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33)
괴식식당-333화(333/613)
333화. 혁명 (1)
신명은 영원불변하지 않다. 신명은 그 분야의 정점에 올랐다는 증거이기에 더 뛰어난 신이 나타난다면 신명의 소유자는 바뀐다. 그러니까 신명을 얻었다고 방만하게 산다면 빼앗길 수도 있다.
세세하게 따지면 신명을 잃는 방식은 더 있었다. 거래, 양도같이 상거래 행위를 통해서 신력이나 아티팩트, 차원 등. 신에게도 가치 있는 물건을 주고 신명을 거래하는 행위는 그나마 양반이다. 신명을 빼앗으려고 무력행사를 벌이는 일이 제일 많았다. 일단 소멸시켜 버리면 신명 소유주는 없어질 거고, 그러면 다음 순위에 있던 신이 그 신명을 가져갈 테니까.
‘그것만을 하는 청부살신업자도 있지.’
예를 들어서 예술의 신 A가 있다고 치자.
예술의 신을 노리는 B는 예술로는 도저히 A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명은 가지고 싶다. 그럴 때 청부살신업자를 부르는 것이다.
신력을 줄 테니까 A를 소멸시켜 줘.
그러면 즐거운 마음으로 청부살신업자는 A를 공격하여 소멸시킨다.
A가 소멸되었으니 예술의 신명은 공석이 된다.
이제 B가 예술의 신이 될 커트라인을 넘어섰다면 예술의 신이 될 것이고, 커트라인조차 넘지 못했다면 예술의 신명은 커트라인을 넘은 자가 나올 때까지 공석이 된다.
‘최종적으로는 폭력만이 답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참 기분이 그래.’
느긋하게 지내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신명을 빼앗고 있었고, 누군가는 신명을 빼앗기고 있다. 인간이 치열하게 살 듯, 신도 치열하게 살고 있다. 승우는 기묘한 기분으로 단검을 들었다.
“미치겠구나.”
F급 아티팩트처럼 보였던 망가진 신명무구는 그러한 신명 강탈전의 흔적이다.
단검에는 선명하게 정보가 남아 있었다.
–
[엘라이온]요리의 신, 헤스티아의 신명 무구.
반역과 혁명의 신에게 파괴됨.
–
“이 미친놈이 결국 사고 쳤군.”
* * *
혁명에는 돈이 들어간다. 자본주의의 돼지 같은 말이지만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누구도 화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능이 있고, 문명이 있다면 당연한 일이다.
신조차도 신력이라는 화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반역과 혁명의 신 테오도르는 혁명과 반역에 인생을 걸 수 있는 자였고, 그렇기에 신명을 가진 신이었지만 화폐가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반역이란 억압에 대한 저항이며 자유를 해하려는 자에게 들이미는 불타는 칼날이지. 무자비하고 목적성이 없는 폭력이 아니다. 화폐가치의 파괴는 반역이 아니야. 반지성주의자, 반화폐주의자는 올바른 자의 생각이 결코 아니지. 그것은 멸망이고, 재앙이다. 그러니 화폐가치를 부정하진 않는다.”
신자를 먹이고, 재우는 비용은 공짜가 아니다. 물론 공짜로 할 방법도 있다. 강제 모금, 즉 약탈이다. 하지만 반역과 혁명을 위한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이 약탈이라니 본말전도도 정도가 있다. 그래서야 완전히 본인이 압제가 되는 일 아니던가.
“대의 없는 혁명은 폭력. 약자에 대한 폭력은 곧 압제.”
테오도르는 진정으로 반역과 혁명의 신이었다.
반역이란 자신의 자유를 침해하는 자들에 대한 저항이고, 자아의 해방이다.
혁명이란 자유의 확립이다. 압제를 가하는 자들을 물리치고, 모두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성공해야만 혁명이 끝난다.
“혁명의 완성은 제대로 된 사회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있다. 불을 지르고, 압제자를 죽이는 순간이 끝이 아니다. 폭정을 뒤집는 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할 뿐이지. 그것을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돈이, 신력이 필요하다.”
테오도르는 매우 바쁘게 살았다.
그는 차원을 돌아다니며 혁명의 불씨를 남기고, 압제자를 몰아낸다.
몰아낸 이후의 올바른 세계를 위해서 뛰어난 정치가를 영입하고, 힘을 실어주고, 신력을 나누어준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두 화신이 아니었다면 과로사 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그래도 그간의 활동이 열매를 맺어서, 각지에 심어둔 혁명의 불씨는 타올라서 불꽃이 되었다. 화신들은 테오도르가 없어도 자주적으로 움직이며 자신이 믿는 혁명과 반역의 씨앗을 남긴다.
그러니까 이제 테오도르가 주로 하는 일은 신력의 수급이었다.
그는 이름 높은 청부살신업자다.
“이번 조건은 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
에메랄드 태블릿을 통해서 하루에도 수천 건의 의뢰가 온다.
하지만 테오도르의 의뢰 조건은 매우 엄격했다.
단순한 질투, 질시, 욕심으로 내거는 의뢰는 받지 않는다.
그가 죽이는 신은 기득권이어야 했으며, 큰 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받지 않은 신어야 했다. 놀랍게도 악신보다는 질서의 신이 더 많이 해당됐다.
질서의 신들은 질서라는 의미로 수많은 악행을 벌이고도 버젓이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요리의 신 헤스티아도 그래서 살신 당했다.
“선량한 척은 다 하는 가증스러운 것. 쯧.”
그녀의 원죄는 너무도 컸다. 테라의 모든 인간에게 괴식을 강요하여, 인체실험에 가까운 식사를 하도록 법을 만들고 종교를 만들고, 인간을 신들의 생체병기로 만들도록 유도했다. 그런 주제에 나중에는 양심에 켕긴다고, 냅다 다른 차원으로 튀고는 거기서는 자애와 자비의 상징으로서 살다니 용납 못 할 일이다. 그래서 의뢰를 받았을 때 수락한 뒤 칼빵을 먹여줬다.
존재를 멸하지는 못했지만 적잖은 상처를 입혔다. 엄청난 신력을 소모시켰으며 신명 무구도 파괴했다. 파괴한 신명 무구는 재생하지 못하게 시공의 틈으로 내던졌으니 되찾을 방법도 없겠지. 의뢰주도 매우 만족해했다.
“아무튼 슬슬 일을 한 건 더 해야 되는데, 별로 좋은 일거리가 없…….”
의뢰서를 죽죽 내리던 테오도르의 손이 멈췄다.
신경 쓰이는 이름이 있다.
“…….”
의뢰자, 혼돈의 신 연합.
의뢰자, 질서의 신 연합.
의뢰자, 중립의 신 연합.
세 곳에서 온 의뢰가 한 명의 이름을 가리키고 있었다.
검과 승리, 괴식.
유승우.
“이 녀석을 죽여 달라고?”
의뢰자가 삼 연합이다.
만신전에 기입된 신 대다수가 승우의 목을 원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하구나…….”
세 개의 신명을 가진 유일한 신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있다. 질서의 신들은 모든 신은 자신의 위치가 있고, 가진 힘에 따라서 활동해야 한다고 믿었다. 승우쯤 되는 신의 위치는 아래가 아니라 위다. 그는 위에서 군림하여 다른 이들의 모범이 되고 다른 신들을 이끌어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 산다는 것은 자유를 추종하겠다는 의미. 그것도 방종에 가까운 개념이니 그는 혼돈의 주구라는 의미다.
질서를 크게 어지럽히는 신이다. 멸해야 한다.
질서의 신은 그의 목을 원한다.
혼돈의 신의 입장으로 보자면 승우는 한층 더했다.
승우의 존재는 혼돈 그 자체였다. 세 개의 신명을 가진 신이 자기 멋대로 살아가니 주변의 약한 것들은 그에게 휩쓸린다. 혼돈은 더 큰 혼돈을 마주하면 일그러지고, 이윽고 색을 잃는다. 방법은 있다. 승우가 세력에 들어오는 일이다. 그가 혼돈의 세력에 들어온다면 중심점이 되어주겠지. 그러나 그는 혼돈의 연합에는 소속되어 있지 않으며 오히려 절망의 신을 절망케하여 세력을 약화시켰다. 그렇다면 놈은 혼돈의 적이다.
“중립의 신들도 적대할 만하지.”
질서와 혼돈의 싸움은 수억 년간 이어져 왔다. 중립파는 중립에 서는 것으로 이 긴 싸움을 파탄이 나지 않도록 조율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조율이 한 신에 의해서 이토록 커다랗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를 죽이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중립의 신들도 승우의 목을 원한다. 이 사태를 빠르게 진정시키기 위하여!
이토록 다른 마음이지만 세 연합이 내놓은 결과는 하나였다.
모두 승우의 목을 원한다.
모두가 원하니 모두가 가진 신력을 모아서 의뢰를 내걸었다.
그러니 의뢰금은 상상을 초월했다.
저만한 신력이 모인다면 못 하는 일은 없다.
억초창생을 위한 무한한 혁명도 할 수 있다.
“쯧. 이런다고 내가 친구와 싸울 줄 알아?”
그는 테오도르의 유일한 친구였다. 크라이도, 레나토도 파티 멤버였지만 진정으로 친우는 아니었다. 친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승우뿐이었다.
“돈 때문에 친구와 싸울 거 같냐고!”
그러나 거절하기에는 너무 많은 신력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테오도르는 슬며시 의뢰를 받았다.
* * *
“…라는 일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아테나의 설명을 들으며 승우는 조용히 눈 사이를 꾹꾹 눌렀다.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삼신 연합의 의뢰, 헤스티아의 격퇴라니. 이 녀석이 진짜…….”
“광신다운 일이에요. 정말로.”
만신전의 신들이 뽑은 광신(狂神) 랭킹에서 단 한 번도 3위 밖으로 내려오지 않은 테오도르다. 미친 정도로 치자면 그보다 미친 신은 몇 없었다. 아테나는 커피 잔의 얼음을 흔들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거죠?”
“헤스티아에게 사정부터 설명해야지.”
헤스티아의 신명무구는 승우가 싫어서 숨은 게 아니었다. 자신의 부서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꽃단장하고 나오느라 숨은 것이었다. 몸을 복구하자마자 바로 냉큼 귀속되더니만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헤스티아와 승우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면 어쩔 수없이 해명을 해야 했다.
아테나가 한숨을 내뱉었다.
“그거 말고요.”
“그거 말고 뭐 달라질 게 있을까?”
“반역과 혁명이 신이 적이 됐잖아요. 대비해야죠.”
“왜?”
“왜라뇨? 적이 됐을 때 그 신보다도 까다로운 신이 누가 있겠어요!”
반역과 혁명의 신 테오도르는 신이 되기 전부터 이름 높은 정령궁수였다.
최고 수준의 정령술을 구사하고, 활 솜씨는 신궁.
거기에 소수정예로 다수의 군대를 상대하는 능력은 역대 최강이었다.
말하자면 그는 게릴라전의 신이었다.
먼 거리에서 활로 적을 저격하고 정령술로 전장을 유리하게 조성하며, 적의 허점을 파고들어서 소수의 인력으로 대군단을 상대하는 것에 이골이 난 지휘관이다.
반역의 신명과 혁명의 신명으로 아군이 적을수록, 적이 강할수록 강해지는 그의 능력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걸로 치자면 만신전의 모든 신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힌다. 그런 적을 상대로 여유를 부릴 수 있을까?
“그가 도착하면 이곳은 불바다가 될 거예요. 상업은 마비되고, 질서는 붕괴하겠죠. 당신을 상대로 정면싸움을 하는 바보가 아니고, 그는 그렇게 싸울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자가 환경을 이용하기 시작하면 당신이라고 해도 쉽게는 안 끝나요.”
일견 그녀의 말도 맞는 걸로 보였다.
하지만 승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테나의 우려는 반은 맞았지만 반은 틀렸다.
“걔는 말이야. 의외지만 불필요한 희생과 파괴를 엄청 싫어하거든?”
“예? 그 신이요? 가는 곳을 모두 다 불 지르는 파괴신이요?”
“걔가 파괴했다면 파괴될 이유가 있는 곳인 거야. 여기는 그렇게 못된 놈들이 없으니까 불까지 지를 일도 없고, 노리는 게 나 하나라면 나 하나만을 노릴 거야. 쓸데없는 짓은 안 해.”
친구로서의 신뢰도 있고, 같은 동료로서의 믿음도 있다.
테오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아테나가 보기에는 매우 희망찬 낙관론이었지만 승우는 진심이었다.
“그러니까 온다면 정면승부고, 정면승부면 나는 안 져. 따로 대비할 필요는 없지.”
“…그렇다면 그 광신은 대체 뭘 믿고 의뢰를 받은 걸까요?”
“착수금만 챙기려는 수작이겠지.”
“아.”
“물론 싸울 생각도 있긴 하겠지만 이길 생각은 못 하겠지.”
“그럼 문제는 없는 거군요.”
“아니.”
승우가 상당히 곤란하다는 듯 턱을 긁었다.
“진짜 큰 문제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