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83)
괴식식당-283화(283/613)
283화. 사랑의 요리 (2)
리히텐슈타인은 부자 동네다.
하지만 모두가 다 잘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심한 곳이다.
공국이기에 공작가의 사람들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공작가의 자금으로 나라가 돌아가기에 세금이 낮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극명하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막상 부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공작가의 사람들은 재산을 가지고 오스트리아나 스위스에 망명을 신청하려다가 말살 당했다. 빈이나 오스트리아에 있던 은닉 재산까지 포함하여 그들의 모든 재산은 모두 주혁진이 강탈했다.
주혁진은 넘치는 돈을 무기로 리히텐슈타인의 정책을 주도했다.
어떠한 법이라도, 정책이라도 처음 시행할 때는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는다.
그러니 다른 나라에 적용하기 전에 여러 가지 새로운 법령을 시험하려는 의도였다.
금융법과 헌터에 대한 법, 이민자와 이주자에 대한 법 등등.
개선하고, 적용하고, 개선하고의 반복이다.
그렇게 시행된 수많은 법령 중에 몬스터의 식재료를 가공하고 유통하는, 몬스터 식자재에 대한 법령이 있었다.
괴식학원의 발족에 맞춰서 인식을 바꾸고 숨겨진 인재를 찾으며, 이런저런 불상사를 대비하는 연습이다.
백소향이 앓는 소리를 냈다.
“지금 같은 상황도 그 불상사에 해당하는 거겠죠?”
“은하의 보호자가 그 사람인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후, 아무리 저라고 해도 이런 상황까지 예측한 것은 아닙니다.”
은하가 유승우에게 보호받기는 했지만 설마 요리하는 것도 배웠을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안 먹고 잘 버텼는데, 딸이 해주는 요리로 괴식을 시작하게 되다니 본의가 아니다.
애초에 주혁진은 엄청난 미식가였다.
식탐도 많았다. 워낙 못 먹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맛없는 요리를 먹으라는 말은 고문을 받으라는 뜻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맛없는 요리는 먹기 싫지만, 딸의 요리니까 어쩔 수 없네요.”
딸이 해주는 요리다.
아버지로서 감격적인 순간이지 않은가.
“괴식만 아니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련만…….”
두 부모가 걱정하는 것도 모르고 은하는 신이 났다.
아버지, 어머니와 같이 휴가를 보낸다.
“헤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은하가 시장에서 사온 한 아름의 요리 재료를 들고 총총 주방으로 걸어갔다.
주방은 꽤나 넓었고 잘 관리가 되어 있었다.
“영차.”
은하가 의자를 놓고 올라가서 선반을 정리했다.
조미료도 확인하고, 도마랑 칼도 확인한다.
하는 김에 인덕션도 확인해 보고 삼촌처럼 스윽 하고 손가락을 뻗어서 먼지가 있나 없나도 확인한다.
“요리는 깔끔해야 된다고 했어요.”
삼촌이 말하길 요리의 첫 번째는 효과도 맛도 아니라 위생이라 했다.
깔끔한 환경에서야말로 좋은 요리가 나오는 법이라나?
“움움. 완벽해요.”
잘은 모르지만 먼지가 조금도 묻어나지 않았다.
아주 깨끗한 게 분명하다.
여기의 살림을 도맡아서 해주는 안드로이드 고양이, 나비의 힘이겠지.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집사 고양이 로봇의 이름도 나비였다.
귀엽지만 진짜 나비에 비하면 조금 작고 평범한 고양이처럼 보인다.
그리고 의외로 쌀쌀맞다. 안드로이드 나비는 아빠만 좋아한다. 엄마조차도 사이가 좋지 않다.
“앗. 다른 생각했다. 집중해야지.”
은하가 고개를 흔들고 기합을 넣었다. 요리를 할 거다.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면서 큰 보울을 꺼냈다. 자기 머리보다도 큰 보울을 잘도 꺼내서 흔들어 본다.
주혁진이 탄식을 하다가 흐뭇하게 웃었다.
“보셨습니까? 손길이 야무지기도 하군요. 역시 우리 딸…….”
“결혼하기 전에는 이런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의외로 혁진 씨도 꽤나 딸 바보란 말이에요.”
“그……. 음. 크흠.”
“하지만 귀여운 것은 인정해요. 우리 딸은 정말 귀엽죠.”
딸이란 참 신기한 생명체다.
숨만 쉬어도 귀엽다.
보아라, 저 자기 머리보다 큰 보울을 흔들며 커다란 개구리 뒷다리를 넣는 모습을.
크기가 안 맞는다고 울상을 짓다가도 썰어서 넣으면 돼요! 하고 다시 의욕을 낸다. 아주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근데 저 개구리 뒷다리는 왜 저리 커.’
정신을 퍼뜩 차린 백소향이 주혁진의 팔을 톡 쳤다.
“저 큰 개구리 뒷다리는 뭐예요?”
“자이언트 프로그 같군요.”
“자이언트 프로그? 커다란 개구리라니 성의 없는 이름이네요.”
“이름은 개체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나타내는 겁니다. 대단한 몬스터일수록 거창한 이름이 붙지요.”
자이언트 프로그, 커다란 개구리.
아주 보이는 그대로의 이름이다.
“그렇다면 별로 대단한 몬스터는 아니라는 거네요?”
“그냥 커다란 개구리입니다. 약간의 독성이 있고, 덩치가 커서 성인 남성을 삼킬 정도라는 게 특이하지, 개구리와 다를 바도 없는 몬스터예요.”
“저런 게 왜 시장에서 팔리고 있었을까요?”
“그다지 레벨이 높은 몬스터가 아니라 약한 헌터도 잡을 만해서 그렇습니다. 레벨 낮은 헌터가 푼돈벌이를 하려고 팔았나 보군요.”
A섹터처럼 완벽하게 통제되고 ISAC가 독점하는 곳은 드물다.
리히텐슈타인은 자유 시장 경제에서 헌터들의 반응이나 법률, 제도를 시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ISAC의 입김보다는 개인, 길드 헌터의 영향력이 강했다.
게이트는 얼마든지 열리는 법이고, 사냥한 몬스터의 고기도 얼마든지 시장에 풀린다.
하지만 시장에 풀린다고 해서 시장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거대 개구리 고기의 시장가치는 한없이 0에 가깝다.
“안 팔릴 법도 하네요. 얘는 왜 저런 걸 사왔담.”
“그러게 말입니다.”
“맛은 어때요?”
“제가 먹어 봤을 거 같습니까?”
“끄응, 이제는 그냥 제발 평범한 요리가 나오길 바라야겠군요.”
자식이 해주는 음식이다.
뭐가 나와도 기쁘게 먹는 것이 부모의 소임이겠지.
문제는 ‘뭐가’ 나올지 진짜 모른다는 거지만.
백소향과 주혁진은 조용히 상비 의약품 상자를 뒤졌다.
미리 약이라도 먹어두려는 생각이었다.
* * *
승우는 은하에게 개구리 요리를 해준 적은 없었다.
하지만 평소에 시간이 나면 세계 각지의 특이한 요리나 테라의 요리를 가르쳐 주곤 했는데, 그 요리 중에 개구리 요리가 있었다.
[개구리 요리는 선입견과는 다르게 전 세계적으로 꽤 인기가 있어.]베트남에서는 개구리를 못 먹으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즐겨 먹던 식재료라 했다.
맛은 닭고기와 비슷하고 영양은 풍부하다. 못 먹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특히 프랑스에서 많이 먹어.] [예? 프랑스요? 의외네요!] [의외야?] [프랑스는 조금 더 음, 막막 화려하고 멋있는 느낌이라서 개구리가 안 어울려요.]삼촌이 배를 잡고 웃었다.
[프랑스와 영국은 알아주는 기행의 나라지.] [기행?] [이상한 일을 많이 한다는 뜻이야.]프랑스와 영국은 창의성이 넘치는 나라다. 재기 넘치는 사람들이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또 새로운 요리를 창조한다. 그러나 결과물은 전혀 달랐다.
[영국은 과묵하고 딱딱한 사람들이 가끔 선을 넘는 식으로 기행을 하는데, 예를 들자면 파이에 정어리를 그냥 박아버린다던가… 하는 식으로 무참한 요리를 만들지.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별로야. 맛도 없고 효과도 없고 요리로서도 괴식으로서도 완성도가 떨어지지.] [으엑…….] [그런 반면에 프랑스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잘 안 먹는 재료로도 많은 요리를 하지. 너도 먹어본 달팽이 요리의 원조가 바로 프랑스야.] [달팽이는 맛있었어요.] [그래. 프랑스는 맛이 있다면 상식이나 겉모습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 개구리는 그런 프랑스에서 인정한 식재료야. 아주, 맛있지.]개구리는 영어로는 frog라고 하는데, 앞의 f를 대문자 F로 바꿔서 Frog라고 쓰면 프랑스인 남자를 뜻하는 말이 된다. 물론 상당히 멸칭에 가까운 말이라 대외적으로 쓸 법한 단어는 아니지만 그만큼 프랑스인이 개구리 고기를 좋아한다는 의미다.
삼촌이 소개해 주는 개구리 요리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맛있고, 칼로리는 적어서 살이 찔 위험이 적어. 그러면서 영양소는 풍부해. 거의 완전식품에 가까울 정도지.] [그렇게 좋은데 왜 다들 안 먹죠?] [그러게. 그 좋은 걸 왜 안 먹나 몰라. 어쨌든 몬스터 중에서도 커다란 개구리가 있어. 몬스터지만 그냥 개구리와 아주 닮았고 조리법도 같아. 먹으면 그럭저럭 맛도 좋고 효과도 좋지. 나중에 시장에 나오면 한번 해줄게.]유감이지만 한국에서는 커다란 개구리를 본 적이 없었다.
너무 낮은 레벨의 몬스터라 거의 출현을 안 하는 탓이다.
그리고 만약 나오더라도 헌터가 아니라 총을 든 군인 선에서 정리가 되기 때문에 시장에 나올 일은 없다.
그래서 반쯤 생각을 접어둔 거대 개구리 고기다.
그 녀석을 지금 운명처럼 아빠의 출장지에서 만났다.
“응. 이건 킬각 오지는 부분이에요!”
“큽!”
가만히 지켜보던 부모 둘이 사레가 걸려서 컥컥거렸다.
다급하게 주혁진이 물었다.
“으, 은하야, 그런 말은 누구에게 배웠니?”
“어떤 말이요?”
“그 킬각이랑 오지… 는 부분이라는 말.”
“이거요? 아, 강혁이 오빠가 가르쳐 줬어요. 이럴 때 쓰는 말 맞죠?”
이 자식이 남의 예쁜 딸에게 뭔 말을 가르치는 거야!?
유승우의 곁에 두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이상한 녀석이 끼어 있었다.
“으. 으음. 예쁘지 않은 말이니까 안 쓰는 게 좋겠구나.”
“알았어요.”
주혁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물러났다.
백강혁의 연봉 협상 시기가 얼마 안 남았다.
녀석은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움움, 그럼 요리를 해볼게요!”
은하가 팔을 걷어 올리고 칼을 들었다.
보울이 너무 작아서 개구리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우선은 한 입 크기로 고기를 잘라야 한다.
슥슥슥, 고기가 재밌게도 잘려 나간다.
자른 고기를 보울에 담았다. 이제부터는 밑간을 할 거다.
“간장, 맛술, 설탕. 그리고 마늘 많이!”
이 단계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고기에 밑간을 하려면 정확하게 계량되고 계측된 단위가 필요하다.
간장은 얼마만큼, 맛술은 얼마만큼, 설탕은 어느 정도인지 마늘 많이는 대체 어느 만큼인지 확실한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승우가 가르쳐 준 레시피는 어디까지나 이런 게 있다~ 하고 소개하려는 목적이었지 진짜로 그걸 가지고 요리를 하라는 뜻이 아니었다.
하지만 삼촌이 말했었다.
“모르겠으면 대충 섞어보고 물을 타면서 맞추면 된다고 했어요!”
정 뭐하면 소스로 맛의 균형을 맞추면 되니까 짜지 않게, 너무 달지 않게만 조심하라고 했지.
은하는 순수하게 직감에 의존해서 밑간을 했다.
그럼 이걸로 끝인가?
아니다. 숙성을 해야 한다.
고기에 밑간이 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보통 개구리 고기로 해도 한 시간은 걸린다고 했는데 몬스터 개구리 고기라면 더 시간이 걸린다.
엄마, 아빠가 배가 고플 텐데! 한 시간은 너무 길다!
하지만 그조차도 별거 아닌 문제였다.
“움. 이럴 때는 이걸 쓰면!”
삼촌은 이럴 때 쓸 많은 방법을 가르쳐 줬다.
은하가 얍 하고 소리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손에 목검이 잡혔다.
아르테미스와 알리스터가 세계수의 가지로 만든 마법봉 겸 목검이다.
“이걸로 에잇!”
목검에는 편리한 마법이 많이 내장되어 있다.
몸을 지키기 위한 호신마법이나 위급할 때 공간을 이동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마법도 있고 은하는 몰랐겠지만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의 가호를 받아서 적을 요격하는 신급 마법도 있었다. 어쨌든 그런 거창한 마법 대신에 은하가 지금 쓰는 것은 간단한 생활 요리마법이다.
보울에 담겨진 개구리 고기가 파랗게 빛났다.
은하는 고기를 확인하고 기뻐했다.
이제는 이 고기를 튀기기만 하면 된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튀김기의 스위치를 올렸다.
지글지글하는 기름의 소리.
이걸로 개구리 튀김이 완성됐다.
“뭐야, 생각보다 멀쩡한 요리네요.”
겉모습도 그렇고 냄새도 그럴듯하다. 재료가 개구리라는 점만 빼면 평범한 가라아게 같았다.
백소향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데 주혁진의 표정이 이상했다.
“왜 그래요?”
“방금 은하가 쓴 목검.”
“목검이 왜요?”
“저거 신급 아티팩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