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53)
괴식식당-353화(353/613)
353화. 폭풍을 부르는 남자 (5)
승우를 중심으로 검들이 진형을 갖췄다. 원형으로 여러 겹의 띠를 두르며 단단히 지면에 선 검들 사이엔 규칙이 있었다. 승우와 가까이 있는 검일수록 위계가 높다. 얼마 전 검의 서열전이 끝났기에 다들 질서정연하게 나열된 것이지만 문제가 없진 않았다.
“검이 너무 많아.”
새롭게 편입된 검들 때문이다.
크라이로부터 강탈한 검.
탐욕의 신으로부터 강탈한 검이다.
“이토록 검이 많으니 다시 한번 서열정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럴 짬은 없으니까 당분간은 불편해도 참아라. 아니, 하여간. 방금 말한 대로 새롭게 주인을 찾아서 보내볼까 한다. 딱 한 자루만 말이야.”
검들이 미세하게 떨리며 흥분했다.
여기에 있는 검들은 천하제일의 검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명검이 많았다.
명인, 장인, 검성이 사용한 명검은 흔해 빠져서 말할 필요도 없고, 전설적인 일화. 용을 물리쳤거나 산을 가른 검 또한 수도 없이 많았다. 신 자체가 검이 되어버린 것도 있었고 창세설화에 관련된 검도 있다.
“너희들도 슬슬 밖의 구경도 하고 싶잖아.”
이런 대단한 검들이 창고에 처박혀서 광합성이나 하고 있다.
신문지라는 강적을 못 이겨서다.
이만하면 검들도 욕구불만이 걸리는 것이 당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주인을 굳이 찾아야 할까?
검들에게 있어서 검신의 검이라는 것은 엄청난 명예였다.
용 꼬리를 하다가 굳이 닭 머리를 할 필요는 없다.
그게 일반적인 검들의 견해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승우도 모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는 브리핑을 시작했다.
“자, 이게 내 화신인 백강혁이다. 어디에 내놔도 부끄러운 놈이지.”
허공에 마력으로 투사된 백강혁의 모습이 비춰졌다.
참조영상으로 사용된 것은 놈이 억대의 돈을 써서 만든 베이징 시 게이트 사건 당시의 하이라이트 영상이다. 백강혁이 펼치는 화려한 검술을 보며 검들이 신음을 흘렸다.
[겁나 약한 놈이 폼은 왜 저리 잡는 거야.]카타스트로페가 필터 없이 말을 내뱉었다.
승우는 못 들은 척, 말을 이었다.
“일단 특기사항으로 녀석은 용에 대한 적성이 높아.”
용은 여러 종족 중에서도 각별하다.
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종족이라는 별칭답게 신이 쉽게 된다.
탐욕의 신 또한 용에서 시작한 신이다.
녀석은 옵시디언 드래곤에서 본 드래곤이 된 후, 신이 되었다.
그 외에도 셀 수가 없다.
그만큼 용신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종족은 용이 되는 것을 꿈으로 삼기도 한다.
리저드맨, 드라코니언, 이무기, 잉어가 승천(昇天)하여 용이 된다는 전설이 그 예시다.
승천하여 용이 된 후에 승화하여 신이 되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는 자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드래곤 컬트라고 하는데, 여러 차원에서 목격되는 메이저 종교다.
백강혁은 이미 상당히 승천의 문턱에 와 있었다.
“첫 식사 이후로 반년쯤 됐나? 지금은 꼬리가 생겼고, 심장이 드래곤하트로 20%쯤 변한 상태야. 이대로 1년만 있으면 뿔까지는 생길 듯해. 드래곤 컬트에 대한 적성은 대략 십만 명에 하나쯤 있는 재능이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비율이다.
십만 명 중 하나라면 매우 적은 듯하지만 지구인은 40억이 넘는다.
찾아보면 수도 없이 나오는 재능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유감이지만 너희들은 빠져야겠네.”
[이해했습니다. 물론, 애초부터 기립할 생각은 없었습니다만.]의젓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검들.
용살검(龍殺劍, Dragon slayer)이다.
[용을 죽이는 것을 업으로 삼는 우리들이, 용인에게 부림받을 수는 없죠.]발뭉, 그람을 위시한 용살검들은 전부 다 전설적인 아티팩트다.
검신의 재보 중에서도 강한 편에 속하는지라, 하나같이 승우의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녀석들은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인정한 영웅이 아니라면 손에 쥐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백강혁의 손에 쥐어지는 걸 용납할 리가 없지.
“좋아. 용살검은 열외.”
[명을 받들겠습니다.]고고하게 용살검들이 물러섰다.
이렇게 후보군에서 용살검이 제외됐다.
다음으로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은 기형 검이었다.
기형 검이란 검의 규격을 벗어난 것을 말하는데, 낭창낭창하게 휘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탄성을 이용한 검술을 펼쳐야하는 연검. 무기를 엮어서 파괴하기 위한 돌기가 있는 소드 브레이커 계통. 니드호그와 같이 채찍으로 변하는 편검. 톱니 칼이나 지팡이 같은 모습으로 변형할 수 있는 기능이 첨가된 검들이 해당된다.
“녀석에게는 너희들을 다룰 센스가 없어.”
[아…….]기형 검들은 다들 다루기가 무진장 어렵다.
어느 정도로 어렵냐면 한 무기를 그럴듯하게 사용하는 데 평생을 바쳐야 할 정도다.
물론 사람마다 센스라는 게 다른 법이라 잘 쓰는 사람은 바로 잘 쓴다지만 백강혁은 센스가 좋아서 강한 사람이 아니다.
의외로 백강혁의 검술은 기본적이고 우직하리만큼 단순하다.
배운 것을 온전히 펼치는 게 딱 한계.
그런 사람에게 기형 검은 독이다.
주어봐야 재능만 낭비한다.
“열외.”
[아쉽군요.]다음으로 제거된 것은 대형 검이었다.
말을 베기 위한 큰 칼인 참마도(斬馬刀). 하이랜더들이 돌격할 때 사용하는 대형 양날검과 성인 남자의 몸보다도 두 배는 널찍한 날을 가진 벽검(壁劍). 힘을 자랑하는 자인 야만용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거검이 제외되었다.
“그렇게 힘이 센 타입은 아니니까.”
[멸치…….]소거법으로 점차 검들이 물러선다.
눈에 띄게 그 띠가 얇아지고 있었다.
결국에는 평범한 재능이니 어려운 무기는 다룰 수 없고, 특이하게 생긴 무기도 무리다.
그래도 문제는 없다.
말하자면 평범한 한손검이 제일 적성에 맞는다는 건데, 그런 검이 제일 많았다.
“5분의 4는 남았네.”
이제 여기서부터 백강혁에게 맞는 검을 찾아가는 과정이 남았다.
길고도 지난한 싸움이 예상됐다.
하지만 결론은 금방 나왔다.
한 검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가겠습니다.]“어? 네가?”
시리도록 푸른 날을 가진 아름다운 검.
신의 피를 이은 대장장이가 별똥별을 수백 년간 깎아내서 만들었다고 하는 전설적인 검인 성운검이다. 승우가 가진 많고 많은 검 중에서도 단연코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민에게 건네준 하르페와 비교하자면 그 격이 수십 배는 높다.
“백강혁이 마음에 들었어?”
[영상을 보아하니, 별호가 슈퍼스타더군요. 저와 음악성이 맞을 거 같습니다.]“아.”
성운검의 진명은 초신성(超新星).
녀석은 스스로를 슈퍼노바라고 칭한다.
[슈퍼노바와 슈퍼스타. 좋은 울림이지 않습니까.]“그래. 너희 둘, 꽤 잘 어울린다.”
성격도 그렇지만 전투적으로도 어울렸다.
성운검은 중력을 조절한다.
중력을 조작하는 태지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한계가 수준이 달랐다.
성운검은 중력을 비틀어서 왜곡장을 펼칠 수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별을 떨구는 공격인 미티어 스트라이크까지 할 수 있다. 물체를 가볍게 하고 무겁게 하는 일의 출력 자체는 사용자에 따라서 무제한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승우가 사용할 때를 기준으로 하는 것.
[저 자가 쓴다면 제 능력의 백 분의 일도 못 쓰겠지만, 그것은 한때의 재미라고 생각하겠습니다.]쓰다가 질리면 돌아온다는 뜻도 있고, 어차피 백강혁이 써봐야 백 년도 못 쓴다는 뜻도 있다.
성운검의 의사를 확인하고 승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결정.”
백강혁이 쓰기엔 많이 고급이지만, 소유권의 완전한 양도가 아니라 대여니까 문제는 없다. 아이온으로 능력을 불러올 수도 있을 거고, 월드레벨이 폭등하지도 않겠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승우는 성운검을 보내기로 결정하자마자 빠르게 백강혁에게 보냈다.
그리고 곧.
“실수했다.”
망했음을 알았다.
* * *
교황이 뮤투브 스트리머인 종교가 있다?
괴식교는 만들어진 지 한 달도 안 되는 파릇파릇한 종교답게 모든 것이 혁신적이었고, 파격적이었다. 기밀 작전이 아닌 한 언제라도 뮤투브 스트리밍 중인 교황이 있기에 신도들은 뮤투브만 켜면 교황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의 시청자는 약 오백만 명, 이게 평균적인 수치였다.
“아, 그러니까 말이야-!”
백강혁은 자택에 새로 설치한 신상을 닦으며 두런두런, 신자들의 고민 상담을 해주는 중이었다. 놀랍게도 백강혁의 고민 상담은 상당히 높은 고민 해소율을 보여줬는데, 그것은 고민 해결을 위해서 신도들끼리 자체적으로 단결하여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고, 또한 백강혁이 의외로 상담의 재능이 있었던 탓이다.
“그럼 이걸로 고민 해결. 아, 보람차구만.”
오늘도 한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 줬다.
보람차다, 보람차.
흐르는 땀을 닦으며 신상을 올려다보았다.
3층 집보다 높은 괴식신상의 자태가 아름답다.
생각 같아서는 황금이나 전신 금도금이라도 하고 싶다. 하지만 태양빛의 반사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려 당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평범하게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든 석상이다.
아쉬운 마음에 높이라도 조금 높여 봤다.
“역시 커야 해.”
건축물법과 항공 관제법, 국가보안법에 의해서 50m 초과의 오브젝트는 설치 불가능이라 49m다. 건축기획안과 설계도면을 제출했을 때 대머리 표정이 볼만했었지. 황지현이 기겁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온다.
막상 말릴 것 같았던 민은 조용히 디테일적인 문제를 지적했고, 효율성도 지적했다. 그저 커다랗기만 한 랜드 마크는 허가가 잘 안 나온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했다. 그래서 민은 괴식의 신이 들고 있는 검과 냉면 그릇을 광통신망 중계기로 하라고 했고, 실제로 적용되어 이 근처에서는 와이파이가 무료다.
이것이 바로 괴식의 신의 은혜. 최신형 광(狂)통신망!
“신상 자알 뽑혔다.”
내진공법의 개발로 주가를 올린 건축사에게 의뢰했는데, 이 녀석들이 신상도 제법 잘 만든다. 여기저기에 수출시켜야지. 그런데 그렇게 자화자찬하며 스트리밍을 이어가니, 어째 채팅이 난리다.
[교황님, 뒤뒤, 뒤 봐요.] [아니, 위! 위! 뒤에 위!] [우와!! 우와!!!]“백! 백! 뒤 봐라, 뒤!”
“아, 뭔데 난리여. 쿠제, 너까지 왜 그래.”
“백! 귀 그만 파고 뒤 보라고!”
“알았다, 알았어. 아 씨, 오늘 태양 빛 오지네. 눈 타겠다.”
어째 태양이 하나 더 뜬 느낌이다.
눈이 부셔서 손을 들어 그림자를 만들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검이 있었다.
“엥…….”
찬란하게 빛나는 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하는 품격.
검에게 무릎을 꿇어야 할 것 같은 신급 아티팩트 특유의 아우라.
반사적으로 백강혁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마치 신상이 직접 검을 내려주는 것처럼 하늘에서 검이 천천히 내려왔다.
이게 무슨 뜻인가.
신이 검을 주었다.
얼음 칼을 파손 당하자마자 새 검을 주신 것이다.
“우오오오오!!!”
감사. 압도적인 감사.
백강혁이 오체투지를 하며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날, 채팅과 슈퍼 챗이 폭발했다.
기적을 실시간으로 본 이들의 입소문으로 신규 가입자도 폭발했다.
그리고 승우의 위장도 폭발했다.
아무리 세 개의 신명을 가진 신이라고 해도 정신 대미지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 * *
아이템 감정단의 1차 아이템 감정은 아이템의 격을 측정하는 일이었는데, 그 1차 감정이 1초 만에 끝났다.
“이게 신급 아티팩트가 아니면 내 손을 자른다.”
“눈알이 없어도 이건 눈치챌 수밖에 없지.”
지금까지 발견된 아티팩트와는 격이 다른 이 위엄에 만장일치로 신급 아티팩트 판정이 떨어졌다. 덤으로 귀속 아이템이라 백강혁을 제외하고는 만질 수도 없다는 결과도 나왔다.
의심할 바 없는 신의 기적.
이쯤 되면 검과 승리, 괴식의 신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여론도 생겼다. 실시간으로 경험한 신의 기적은 그만큼 임팩트가 강했다.
연일 TV에서 괴식교에 대한 정보와 뉴스가 폭풍처럼 불어온다.
이제는 뭐 될 대로 되라, 라며 포기한 승우에게 또 한 번의 폭풍이 불었다.
백강혁이 성운검을 가지고 게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1시간 후.
[검과 승리, 괴식의 신의 화신 ‘백강혁’이 게티아 25위 도살총통 글라샬라볼라스의 분신을 처치하셨습니다.] [화신 ‘백강혁’이 신의 이름으로 도살총통 글라샬라볼라스와의 성전을 개시합니다.]백강혁이 두 번째 성전을 개시했다.
그리고 잠시 후.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내가 잘못했소.] [살려주시오.] [페넥스 말로는 재물을 원하는 거 같다는데, 이거면 되겠소?]쇄도하는 글라샬라볼라스의 항복 메시지와 공물에 승우가 미간을 짚었다.
“내가 무슨 공갈단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