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24)
괴식식당-324화(324/613)
324화. 악마의 계약 (2)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좋아하는 것을 먹는다. 이상윤에게 있어서는 이 모든 것은 같은 의미였다.
버섯이 자라는 곳에서 버섯을 가지고, 버섯을 먹고, 먹는다. 인생을 버섯으로 바꾼 버섯 라이프, 버섯커, 버섯 광인인 이상윤에게 있어서 버섯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대부분 업계 포상이었다.
그래서 시라노 사령관이 하극상과 임무 방기, 무단 행동, 탈영, 근무지 이탈을 이유로 교수대로 보내는 대신에 버섯을 먹으라고 할 때는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그리고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버섯을 먹어야 할 때는 슬프기도 했다.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버섯은 결국 진짜 버섯이 아니다. 한없이 버섯에 가까운 버섯의 모방품이다.
하지만 싫어만 할 수도 없다. 한없이 버섯에 가까운 가짜라고 해도 버섯은 버섯. 쉽게 말해서 유전자 조작 버섯은 버섯의 친척이고 친구다.
버섯의 친구는 나의 친구, 그렇다면 사랑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사랑해야만 했다.
사랑할 수도 있었다.
아니! 사랑했다!
그렇기에 슬펐다.
이렇게 일방적인, 태생부터 이용당하기 위해 태어난 버섯이라니!
‘미안해, 무지개 버섯아.’
버섯 인생의 효과로 무적의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버섯은, 시라노에게 전략적인 이용을 당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으로 버섯을 개조하며 성능을 조절 당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버섯은 자연 그대로가 제일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것인데! 개조를 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연인이 매드 사이언티스트에게 납치되어 개조 수술을 받고 괴인(怪人)이 되어버린 비극의 히어로 같은 모습이었다. 남들은 뭐라고 손가락질하고 욕을 할지도 모른다.
허나 우리들은 혼자가 아니다.
같은 감성, 같은 감각을 공유하는 동료가 있었다.
이상윤과 버섯파이브는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 연인을 멋대로 개조당한 분노, 버섯이 이용당하는 분노.
자신의 육신은 상관없었다.
비록 사지를 꽁꽁 결박당한 후 외간 남자의 왼팔에 매달려 방패처럼 장착된 채 공격을 복근으로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어도 이것은 참을 수 있었다.
군인으로서 저지른 죄는 군인이 갚아야 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버섯을 이용하다니. 감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용서 못 해! 시라노오오오오-!’
이상윤은 분노했다.
현재의 상황에, 사악한 시라노 사령관에게! 그리고 나약한 자신에 대해서!
‘용서할 수 없다아아아악-!!’
이능력 연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능력과 스킬은 극한 상황에서의 정신적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분노는 대표적인 각성의 스위치다.
통계에 따르면 이능력자의 자그마치 35%가 분노로 각성했다고 한다.
이상윤은 분노로 각성했다. 잇따라서 같은 감정을 느낀 다른 버섯파이브도 각성했다. 동시다발적인 이능력자들의 각성 공명 현상은 희귀하게나마 기록된 적이 있었다.
지휘통제실의 대원들이 그들의 각성 현상을 요란하게 보고하고, 빠르게 능력을 대조했다. 그들이 한차례 요란을 떨고 내린 결론은.
[사령관님, 무적의 지속 시간이 증가했습니다. 개인당 5분에서 7분이 됐는데요? 거기에다가 두 번째 복용인데도 불구하고 지속 시간의 감소가 없네요. 지난번에는 오 분의 일로 팍 줄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진짜? 아싸, 개이득.]버섯파이브들이 더욱더 효율 좋은 방패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이상윤의 눈물을 털어내며 RTL이 한숨을 내뱉었다.
“네놈들은 무슨 색의 피를 흘리냐? 진짜 인간 맞아?”
[물론 우리는 인간이지. 인간이니까 이렇게 하는 거라네, 요즘은 악마보다 사악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들어.]“어쨌든 30분은 이제 끝나간다. 이시형은 어때?”
“정신 차렸다.”
급속 치료기에서 막 몸을 일으킨 이시형이 직접 대꾸했다. 목소리는 가라앉았고, 꽤나 열받은 듯 으르렁거리는 기색이었다. 기습적으로 한 대 맞고 죽을 뻔했으니 열받기도 하겠지.
RTL이 한숨을 돌리며 볼코프로부터 물러섰다. 그러자 이시형이 말했다.
“30분을 어떻게 버텼지?”
볼코프로부터 30분을 버티는 일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기적은 아니었다. 협동의 힘이었다.
민의 탐지 능력으로 공격의 전조를 파악하고 범위를 알아챈다. 리비의 버프로 육체를 강화하고, K의 공간 이동과 RTL의 자기장 제어 능력을 통한 고속 이동으로 모든 공격에 빠르게 접근한다. 물론 제일 큰 역할은 이들이 아니라 무적 버섯 실드가 했지만, 어쨌든 눈부신 팀워크의 힘이었다.
RTL이 한 발짝 물러서며 땀을 훔쳤다.
“악마와 계약을 했어.”
악마라니, 무슨 소리일까.
이시형이 의문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봤다. 그리고 그의 팔에 매달린 이상윤을 보았다.
이상윤이 또르륵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이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그럼 다시 해볼까?”
2차전 시작이다.
* * *
질서와 중립, 혼돈.
신들은 이 세 가치관으로 파벌을 나눈다.
질서적인 성향의 신은 모든 사물과 환경, 사회가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조화로운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아름답다고 여긴다.
개개인의 의사를 무시하지 않고 다수가 소수를 존중하며 소수가 다수에게 짓눌리지 않는 세상이라면 더더욱 이상적인 것으로 보고 좋아하겠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러한 세계는 수많은 차원 중에서도 몇 없으며 대다수의 경우는 능력이 있는 독재자에 의한 강압적인 세계, 요컨대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혼돈을 추구하는 신은 모든 사물과 환경과 사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동작하는 것보다 개인의 의사와 욕구, 욕망, 실현 의지를 더 아름답다고 여긴다.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세상은 피, 욕망, 폭력이나 이간질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위해서 어떠한 제약도 없이 강한 의지가 이끄는 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은 대체로 약육강식(弱肉强食), 강자지존(强者至尊)의 흐름을 타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결국은 원치는 않겠지만 혼돈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혼돈은 영원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 약육강식도 강자지존이라는 경향이 생기듯이, 그 경향의 끝은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독재자가 생기고 그에 의한 강압적인 세계가 된다.
요컨대 혼돈 또한 끝은 같다.
“그리고 그것이 더더욱 극단으로 치달으면 결국은 이렇게 되지.”
극단적인 질서는 무(無)의 세계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니 질서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극단적인 혼돈 또한 무(無)의 세계다. 죽고, 죽이고 서로가 욕망과 의지가 이끄는 대로 살육과 전쟁을 반복하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승리자 혼자만의 세계.”
승우가 도착한 탐욕과 절망의 신이 군림하는 세상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있는 것이라곤 생명체가 존재했었다는 증거인 혼의 찌꺼기와 이 지옥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 하나의 신뿐이다.
행성의 파편조차 남지 않은 검은 세상. 우주 공간 속에서 오롯이 군림하고 있는 거대한 뼈, 뼈의 용(骨龍). 탐욕과 절망의 신은 본 드래곤(Bone Dragon)이었다.
해골의 용이라니, 참으로 우아한 작태로군. 승우는 우주 공간을 유영하며 그를 관찰했다.
“아무튼 크군.”
녀석은 거대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고 소화하여 자신의 양분으로 삼았기 때문이겠지.
자신을 방해하던 마왕군을 볼코프로 처리하고 인간, 몬스터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먹었다.
다른 신 또한 마찬가지로 먹었다. 탐욕(貪慾)의 신명과 볼코프에게 부여한 권능이 탐식(貪食)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먹는 것에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행성까지 먹어 치울 줄이야. 가리는 게 없기는 한 모양이다.
“하기야 탐욕의 신명을 가지고도 대상을 가린다면야 제대로 된 신이 아니었겠지. 그런데 먹는 능력이라니 재미있군. 편식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승우가 피식 웃었다. 그 자신만만한 태도에 탐욕과 절망의 신, 해골의 용은 자신의 거체를 움직이며 승우를 바라보았다.
행성보다도 커다란 머리, 태양처럼 타오르는 붉은 눈이 승우를 응시한다. 살도 성대도 없는 해골의 용은 넘쳐나는 신력을 사방으로 방출하며 신언(神言)으로 말했다.
[누군가 했더니, 검신이군.]“나를 알아?”
[만신전 사상 최초로 세 개의 신명을 가진 신을 모를 수가 없지. 그대에게도 혼돈의 초대장을 보냈을 터인데 기억 못 하나?]“그런 비슷한 걸 받긴 했었지만, 스팸 메일은 사절인지라 바로 삭제해서 기억이 안 나.”
[호… 그렇다면 혼돈을 거부하고 질서의 흐름에 맡기려는 것인가?]“그쪽도 스팸 처리했어.”
[질서와 혼돈을 거부하다니, 자유의 종자였는가. 과연 듣던 대로군.]해골의 용이 흡족하게 웃었다. 자유와 혼돈은 다르지만 부분적으로는 일치하는 사상이 있었다.
의지, 자유의 의지를 존중하는 것.
혼돈은 모든 생명체의 의지가 어지럽게 교차하는 때를 가장 숭고하다고 본다. 그러니 자유의 의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마나 찬란한가.
탐욕의 신이 보내는 호의적인 시선을 느끼고는 승우가 눈살을 구겼다.
“뭐야, 그 눈빛은.”
[너는 아름답다.]승우는 오랜만에 소름이 돋았다. 신명을 얻고 이렇게 소름이 돋아보기는 처음이어서 당황했다.
“뭐?”
[이리 아름다운 신이 있다니, 직접 보기 전까지는 상상할 수도 없었도다.]그는 세 개의 신명을 지닌 최초의 신이다. 자유를 숭상하며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다.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고, 누군가를 증오하지 않고, 누군가와 적대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세상에 보이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자신만의 자유 의지를 보여도 누구의 지탄도 받지 않는다. 어째서인가.
[그것은 네가 누구보다도 강하기 때문이다. 강한 자는 아름다우며 의지가 강한 자는 숭고하지. 육신과 정신 모두 그 어떠한 존재보다 강한 네가 질서의 종자가 아니라 안심했다. 혼돈은 항상 그대를 환영하지.]“좋게 봐주니까 고맙네. 그래도 미사여구는 집어치우고 우리 실무적인 이야기를 하자고. 지구에서 손 떼라. 볼코프라는 귀환자에게 걸어둔 족쇄도 치워 버리고.”
[그것은 할 수 없는 이야기다.]“그래? 그럼 죽어도 좋다 이거지?”
승우의 엄지가 아이온의 검집을 조금 밀어냈다. 약간의 칼날이 모습을 보인 것만으로 분위기가 일변했다.
해골의 용은 그 순수하기까지 한 폭력의 힘에 경외감을 느끼는 동시에 욕망 또한 느꼈다.
저토록 강한 힘과 강한 의지의 적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혼돈이란, 강한 의지의 충돌로 발생하는 것.
해골의 용의 의지는 이 차원을 재패할 정도였기에 적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혼돈은 모습을 감추고 무의 세계가 되었다. 새로이 등장한 이 검신은 탐욕의 신이 자신의 의지를 증명하기에 딱 좋은 거울이었다.
[폭력에 굴해서야 혼돈의 종자를 자처한 보람이 없지. 그리고 나는 탐욕의 신이다. 내 것은 놓치지 않아. 놔줄 생각도 없으며 타협할 생각도 없다.]“기골이 있어서 좋네.”
[그대와 싸우면 나는 죽겠지. 영원토록 돌아올 수 없게 소멸할 것이야. 나는 그대의 상대가 되지 못하니까.]“그걸 알아도 싸우겠다는 거지?”
[신명이란 살아온 모습. 삶의 태도다. 나는 탐욕과 절망의 신. 탐욕적으로 모든 것을 취하며 공평하게 절망을 주는 존재. 그대에게 무릎을 꿇는 자가 아닐지니, 소멸이 무어 두렵겠나. 두려운 것은 자신의 삶을 배반하는 것이지.]“제법 뼈대가 있어서 좋다.”
[가진 것은 뼈뿐이니, 기골도 뼈대만은 있겠지.]“유머 센스는 최악이지만, 너는 마음에 들었다. 어디의 빌어먹을 신들에게 보라고 하고 싶을 정도야.”
[고맙군.]“그런 너에게 선택권을 주지.”
[선택권?]“싸우고 싶은 상대를 고르게 해줄게.”
우주를 떠돌던 해골의 용이 그 거대한 몸을 비틀며 한 점으로 모여들었다.
그것은 뱀이 똬리를 트는 모양새였지만 크기가 크기다 보니 마치 우주가 요동치는 것으로 보였다.
승우는 팔짱을 끼고 그 흐름을 타며 웃었다.
“검의 신과 싸울래, 괴식의 신과 싸울래. 골라봐.”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검의 신과 싸운다면 검으로 싸운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괴식의 신과 싸운다면?
해골의 용이 웃었다.
[힘으로는 승산이 없겠지만, 욕심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너의 괴식이라고 할지라도 내 욕심은 이길 수 없을 터.]“그렇다면 결정이군.”
승우가 세 번째 신명 무구를 꺼내들었다.
“너의 탐욕과 나의 괴식. 어느 쪽이 더 강한지. 해보자고.”
먹는 신과 먹이는 신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