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09)
괴식식당-309화(309/613)
309화. 피서 (2)
모기는 해충(害蟲) 중에서도 상당히 악질이다. 여름철에 기승을 부리는 모기, 모기를 좋아하는 인간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승우가 꺼낸 모기는 커다란 점을 빼면 모기답게 생긴 모기였는데, 그 크기가 백강혁의 상반신보다도 컸다.
제일 먼저 보이는 주둥이는 창처럼 뾰족하고 길어서 무기로써도 충분해 보였으며 다리털은 흉측했다.
그 다음으로 보이는 배는 푸른 액체가 가득 차서 찰랑거렸는데, 그 양은 얼핏 보기에도 10리터가 넘어 보였다.
빵빵한 배를 지나서 보이는 날개는 또 어떠한가. 이 모기는 아직 살아 있어서 미세하게 날개를 떨었는데 모기 특유의 이이잉- 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자 강혁과 지현은 저도 모르게 팔을 쓸어 올리며 기겁을 했다.
“으아아악! 소리가! 소리가!”
“이거 살아 있는 거잖아요?!”
승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죽으면 신선도가 떨어져. 바로 상하기 시작하거든.”
“으아아,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걱정 마. 날개를 떠는 정도지 날아가거나, 해치지 않아. 여기 보여?”
그가 모기의 머리 밑 부분을 보여줬다. 거기에는 굵은 철침이 박혀 있었다.
“이걸로 마취해 뒀어.”
“고작 저 철침 하나로 마취가 돼요?”
“그런 스킬이 있어. 마취술이라는 건데, 아주 좋은 스킬이지.”
초일류 괴식 요리사가 갖춰야 할 필수 스킬이 바로 이 마취술이었다.
무수히 많은 식재료 보존 기술 중에서도 독보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최대한 신선하게 현장에서 주방까지 가져오는 최고의 방법이다.
단점은 배우기가 매우 어려웠다.
몬스터의 라이프라인이나 마나파이프, 신체 구조와 혈관. 신경에 통달하지 않으면 써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아나페이아 모기는 죽으면 그 순간부터 부패가 시작되거든. 곤충류는 대부분 부패가 빠르다지만 보다시피 이 녀석은 몸의 반 이상이 배잖아? 이 배 안에 가득한 피는 산소에 닿는 순간 그냥 못 쓰게 되어버려. 그래서 꼭 살려서 주방으로 가져와야 하니 마취술이 필수지.”
“으호오오오. 흐오오오오.”
둘 다 정신을 못 차렸다. 이이잉 하는 소리가 아직까지 귓가에 맴돌았다.
마치 리저드맨의 비늘처럼 곤두선 닭살을 쓱쓱 비비면서 지현이 말했다.
“와, 피서법 제대로네요. 체온이 한 10도는 내려간 거 같아요.”
“진짜, 진짜로. 공포영화 저리 가라네. 효과 미쳤다. 테라 사람들 현명하네.”
“이 소리를 공중파 방송에서 틀어주면 사람들이 시원해할까요?”
“효과는 있겠지만 고소당할 거 같아.”
“그건 그러네요. 고소장이 별처럼 떨어지겠다.”
천하의 ISAC 일등사무관과 퍼스트 오더라도 고소장은 무섭지.
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승우를 봤다.
“그래서 싸장님, 모기를 먹는 거예요?”
“아까도 말했잖아. 모기가 아니라, 피를 먹는 거라고.”
“그럼 모기의 몸통은 버려요?”
“아나페이아 모기의 몸통은 버리기 아까울 만큼 맛없긴 하지. 그런데 별로 유의미한 효과가 없이 맛없기만 한 녀석이라 괴롭히는 게 아니라면 굳이 요리할 필요가 없어.”
“모기답게 해충은 해충이네. 개뿔 쓸모없는 게 딱 모기여.”
“그건 동감이다. 자, 그럼 슬슬 본격적으로 요리를 해볼까.”
승우가 씩 웃었다.
* * *
어떠한 짐승을 잡아도 피는 나온다. 피를 먹는 요리는 예로부터 연구의 대상이었다. 마력, 차크라, 오드 같은 초현실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피는 영양소의 보고다.
다량의 비타민, 단위 대비 엄청난 양의 철분과 수용성 섬유질, 요오드 등등 무수히 많은 영양소를 머금고 있다.
“피는 보약이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피를 이용한 요리를 해왔어. 우리나라의 경우엔 소의 피를 굳혀서 만든 선지가 있고, 피순대가 있지. 대부분의 나라에는 선지에 해당하는 조리법이 있다고 봐도 무관해.”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먹었구나.”
“미국에서는 블러드 소시지라고 하고, 스코틀랜드에서는 해기스. 프랑스에서는 부댕 누아르, 폴란드에는 캬산카라는 요리가 있고 스페인에는 모르시야라는 쌀을 넣은 선지가 있지. 그 외에도 많아. 헝가리는 염소 고기로 만든 베레시 후르커가 있는데, 간과 허파로 만들면 마여시 후르커라고 해. 중국에는 돼지 피에 소금물을 섞어서 굳힌 쭈홍이라는 것도 있지. 이 중의 백미는 핀란드의 탐페레에라는 건데, 약간 덜 익힌 게 포인트라 씹으면 피가 팍- 하고 터져. 그게 아주 좋지.”
이 사람은 뭔 재주로 지구의 요리를 이렇게 많이 알고 있는 걸까. 강혁은 승우의 방대한 지식에 감탄하며 혀를 내둘렀다.
“되게 종류가 많네요.”
“그만큼 피의 요리는 몸에 좋다는 의미지.”
“그런데 왜 요즘은 안 먹을까요?”
“요즘은 먹을 게 많아서 그래. 그리고 약도 있지.”
“약?”
레몬에는 무려 레몬 한 개만큼의 비타민이 있다. 하지만 새끼손톱만 한 비타민 영양제 한 톨에는 레몬 32개의 비타민이 들어 있다.
레몬을 32개를 씹어 먹느니 비타민 영양제를 먹는 게 편하고 쉽다.
“피에만 영양소가 있는 게 아니니까. 피를 먹느니 다른 요리를 먹고 말지. 예전에야 먹을 게 워낙 귀하니까 버려지는 피라도 먹어서 살아보려고 먹은 것뿐이야.”
그렇게 시대가 변하고 이제 피 요리는 피 요리라는 것만으로 괴식의 취급을 받는다.
승우는 그게 참 아쉬웠다.
“베트남 요리 전문점에서 설마 띠엣깐 예(Tiết canh dê)도 안 팔 줄이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띠앗깐 예가 뭐예요?”
“염소 피 푸딩 스프.”
“푸딩 스프요?”
푸딩이면 푸딩이고, 스프면 스프지.
푸딩 스프는 뭘까?
지현이 의문을 표하자 승우가 대답했다.
“윗부분은 푸딩 같고 아랫부분은 스프거든. 보통 윗부분만 건져서 먹긴 하는데, 나는 스프 부분이 좋더라.”
“…….”
“지구의 피 요리 중에서 단연코 최고라고 할 수 있지. 베트남 가면 꼭 먹어봐. 후회는 없을 거야.”
“죽어도 안 먹어요. 기생충 감염될 거 같아. 맛도 없을 거고요.”
“그건 맞는 말이야. 구충제를 꼭 지참하도록. 맛은. 음. 뭐, 먹을 만해.”
“아, 안 먹는다니까요!”
“아쉽군~ 아쉬워. 그래도 이건 먹을 거지?”
승우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모기를 잡아들었다.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배 안에서 찰랑거리는 푸른 피.
저 피가 오늘의 재료다.
‘귀한 피야. 실패하면 안 돼.’
아나페이아 모기는 동쪽의 나라, 아나톨리아에서만 자생하는 모기였는데 녀석의 특징은 몬스터의 피만을 빠는 것이었다.
인간의 피는 맛이 없어서 안 먹는 게 아니라 아나페이아 모기의 특성 때문이었다. 이 모기는 흡혈한 몬스터의 스킬이나 종족적 특징을 흡수하여 자식에게 부여한다. 만약에 용의 피를 빤 아나페이아 모기가 있다면 녀석의 자식은 용의 비늘을 두르고 불을 토할 수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드물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아서 골칫거리다.
그런 잠재성이 있는 모기다 보니 인간은 먹잇감으로도 보지 않았다. 인간은 먹어봐야 흡수할 스킬도 딱히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나페이아 모기가 위험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뭘 먹고 어떻게 성장할지 모르는 미지수의 몬스터다. 잠재적인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으니 해충 몬스터로 지정되어 보이는 즉시 토벌대가 구성될 정도로 경계되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피를 잔뜩 머금고 알을 까기 직전의 아나페이아 모기는 매우 약해서 동급 모험가라고 해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알을 낳은 후 충분한 휴식을 갖췄거나 알에서 깨어난 아나페이아 모기가 많이 있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최소 은급의 모험가 파티가 다수 투입돼야 하지만. 대부분은 잡을 만하지.”
“그럼 그 모기는 어때요?”
승우가 꺼낸 아나페이아 모기는 퀴케이아라는 이름의 악어를 흡혈한 녀석이다.
“퀴케이아는 얼음을 뿌리고 다니는 악어형의 몬스터야. 아이스 브레스가 위력적이라 위험도는 대략 지구 기준으로 A쯤 돼.”
퀴케이아의 피는 마력을 머금으면 급속도로 냉각되는 성질이 있었다. 지금은 아나페이아 모기의 배 안에서 평범하게 찰랑거리는 푸른 피지만 마력을 가진 각성자가 먹으면 그 순간 내장을 동결시키겠지.
“그럼 요리를 시작할 건데. 미안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설명할 여유도 없겠다.”
“왜요?”
“피 요리는 1초 1초가 지날 때마다 망가지거든. 5초 안에 단숨에 요리를 끝내야 해. 그건 아무리 나라도 집중을 해야 하는 일이야.”
승우의 칼이 움직였다. 빵 하는 파열음을 내며 모기의 배가 터졌다. 그러자 그 안에서부터 푸른 피가 흘러내렸다. 강혁은 그 푸른 피가 워셔액 같다고 생각했고, 지현은 파X 에이드? 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든 말든. 승우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는 피를 커다란 보울에 받으면서 한 손으로는 넥타르의 호숫물을 증류해서 만든 벌꿀 소스를 들이부었다. 푸른 피 위로 노란 소스가 흘러 회오리쳤다. 이제 시작이다.
‘마법을 부여하는 순간부터 퀴케이아의 피는 얼어붙는다. 얼어붙는 속도보다 빠르게 차례대로 마법을 부여해야 해.’
가장 먼저 부여하는 마법은 해독이다. 모기의 피를 생식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기생충이 있을 확률이 아주 높고, 아나페이아 모기는 그 큰 덩치만큼 커다란 기생충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오염도 문제였다. 병원균을 가지고 있을 확률은 자그마치 100%.
해독마법을 걸지 않으면 그냥 독이다.
푸른 피 사이로 해독의 마력이 깃들자 피가 정화되고, 정화된 부분이 같은 속도로 얼음덩어리로 변하기 시작했다. 승우는 재빨리 술식을 부여했다.
‘다음은 연화(軟化).’
한번 얼어붙은 퀴케이아의 피는 강철 검으로도 못 벨 만큼 단단하다. 인간의 이빨이나 소화기관으로는 저 얼음을 소화시킬 수 없다. 마법으로 무르게 만들어서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다음은 융화(融化)의 술식!’
아까 부은 벌꿀 소스와 퀴케이아의 피는 자연적으로는 섞이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휘저어서 섞어봐야 금방 분리된다. 기름과 물이 섞이지 않는 이치와 같다. 그것을 강제로 마법으로 섞어서 조화롭게 만들어야 한다. 이 마법은 순서도 중요했다.
만약 얼어붙는 속도보다 빠르게 해독이 진행된다면 피의 고유한 성분조차도 해독되어 버려서 요리가 맹탕이 된다.
그리고 부드럽게 되는 속도보다 융합이 먼저 시작되면 단단한 얼음의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융합이 실패된다.
어떻게 순서가 꼬여도 마찬가지다.
속도는 일정하게, 마법은 균일하게, 퀴케이아의 마법 내성을 찍어 누를 정도로 강한 마법 구사능력도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그 술식의 전개는 정교하고 빠르게 펼쳐져야 한다.
섬세함과 빠른 속도. 그리고 기계적인 정밀도와 넘치는 마력량에 풍부한 요리 지식까지 갖춰야 하니 이 요리의 난이도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말이 테라식 피서법이지.
이것을 만들 수 있는 자는 실질적으로 테라에도 없었다. 이 요리는 헤스티아와 승우만 할 수 있는 요리였다.
요리의 효과를 떠나 만드는 난이도는 분명한 6성급!
지현과 강혁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묘기를 보고 멍하니 입을 벌렸다. 모기의 배에서 보울, 보울에서 눈앞, 눈앞에서 다시 보울로 이어지는 푸른 액체와 얼음의 향연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마무리!”
거의 모든 괴식에 들어가는 강화의 술식을 부여함과 동시에, 승우가 중화식도를 빼들었다. 섬광이 번뜩인다. 허공에서 얼음덩어리가 조각조각 잘렸다.
보울 위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호박색과 푸른색이 조화롭게 새겨진 사각의 얼음이 떨어졌다.
“오.”
“오오오…….”
강혁과 지현이 홀린 듯이 박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