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14)
괴식식당-314화(314/613)
314화. 천재의 수난 (1)
운명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이시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떠한 어려움이라도 자신의 손으로 돌파하고 개척한다. 운명 또한 마찬가지.
극복하려 한다면 못 할 리가 없는 위기의 한 가지 형태로만 보았다.
이시형은 확실하게 말해서 인류 최상위 0.0000001%의 존재다.
뛰어난 반사 신경과 그 반사 신경을 뒷받침해 주는 탁월한 감각.
어떠한 기술이라고 해도 한 번 보는 것으로 습득하는 학습력과 지각력.
넓은 시야와 마음을 먹으면 그대로 몸을 똑같이 움직일 수 있는 신체능력과 망각을 모르는 암기력.
그리고 조각 같은 외모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력까지.
그야말로 모든 걸 갖춘 천재 중의 천재다. 그 재능은 나이츠 오브 라운드 프로토콜에 기록된 모든 각성자 중에서 단연코 최고였다. 그렇기에 그는 랭킹 1위였고, 패배를 몰랐다.
이번에도 그의 표정은 자신만만했었다.
잘생긴 얼굴에 오만한 미소를 짓고, 거침없이 걷는 강자 특유의 버릇으로 지하벙커로 향했다.
그를 부른 것은 ISAC의 총장 주혁진이었다. 원하지 않았지만 놈과 이시형은 친구였다.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다.
주혁진은 사람을 험하게 부리기에, 이번에도 당치도 않는 어려운 미션을 떠맡기겠지. 그러나 어떠한 어려운 미션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내게 불가능은 없어.’
극복할 수 있다.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지금 이시형에게 올 미션은 예상이 됐다.
‘볼코프의 퇴치겠지.’
지금 주혁진이 자신에게 맡길 임무는 랭킹 1위인 자신을 리더로 지정해서 레이드 팀을 편성, 볼코프 녀석을 제거해 달라는 임무밖에 없다.
그럴 법도 하다.
볼코프는 명실상부한 지구 최강자다. 그의 레벨은 측정 불가였고, 잠재력은 끝이 없다. 성공률은 극히 희박하다.
허나 이번에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여전히 있었다.
그래서 주혁진을 만났을 때도 그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놈이 임무를 말할 때까지는.
“괴식 좋아하냐?”
“괴식?”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더니만 놈은 괴식에 대한 영상을 틀기 시작했다.
* * *
놈이 수집한 영상은 제정신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우왁-! 카일 팀장이 난다!] [방귀로 나는 건가?!] [엄청난 출력이다!] [내장이 버틸 수 있나?] [그딴 소리 할 때야?!] [이 높이에서 착지하면 죽는다고!]이시형도 알고 있는 남자, 카일.
아니, 김귀남은 페트병에 담긴 음료수를 마시더니만 엄청난 폭음을 엉덩이로 내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수십 미터를 수직으로 날아올랐으니 그 출력은 가공할 만하다.
주혁진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먹으면 모든 상태 이상이나 마법적 변동사항이 한 번에 리셋 되는 괴식 물약이야. 효과는 보다시피 탁월해. 덕분에 귀남이의 재생 능력의 세이브 포인트가 리셋 돼서, 치료를 할 수 있었어.”
“아니, 쟤 지금 방귀 뀌고 날아올랐는데 괜찮은 거야?”
“탈장 치료도 하긴 했어.”
“결국 장이 빠지긴 했다는 거군.”
“다음으로 가자.”
[아파아악-!] [효능과 유례를 설명하기도 전에 먹어버리다니, 성질도 급하구냐.]이시형도 알고 있는 청년이다.
“얘, 걔 아니냐? 포스트 이시형으로 유명한 고삐리.”
“맞아. 잘도 기억하는군.”
“너도 포스트 주혁진이란 녀석이 나오면 이름 기억할걸.”
윤은형은 두 발로 걷는 이족보행 고양이가 건네준 노란 장어구이를 먹더니, 온몸을 비틀고 관절을 불가능한 각도로 꺾으며 괴로워했다. 뼈 부러지는 소리가 영상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유연성을 길러주는 장어구이야.”
“부러트려서 길러주나?”
“놀랍게도 부러지지도 않았고 근막파열이나 신경수축, 연골파쇄도 없었어. 깔끔하게 유연성만 늘어났지.”
“그럼 저 부러지는 건 쇼야?”
“부러질 만큼 아프긴 했다던데.”
“…….”
[꿀? 꿀꿀!?] [냐하하하하!] [미워!] [히히……. 앗, 오빠 보고 웃은 거 아니에요……. 아니, 맞아요. 거짓말해서 죄송해요!]퍼스트 오더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허풍선이, 백강혁이 돼지고기를 먹더니만 돼지가 됐다. 아기 돼지는 자기 몸을 보더니만 비명을 질렀고 고양이와 슬라임과 은하가 웃는다.
이해가 안 돼서 이시형이 주혁진을 돌아봤다. 다 이해한다는 듯 주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식하면 돼지가 되는 삼겹살이래.”
“효과가 저게 전부인가?”
“아마도.”
“그럼 저게 뭔 의미가 있지?”
“맛은 있다더군.”
그 외에도 많은 괴식 영상이 있었다.
독 내성을 기르는 딴딴미엔이나 번개의 힘을 다룰 수 있게 하는 고기 요리.
셀 수 없이 많은 괴식들이 있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대부분의 괴식을 보면서 이시형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하나같이 미쳤다.
절대로 먹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옆에서 주혁진이 차분하게 효능을 설명해 주니까 저 미친놈들이 왜 저걸 먹는지 납득은 됐다.
효과가 정말 너무나 좋았다.
지나치게 좋았다.
죽을 고생하면서 던전 도는 거보다야 저게 편하고 좋긴 하지.
절대 먹고 싶지는 않지만 효과를 생각하면 살짝 마음이 동하는 것도 사실.
이시형처럼 재능이 넘치는 사람. 그러니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성장할 수 있다고 여기는 천재가 아니라 보통의 헌터라면 괴식에 기대는 마음도 생길 법하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마지막으로 튀어나온 영상을 보기 전까지였다.
“이런 개씨발-! 저게 뭐야?!”
주혁진이 튼 영상의 마지막은 사람보다 커다란 대형 그리마였다.
욕지기를 꾹 참고 있던 이시형의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다.
“슈퍼울트라메가 사이즈의 던전 클로러야. 마왕성의 던전 클로러라던데.”
“저걸! 왜! 먹어?! 미친 새끼 아냐!?”
다른 괴식은 백번 양보해서 참을 수 있었다. 어쨌든 합리적으로 요리의 형상을 하고 있었고, 나름대로 이해도 되는 조리법이었으니까. 비록 효과가 상식을 초월하고 맛도 상식을 초월했지만 적어도, 적어도 요리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람보다 큰 그리마가 수십 수백 개의 다리를 파닥이고 꿈틀거린다.
세상이 망하고 먹을 것이 저것과 가죽구두만 있다고 친다면, 이시형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가죽구두를 씹을 것이다. 사람을 만 명 모아두면 만 명 다 그럴 거다. 십만 명을 모아도 그럴 거고, 일억 명을 모아도 그럴 것이며 십억 명을 모아도 그럴 거다.
적어도 지구에 저걸 먹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믿는다.
인간이라면 그래야 했다.
저걸 먹는다고 생각하니 이시형의 몸에 두드러기가 돋았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자동화된 부분이 많아서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스위치가 들어가면 멋대로 상상을 시작한다.
이시형은 스스로가 저걸 먹는 상상을 하고는 온몸에 돋아난 두드러기를 벅벅 긁었다.
“가려워. 가려워!”
주혁진도 이해는 하니까 자신의 소름이 돋은 팔을 쓸어내렸다.
“엄청나지? 효과는 더 엄청나. 레벨이 40개나 오른다고.”
“40개가 오르던 400개가 오르던 저걸 먹는 놈은 미친놈이야.”
“그럼 너도 오늘부터 미친놈 해야겠다, 시형아.”
침묵이 흘렀다. 놈의 말을 해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시형의 목이 고장 난 꼭두각시처럼 삐걱거리며 돌아갔다.
그걸 보고 5% 정도의 미안함을 느끼며 주혁진이 다시 말했다.
“가서 저거 먹고, 세져라.”
이시형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위험이 닥쳐왔다.
* * *
이시형은 제트기를 타고 날아와서 서울시, 아니, A섹터의 거리를 걸었다.
불이 꺼진 아무도 없는 도로를 지나 유일하게 불이 켜진 건물로 다가갔다.
그렇다. 괴식을 먹기로 했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주혁진과 이시형의 관계는 친구이면서도 원수와도 같은 사이라, 만나기만 하면 싸웠다.
그냥 싸우고 끝났으면 참 좋았는데 싸울 때마다 내기를 했다. 내기의 대가는 대체로 노예계약 비슷한 거였다.
문제는 객관적으로 보면 이시형이 전부 이기는 게 당연한 내기였는데, 정신이 들고 보면 주혁진이 항상 이겼다.
그게 오랜 시간 반복되다 보니까 노예계약의 유효 시간은 수십 년이 되어버렸다.
웃음으로 넘길 수 없는 기간이다.
이시형은 약속대로라면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놈의 노예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긴 세월이나 묶여 있을 수 없기에 노예계약 탕감을 두고 다시 내기를 하고, 다시 져서 시간이 또 늘어갔다. 그러다가 주혁진이 총장이 됐다.
그 후에 주혁진은 이시형에게 주기적으로 엄청나게 어려운 임무를 주고, 그 기간을 탕감해 주는 수법을 썼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에는 기간이 엄청났다.
[지금 네가 저당 잡힌 기간이 31년이지? 이번에 가서 괴식을 먹고 강해서 돌아와 주면 15년 까준다. 그리고 볼코프를 잡아주면 추가로 15년을 더 까주지. 다녀오면 딱 1년 남는 거야. 어때? 구미가 동하지 않아?]“제기랄!”
절대로 먹고 싶지 않았는데 인질이 너무 세다. 한 방에 30년을 까버릴 절호의 기회다. 까짓 거 눈 딱 감고 대왕그리마를 먹어버리면 15년이 줄어든단 말이다. 볼코프를 때려잡으면 추가 15년. 자그마치 30년이다.
30년이라는 세월은 너무 길어서 이 시간을 다 보내고 나면 환갑도 지나버린다. 좋은 시절을 죄다 저 악마 놈에게 뺏기느니 대왕그리마를 먹는 게 낫다.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지.”
이시형의 발걸음이 멈췄다.
목적지에서 이시형을 기다리는 한 남자가, 대왕 그리마를 들어 올리고 회를 뜨고 있었다.
영상과 실물은 임팩트가 다르다. 압도적.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감.
우주에, 지구에 그리마 하나만이 존재하는 듯한 저 압박감!
그런 대왕그리마를 한 손에 들고 회를 뜨면서 남자가 싱긋 웃었다.
“만나서 반가워. 유승우라고 해.”
“만나서 반갑고, 다시 보지 말자.”
이시형은 뒤도 보지 않고 달렸다.
‘뭐가 30년 노가다 하느니 대왕 그리마 먹방이냐. 30년 노가다가 낫지, 저걸 어떻게 먹어!’
한 방에 모든 걸 끝내려고 한 한탕주의가 나빴다.
사람은 원래 성실해야 한다.
성실하게, 납세하고 노동하고 살아가는 게 인간의 본분이다.
검소하고 견실하게 살자.
할아버지가 돼서 환갑잔치 할 때까지 노예 생활도 나쁘지 않지.
아무래도 ISAC는 대접이 좋으니까, 말이 노예계약이지 따지고 보면 ISAC에서 설계하고 진행하는 지구촌 영웅 만들기 프로젝트의 VVIP 같은 것이다.
이대로 노예처럼 시키는 일 하면서 영웅으로 대접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응. 그래, 나쁘지 않… 흐으아아아악!”
이시형은 달리다 말고 비명을 질렀다.
전속력으로 달렸는데 어느새 유승우가 눈앞에 있었다.
여전히 한손에 들고 있는 대왕 그리마.
마치 순간 이동을 한 것 같은 모양새다.
“어딜 도망가.”
“흐, 흐아아아악!!”
공포영화를 보다가 놀라면 무의식중에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이 있다. 이시형이 그런 사람이다.
너무 놀란 이시형은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와, 생각보다 괜찮은 검술인데?”
검술에 대한 칭찬이 인색한 승우가 그 검의 궤적을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과연 총장이 추천한 인재답게 상당히 재기 넘치는 공격이다. 하지만 깜짝 놀라서 발작적으로 휘두른 검에 맞을 리는 없었기에, 승우는 검을 피함과 동시에 이시형의 어깨를 잡고 그를 땅에 메다꽂았다.
“크학-!”
낙법의 실패로 내장의 공기를 토해내며 이시형이 꿈틀거렸다. 승우는 씩 웃으면서 이시형과 눈을 마주쳤다.
“다시 소개하지. 유승우라고 하고, 너를 맡기로 한 교관이야. 1주일간 잘 부탁해.”
천재 이시형의 시련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