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02)
괴식식당-302화(302/613)
302화. 골목식당 (1)
밥집의 아침.
나비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요즘 아침은 항상 바쁘다.
“계란 샌드위치 두 개 주라!”
“앙버터 세 개요.”
“치즈 롤 다섯 개!”
중국 여행을 다녀온 후로 금단 증상에 시달리던 아침 빵 손님들의 러쉬가 멈추질 않는다. 못 먹었던 빵의 원한을 갚으려는 듯 어마어마하게 먹어치운다.
“냐, 냐옹…….”
빵을 굽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회사원은 출근해야 하고 학생은 등교해야 하니까. 손님들은 바쁘다. 그래서 건네줌과 동시에 빵을 물고는 달려 나간다.
“다들 참 바쁘구냐.”
나비는 앞치마를 고쳐 매고는 다시 빵을 구웠다. 힘들지만 역시 빵을 굽는 건 재밌다. 그리고 먹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고맙다. 빵을 구울 때 제일 힘든 것은 과정이 아니다. 굽고 나서 안 팔린 빵을 보는 게 힘들다. 이렇게 잘 팔리다니 정말 고마울 뿐이다.
그렇게 나비가 바쁘게 빵을 파는 동안 승우는 꽤 한가했다. 승우가 파는 아침 식사는 중식과 한식 위주였는데, 아침으로 꼭 밥을 먹어야만 하는 사람은 빵을 먹는 사람보다 훨씬 서둘러야 했다.
빵은 빠르면 1분에서 늦어도 10분이면 먹을 수 있지만 밥은 적어도 30분은 걸리니까 말이다.
“음, 다들 부지런하다니까.”
그러니까 빵 손님보다 밥 손님이 일찍 오기 때문에 승우는 나비가 한창 준비할 때 바쁘고, 나비가 바쁠 때는 한가했다. 그래서인지 은하의 아침을 도와주는 것은 자연스럽게 나비에서 승우로 바뀌었다.
“흠흠흠.”
승우는 콧노래를 부르며 은하의 머리를 땋았다. 예쁘게 땋아서 말아주고는 마지막으로 은하가 좋아하는 고양이 핀으로 고정시켰다.
“다 했다.”
“고맙습니다! 다녀올게요!”
“그래. 조심하고.”
“네!”
가방을 메고 은하가 달려간다.
도도도 하고 달리는 모습이 귀엽다.
승우는 그것을 흐뭇하게 보다가 시선을 하늘 쪽으로 옮겼다.
“너도 조심하고.”
그가 싱긋 웃으면서 빵을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빵이 어느 순간 모습을 감췄다.
“예, 선생님. 저녁에 뵙겠습니다.”
광학미채를 걸친 태지가 우물우물 빵을 씹으면서 은하의 뒤를 이었다.
은하의 등교를 확인하고 돌아서니 빵 봉투를 손님들에게 나눠주던 영식이가 울컥 화를 낸다.
“너무 많아뿌! 집밥 먹으라뿌!”
얘가 손님 끊어지는 소리를 하네.
피식 웃은 승우가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내렸다.
오늘도 하루가 시작된다.
* * *
괴식 챌린지는 대부분 금요일 점심에 시작된다. 용사의 밥집은 저녁 영업이 너무 한정적이라 제대로 각 잡고 먹으려면 점심이어야 하고, 먹으면 99%는 뻗기 때문에 뻗어도 되는 주말을 끼어야 하기 때문이다.
헌터들이 이를 갈며 주말을 고대하니 필연적으로 평일은 일반인 고객 위주가 된다. 일반인들이 매일매일 외식하진 않으니 조금 한산해진다. 오늘은 특히나 월요일이라 손님이 적다.
승우는 가계부를 꺼냈다.
“음음.”
아무리 취미 생활로 시작한 가게이더라도 재무 구조나 출납은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 취미라고 해서 낭비할 생각도 없고 손해를 볼 생각도 없으니까.
“나비의 빵이 정말 잘 팔리네.”
괴식 챌린지의 수익은 100% 기부라서 제외. 그걸 제외하고 보면 나비의 빵으로 얻은 수익은 독보적이었다. 한 달 매상의 60%가 아침 빵에서 나오고 있다.
나머지 40%는 아침, 점심, 저녁 식사인데 이쪽은 워낙 승우가 내키는 대로 영업하다 보니 수익이 일정하지 않았다.
한정식을 파는 날이 있고 경양식을 팔 때도 있으며 중식이나 프렌치를 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분식이나 한정식을 팔 때는 손님이 많아도 수익이 높지 않았다.
‘수익만으로 보면 프렌치가 가장 낫군.’
구태여 용사의 밥집까지 와서 비싸고 비싼 프렌치 요리를 먹는 괴짜가 많았다. 하지만 이유는 있었다.
‘근방에 괜찮은 프렌치 가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는 평가가 엄청 안 좋아졌다지.’
가게의 평가가 안 좋아지는 이유는 저 하늘의 별만큼 많다. 인테리어, 분위기, 접객 상태, 위생 상태, 유행 등등.
끝도 없다. 그런데 지금 평가가 나빠지는 이유는 하나였다.
‘아무리 요리사라고 해도 좋은 재료가 없다면 좋은 요리를 만들 순 없지.’
A섹터의 동쪽에서 대규모의 토벌전이 진행 중이다. 그 여파로 물류 이송이 상당 부분 지연되고 있었다. 듣기로는 장기화될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프렌치 요리는 맛보다는 분위기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도 정도껏이지.’
고객은 호구가 아니다. 조금만 맛이 변해도 눈치챈다. 그 음식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해도 그러할진대, 프렌치 같은 날을 잡고 먹는 특별하고 비싼 외식이 맛이 변한다?
‘다신 안 가지.’
그래서 지금은 손님들이 몇몇 가게에 쏠리는 경향이 있었다. 정체불명의 식당이지만 가끔 내키면 프렌치 요리도 하는 승우의 가게는 상당한 반사이익을 거두는 중이다.
“지난달보다 수익이 47%나 올랐네.”
이 정도로 수익이 좋다면 보너스를 줘도 좋겠지. 승우는 가계부 상단에 ‘직원들에게 보너스 100% 지급 결정’이라는 메모를 적었다. 수익보다도 보너스가 많은 이유는 그냥 기분이 좋아서다.
‘그럼 다음은 고정 수익 관리인데…….’
고정 수익. 즉, 임대료다.
승우는 이 일대의 토지를 대부분 구매했고, 그 토지를 값싸게 임대해 주고 있었다. 이 수익이 무시 못 할 정도로 많았다. 폰뱅킹을 켜두고 하나씩 하나씩 금액을 정산했다.
그러던 그의 표정이 굳었다.
“또?”
한 가게가 이번에도 임대료를 이체하지 않았다. 벌써 2개월째다.
“으으으음…….”
승우가 앓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구석에서 우적우적 밥을 먹던 백강혁이 고개를 들었다.
“뭐 고민이라도 있어요?”
“응. 조금.”
“싸장님이 고민이 있다니 진짜 별일이네요. 뭔데요? 연애?!”
“…….”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내가 그런 걸로 고민할 거 같냐.”
“할 거 같은데요. 사장님 얼굴이나 돈이면 세상이 뷔페 아닙니까. 그냥 골라 담으면 되니까 양다리를 걸칠지, 삼다리를 걸칠지 고민하는 거 아녀요?”
“말을 해도 참…….”
강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농담이에요. 그래서 정말로 뭐가 고민이신데요?”
“음. 별 건 아냐. 임대 중인 가게에서 두 달째 월세를 안 보내고 있어.”
“두 달이나! 근데 그게 뭐가 고민이에요. 돈 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그게 말이지. 남한테 돈 달라고 하는 게 별로 익숙하지 않아서…….”
“예? 싸장님이요?”
승우의 얼굴이 붉어졌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어이없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용사가 되고 신이 되기 전에는 소시민이었던지라 임대를 주고 임대료를 받는다는 것은 꿈과도 같은 일이었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전형적인 갑을관계다. 하지만 승우는 갑이 되는 게 정말 어색했다.
“돈 달라고 재촉하는 건 너무 갑질 같잖아. 민망하다고.”
“아니,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이 따거의 인벤을 탈탈 터남?”
“따거?”
“우리 오크 선생님이요. 이리저리 신세를 지고 있고 무술 선생이니까 따거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크라이가 따거…….”
“아무튼 따거의 인벤토리는 금화 한 장 안남기고 털었담서요? 그런 사람이 월세 달라는 게 갑질 같아서 싫다고요?”
“쓰러트리고 전리품을 챙기면서 루팅하는 거랑 월세 독촉이 같냐.”
“그렇죠. 같지는 않죠.”
“그치?”
“보통 월세 독촉이 더 쉬워요. 루팅이 만 배 어렵죠.”
월세 독촉이야 임차인의 의무지만 루팅은 승리자의 권리다. 루팅을 하려면 일단 이겨야 되는데 이기는 일이 그리 쉽지가 않다.
“싸장님이 힘드시다면 제가 대신 받아올까요? 저 떼인 돈 받아오는 거 잘하는데.”
강혁이 우드드득 하는 소리를 내며 주먹을 풀었다.
“야, 인마.”
“진짜 잘해요. 믿고 써보시라니까요.”
잘하기야 잘하겠지.
퍼스트 오더 코트를 입은 남자가 다가와서 내 돈 내놔! 라고 했을 때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으리라.
승우는 그 모습을 떠올리고는 미간을 꾹 눌렀다.
“하지 마. 뭔 조폭이냐.”
“일진이었으니까 조폭드림트리긴 했습니다. 방배동 불 머리 강혁하면 알아줬는데 말이죠. 캬아- 멋있다, 백강혁.”
“자랑이다.”
“헤헤. 쑥스럽네요. 그래서 어디가 임대료를 안 주는데요. 이건 확실히 자랑인데, A섹터에서 저만큼 다양한 가게를 다녀본 사람이 없을걸요?”
맛있는 가게건 맛없는 가게건, 백강혁은 정말 많은 가게를 다녔었다. 그의 취미가 바로 맛집 탐방이다. 의외로 이 녀석이 해답을 주지 않을까. 승우는 1% 정도의 기대를 담아서 말했다.
“소영분식이야.”
“우와, 거기예요?”
“어떤데?”
“맛없어요. 괴식의 영역은 아니고 나름대로 맛있으려고 애쓰는데, 맛없어요. 그 뭐냐, 분식집이라는 게 사실 맛이 거기서 거기잖아요? 김밥이랑 라면 팔고, 돈가스도 팔고. 메뉴가 30개쯤 되는데 막 미친 듯이 맛있지는 않지만 그냥저냥 가서 아무거나 먹어도 적당히 맛있어야 하잖아요.”
“그렇지. 분식집에 대단한 맛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지.”
“그런데 그 기대도 충족 못 할 만큼 맛없어요.”
“신랄하군.”
“그러니까 망할 법해서 망했다고 보는데요. 봐요, 맛집 평점.”
강혁이 폰을 꺼내서 맛집 어플을 켰다. 승우의 밥집은 평점 5점 만점에 5점인데 소영분식은 단 1점이었고, 비추천 리뷰가 엄청 많았다. 승우가 몇 개의 리뷰를 읽고는 한숨을 내뱉었다.
“이 많은 사람이 한 목소리로 맛없다고 하다니… 정말 어지간히 맛없나 보군.”
제법 있는 부류다. 요식업이 만만하다고 생각해서 아무 생각 없이 창업한 후에 돈만 까먹는 사람들. 장사란 전쟁이고 그중에서도 요식업은 피 냄새 나는 레드오션이다.
“A섹터에 있는 음식점만 해도 기백 개는 되는데 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뭐, 전직 헌터가 그렇죠.”
“헌터 출신이었어?”
“이름이 양대식, 맞죠?”
“맞아. 그런 이름이야.”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고,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물며 A섹터의 주민이라고 하면 너나 할 거 없이 가슴에 상처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강혁이 덮밥의 밥알을 싹싹 긁어모으며 혀를 찼다.
“몇 년 전까지는 헌터 하다가 아내가 죽은 후로, 자기가 죽으면 아들이 혼자 남는다고 은퇴한 사람이에요. 헌터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죽어버릴 수도 있잖습니까. 그니까 안전하게 밥장사하겠다~면서 관둔 모양이지만.”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요식업을 날로 보는군. 밥장사는 쉬운 게 아닌데.”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요리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프로가 되는 것은 매우 힘들다. 팔리는 요리와 집밥은 아예 다른 말이니까.
“제 말이 그거예요. 돈 내고 먹기 싫을 정도더라고요. 우습게 보나? 싶었죠.”
이 정도로 혹독한 평가라면 망하는 게 순리였다. 흐름을 바꿀 방법이 없다.
월세가 두 달 동안 밀릴 정도면 돈이 아예 없다는 의민데 그렇다면 식재료도 변변치 않을 것이며 최근 동쪽의 싸움으로 식재료 공급이 힘들어지고 가격이 올랐으니, 더더욱 힘들 것이다. 재료가 나쁘니 음식의 질은 더 떨어지고, 수익은 계속 하락한다.
승우가 난감하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보증금이 있으니 월세를 못 받을 걱정은 안 한다만, 이거 신경 쓰이네.”
“잉? 싸장님이 신경 쓸 게 있나요?”
“아무래도 그렇지. 이 사람이 망한 큰 이유는 자신의 요리 실력과 시장 조사를 게을리한 탓이지만 아주 약간은 나 때문이라서…….”
그게 무슨 소리지? 싶다가 강혁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싸장님 막타 쳤네.”
맛없는 가게라고 할지라도 아침에는 그럭저럭 팔렸을 것이다. 배고픈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러 근근이 들렀겠지. 하지만 승우의 가게가 생긴 후로는 굳이 소영분식을 갈 필요가 없었다.
“빵이 땡기면 나비의 모닝빵을 먹으면 되고, 밥이 땡기면 싸장님의 밥을 먹으면 되죠. 누가 저기 가요.”
“끄으응……. 별 수 없군. 조금 도와줘야겠어.”
승우가 가계부를 덮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임차인으로서 애프터서비스로 요리를 가르치는 수밖에 없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