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55)
괴식식당-355화(355/613)
355화. 초급 괴식 (2)
이윤덕은 올해 마흔아홉 살이 된다. 그러니까 대재앙이 터지던 시절에는 서른아홉이었다는 뜻이다.
당시의 그는 시계수리공이었다. 그것도 매우 솜씨가 좋았다. 얼마나 솜씨가 좋았는지 시계뿐만이 아니라 고장 난 경운기나 TV도 슥슥 고쳐내는 만능 일꾼이었다.
산속 깊은 마을의 솜씨 좋은 수리공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이윤덕의 아버지는 이윤덕에게 항상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아버지는 산에 들어가서 버섯이나 삼을 따오는 심마니 기술을 가지고 계셨는데, 상당히 재주가 좋으셔서 이윤덕의 형제자매는 하루도 밥을 거르거나, 힘들게 산 적이 없었다.
“기술이야, 기술.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해.”
“또 그 말씀 하신다. 한 번 더 들으면 백 번 채우겠네요.”
“너는 참 기술 잘 배웠다는 말이야, 인마.”
기술, 스킬.
현대의 기술은 스킬을 말한다.
어떤 스킬을 배웠느냐에 따라서 위치가 변한다.
싸우는 스킬을 배웠다면 게이트로 가야 하고, 생산 제작 스킬이라면 공장에, 감정 스킬을 지닌 이윤덕과 강웅은 아이템 감정단에 와야 했다.
감정 스킬이 어떤가 하면 전도유망한 꿀 스킬이다.
배우기만 하면 어떻게든 취직이 된다.
ISAC의 아이템 감정단이 아니더라도, 중소 길드만 되어도 전속 감정단을 둔다.
아이템의 가치를 파악하는 감정 스킬은 그 가치가 매우 높다. 하지만 그 감정 스킬보다도 요즘 더 떠오르는 스킬이 있다.
괴식 스킬이다. 괴이한 음식을 만들어 연금술 이상의 가성비를 보여주는 최신식 생산 스킬이다.
그런데 그 귀한 괴식 스킬 소유자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괴식 스트리트에 도착하니 제각각 점포와 포장마차와 노점마다 업자들의 사진과 괴식 스킬의 수련 등급이 적혀 있었다. 일종의 자기소개서인 셈이다.
멍하니 이윤덕이 입을 벌리고 중얼거렸다.
“별천지구나.”
“재밌죠?”
“재미보다는 참, 뭐라고 해야 하나.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이 오늘처럼 강하게 든 날이 없다. 구세대의 사람이 된 기분이야.”
몬스터의 사체나 아이템을 감정하는 것을 업으로 삼기에, 나름 새 시대에 적응했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상상외의 모습이다.
“곰탕 한 그릇 어떻슴?”
“피부가 미끈미끈해지는 미용 브리또예요오오.”
“붕어가 들어간 붕어빵 있습니다아아-!”
“먹으면 코가 뻥- 뚫리는 비염 제거 롤빵 있다냥~”
포장마차와 노점에서 하는 호객 행위가 하루 이틀이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개인간과 요정, 생선인간, 이족보행 고양이가 호객 행위를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구가 아니라 마치 이세계에 온 기분이다. 이윤덕이 멍하니 있으니 강웅이 파핫 하고 웃으면서 무릎을 쳤다.
“개인간이랑 생선인간, 이족보행 고양이라니요. 선배, 그거 헤이트 스피치예요.”
“헤이트 스피치. 아, 차별 발언이라는 말인가.”
“개인간이 아니라 코볼트. 생선인간이 아니라 사하긴. 이족보행 고양이가 아니라 아일루로스. 정식 등록된 이종족이라구요?”
“그렇지, 그렇지. 미안하다. 내가 너무 당황해서 그랬어.”
“처음 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요.”
괴식 스트리트는 마치 축제의 거리와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야밤인데 불빛이 환하고, 여기저기 예쁘고 앙증맞은 장식물이 있다.
포장마차만 하더라도 흔해빠진 모습이 아니라 귀엽고, 세련된 모습이다. 거기에 인간이 아니라 각종 이종족이 모여서 호객행위를 하고 먹을 것을 팔고 있으니 넋이 나갈 법도 하지.
“이종족이 이렇게 많았나?”
“전 세계에서 모여들었다고 하던데요.”
“거참, 신세계구나, 신세계야.”
뒷방 늙은이가 되지 않으려면 이런 것도 열심히 경험해 봐야겠지.
이윤덕은 팡팡 하고 가슴팍을 때리며 기합을 불어넣었다.
의욕과 의지는 마력과 반응하여 노화를 억제한다는 생생연구통의 연구 발표도 있었다.
이런 데서 기세로 지면 노화만 빨라질 뿐이다.
“그래. 우선 뭐부터 먹을까?”
“한 점포에 들어가서 밥을 먹어도 좋지만, 여기는 길거리 음식이 메인이거든요. 걸어 다니면서 먹고 싶은 거 먹는 게 제일 좋아요.”
“너는 여기 자주 오는 거 같으니까, 추천은 뭐가 있냐?”
“흐음, 롤빵을 추천합니다. 먹으면 코가 뻥 뚫려서 기분이 좋아요. 선배, 비염 있잖아요. 딱이죠?”
이윤덕이 한쪽 코를 막으며 코를 훌쩍였다.
“비염이 아니라 비중격만곡증이야, 인마!”
“비염이랑 달라요?”
“비염은 염증이고, 비중격만곡증은 코의 중앙에 있는 코뼈를 비중격이라고 하는데 그 뼈가 휜 거야.”
“그런 거에도 효과가 나오려나.”
있으면 좋겠는데.
강웅이 달려가더니만 아일루로스에게 물었다.
검고 하얀 턱시도 무늬의 눈이 땡그란 고양이가 분홍 코를 실룩거리면서 말했다.
“효과 있다냥.”
“정말 있어?”
“애초에 말이다냐, 사람의 코뼈는 휘어진 사람이 더 많다냐.”
“어…….”
“그러니까 뼈가 휜 거 자체는 병이 아니다냐. 휜 뼈가 신경을 누르고, 코 안쪽의 점막을 다치게 하거나 이물감이 문제인 거다냐.”
고양이에게 인간의 병에 대한 강의를 받고 있자니 자괴심이라는 게 폭발한다. 이윤덕이 미묘한 수치심을 느끼는 것도 모르고 강웅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서 비중격만곡증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요약하자면 이 롤빵은 쌓은 농(膿)을 없애주고 코 주변의 혈관을 활성화시켜 준다냐. 먹으면 코가 뻥하고 뚫린다냐.”
“아일루로스 선생님이 이리 말씀하십니다, 선배.”
저렇게 말하는데 먹어봐야겠지. 자기도 모르게 아일루로스의 턱을 긁어주며 이윤덕이 말했다.
“이 인분만 주시오.”
“이 인분 주문받았다냐!”
롤빵은 종류가 꽤 많다.
아일루로스가 준 빵은 디너 롤, 스위트 롤이라고 불리는 롤빵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주로 모닝빵이라고 불린다.
“모닝 빵이라, 거참 그립구만.”
“응? 그리워요?”
“아버지와 경양식 레스토랑에 가면 밥 대신 꼭 이게 나왔어.”
달달한 콘 스프와 느끼하지만 달달하고 맛있는 돈가스. 그리고 딸기잼과 모닝빵.
경양식의 기본 메뉴다.
“예전에는 많이 먹었어. 잼에도 먹고, 스프에도 찍어먹고, 돈가스 소스에도 찍어먹었지. 모닝빵은 무한 리필이 됐거든.”
“헤에…….”
“냄새는 매우 평범한데, 일단 먹어볼까.”
모닝빵을 먹으려고 입을 살짝 열었더니, 강웅이 입가를 올리는 게 보였다. 저놈이 왜 저러나 싶어서 손이 잠깐 멈췄지만 대충 감이 왔다. 아마 먹는 반응을 보고 싶어서 저러는 거겠지.
괴식이라는 것은 먹고 웃고 즐기고, 반응을 보는 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들었다.
아내가 괴식교의 신자이기 때문에 괴식에 대한 것은 어느 정도 알고는 있다.
이런 일은 점잔 빼고 뒤로 물러서는 게 더 바보 같은 일이다.
까짓 거, 오늘은 조금 어울려 주지.
이윤덕이 모닝빵을 씹었다.
그리고.
“푸하아아아악-!”
성대하게 뿜었다.
모닝빵은 입에 넣고 씹는 순간 녹아들어서 사라졌다.
그래서 먹던 빵을 내뱉는 추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액상형의 탈취제나 살충제를 뿜어내는 스프레이처럼, 분무기처럼 무엇인가 내뱉었을 뿐이다.
내뱉은 액체는 빠르게 기화하여 흩어졌다. 주변을 더럽히지 않도록, 그런 조치가 되어 있는 괴식이겠지.
다른 손님도 이렇게 내뿜었을 텐데, 그런 조치가 되어 있으니 이렇게 거리가 깨끗한 거다. 참으로 세심한 배려다.
하지만 그런 세심함이고 배려고 대체 이 맛은 뭔가.
이윤덕이 오만상을 찌푸렸다.
“우엑… 뭐야, 이거…….”
“어때요?”
“어때고 뭐고, 탄산음료에 와사비 농축액에다가 후추를 뿌린 후에 그걸 졸인 것을 소스로 삼아서 빵에 코팅한 느낌이다.”
“와, 선배, 미각 예리하네요?”
“뭐?”
“마법이랑 다른 도구도 썼다지만 진짜로 그렇게 만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 걸 팔면 안 되지!!!”
강웅이 어깨를 으쓱하더니만, 코웃음을 쳤다.
“여긴 그런 거 파는 거리예요.”
“아…….”
“그런 거 먹으러 오는 거구요.”
“그랬었지.”
“효과는 어때요?”
“효과?”
킁킁킁, 하고 숨을 몇 번 코로 마셔 보았다.
놀랍도록 공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허…….”
“효과 있죠?”
이윤덕의 왼쪽 코는 항상 막힌 상태였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거나, 축농증에 걸려서 오른쪽 코까지 막히면 천상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했다. 그런데 빵을 먹고 나니 양쪽으로 공기가 들어온다.
“숨 쉬기가 편해…….”
숨을 들이쉬면 쉽게 호흡이 된다는 게 이렇게 편한 일이었을 줄이야.
항상 코 뒤쪽에 뭔가 덩어리가 뭉쳐 있는 기분이었고, 침을 삼킬 때마다 목구멍에서 뭔가가 닿는 기분이었는데 아주 매끄럽다.
“목구멍과 콧구멍에 아스팔트를 깐 거 같아.”
“뭐예요, 그 건설적인 비유는…….”
“와, 아무튼 이거 좋다.”
“끝내주죠?”
대답이 안 돌아왔다.
돌아보니 이윤덕이 바로 다음의 노점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흥미를 느껴서겠지.
“이런 음식을 먹고 흥미를 못 느끼면 연구자가 아니긴 하지요.”
요즘 상당히 매너리즘에 빠져서 의욕이 없어 보이던데, 좀 생기셨으려나?
강웅이 뿌듯하게 미소를 지었다.
모닝빵을 만든 것은 나비였지만, 마치 자기가 만들어서 효과를 본 듯했다.
“캬, 나처럼 선배 생각하는 후배는 없을 거야. 사나이 강웅. 의리파에 배려도 좋지.”
흥흥흥 하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이윤덕의 뒷모습을 보고 걸었다. 그러다가 강웅이 문득 정신을 차렸다.
“아, 잠깐.”
야근하려다가 잠깐 식사하러 나온 거라 지갑을 안 가져왔다.
폰으로 페이 처리하면 좋겠지만 폰 게임 과금하느라 돈을 다 써서 잔고가 없다.
그럼 뭐다?
“같이 가요! 저 지갑 없어요! 밥 사준다면서 혼자 가면 우째요!”
젊음이 무색하게도 강웅보다 이윤덕이 빠르다. 양쪽으로 숨이 쉬어지니까, 폐활량이 두 배는 돼서 저런 걸까?
그렇다면 나도 도핑이다.
모닝빵을 우적우적 씹어 먹고, 한 번의 분수쇼를 끝낸 강웅이 달렸다.
“이 양반아! 거기 서라고오오!”
* * *
괴식 스트리트의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배치는 황지현이 했다.
이렇게 바쁜 상황에서 일거리를 늘려서 어쩔 셈이냐-! 라고 이정훈이 반대하기는 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자기 가게의 인테리어와 자기의 가게가 들어갈 거리의 디자인인데 황지현이 그렇습니까-! 하고 넘어갈 리가 있나.
그녀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거리의 소품이나 전체적인 배치, 디자인을 결정하는 동시에 민원 처리와 행정 처리도 동시에 했다.
그러니까 자기가 기획서를 제출하고, 자기가 기획서를 승인하고, 자기가 법안 수정안을 제출하고, 자기가 이정훈에게 최종수정안을 가져온 후에 이정훈 대신에 도장을 찍었다.
문제가 있다면 백강혁이 사비를 털어서 만든 신상을 스트리트 여기저기에 설치하려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아무리 황지현이라고 해도 막을 수가 없었다.
[괴식 랜드 마크 제작 청원.] [청원 동의 인원: 35,670,111명]“A섹터 인구보다 청원 동의 인원이 왜 더 많냐.”
A섹터 거리의 랜드마크 설립에 대해서 세상이 이렇게 관심이 많을 줄이야. 투표 지역을 한정하지 않았더니 전 세계에서 투표를 해왔다.
그래서 인구 대비 동의 비율은 러시아의 대통령 투표율이 울고 가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미친 오더가 진짜…….”
누구의 소행인지는 안 봐도 뻔하다. 놈이 만든 신상이니까 더더욱 뻔하지. 대체로 이상한 일의 범인은 백강혁이고, 이번에도 그렇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런 이유로 미묘하게 승우를 닮은 신상 세 개가 들어오기로 됐다.
참 아쉬운 일이다. 아름답게 꾸민 괴식 스트리트에 웬 랜드마크란 말인가.
지현도 싫었지만 승우는 더 싫겠지. 질색하는 얼굴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공무원은 까라면 까는 게 일이니까. 하라면 해야지.”
정식으로 공문으로 작성되어 눈앞에 있다면 처리해야 하는 것이 숙명이고 운명이다.
황지현은 문서 작성을 끝내고 상부 결재까지 마친 후에 ISAC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올렸다.
이걸로 오늘의 업무는 거의 다 끝났다.
남은 것은 둘.
“안녕하십니까, 식품위생과에서 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식품의약품청에서 왔습니다.”
요식업자에게 호환, 마마, 전쟁과 레이드보스보다 무서운 것 둘이 퓨전합체 하여 나타났다.
황지현은 쓰린 위를 누르면서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화, 환영합니다아…….”
위가 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