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85)
괴식식당-285화(285/613)
285화. 세상에 믿을 놈 없다 (1)
동영상의 반응은 좋았다.
그리 돈을 처바른 동영상이다.
반응이 나쁠 수가 없지.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질풍처럼 빠르게 벼락처럼 내리치며 몬스터를 도륙 낸다.
깜짝 놀랄 정도로 동영상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 특히 중간중간 모자이크 처리된 윤은형의 실루엣을 활용해서 백강혁의 활약을 돋보이게 하는 기술이 대단했다.
이만하면 누가 봐도 백강혁이 중국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다는 게, 거짓이 아님을 알겠지.
이정훈과 황지현조차도 이런 활약이라면 단숨에 60번대 랭크로 진입할 법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살짝, 저 미친놈이 멋있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정훈이 편두통과 탈모를 방지하는 혈을 꾹꾹 억누르며 말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활약이 아니라네.”
“그럼 뭔데요?”
“일반적으로 헌터가 퍼스트 오더가 되는 방식은 가산제야.”
“가산제요?”
“0점으로 시작해서 재능이나 잠재 능력, 활약이나 상부 추천. 장비 상태나 길드의 상태, 국가적인 지원 같은 변수를 점수로 환산해서 더하는 식이지. 자네의 경우는 재능과 잠재 능력이 훌륭해서 많은 점수를 받았어.”
예전의 백강혁 정도 되는 헌터는 의외로 상당수 있었다.
퍼스트 오더가 되겠다고 으르렁거리는 녀석들을 추리고 추려서 뽑으면 백 명은 가볍게 넘는다.
그런데도 그런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백강혁이 100위에 있었던 것은 슈퍼스타라는 이능력의 잠재성, 성장 동력을 높게 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 한국인이고 스타성이 있다는 점이 상당히 점수를 받았지.”
백강혁의 입이 샐쭉 나왔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뭐예요!”
“퍼스트 오더가 되는 방법은 가산제지만, 퍼스트 오더가 된 후는 달라. 공적을 측정하고 보상을 정할 때는 가산제와 감점제를 동시에 사용한다네.”
“감점제는 뭔데요?”
“애초부터 100점을 주고 결격사유가 있을 때마다 점수를 빼는 방식이라네.”
“아니! 내가 뭐! 감점 당할 게 어디에 있다고!!”
이정훈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감전 당할 게 없다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때문에 황지현이 대신 답했다.
“우선 품위 유지 미숙으로 ?5점.”
“내가 뭐 했다고 품위 유지 미숙이야!”
“퍼스트 오더로서 위신을 자주 망쳤잖아요. 괜히 음식점 가서 패악질 부리고 시민이랑 드잡이질 하고, 관광지에서 술꾼들이랑 맞짱도 뜨셨던 분이…….”
“그건 옛날 일이잖아! 요즘은 안 했어! 그리고 다 찾아가서 사과도 했다고!”
“그건 그러네요. 그럼 다음으로 감점을 많이 받은 것은…….”
“것은……!”
“입이네요.”
“입?”
황지현이 검지로 톡톡 스스로의 입술을 건드렸다.
“입방정이요. 평범하게는 유출이나 기밀 누설을 말하는 건데, 오더는 그런 일은 전혀 안 했지만 워낙 말을 막하시잖아요?”
“그건… 부정하기 힘들군.”
“그나마 양심은 있네요.”
“하지만 요즘 입방정 떤 거라고 해봐야 시라노 형이랑 싸운 거 정도고, 영창도 함 간 후에 당사자랑 잘 화해했는데?”
“그래요? 근데 상부는 다르게 생각하나 봐요.”
“상부우우? 아놔, 우리 시라노 형이 괜찮다고 하는데 누가 지랄인데. 내가 말여, 우리 형이랑 밥도 같이 묵고 사우나도 가고 으이? 다 했어!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확 그냥 우리 형에게 찔러섬마!!”
지랄?
확 그냥?
찔러서?
이러니까 말조심하라고 하지.
이정훈과 황지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백강혁이 호통을 쳤다.
“어디 사는 놈이야!”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러니까. 오더 눈으로 직접 봐요.”
황지현이 서류를 보여줬다.
[슈퍼스타 백강혁 연봉 동결 명령] [사유: 입조심 하라고 해라.] [명령자: 주혁진.]커다랗게 새겨진 총장의 직인을 보고 백강혁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정훈이 피식 웃었다.
“저 녀석 지금 뭐라고 했지?”
“지로 시작해서 랄로 끝나는 말을 하신 거 같은데요.”
“총장님한테?”
“에이, 설마요. 잘못 들었겠죠.”
“그 다음에는 뭐라고 했지?”
“시라노 장군에게 찔러서 뭘 어떻게 해보려고 하나 봐요.”
“청탁인가?”
“간도 크네요.”
황지현이 그를 따라 웃으며 말하자 백강혁이 황급하게 입을 막았다.
그가 우물쭈물거렸다.
“아니, 그게. 음…….”
“배짱도 좋으셔.”
“누, 누가 그게 총장님인 줄 알았냐.”
“총장님을 알아보는 정신은 있는데, 왜 다른 사람에게는 막말을 하실까.”
백강혁이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진짜. 입이 웬수다.
녀석이 쭈글이가 된 걸 확인하고 이정훈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럼 지부장으로서 확실하게 자네에게 통보하겠네. 올해의 연봉은 전해의 연봉과 동일하게 동결 처리 하도록 할 것이며 이 동결 처리는 특별한 공적이 생기거나, 랭킹의 변동이 있다면 그때 다시 상의하도록 하는 걸로 하겠네. 이에 반론은 있나?”
막 2초 전에 입놀림을 잘못해서 총장에게 실수를 한 참이다.
반론이 있겠냐?
“크흑……. 없습니다.”
피눈물을 흘리며 백강혁이 쓰러졌다.
* * *
“우씨…….”
백강혁이 툴툴거리면서 자리에 앉았다.
“다시 생각해 보니까 억울하네.”
말실수를 하긴 했다.
지부장과 황지현 앞에서 총장을 씹는 미친 짓을 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말이지, 내가 뭐 죽을죄를 지었나. 나쁜 짓을 했나.
기밀을 유출하길 했나. 조금 그냥, 진짜 조오오오금 말실수를 한 것뿐이지 않은가. 그걸로 연봉 동결이라니 너무하지 않나?
“대머리도 대머리지만 와, 부관이 진짜. 아우. 믿었는데 바로 배반 때리네. 간신이여, 간신.”
“…….”
“기회만 있으면 상관을 때려눕히려고 하는 부하를 어떻게 생각해, 아들?”
“뒈져.”
아레스가 초췌해진 얼굴로 그를 봤다.
녀석이 아주 상쾌한 얼굴로 어깨동무를 해왔다.
그것을 쳐내도 녀석이 대수롭지 않게 말을 잇는다.
“내가 이렇게 인복이 없다.”
“…….”
“그러니까 아들이 나를 잘 받쳐줘야 해. 그리고 어머니를 주십시오.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제발. 제발 꺼져라. 아들이라고 하지 말라고 골백번은 말했는데 내 말을 듣고 있냐?”
“희라 누나는 오늘 안 와?”
“말을 하면 들어!”
“누나, 보고 싶다. 아들도 엄마 보고 싶지?”
“그만! 그만하라고!”
벽 보고 대화해도 이리 답답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레스는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전)전쟁의 신으로서의 위엄은 이미 사라졌다. 기품도 잃었고 명예도 잃었다.
지금의 아레스는 인간형 토목 장비 취급이다.
빌어먹을 큰 형 헤파이스토스의 명령대로 몇 톤짜리 철근을 들고 나르고 박고, 공구리를 친다. 그리고 남는 짜투리 시간에 숨을 돌리고 있으면 이렇게 미친 인간이 다가와서 넋두리를 한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도 없다. 녀석이 다가오니까.
토목 장비 취급은 참을 수 있다.
굴욕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은가.
하찮은 필멸자가 맞먹으려고 드는데 저항할 수도 없다니!
“아들, 우리가 지금 하루 이틀 본 게 아니잖아. 살갑게 반겨주면 안 돼?”
“제기랄! 친한 척 그만하란 말이다!”
“에휴, 좋으면서 빼기는. 아들이라고 하나 있는 게 이리 새침해서야 아빠가 힘들다.”
“제발, 제발…….”
이게 꿈이라면 깨다오.
차라리 유승우에게 뒤지게 맞는 게 나았다. 맞으면 치료하면 된다. 죽어도 좋다. 죽으면 되살아나면 된다.
예전의 아레스는 승우의 강한 힘을 두려워했고, 죽음을 무서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은 하나도 무섭지가 않다.
진정으로 무서운 것은 말이다.
언어의 폭력은 낫지를 않는다.
저 백강혁이라는 미친 인간이 친한 척을 할 때마다, 아들이라고 할 때마다 온몸에서 수억 마리의 던전클리너가 기어 다닌다.
녀석과 수억 마리의 던전클리너가 있는 풀장 중 하나만 고르라면 차라리 풀장에 뛰어내리는 게 백배 낫다.
‘죽이고 싶다.’
생각 같아서야 단매에 쳐 죽이고 싶다.
그러나 녀석은 유승우의 화신이다.
감당이 되질 않는다.
‘이것은 너무하지 않나, 검의 용사여!’
더욱더 슬프고 분통 터지는 일은 이 상황이 아레스에게 죽음보다도 고통스럽다는 것을 유승우도 안다는 거다.
이성을 잃고 백강혁을 죽일까 다짐하는 순간 나타나서 ‘처신 똑바로 해라?’ 하고 사라질 때는 정말 심장마비로 쇼크사할 뻔했다.
약간의 신력과 마나를 끌어올리는 것조차도 감지하는 무서운 감지력. 그리고 순발력!
‘괴물 같으니…….’
유승우는 이 모든 일을 알면서도 그냥 방관하고 있다.
아레스가 괴로워하니까!
이것은 복수다.
음험하기 짝이 없는 복수!
이리 잔혹한 복수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마왕이라 할지라도 이러지는 않을 터인데, 어찌 용사였던 자가 이럴 수가 있을까.
‘죽고 싶다.’
하루하루.
아레스 인생의 최악의 날이 연일 갱신된다. 매일 지옥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여기가 바로 지옥이다!
“에잉. 연봉 동결된 건 너무 짜증나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내가 참아야지.”
“…….”
“나 완전 호구 같지 않아?”
“…….”
“에휴. 내가 진짜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참아준다.”
“부탁이니 죽어다오.”
“에헤이. 삭막한 소리를 하네. 내가 오늘도 아들을 위해서 특별히 간식도 가져왔어.”
아레스의 눈썹이 움찔했다.
녀석은 올 때마다 검의 용사에게서 간식을 사온다.
“간식……?”
아닌 척, 아레스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숨길 수도 없이 입가가 실룩거렸다.
간식. 간식. 간식이야말로 지옥 같은 하루를 버티는 유일한 기쁨.
사막의 오아시스. 가뭄의 단비. 어둠 속의 태양.
생지옥 속에 내려오는 거미줄이다.
열받는 것은 지옥의 구렁텅이로 떠민 것도 백강혁이라는 것.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괴롭히고 간식이라니!
생각 같아서야 개수작질 하지 말라고 내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는 게, 그 간식이 진짜 어마어마하게 맛있다.
유승우가 만든 거니까 맛있을 수밖에 없고, 짜증과 고통, 서러움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니 위안이 될 수밖에 없다.
아레스가 관심 없는 척 슬쩍 옆을 봤다.
강혁이 인벤토리에서 밀폐용기를 꺼내고 있었다.
부드러운 바닐라의 향기다.
살짝 냉기가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아이스크림이겠지.
“싸장님이 새로 만드신 아이스크림인데 반응이 아주 끝내줘. 어디 가서 자랑은 못 하겠는데 이거 만드는 데 내가 한몫했거든.”
“네가?”
“엉, 이 아이스크림은 똥냄새 나는 과일로 만든 건데, 그 과일의 최초 발견자가 나란 말씀.”
“똥냄새 나는 과일……?”
계곡캠핑 중에 찾은 과일이다.
두리안의 아종 혹은 유전자 변이종으로 추정되는 이것은 엄청난 당도와 냄새를 가졌다.
승우는 이 과일을 가지고 간단하게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봤는데 그 맛이 엄청나서 입소문이 났다.
지금은 여러 기업이 달라붙어서 상품화를 하게 해달라고 애걸복걸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안 파시려나 봐. 너무 맛있어서 다른 아이스크림 시장을 완전히 부숴 버릴지도 모른대. 실제로 진짜 말도 못 하게 맛있어. 이거 먹으면 으아, 다른 아이스크림은 입맛만 버린다니까.”
“흐음, 쓸데없이 주변을 배려하는 게 놈답군.”
“어지간한 화장실보다 더 악취가 나는 과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는데 냄새는 안 나고 맛있다니, 놀랍지 않아?”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악취를 향기로 바꾸는 비술은 헤스티아도 즐겨 썼었으니까. 녀석이라면 쉬운 일이겠지.”
“그래? 여튼 먹어봐. 끝내줄 거야.”
맛있어 보이는 아이스크림이다.
녀석이 가져오는 간식은 몇 번을 먹어도 긴장된다.
예전에 먹은 테오도르의 충격적인 맛과 파괴력이 떠올라서다.
간식에까지 수작을 부리지는 않았겠지.
“흥. 불쌍하니, 조금은 먹어보도록 하지.”
아레스는 점잔을 빼며 슬며시 스푼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