겠…….”
“그럼 다른 아일루로스의 돈은 횡령하겠다는 걸까? 응?”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아니로 시작하는 말은 안 듣는 거 알지?”
“…….”
망했다. 제대로 헛발질했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요리 도구가 세팅되기 시작했다.
저승길 가는 요리를 만드나 보다.
먹으면 죽는다.
어릴 때 스승이 만들어주는 요리를 먹고 사경을 수없이도 헤매봤다.
지금은 괴식의 신이라니 효과가 강해지면 강해졌지 약해지진 않았을 터!
죽는다는 예감이 확확 치밀어 올랐다.
죠르주는 입술을 깨물고는 바닥을 뒹굴었다.
이렇게 된 거 살길은 땡깡뿐이다.
“으아아아아! 살려줘요! 살려주세요!”
“…얌마, 시끄러워.”
“우에에에엥!”
그의 약점은 두 개.
첫 번째였던 요리는 통하지 않았다.
먹어줄 기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요리가 안 통하면 어쩔 수 없지.
그의 나머지 하나의 약점은 어린애다.
이제는 그 수밖에 남지 않았다.
‘기억을 살려라.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거다!’
죠르주는 유아퇴행이라는 비장의 수를 사용했다.
아레스도 포세이돈도 차마 염치가 없어서 사용할 수 없었던, ‘응애. 나 아기. 맘마조.’ 작전이었다.
어린애처럼 울고, 바닥을 뒹굴면서 떼를 쓴다.
어렵지 않았다.
죠르주는 알아주는 악동이었다.
떼쓰는 것은 자신이 있다.
“…….”
효과는 과연 훌륭했다.
승우의 미간에 힘줄이 솟아올랐다.
“야, 앉아봐라. 너 이 자식아, 내가 너를 그렇게 가르쳤냐?”
“응애…….”
“너 지금 나이가 몇이냐?”
죠르주는 겉보기로는 상당히 젊었다.
금발의 푸른 눈, 미청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신의 피가 4분의 3을 넘긴다. 그래서 노화가 늦다.
거기에 왕가의 비전 음식까지 먹고 살았으니 불로불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도 누구나 나이는 있는 법.
죠르주의 나이는 50을 훌쩍 넘었다.
그가 승우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을 머뭇거리자 승우가 인상을 썼다.
“너 50살이 넘었잖아.”
“으, 응애…….”
나이를 기억하실 줄이야!
감동받아야 하는 부분인가?
“죠르주 아스트레이드 9세.”
“으……. 으으. 풀 네임으로 부르지 마세요. 무서워요.”
“쓰읍……. 내가 살던 곳에서는 50이면 지천명이라고 한다. 지천명(知天命), 슬슬 하늘의 이치와 명을 안다는 말이야. 살 만큼 살았다는 뜻이지. 근데 내 제자라는 놈이 지금 지천명이 넘은 주제에 응애거리네? 응애?”
뭔가 작전이 실패한 것 같다.
확실히 50이 넘은 나이로 이것은 무리수였지.
‘30년만 어렸어도 통할 작전이었는데…….’
너무 늙어버렸다. 이제는 쓰면 안 되는 작전이었다.
죠르주는 늙음을 통감하며 이마를 짚었다.
승우의 잔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밥만 먹이고 돌려보내 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엑?”
“정신머리가 이 모양이니까 나라가 이 꼴이고, 횡령이나 하는 거야.”
“에엑!”
“내가 네놈 정신머리 고쳐놓고 만다.”
“에에엑!?
진짜 망했다.
그냥 밥만 먹고 말 것을 자폭을 해버렸다.
‘나는 꽤나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멍청한 거 아닐까?
죠르주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신문지가 정수리를 강타했다.
“말하는데 다른 생각을 해?”
“아닙니다.”
“그럼 내가 틀렸다는 거야?”
“맞습니다.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여유가 있네? 응? 여유가 넘치셔.”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끝이야?”
“잘못했습니다…….”
“잘못은 다시 안 할 때가 잘못이고, 너는 또 실수할 거잖아?”
“안 하겠습니다.”
“말로만?”
………
……
…
발동이 걸린 스승은 막을 수 없다.
카젤이 현명했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는 게 아니다.
야속하게도 시간이 가지 않는다.
잔소리가 시작된 지 3일은 지난 거 같은데, 아직 3분이다.
죠르주가 피눈물을 흘렸다.
* * *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에는 리히텐슈타인 공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다.
아주 작아서 한국의 도시 정도의 규모고 현재의 인구는 사만 오천 명 남짓.
이 나라는 대재앙이 터진 당시에 큰 피해를 입은 국가 중 하나였는데 무려 인구의 절반이 죽었다. 군사력이 거의 없었고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끼인 이중내륙국이기에 지원을 받기 힘든 까닭이었다.
그렇게 많은 피해를 낸 대재앙이 끝난 후. 리히텐슈타인에게는 좋은 일이라고는 없었다.
사람도 부족하고 인프라는 망가졌다.
얼핏 이 나라는 이대로 끝나나 싶었다.
망명자가 줄을 이었다.
안 그래도 적었던 인구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 와중에 주혁진이 리히텐슈타인에 관심을 가졌다.
리히텐슈타인의 주산업은 금융업이다.
낮은 세금을 무기로 삼아서 전 세계의 기업과 부자들을 유혹한다.
낮은 상속세, 법인세, 재산세, 사회보장세, 안전보장세, 증여세는 너무나 매력적인 것이다.
앞다투어 부자들이 모였고 그 결과 인구수 사만 오천 명 중 외국인 비율이 85%였으며 등록된 페이퍼 컴퍼니, 유령회사가 이미 10만 개가 넘는다.
국가가 보장한 탈세다.
이 나라는 아직 쓸모가 있다.
주혁진이 바로 손을 썼다.
나라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력으로 쿠데타를 일으킬까.
아니면 부정한 방법이라도 상관없으니 투표권을 획득해서 대통령을 노려야 할까. 어느 쪽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쉬운 길이 있었다.
리히텐슈타인 공국.
공국이라 함은 공작이 다스리는 나라라는 의미다.
공작, 공작 하나만 어떻게 하면 된다.
양심의 가책도 느낄 필요가 없었다.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지배자인 애덤 공작은 아주 썩어 빠진 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대재앙이 터지자마자 자신의 재산과 가족을 챙긴 채 스위스로 비밀 망명을 떠났다.
망명을 해서라도 살아보고 싶었던 의지가 덧없게도, 그는 리비의 손에 의해 암살당해서 누구보다 빠르게 죽을 수 있었다.
공국의 지배자, 공작의 빈자리를 주혁진이 만든 안드로이드가 채웠다.
본래부터 무능하기도 했고 다른 정치적 입지를 가진 자들도 대재앙 통에 빠르게 손절하고 떠난지라 안드로이드가 대체해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렇게 국가수반을 정비하고 점령하고, 공국을 손에 넣는 것에는 3주가 걸리지 않았다.
그 후 주혁진은 전 세계의 부자들이 모이는 금융국가를 얻었다.
그는 모든 자금의 흐름을 꿰찰 수 있게 됐다.
자연히 이곳이 그의 비밀 은신처가 되었고 보금자리가 되었으며 전선기지가 되었다.
“이쁘다아…….”
달리는 자동차 안, 은하가 멍하니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리히텐슈타인 공국은 실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유럽풍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고귀하고 화려하다.
넘치는 돈으로 재해복구사업까지 끝낸지라 그 아름다움에는 조금의 손상도 없었다.
무엇보다 지리적으로 알프스 산맥 끝자락에 위치해서 자연경관이 환상적이다.
얼마 없는 짧은 가족 휴가를 이런 멋진 곳에서 보내다니!
은하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그에 반해서 백소향의 눈에는 조금 걱정이 서렸다.
그녀가 조용히 주혁진에게 물었다.
“괜찮을까요? 여기는 지금까지 못 오게 하셨잖아요.”
“이제는 괜찮을 겁니다. 보안상의 문제도 해결했고 제가 사는 곳을 보고 싶었잖아요? 가족들이 걱정하는 상태로 둘 수는 없으니까 기회를 봐서 한번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그건 그렇지만요. 걱정돼서 그렇죠.”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많은 숫자도 아니다. 고작 셋이다.
가족 셋이 모이는데 이리 걱정을 해야 하다니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됐을까.
백소향은 어린 소녀 시절부터 주혁진의 팬이었다.
그는 원래 프로게이머였다.
그러나 손목의 이상이 발견되어 은퇴하고 게임 회사의 사장이 되었다.
그런 사람이 모종의 사건을 겪고서 세계적인 기업, 사이버 다인의 총수가 되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보통 사람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인생이다.
그런데 지금의 주혁진은 국제기구, 세계헌터협회.
ISAC의 총장이다.
게임만 하면 즐거워하고,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행복해하던 사람이 이제는 모든 사람의 목숨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사람 인생이라는 게 알다가도 모르는 거라고 하지만 너무 굴곡이 심하지 않은가.
주혁진의 능력은 군계일학이다.
그보다 뛰어난 사람은 본 적도 없다.
그렇지만 뛰어나다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희생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가족과 만나는 일도 쉽게 할 수 없다.
제일 좋아하는 게임을 하거나 만드는 일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이 사람이 취미 생활이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 시간에 사람이 죽는다.
더군다나 보기와는 다르게 섬세한 사람이다.
양심에 켕기는 일은 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세계를 위해서, 사람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손을 더럽히고 있다.
백소향도 대명이라는 큰 기업의 총수인 만큼 세상 일이 착한 일만 하고서는 돌아가지 않는 걸 안다. 더러운 일은 필요불가결하다.
하지만 그래서 화난다.
내 남자가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는데 도와줄 수단이 없다.
“치…….”
백소향이 살짝 입을 내밀자 주혁진이 웃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말고, 은하를 보세요.”
“예? 어머나…….”
은하가 창밖을 보며 빠져들 듯이 집중하고 있었다.
무엇을 보나 했더니 시장을 본다.
“리히텐슈타인은 자본가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시장이 화려한 편이죠.”
“그러네요. 여보, 어째 은하가 보는 곳이 이상하지 않아요?”
“그러고 보니 왜 저런 곳을 보고 있을까요.”
은하가 빤히 보는 곳은 시장 구석의 식품 판매대였다.
손님은 없고 있는 거라고는 한숨만 푹푹 쉬는 주인뿐.
지나가는 사람은 많은데 손님은 없다.
파는 물건이 죄다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대체로 몬스터의 고기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잠깐, 몬스터 고기?
헉, 하고 부부가 당황하는 순간이었다.
은하가 천사 같은 미소로 말했다.
“아빠, 엄마! 제가 요리해 드리고 싶어요!”
설마…….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