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45)
괴식식당-345화(345/613)
345화. 괴식 스트리트 (2)
전 세계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현재 괴식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만 가고 있었다.
세계적인 영웅, 러시아의 구원자. 찬란하게 빛나는 거대한 별, 모스크바의 성자, 검과 승리 괴식의 사도, 이정훈의 탈모가속기 등의 다양한 별명을 가진 백강혁이 매일 아침저녁마다 SNS로 괴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간편한 레시피를 공유하거나 친구에게 괴식을 먹이는 둥의 홍보활동을 거듭하기도 했으니.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정서가 그러했다.
올해의 국가 지원 사업으로 괴식을 지정한 국가가 오십여 국. ISAC는 공식 지원 사업으로 괴식을 선정했고, 또한 괴식 스킬 소유자에 대한 우대 정책까지 발표했다. 그것에 보조를 맞추듯 괴식 학원이 본격적으로 가동. 모스크바 대성당이 있던 자리에 괴식 학원 1호점이 지어지고, 한국은 새롭게 탈환에 성공한 강원도 쪽에 2호점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시라노의 강력한 요청으로 3호점은 프랑스에, 아왈트의 요청으로 4호점은 베네치아에, 5호점은 총장의 판단 아래 브라질에 지어지기로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
어느 스킬이 그렇지 않겠냐만 괴식 스킬은 소질과 적성이 맞는 사람은 습득하는 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고, 안 되는 사람은 죽어도 안 되는 모습을 보였다.
제대로 된 괴식 요리사를 육성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 승우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ISAC와 괴식교의 신도들은 승우가 생각한 이상으로 유능했고, 괴식 배포에 진심이었다.
그들은 우선 모든 사람에게 괴식에 대한 길을 열었다. 쉽게 자신의 괴식에 대한 소질 유무를 알 수 있도록 각종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뮤투브 강의였다.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한 달에 걸쳐서 천천히 괴식 스킬 습득자가 지식을 전달해 주면, 쉽게 집에서 괴식을 만들어 보고 연습해 볼 수 있게 해주는 한편, 원하는 사람은 언제라도 체험교육의 형식으로 짧게 괴식 특훈을 시켜주는 괴식 스킬 체험 수련장도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가상현실기기로, 오프라인에서는 강연회와 시연장을 오가며 사람들에게 괴식을 선도한다. 시대는 바야흐로 괴식의 시대였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까 내게도 문의가 참 많이 와.”
그에게 문의가 오는 이유는 별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현재 괴식 스킬의 습득자는 승우에게 괴식을 배운 1세대와 그 1세대에게 괴식을 배운 2세대가 있다. 1세대는 지금 당당하게 괴식셰프라고 불리며 선구자로 불리는데 그럼 그 선구자에게 기술을 가르친 자는 무엇이 되겠는가.
“마스터 셰프라고 부르더군.”
좀 더 시적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부 대중매체에서는 그를 프로메테우스라고 부르고 있다. 인류에게 불을 건네주어 문명을 꽃피우게 한 신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나에게 실례인지도 모르고 말이야.”
정말이지, 이중적인 의미로 실례였다. 신문지 컷도 가능한 신이랑 동격으로 두는 것은 자존심 상하고, 여기저기서 문의해 오는 것은 귀찮았다.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물어보는 것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시차를 모르나 봐. 애들 자는데 자꾸 가게로 전화를 하니까 아무리 나라도 짜증이 안날 수가 없지.”
“앗……. 그거 고생이시겠어요.”
“으, 으음. 아무튼 그런 상황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괴식 스킬을 얻은 사람이 꽤 나오고 있어. 정규적인 루트든, 비정규적인 루트든 말이야.”
괴식의 신인 승우가 파악한 괴식 스킬 소유자는 벌써 백 명이 넘었다. 정확하게 109명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 몇몇이 나에게 괴식 요리를 가져와서 가게를 내고 싶다고 그러더라고.”
몇몇만 아는 사실이지만, 용사의 식당 주변 모든 땅은 다 승우의 것이다. 카페 바네 같은 곳도 그렇고 고급 레스토랑 레종도, 건물주는 승우였다.
지금은 혼란한 시대. 오르락내리락하는 땅값을 신경 쓰느니, 땅을 사는 것보다는 전세나 임차로 계약하는 게 기본 상식이라 생긴 현상이다.
그렇게 해서 승우에겐 남는 게 땅이다. 땅을 놀려서 뭐 하겠는가. 내친김에 여기다 괴식 요리를 하는 사람들을 모아다가 괴식 스트리트를 만들어 볼까라고 생각했고, 승우는 떠오른 아이디어를 진짜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괴식학원이나 ISAC에 괴식 스트리트를 만들어보겠다고 넌지시 말하니, 각국에서 괴식스킬 보유자가 모여들었다.
“그게 아마 괴식 스킬 보유자들이 보내온 서류겠네요.”
“맞아.”
황지현이 물끄러미 승우의 파일 철을 보았다. 각종 계약서와 알 수 없는 서류가 상당한 두께였다.
“그럼 입점은 어떤 식으로 진행할 생각이신가요?”
“우선은 면접을 보고, 그다음 실제 제품을 보고 상용화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사람에게만 부지를 제공할 생각이야.”
“이 거리를 다 쓰겠다고 생각하면 점포의 숫자는 육십 개가 넘네요.”
“전부 다 사용할 생각도 없고, 아마 한 다섯 개? 여섯 개쯤 되지 않을까. 설마 바로 상용화 할 정도로 완성도 있는 괴식이 당장 튀어나오지는 않겠지. 다들 초보자라고.”
“하긴, 다들 그냥 한 수 배우는 느낌으로 오는 거겠네요.”
“맞아.”
괴식의 마스터 셰프에게 배울 절호의 기회다. 놓치는 게 바보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여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불합격을 한다고 가정해도 승우에게 자신의 요리를 보여주고, 개선점을 지적받는다든가, 한 수 배운다고 친다면 이득도 이런 이득이 없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승우는 괴식의 마스터 셰프 따위가 아니라 신이었으니까.
“다다음주부터 가게에서 심사를 시작할 거니까 관심이 있으면 한번 들려줘.”
“긴급 상황만 안 터지면 꼭 갈게요.”
“그런 말 하면 꼭 긴급 상황 터지더라.”
“그러게 말이에요. 크흑흑.”
돌발 게이트 같은 긴급 상황이 워낙 잘 터져야 말이지. 그리고 긴급 상황으로 치자면 오늘부터는 매일매일이 긴급 상황이다. 지금까지도 바빴지만 앞으로는 더 바빠질 예정이다. ISAC의 일을 하면서 가맹점을 운영해야 하니 바빠도 너무 바쁘겠지. 벌써부터 눈이 핑핑 도는 그녀에게 승우가 씩 웃으면서 부동산 계약 서류를 건넸다.
“보약이라도 해줄까?”
“보약이 아니라 괴식이겠죠. 오늘 저녁에 먹으러 갈게요. 힘나는 걸로 부탁해요.”
“장어라도 한 마리 잡아야겠네.”
“장어! 장어 좋죠. 장어 덮밥인가요? 장어구이?”
“유감, 장어 젤리라네.”
“윽.”
장어 젤리는 말 그대로 장어로 만든 젤리다.
진짜 비리고, 진짜 맛없다.
하지만 먹으면 삼 일은 안 자도 될 정도로 힘이 넘치게 되니 보약 중의 보약이다.
맛은 없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지. 그리고 애초에 괴식을 하루 이틀 먹어온 몸이 아니다. 이제 와서 장어 젤리에 따위에 질까 보냐 하고 얕보는 마음도 들었다.
“예. 잘 부탁해요.”
그래서 위풍당당하게 말했더니만 승우가 입이 귀에 걸리듯 올라갔다.
“앗.”
저 미소는!?
눌러버렸다.
눌러버리고야 말았다.
승우의 새디스트 스위치가 눌렸다.
황지현이 황급하게 말을 고치려고 했지만 승우가 더 빨랐다.
“오연한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어. 특별히 강력한 장어 젤리를 만들어주지.”
“아, 쫌…….”
정말 좋은 사람인데 이게 문제라니까.
황지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날 저녁의 장어젤리는 미친 듯이 맛없었다.
* * *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간다.
바쁜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겠지만 편하게 놀고 있던 승우에게도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이제 이틀 후면 어느덧 면접 일이다.
면접을 보는데 그냥 볼 수는 없지.
승우는 나비에게 새로 산 고양이용 턱시도를 입혀봤다.
검고 하얀색의 정장을 입은 검고 하얀색의 이족보행 고양이는 아무리 보아도 신사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흠, 거대한 황제펭귄 같군.”
“우냥?! 황제펭귄냥?!”
“펭귄 좋지 않아? 심지어 황제라고.”
“냐는 싫다냐!”
“하지만 어울려. 심사위원의 품격도 느껴지고 좋다. 그지?”
승우가 동의를 구하듯이 묻자 은하가 빠르게 고개를 상하로 흔들었다.
“귀여워요. 특히 넥타이가 정말 귀여워요!”
작정하고 황제펭귄처럼 보이기를 유도한 것인가.
노란 넥타이는 황제펭귄의 목덜미와 놀랍도록 흡사해서 한층 더 귀여움을 뿜뿜 발산하고 있었다. 은하가 녹아내릴 듯한 입매로 나비에게 찰싹 매달렸다.
“우냥……. 넥타이가 답답하냐.”
목이 조인다.
평소의 찍찍이형 나비넥타이가 아니라 묶어서 입는 진짜 넥타이다. 은하는 넥타이를 묶을 줄을 몰라서 승우가 묶어줬다.
“아, 조금 세게 묶었나. 미안. 나도 넥타이를 해본 게 40년 전이라…….”
“냐야아. 냐는 턱시도에 넥타이까지 했는데 용사님은 왜 평소랑 같냥?”
“음, 매우 예리한 지적이야.”
승우는 평소와 똑같이 흰 와이셔츠에 평범한 바지였다. 면접 심사위원으로서의 품격 어쩌고 하면서 억지로 턱시도를 입혔으면서 왜 자기는 평범한 옷차림일까.
“사실 심사위원이라고 해서 굳이 턱시도를 입을 필요는 없거든. 요즘은 오히려 가볍게 입는 게 트렌드야. 지금의 나처럼 말이야.”
“그럼 왜 냐에게는 이런 걸 입혔냥?”
“그것은 단지 너희들에게 귀여운 옷을 입히고 싶은 내 개인적인 욕망의 발로지. 귀여우니 좋구나.”
“부, 부냥……!”
턱시도를 입은 턱시도 고양이에서 신사들이나 쓸 법한 중절모를 씌우고, 검은 지팡이를 쥐어준다. 단안경도 씌워보고, 신사들이 신는 검은 구두도 신겼다. 제일 신난 사람은 은하였다. 찰칵찰칵하고 폰의 셔터 음이 연달아서 들린다.
“우냥. 이젠 모르겠다냐.”
나비가 될 대로 되라 하고 철푸덕 앉았다. 그래도 셔터 음이 멈추질 않는다.
승우는 나비의 코디가 완벽하다고 생각하고는 이번에는 영식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영식이의 컨셉은 뭐가 좋을까.”
같은 심사위원 코디라고 해도 중절모를 씌우면 나비와 너무 겹친다. 신사의 컨셉도 둘은 과하다. 다른 컨셉이 좋겠는데, 어떤 게 좋을까. 다양한 모자 컬렉션을 펼쳐놓고 확인해 봐도 확 와닿는 게 없다. 한숨을 쉬면서 역시 외주를 주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던 그때였다. 벼락처럼 한 가지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거다.”
“뿌?”
승우는 죠르주에게 뺏은 황금 왕관을 영식이에게 씌워봤다. 황금의 왕관이 마치 맞춤형인 듯 어울린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킹 슬라임. 왕의 품격을 갖춘 슬라임이다.
“좋았어. 심사위원은 위엄이 있어야지.”
“앗! 영식이도 귀여워!”
은하의 셔터 음이 이어졌다. 수십 개나 되는 모자를 다 써보고 마지막은 모자도 아니라 왕관이라니, 지친다.
영식이는 뿌우, 하고 공기를 내뱉더니만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리고 데굴 하고 한 번 구르니 말랑한 것이 닿았는데 눈을 떠보자 나비의 등이었다. 나비가 빨간 혀를 내밀면서 ‘고생이 많구냥.’ 하고 말을 걸었다. 영식이는 말할 기력도 없어서 뿌 하고 공기를 한 번 더 내뱉을 뿐이었다.
“이것도 더하면 어떨까요?”
“어떤 거?”
“이거요!”
촬영을 하던 은하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흰 솜을 잡았다. 그리고 영식이의 입가에 솜을 붙이니 그럴듯한 임금님의 수염이 됐다.
“그럴싸한걸?”
“하지만 이렇게 하니까 확실히 무엇인가가 부족하네요. 뭐가 부족할까요?”
“아마 이게 부족하다고 생각해.”
승우는 인벤토리를 뒤져서 중세유럽의 귀족들이나 쓸 법한, 끝부분이 동글동글하게 말린 가발을 꺼냈다. 그것을 영식이에게 입히자 이제야 제대로 왕처럼 보였다.
“완벽해.”
은하가 폭소하고 승우도 폭소하고, 영식이가 몸을 부풀렸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내일의 면접만 잘 보면 된다.
“그럼 심사위원들. 잘 부탁해.”
승우가 그리 말하자, 황제펭귄 나비와 킹 슬라임 영식이가 벌러덩 누워서 배를 보였다. 맘대로 하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승우와 은하는 마음껏 녀석들의 배에 얼굴을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