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18)
괴식식당-318화(318/613)
318화. 천재의 수난 (5)
잠에서 깨어난 이시형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장이 전투력에 미치는 영향. 새 심장으로 바뀌고 난 후부터는 기본적인 출력이 달라졌다.
심장이 바뀌기 전에는 몸에 있는 98개의 마나코어가 하나당 100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당 3,000 이상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서 마나의 규격이 달라졌다. 수소 에너지차를 타다가 대번에 마석 발전 차량을 타는 기분!
거기에 마나의 회전 속도가 마나가 신체를 강화하는 속도, 피로해진 근육을 회복하는 속도보다도 빨라서, 생각을 하는 즉시 마나와 몸이 동시에 반응까지 해줬다. 몸의 반응과 판단력이 어마어마하게 빨라졌다는 뜻이다.
요컨대 마나 회복 속도, 순간 최대 회복력, 최대 마나 사용량, 마나 사용 효율이 동시에 수십 배는 늘어났다.
지금의 전투력은 감히 스스로도 측정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금의 나라면, 일주일 전의 나를 동시에 50명도 상대할 수 있겠어.’
이렇게 강화되어 보니 알겠다.
알 수밖에 없었다.
카젤은 지금까지 ‘장난’을 치고 있었다.
진짜 실력의 1%도 보이지 않고 단계별로 놀아주는 것뿐이었다.
마지막 진검승부를 앞두고 승우가 넌지시 말했다.
“카젤은 얼뜨기 왕자를 평생 동안 보필해 왔거든. 그래서 애 보는 게 능숙해.”
“애 보는 거라. 이 정도의 차이라면, 화를 낼 수도 없겠군… 요.”
카젤은 지금까지 진심이 아니라 아이와 놀아주는 정도로만 싸우고 있었다. 그래도 충분했고, 이시형에게는 벽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젠 아니었다.
심장을 교체하고 다시 태어난 그는 이전의 자신을 아득히 초월했다. 그러니 카젤도 태도를 바꿔서 자세를 고쳤다.
“전력우끼.”
“그래. 전력으로 온다는 거지.”
그녀의 본래 자세는 꼬리로 검을 잡고 양손을 비운 일종의 발도술이었는데, 의도는 예상이 되었다.
빈손과 발로 무형의 검기를 만들어 권법과 각법, 검법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꼬리의 진검으로는 필살의 일격을 날리는 허허실실(虛虛實實)의 자세다.
빈손과 발에 신경을 쓰면 필살의 일격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자잘한 피해가 누적된다.
‘원숭이면서 이 치밀함. 저 꼰대의 가르침이겠지? 저쪽의 페이스대로 싸우면 진다. 자잘한 검의 기술은 내게 승산이 없어.’
이시형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수련 시간이 부족하다. 카젤과 이시형의 재능을 비교한다면 이시형이 훨씬 고등한 경지였지만 그래도 시간을 이길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뼈를 깎으며 피를 토하는 노력을 수십 년간 반복해 온 검귀 원숭이와 이시형의 검술은 그 이상의 격차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 방법뿐인가. 제기랄, 혁진이가 하던 방법이라 기분이 별로인데.’
이시형은 검을 들고 하단의 자세를 취했다. 하단세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좋지 않은 자세다.
하단으로 겨누고 있다면 공격의 궤도는 필연적으로 아래서 위를 향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공격으로 나올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된다. 만약 찌르고 싶거나 방향을 바꾸고 싶으면 자세를 한 번 비틀어야 하니 전환이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하단 올려 베기는 그러한 모든 단점을 메꿀 만큼 강하지.’
인간의 체형으로 펼칠 수 있는 검격 중 상단세의 내려베기와 더불어 최고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맞으면 죽는다.
“우끼.”
카젤이 그 자세의 의미를 파악하고 식은땀을 흘렸다. 한정된 공격과 방어의 자세. 하단세의 의미는 결국 반격이다.
자신의 살을 주고 상대의 몸을 베어버리는 극단적인 반격의 자세. 상대의 공격을 몸으로 받고 동시에 상대를 양단하겠다는 필살의 각오가 느껴졌다.
싸움은 한순간에 끝나겠구나.
카젤은 그렇게 판단했다.
그렇다면 여기서부터 승자를 가르는 요소는 아주 간단해진다.
첫 일격은 카젤이 가져가겠지.
그 일격으로 이시형을 쓰러트린다면 카젤의 승리. 쓰러트리지 못하고 이시형의 반격을 맞는다면 이시형의 승리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다.
거리를 좁히지 않고 검기를 발사하면서 절대로 저 간격에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상대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을 때까지, 끈질기게 괴롭히며 중, 원거리에서 싸움을 이어가면 이긴다.
“우끼…….”
하지만 스승이 보고 있는데 부끄러운 싸움을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녀의 스승은 최강의 검사다.
만약 같은 검사와의 싸움에서 정면승부를 하지 않는다면 스승의 명예가 더럽혀진다.
그렇다면 선택하고 말고도 없지.
“우끼!”
카젤은 웃으면서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공격은 벼락처럼 빨랐다. 그녀의 검이 이시형을 어렵지 않게 베었다.
양손과 양발에서 만들어진 검기가 이시형의 어깨와 복부를 찌르고 들어갔다. 허나 얕았다. 일격에 절명시킬 수 없었다. 반격이 날아온다.
“흡-!”
아름다운 반월을 그리는 베기. 아래에서부터 위를 유려하게 베는 공격은 예술적이었고, 빠르고 강했다. 그러나 예측을 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 카젤은 쓰지 않았던 꼬리의 검을 휘둘렀다.
한 호흡을 거른 반 박자 빠른 공격으로 이시형의 공격이 펼쳐지기 전 목을 벤다. 그야말로 필살의 일격이었다.
끝났다, 이겼다라고 카젤이 확신할 때였다.
‘걸렸군.’
상정 외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시형은 검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베다가 그대로 손아귀의 힘을 풀고 검을 내던져 버렸다. 검이 날아가고, 베기에 전력을 쏟지 않았던 이시형은 올려 베던 기세에서 거짓말처럼 몸을 숙였다.
카젤의 검과 이시형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우낏!”
이시형의 코드네임은 ‘검성’이다. 이 코드네임은 독일의 검술 연구 기관인 마르쿠스의 형제들이 인정한 지구에서 가장 검을 잘 쓰는 자에게 부여되는 칭호, 소드마스터에서 비롯된 이름인데 그 이름 그대로 최강의 검사라는 뜻이다.
그런 최강의 검사가 검을 버렸다.
‘나는 최강의 검사가 될 수 없어.’
유승우를 몰랐으면 모를까 알아버렸다. 무슨 수를 써도 저것은 이길 수 없다. 어떠한 노력을 해도, 뼈를 깎아도, 정신과 시간의 방에 들어가서 수천 년을 단련해도 이길 거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시형의 커다란 자아는 자신이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이 괴로웠다.
그런 마음으로 휘두른 검으로 카젤은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검을 놔버리면 그만이다.
‘나는 젊고, 오늘 다시 태어났어.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길어. 방식을 바꾸자.’
검을 놔버리면 검사 대 검사의 싸움이 아니다. 인간과 원숭이의 싸움이다.
인간은 원숭이보다 전투에 적합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 길게 뻗은 다리와 팔은 난투에 유리하다.
‘싸울 때 검만 쓰는 것 자체가 오만이야. 그렇게 싸울 수 있는 건 저 사람뿐. 사람은 모든 걸 써서 싸워야지.’
이를테면 주먹.
이를테면 다리.
이를테면 머리.
인간의 육체는 훌륭한 무기다.
주먹과 다리를 휘두르고 초근접전에는 박치기라도 불사한다.
공격을 검에 한정 짓는 게 아니라 싸워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한다. 그리하면 최강의 검사는 될 수 없지만 최강의 전사는 될 수 있겠지.
‘리엔후, 기술 좀 빌릴게.’
이시형은 수도 없이 싸워서 외워 버린 퍼스트 오더 No 3. 리엔후의 권법을 떠올렸다.
수많은 헛소문과 거짓말로 점철된 중국권법을 무에서 유로 재창조한 그 천재는 현대에 무수히 많은 중국권법을 만들어냈다.
지금 이시형이 펼치려는 기술은 그가 만든 수많은 권법 중 리엔후 본인이 최고라 장담했던 기술이다.
‘무이타(無二打)-!’
한 번의 공격으로 충분하여 두 번의 공격은 필요 없나니. 신체의 반동과 마나코어의 마력을 한계까지 쥐어짜서 상대의 마나코어와 공명하여 폭발하게 만드는 발경의 극의다.
이시형의 천재적인 재능은 리엔후의 기술을 완벽하게 모방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은 명중하지 않았다.
이시형의 주먹은 누군가에게는 닿았지만 그것은 카젤이 아니었다.
“거기까지.”
이시형의 주먹을 막아선 승우가 싱긋 웃었다.
“합격.”
죽음의 위기를 느낀 카젤은 그대로 풀썩 쓰러졌고, 온몸의 마력을 한 번에 모조리 쥐어짠 이시형도 마나고갈로 무릎을 꿇었다.
승자와 패배가 나뉘었지만 패자 쪽이 훨씬 몸 상태가 좋았다.
“승자가 누구인지는 알겠지?”
“우끼…….”
시무룩하게 카젤이 대꾸했다.
승우는 그런 카젤과 이시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하지만 둘 다 잘했어. 스승으로서 기쁘구나.”
제자의 발전을 목도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지.
이시형은 지금 한 꺼풀 벗고 성장했다. 초월자의 초입에 도달했다고 봐도 좋다. 카젤도 마찬가지.
패배를 모르던 무패의 검사가 패배를 알고, 자신의 부족함을 알았다.
그것은 성장의 비료가 된다.
승우가 흐뭇하게 보고 있으니 이시형이 투덜거렸다.
“내 무이타. 불발이었나… 요?”
“이 기술을 무이타라고 하는구나. 제법 괜찮은 기술이야. 오랜만에 손바닥이 뻐근하네.”
“뻐근? 뻐근이라고?”
내 모든 마력을 한 번에 쥐어짠 공격인데 뻐근으로 끝인가.
“괴물 같으니…….”
하지만 이쯤은 돼야 내 고집을 꺾은 사람이지.
이시형은 입가를 올리며 웃었다.
“합격이라면 훈련은 끝입니까?”
* * *
A섹터로부터 연락이 왔다.
[준비 완료.]이 네 글자를 얼마나 기다려 왔던지.
시라노는 만세를 하며 기쁨을 표현했다.
“조오오오아써! 이걸로 퍼즐은 완성됐다. 승리로 가는 빛의 길이 보인다!”
“저, 사령관님. 다 좋은데 능력 이름을 바꾸실 생각 없습니까?”
“능력 이름? 샤이닝 로드가 왜?”
“엄청 불길합니다. 진짜 말도 못 하게 불길해요.”
하오위는 그렇게 말하며 커피를 가져왔다. 시라노의 삶이란 카페인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지라 커피 타오는 일이 그의 주된 업무였다.
“짜식, 예민하기는.”
“아무튼 지시하신 자료입니다.”
“아, 고마워.”
퍼스트 오더들과 세컨드 오더들의 최근 교전 기록이다. 모두 420명분이었는데, 이 중에서 옥석을 가려서 이시형을 서포트 할 레이드 파티를 만들어야 한다.
보통 지휘관에게는 식은땀 나는, 짜증 나는 작업에 속하지만 시라노에겐 몇 없는 즐거운 업무였다.
“난 이게 제일 재밌더라.”
“레이드 파티 짜는 게 말입니까?”
“응. 안 엮일 것 같은 헌터끼리 억지로 파티로 만들었는데, 그게 실전에서 딱 제대로 시너지를 보이면 그것만 한 쾌감이 없단 말이지.”
“중증의 컨트롤 프릭이군요.”
“그렇게 불려도 할 말이 없군.”
일단 한 명은 무조건 정해뒀었다. 녹색 존만이, 리비다.
녀석은 여러 퍼스트 오더 중에서도 정말로 각별했는데 우선은 지구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최고 수준의 마법사다. 마법사는 어디에 넣어도 파티를 잘 굴러가게 하는 윤활제다.
그런데 놈은 그런 마법사면서도 개조인간에 버금가는 엄청난 반사 신경도 가지고 있다. 버프와 디버프를 초단위로 유지하고 온오프하며 동시에 10명이 넘는 사람을 관리한다.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각성자와 몬스터를 대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사기다.
개인적으로도, 성격적으로도 안 맞는 리비를 시라노가 매번 찾는 이유였다.
“돌입 멤버는 4명 정도가 좋겠는데, 일단 이시형과 녹색 존만이는 기본으로 깔아두고 나머지 두 명이 문제군.”
“네. 우선 녹색 존만이 님에게 연락해 두겠습니다.”
“크으. 하오위, 나는 자네가 참 마음에 들어. 전에 있던 쫄보 놈은 덩치는 큰데 항상 쫄아 있었거든.”
“없는 자리에서는 나라님도 욕한다고 합니다. 그 자리 없으면 사령관님이건 리비님이건 씹을 수 있는 거죠.”
“새끼, 반항적인 모습이 아주 좋다. 평생 동안 내 부관으로 안 놔주마. 무덤까지 함께하자꾸나, 하오위 대위.”
“…….”
지금 반항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승진한 건가? 하오위가 얼떨떨하게 보고 있으니 시라노가 자료로 눈을 돌렸다.
“그럼 누가 좋을까…….”
그의 시선이 코드네임 샤프슈터라고 적힌 자료에 못 박힌 듯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