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50)
괴식식당-350화(350/613)
350화. 폭풍을 부르는 남자 (2)
이유를 막론하고 게이트에서 얻은 모든 결과물은 해당 국가의 ISAC 지부에 귀속된다. 한 번 모든 물품을 수거하고 분류한 후에 데이터화를 하고, 값어치를 추산한다. 집계, 분석이 끝난 다음에야 헌터들은 자신들의 전리품을 확인할 수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가.
새롭게 발견된 것이라면 데이터화를 해야 하고, 새롭게 발견되지 않아도 통계를 내야 한다.
그래야 물류시장이 안정되고, 여러 가지 국면에서 요긴하게 활용된다. 현대 문명은 데이터와 통계의 시대다.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만약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그 유명한 국세청 헌터과가 출동한다. 그들의 악명은 워낙 유명하고 탈세 행위에 대한 처벌은 탈루, 탈세액의 100배 이상이 먹여지기에 탈세나 횡령을 시도하는 사람은 적다. 근래에 이 법을 어긴 사람은 무허가 게이트 토벌로 대량의 장물을 꿀꺽한 슈퍼스타가 유일했다. 그 또한 100배의 과태료를 먹고 수집품인 스포츠카를 거의 다 압수당했다니, 이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런 강력하고도 강력한 집단인 게이트 감정단은, 오늘의 게이트 부산물의 집계와 분석을 시작하며 당황했다. 전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네임드 악마의 시체인 거죠?”
“그래. 피닉스래.”
감정단의 신참은 눈을 크게 떴다. 반장도 경력이 있고 베테랑이니 티를 내지 않는 거지, 상당히 놀랐다.
“슈퍼스타 님이 가져오셨다는데, 대체 어떻게 가져온 걸까요. 악마는 죽여도 재가 되어 흩어지지 시체가 남지는 않잖아요.”
악마는 죽지 않는다. 악마는 치명적인 일격을 입어도 결코 시체를 남기지 않는다. 먼지처럼, 재처럼 산산이 흩어져서 종적을 감추기만 한다. 그러고도 나중에 동일 개체가 계속해서 발견되니까, 절대 죽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그런 악마의 시체가 입고됐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
신참이 놀랍다는 눈으로 연신 불새의 시체를 확인했다. 물류창고의 한 자리를 차지한 이 거대한 불새는 죽어서도 아직까지도 불꽃같은 열기를 가지고 있다. 노란 두 눈을 뜬 채로 죽은 악마. 죽어서도 남은 이 막강한 존재감이 이 악마가 네임드라는 것을 증명한다. 시체가 이리 무서운데, 살아서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리 생각하니 흥분이 멈추지 않는다.
“흐흐……. 흐흐.”
죽지 않는 악마의 시체라니 존재 자체가 모순이고, 단어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감정단에 있으면 좋은 점이 바로 이러한 현대의 미스터리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무슨 수단으로 악마를 죽였지?
어떻게 시체를 남겼지?
왜 백강혁만이 그게 가능했을까?
시체를 남겼다면 이 피닉스는 다시는 동일개체가 출현하지 않는 건가?
피닉스의 시체로는 무엇을 할 수 있지?
자체로 아이템화가 가능한가?
마탑과 크리스털밸리, 헤카톤케일에서는 이 피닉스의 가치를 얼마로 볼까?
수많은 의문이 만개한다.
이 의문을 해소할 때마다 현대과학이 발전하고, 이세계에서 오는 빌어먹을 괴물들에게 대항할 무기가 늘어난다. 정말이지 보람차다. 너무 보람차서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몇 번이나 생각하게 된다. 신참, 강웅이라는 이름의 사내는 손가락을 까닥이며 감정 도구를 점검했다.
그러자 고참이 말했다.
“아무튼 첫 네임드 악마의 시체다. 파손되는 일 없이 철저하게 데이터화해야 해. 지금까지는 뭐 특이사항은 없지?”
“아, 있습니다.”
“뭔데?”
“슈퍼스타 백강혁 님이 시체의 일부를 가져가셨는데요.”
“뭐? 그걸 왜 안 말렸어!”
“제가 말린다고 듣겠습니까?”
고참의 인상이 구겨졌다.
아직 데이터화가 안 돼서, 가져가면 안 된다.
그게 규정이었다.
“하아…….”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슈퍼스타는 퍼스트 오더다.
그 정도의 규정 위반을 할 수 있는 직위라는 뜻이다.
거기에 그는 이 피닉스의 정식 퇴치자이기도 했다.
신참을 탓할 일은 아니다.
고참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미안하다. 네 말이 맞다. 다소의 무리는 우리가 감내하는 수밖에 없지. 그럼 어느 정도를 가져갔냐?”
“살코기로 5㎏. 혈액 2리터, 깃털 22개요.”
“1%도 안 되는군. 데이터에 추가해 놓고, 우리는 이제 슬슬 하자.”
“예, 선배.”
* * *
면접은 3박 4일간 치러질 예정이다.
첫날의 면접을 끝내고 둘째 날의 면접도 끝났다.
첫날의 합격자는 요정 패밀리 하나뿐.
하지만 둘째 날은 꽤 괜찮았다.
합격자가 셋이나 나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본에서 건너온 닌자가 인상적이었다.
“닌자라니. 하.”
웃음이 나올 법도 했다.
현대에서 닌자라니, 자체가 이상하지 않은가.
심지어 일본에는 닌자 조직도 있다는데, 그의 말로는 셋이나 됐다.
풍마(風魔), 이가(伊賀), 구귀(九鬼).
면접을 보러온 이는 구귀의 닌자였다.
그는 오리지널 괴식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괴식을 흉내 내는 능력이 좋았다.
“설마 내 요리를 흉내 낼 줄이야.”
“그래도 효과는 1%도 안 됐다냐?”
“흉내를 냈다는 거 자체가 대단한 거야.”
그 닌자가 스스로를 말하길 천 개의 술법을 카피한 카피 닌자라고 했는데, 능력도 그러했다. 그의 능력은 모방. 타인을 흉내 내고 따라 하는 능력이었다.
그와 승우는 아득한 격차가 있기에 고작 1%였지만, 그것만으로도 훌륭했다.
그가 따라 하기 좋게, 적당한 수준의 괴식을 만들면 충분히 먹힌다.
“오늘도 수고했어. 다들 쉬자.”
“수고하셨습니다냐.”
“뿌!뿌! 졸려뿌!”
“하루 종일 먹고 놀았으니, 졸리기도 하겠구나.”
피식 웃으면서 승우가 옷을 갈아입었다. 문이 발칵 열렸다. 유치원을 끝내고 돌아온 은하다.
“다녀왔습니다아!”
“그래. 오늘은 별 일 없었어?”
“오늘은요, 오늘은요!”
은하가 재잘재잘 말하면서 다가온다. 오늘도 유치원이 재밌었나 보다. 다녀왔으니 씻어야지. 평소처럼 나비와 영식이와 같이 씻으려고 하니까 영식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졸려뿌.”
영식이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꿈지럭거리며 소파로 향했다. 뽀요뽀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바로 잠든 모양이다. 이래서야 어쩔 수 없지. 나비와 은하가 손을 잡고 목욕탕으로 갔다.
그럼 나도 씻을까, 하고 생각하던 승우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조금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쉬고 있으려니 요란한 놈이 왔다.
백강혁이 어깨에 커다란 상자 두 개를 짊어지고 들어왔다.
“싸자앙니이임-!”
“애 잔다. 조용히 해.”
“엇? 영식이 자나 보네. 어쨌든 싸장님, 선물 가져왔어요! 놀라지 말라구요!”
상자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아는데 놀라겠냐. 승우가 미간을 꾹꾹 누르면서 녀석을 봤다. 강혁이 테이블 위에 상자를 올리더니만 내용을 자랑했다. 역시나 피닉스의 고기와 깃털, 그리고 혈액이다.
“짠! 놀랐죠?”
“여러 의미로 놀라긴 했어.”
고기보다는 성전 선포에 놀랐다.
백강혁이 헤헤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 좋아 보여서 가져왔는데 어떨까요? 효과가 좋을까요? 먹을 수 있을까요?”
“효과야 좋지.”
청염후작 페넥스는 화신체로 항상 피닉스를 선택하는데, 그것은 불새의 몬스터인 피닉스는 불사조라는 이명에 걸맞게 존재 자체가 불사와 영원, 재생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피닉스 자체가 워낙 희귀한 종이라 화신체 선정에 애를 먹나 본데 일이 이렇게 됐다.
“피닉스는 상당히 효과가 좋아. 자체로도 상징성이 있고 말이야.”
“상징성이요?”
“내가 사용하는 요리의 술식에도 피닉스에 대한 술식이 꽤 있어.”
예를 들자면 라그나로크가 그러하다. 강준치의 파멸을 만들 때도 피닉스의 술식을 썼었다.
이런저런 곳에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페넥스가 상당히 유명한 네임드라는 의미다.
“그런 피닉스의 고기가 효과가 없을 리가 없지. 단순히 생식하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10년은 늘어나.”
“오? 불로장생?”
“응. 제대로 요리를 해서 먹는다면 30년 이상도 얻을 수 있어.”
피닉스의 피는 먹으면 혈액과 혈관을 깨끗하게 태워버리는 폭력적인 부작용이 있지만, 고통을 버티기만 하면 혈액과 혈관을 새것으로 만들어준다. 피와 고기를 모두 섭취한다면 불로불사도 불가능은 아니다.
“깃털은 불 내성을 가지고 있어서 장신구나, 방어구로 애용되지. 화살촉으로 쓰면 불 속성 공격을 할 수도 있어. 검에 장식해서 불검을 만들기도 하지.”
“오, 오오오. 깃털은 미스 제로에게 주면 되겠네요.”
“알리스터? 음, 알리스터가 쓰기에는 조금 어려운 재료지만… 요즘은 실력이 늘었으니 가능하긴 하겠다.”
“잘됐네요. 진짜 잘됐어.”
백강혁이 더듬더듬 옆구리의 빈 칼집을 만졌다. 항상 사용하던 얼음 칼이 파괴됐다. 피닉스가 워낙 강한 탓이다. 그걸 잃고 나서 얼마나 징징 짜면서 기도하던지, 승우의 귀에 피딱지가 생길 지경이다.
승우가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놈을 봤다.
‘검을 줘야 하나?’
놈이 쓰던 칼은 A급의 아티팩트였다. 지구 기준으로는 참 좋은 칼이지만 승우 기준에서는 거의 과도급이다. 기왕이면 놈에게 새 칼을 줄까, 하는 마음도 든다. 의외지만 승우는 백강혁에게 직접적으로 무엇인가를 준 적이 없었다. 괴식으로 효과를 얻게는 해줬지만 현물을 주지 않았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그래. 이참에 검이나 하나 주자.’
마침 명분이 참 좋다. 놈이 검을 잃었고, 피닉스의 고기를 받았다.
등가 교환이라는 명분으로 가자. 오늘은 창고에 들어가서 적당한 검을 찾아봐야겠어. 신급 아티팩트면 되겠지. 놈과의 상성을 생각하면 성운검 같은 마법적인 내성이나 효과를 주는 검이 좋을 것 같긴 하다. 여차하면 카타스트로페도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백강혁이 물었다.
“아참, 싸장님도 같은 화신이니까 메시지 보셨죠? 제가 어쩌다 보니까 성전이라는 걸 선포해 버렸거든요.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리 기도를 해도 신님이 답변이 없으셔요.”
“그거? 별로 신경 안 써도 돼.”
느닷없이 싸대기를 맞은 격인 청염후작 페넥스였다만, 놈은 악마다. 승우는 어떠한 일에서도 악마에게 미안함을 느껴보지 않았다. 물론 악마라고 해서 다 악하지는 않다. 악마라서 다 악하다면 신이라서 다 선하다는 반명제도 성립된다. 악마 중에도 착한 악마는 있다. 하지만 착한 악마는 죽은 악마거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악마뿐이다. 모습을 보였다면 얻어맞아도 싸다.
“청염후작 페넥스는 중립적인 악마라 성전까지 할 정도의 악마는 아니야.”
“그래도 악마인데, 지구에 쳐들어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잘 해결했어.”
지난밤에 페넥스 본인이 찾아왔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기가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다시는 지구에 오지 않겠다고 빌면서 금은보화와 아티팩트를 들고 왔다. 그런 꼴을 보면 끓어오르던 전의도 사라지는 법이다. 본래부터 의도하지 않은 성전이었기에, 승우는 직접 성전을 취소하고 페넥스를 보내줬다. 이런 이야기까지는 안 해도 되겠지.
승우가 그렇게만 말하니까, 백강혁은 이내 수궁했다.
“싸장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그래.”
“그런데 싸장님, 혹시 지난주에 가게에 없으셨어요? 제가 보낸 신상이 반송됐는데요.”
“내가 직접 반송했다.”
“왜요?!”
“왜, 왜기는…….”
보석으로 치장한 검을 들고, 다른 손에는 냉면 그릇을 들고 있는 묘하게 승우를 닮은 신상은 맨정신으로 보기에는 버거웠다. 우상숭배는 신앙의 기초적인 모습이지만, 그 신앙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면 부끄러움은 백배가 넘는다. 차마 승우의 얇은 얼굴 가죽으로는 견딜 수 없는 정신 공격이다.
“아, 진짜 싸장님은 신앙심이 부족하다니까…….”
“시끄러워. 그래서 이 피닉스, 먹을래?”
“오, 먹어야지요. 먹어야지요!”
“주문사항은 있어?”
“불닭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