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92)
괴식식당-292화(292/613)
292화. 괴식 챌린지 리턴 (2)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존과 죠르주는 승우의 요리를 보자마자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개빡세겠는데…….”
“우욱……. 스승님은 대체 뭘 만드신 겁니까.”
작품명, 리저드맨의 해초 술을 사용한 신의 모시조개 술찜.
이 술찜은 비주얼부터 장난이 아니었다.
해초 술을 사용해서 만든 육수는 질척질척한 늪 슬라임처럼 끈적끈적했는데, 화염 꽃의 열기 때문에 부글부글 끓으며 마그마 같은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박혀 있는 커다란 신은 입을 쩍 벌리고 자신의 내용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육수가 초록색이니 자연스럽게 신의 살조차도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초록색 사이로 붉은 혈관과 푸른 내장이 보였다. 초록색과 붉은색과 푸른색. 식욕을 자극하는 색은 결코 아니다. 이러한 모습도 위압적인데 온도 또한 장난이 아니다.
“뜨겁군.”
신의 껍질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치솟아 오른 붉은 꽃, 화염 꽃은 감히 형용하기 힘든 열기를 내뿜었다. 10,000도. 화염 내성이 없으면 다가갈 수조차 없다.
국물도 해초 술이 아니었다면 이미 증발했겠지.
“잘도 이런 미치광이 요리를…….”
“화염 내성 스킬이 있는 게 원망스러워진 적은 처음이야…….”
둘은 승우의 이번 괴식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
코를 벌름거리던 존이 탄식했다.
“향은 또 왜 좋은데…….”
“이 악취가 좋다고? 당신 코가 어떻게 된 거 아닌지?”
“아니. 냄새를 잘 맡아보게나.”
인상을 쓰면서 죠르주도 코를 벌름거렸다.
코끝을 자극하는 이 무거운 냄새, 뒷간에서나 맡아볼 만한 썩은 내다.
당연히 악취라고밖에 생각이 안 나는 똥냄새인데 어째선지 조금 더 맡고 싶어진다.
나에게 이런 페티시가 있었던 것인가! 죠르주가 경악하다가 이내 의아해했다.
“예전에 맡아본 냄새 같은데…….”
화장실에서야 매일 맡을 수 있는 냄새긴 하지만, 그게 아니다.
대체 어디서 맡아봤지?
“먹어본 것도 같아.”
장예은이 의문을 풀어줬다.
“이거 청국장 냄새네요.”
“청국장?”
“메주요. 썩힌 콩.”
“아! 그렇군! 콩의 발효 향이었나!”
메주의 냄새는 다른 발효 음식의 냄새보다 훨씬 강하다.
거의 대변의 냄새가 나고 심한 경우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
냄새가 구린 것은 괴식의 범주에 들어가서일까.
테라에서 썩힌 콩을 사용한 요리는 제법 고급 음식이었다.
재밌게도 유럽의 일부 지방에서도 이 냄새는 귀하게 여겨졌다. 고급 치즈의 향기이기 때문이다.
“이거 아주 귀한 냄새였군.”
“이 그윽한 향. 과연 승우야.”
이 이상한 반응에 예은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한국인인 그녀에게는 꽤 흔한 청국장 냄새인데 둘이 호들갑 떠는 걸로 보였다.
그녀는 진짜 심한 메주 냄새도 맡아본 적이 있는데 이 요리는 그 정도까지도 아니었다. 구수한 할머니 청국장 정도 수준? 식욕을 자극하는 향이다.
“일단 먹죠.”
“그래. 다들 먹자고.”
“그래야겠네요.”
셋이 긴장하며 자세를 바르게 하고 식기를 집었다.
문득, 존이 예은에게 말했다.
“길드마스터여, 화염 내성 스킬은 있는가?”
“예전에 여기서 밥 먹다가 어영부영 습득했어요. 등급은 중급이지만요.”
“중급이면 입안에 넣으면 위험할 거 같군.”
“꺼내서 식혀서 먹으면 되겠죠.”
“조심해서 먹게.”
10,000도에서 익힌 마그마 같은 요리다.
먹다가 식도가 녹아도 이상하지가 않다.
셋 다 화염내성 스킬이 있으니 죽지는 않겠지.
“일단 이 조개의 살덩어리를 먹는 건가?”
“응. 잘라서 주변의 육수 있지? 그게 스프거든. 찍어서 먹으면 돼.”
“좋았어.”
존이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나이프로 살짝 신의 살을 잘랐다.
크기가 30㎝ 정도 되는 커다란 모시조개 껍질 속살은 양이 별로 많지만은 않았다.
고작해야 손바닥 정도. 맘먹고 먹으면 몇 입 되지도 않는 양이다.
하지만 괴식이라는 게 양이 적다고 한 번에 먹었다가는 저승 구경하기 십상인지라, 조심스러운 동작이었다.
살코기가 부드럽게 잘린다. 너무 부드럽게 잘려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 살코기를 초록색의 스프에 찍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용기다. 입에 넣을 용기!
존이 씩 웃었다. 간 덩어리는 이미 예전에 내다버렸다. 안 그러면 용병대장을 해먹을 수 없다.
반쯤은 승우에 대한 신뢰도 있었다.
녀석이 못 먹을 걸 주지는 않겠지.
승우를 보자 녀석이 잔잔하게 웃었다.
“이 녀석 자신만만하기는! 효과가 나쁘기만 해봐.”
“이번 건 정말 자신작이니까 그럴 일은 없어.”
“진짜 얄밉다니까.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입안에 넣고 씹었다. 탱글하다. 식감이 마치 이리 같았다.
이리는 생선의 정소를 말하는데, 쉽게 말해서 물고기의 불알이다. 위치가 위치고 상징성이 있기에 테라에선 최고급 식재료로 친다. 부드러우면서 묘하게 단단하다. 단단하면서 부드럽다는 모순적인 식감과 그로테스크한 외견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지만 지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좋은 식재료로 꼽혔다.
‘부드러워.’
부드럽게 치아를 마사지하는 느낌이 든다. 화염 꽃으로 펄펄 끓인 덕에 아주 뜨겁다. 뜨겁고 부드러우니 식감만은 환상적으로 좋았다.
문제는 입천장을 태워 버릴 미친 뜨거움이지만 존의 화염내성은 최고급이다.
충분히 버틸 만하다.
‘좋은데?’
식감을 즐기고 있으니 코로 알싸하게 알코올이 올라온다. 해초 술의 알코올이다. 그리고 혀에 스프가 찰싹 달라붙는다.
한발 늦게 맛이 혀에 퍼졌다.
“쓰으으으으읍.”
식감은 참 좋았는데 맛은 영 별로였다.
쓰다. 너무 쓰다. 그리고 구리다.
“식감은 참 좋았는데 거, 맛이……!”
엄청난 맛에 인상이 써진다.
승우의 요리는 외견과 맛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정말 외견 그대로의 맛이었다. 해초 술을 써서 그런지 욕이 나오게 쓰고, 썩은 내처럼 맛도 썩었다.
구수하게 끓인 청국장의 맛을 기대했지만 왕창 태워먹은 메주의 맛이다.
“우에에엑!”
“맛 더럽네!”
“하, 하지만 참고 먹을 만하지 않아요?”
예은의 말대로였다.
맛이 없는 수준에서 그쳤다.
먹자마자 칠공에서 피를 뿜으며 날아가거나 이해할 수 없는 마법적인 충격으로 옷이 찢어지거나, 폭발하는 요리는 아니다. 그냥 맛없다.
그렇다면 괴식을 먹어온 사람으로서 완식을 못 할 것은 아니지.
셋은 꾸역꾸역 포크와 스푼을 움직였다. 그렇게 다 먹어갈 때였다.
“으.”
“윽!”
“앗.”
셋이 소리를 지르며 포크와 스푼을 놓쳤다. 그러고는 그들의 머리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혀를 쭉 내밀고 두 눈을 부릅뜬 채 의식을 잃었다.
마치 시체 같은 모습이다.
꼬물거리면서 티비를 보던 영식이가 물었다.
“죽었어뿌? 호떡 구워뿌?”
“안 죽었어. 그냥 기절한 거란다.”
그래도 불안하니까 코에 손을 대어본다. 호흡은 정상이다.
“좋아. 이제 시작이군.”
승우가 웃음기를 지우며 팔짱을 꼈다.
* * *
존이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누군가 뺨을 쳤다. 반사적으로 검을 꺼내 저항하려고 했는데 헛수고였다.
몸이 밧줄에 묶여 있었다.
“이건 뭐야!?”
당황해서 버둥거리는 것도 잠시.
곧 사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악의 넘치는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존! 존! 역병을 불러온 악의 축!”
“더러운 검투사!”
“수많은 사람을 죽여 온 악마!”
“나는 저자가 숨어서 달콤한 과자를 먹는 것을 보았소!”
“꿀을 먹더군!”
“이런 천인공노할 대죄인 같으니!”
“죽이자! 죽이자!”
“매달아라! 매달아!”
열광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날뛰는 마을 사람들의 눈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희생자를 보는 눈, 적을 보는 눈, 잠자리를 발견한 개구쟁이 같은 눈.
그 수많은 눈 사이로 기억에 있는 눈이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타르젤리아 축제를 시작한다!”
붉게 태양이 타오른다.
존의 눈동자에 경악이 서렸다.
방금 말한 목소리와 눈은 잊을 수가 없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장마철처럼 존을 괴롭히는 악몽의 주인공.
“촌장-!”
“세상의 악은 여기에 있다. 악을 물리치고 우리의 평화를 이룩하자!”
“왜… 왜!”
“축제라네, 존! 세상의 모든 악을 뒤집어쓰고 죽어주게. 자네가 죽으면 악이 사라져. 악이 사라져야 우리가 살 수 있다네. 억울하면 자네의 신앙을 탓하게! 그리고 맛을 탐한 혀를 원망하게!”
그가 죽던 날의 풍경이다.
존은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그래도 악몽은 끝나지 않는다.
* * *
존이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입에서는 거품이 흐르고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른다.
승우는 손수건으로 그것을 닦아주었다.
“존은 맞서 싸우기로 했군.”
기절한 존이 이를 악물고 주먹을 말아 쥔다. 인상을 쓰고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이 반응이 매우 기껍다. 하지만 그런 한편 씁쓸하기도 하다.
“쯧. 역시 타르젤리아 때의 기억인가.”
신은 꿈을 먹는다. 리저드맨의 해초 술을 사용한 신의 술찜 요리에는 그 성질이 그대로 녹아나 있다. 이 요리를 먹은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최악의 악몽을 꾸게 된다.
“당연하겠지.”
자신이 알고 있던 마을 사람이 모두 단결하여 언어적으로, 육체적으로 폭력을 가한다.
최악의 경험일 수밖에 없다.
존은 멀쩡해 보였지만 사실은 아직도 사람을 무서워한다. 5명 이상 모이면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오른팔을 떤다.
그래서 다수의 사람이 투입되는 작전에서는 실력의 절반도 발휘하질 못한다.
“트라우마란 간단하게 고쳐지는 게 아니니까.”
죽었다 살아나면 몸의 상처는 고쳐져도 마음의 상처 남는다. 마음의 상처는 영혼의 균열이나 암 세포 같은 것이라 언제 벌어질지 언제 전이할지 모른다.
그러니까 지금 승우가 하는 일은 마음의 수술이었다.
“상처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지.”
근육은 상처를 입고 회복하면 더욱 커진다. 이것을 초회복이라고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상처를 극복한다면 더 단단해진다.
“레벨 업도 상당히 할 수 있을 거야.”
신은 꿈을 먹는다든가, 번식력이 좋다든가 하는 여러 가지 악질적인 요소가 있는 유해 몬스터다. 그런데 녀석이 유해하다고 판정되는 가장 큰 이유는 별 게 아니다. 주는 경험치가 너무 짜다.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이다.
하지만 승우는 알고 있었다.
“신을 진정으로 이기려면 꿈에서 이겨야 해.”
몽마의 육신은 이겨봐야 별 거 없다.
놈들을 꿈속에서 굴복시켰을 때야말로 진정으로 이긴 것이다.
신은 몽마이면서 동시에 용의 아종이다. 어쨌든 용이라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신을 꿈에서 이긴다면 보통 몽마와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드래곤 한 마리를 온전히 혼자서 물리친 것이니 엄청난 레벨 업을 하겠지.
“이겨내라.”
신들에게 협박을 당하는 와중에도 승우를 위해서 신과 적대하는 걸 고를 정도로 심지가 굳은 남자다. 존은 이길 것이다. 그리 판단했다.
“그리고 너도.”
승우가 장예은의 이마를 닦아줬다.
그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결코 먹을 수 없었던 괴식을 연속으로 도전해서 이겨냈었다. 그녀는 보기보다도 훨씬 강한 의지를 가졌다.
“으-으으으! 우, 웃기지 마!”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역시 맞서 싸우기로 한 모양이다.
“바, 반등할 거야. 반등할 거라고. 2000층에 내가 물렸는데!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어! 머, 머스크 개새끼! 내가 그 새끼가 화성 가게 둘 거 같아?!”
“응……?”
“여, 영차! 여, 영차! 3000층 가즈아아아! 반포자이가 보인다아아-!”
“얜 대체 뭔 꿈을 꾸는 거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의지는 느껴졌다.
이만하면 트라우마를 극복하겠지.
그에 반해서 죠르주는 잠잠했다.
“죠르주는 좀 걱정이네. 하지만 뭐, 실패해도 어쩔 수 없지.”
실패했다고 해서 죠르주를 탓할 생각은 없다. 자신의 악몽과 맞서 싸우는 일은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영웅이라고 불리는 인종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영웅이 아니다.
그렇기에 트라우마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삭히고 딱지가 붙기를 기다려야 한다.
“실패하는 게 평범한 거야.”
따라서 이 요리는 자칫 잘못하면 상당히 가학적이고 거만한 요리가 된다.
모든 사람에게 트라우마와 맞서 싸우라고 하는 것은 오만이다.
사람의 마음에 흙발로 들어갈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었고 신에게도 없으며 하물며 승우에게도 없었다.
제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며 시험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승우는 안전장치를 넣었다.
“힘들다면 맞서 싸우지 않아도 돼.”
자신의 트라우마와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승우의 안전장치가 작동하여 악몽을 놀랄 정도로 즐겁고 재밌는 꿈으로 바꿔 버린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 보고 싶었던 것, 그리웠던 사람을 만나서 꿈속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레벨 업과는 거리가 멀어지지만, 적어도 마음의 위안은 되겠지.”
승우는 존의 코피를 닦아주고, 예은의 땀을 닦아주며 손을 잡아줬다.
그리고 죠르주를 돌아봤다.
그런데 녀석은…….
“흐, 흐헤헤헤, 나는 무적, 헤헤. 헤헤헷. 그래, 내가 바로 무적의 검신이다. 으헤헤헤.”
“…….”
“스승이 뭐 얌마. 내가 더 강하다고. 유승우 이 자식아, 꼽냐. 앙.”
“…….”
“흐헤헤헤헤. 조오타. 그래, 발 하나는 잘 닦는구나. 발닦개의 신이라고 불러주마. 흐헤헤헤헤.”
죠르주가 그리 중얼거리며 즐겁게 팔다리를 휘저었다. 녀석의 얼굴이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참으로 기뻐 보인다.
승우가 살짝 이마를 짚었다.
“역시 너는 실패했구나. 그래,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도 자알 알겠다.”
이놈 자식.
일어나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