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58)
괴식식당-358화(358/613)
358화. 초급 괴식 (5)
괴식 스킬을 가진 자에게 작은 가게라도 하나 주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괴식 스트리트였으나, 모이고 보니 어째 지구인보다는 이세계인이 많았다.
아무래도 괴식 자체가 인간과는 조금 입맛이 다른 이들에게 더 익숙하기도 하고, 요리보다는 연금술에 가까워서 그런 거겠지.
음의 테이블을 담당한 팀의 팀장은 닌자 일호, 드물게도 인간이다.
하지만 그가 첫 요리를 맡긴 자는 인간이 아니라 드워프였다.
드워프라는 종족이 모두가 다 대장장이가 아니고, 모두가 다 애음가, 애연가인 건 아니었지만, 장 폴 베넷은 변명의 여지도 없는 딱 표준적인 드워프였다.
대장장이였고 애음가였으며 애연가였다. 이래서야 드워프는 다 그렇다니까 하고 선입견 가득한 시선으로 보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지.
심지어 그가 만드는 괴식은 모조리 술을 사용했다. 술을 양념하고, 술로 간을 맞추고, 술을 요리한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이 있다.
“으디- 애는 없나 좀 보까이-”
장 폴 베넷은 위생을 위해 하루 만에 벌써 5㎝는 넘게 자라난 수염을 면도하며 웃었다.
좌중을 훑어보니 미성년자가 없다. 공무원이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그게 기뻤다.
“다들 으른이구마이.”
“또 술 요리인가?”
“술이 아니면 내가 뭘 만들겠는가이?”
“좋겠지.”
일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괴식이라는 게 초보자가 만들면 정말 답도 없게 맛없게 된다.
맛이 없게 만든다고 효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효과를 챙기면 맛없어진다.
맛없는 요리와 맛없는 괴식의 차이는 효과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 폴 베넷의 요리는 괴식다운 괴식이다.
드럽게 맛없고 효과가 좋다.
“끄흡, 술찜으로 해볼까이.”
한 잔의 술을 마시고 트림을 하며 요리장에 들어간 베넷이 메뉴를 단숨에 골랐다.
술찜은 만들기 쉬우면서 아주 좋은 괴식이다. 괴식이라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요리법이 그냥 술찜과는 다르다.
본래의 술찜은 어폐류를 손질하고, 소금으로 간한 술에 넣어서 끓이는 간단한 요리다.
보통은 바지락, 홍합, 전복, 게, 대합 따위를 쓴다. 요컨대 재료를 술로 끓여서 먹는 요리다.
하지만 베넷의 술찜은 반대였다.
“고기가 싱싱하구마이.”
베넷의 술찜의 주재료는 술이다.
다른 부재료는 술에 향을 입히는 것에 불과하다.
오늘은 고기술찜을 하려고 한다. 냄비에 찰랑찰랑할 정도로 포도주를 채우고는 거기에 카이로돈의 삼겹살을 몇 덩어리 던졌다.
포도주가 금세 끓기 시작했다. 드워프가 가진 술 마법의 힘이다.
돼지고기와 포도주는 의외로 상성이 좋다. 돼지의 잡내를 포도주가 날려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색도 좋아진다. 독에 중독된 돼지새끼처럼 푸르딩딩한 색이 되는데 이게 식욕도 떨구지만 고기의 힘을 상당히 끌어올려준다.
카이로돈의 맛은 발효한 썩은 라드의 맛이기에 포도주와 상승작용을 하여 상한 막걸리와 비슷한 맛이 나게 되겠지.
“맛없어져라이, 맛없어져라이.”
국자를 휘휘 저으니 포도주 속에서 카이로돈의 삼겹살이 흔들린다.
“잘 익었구마이. 으디 빨리 끝내보까이.”
1차 초벌 찜이 끝났다. 카이로돈의 삼겹살을 건져 올리고 1인분씩을 나눈다.
한국 기준의 1인분은 200g.
드워프라면 신생아도 1인분이 500g이고, 성인이면 5㎏으로 시작한다만 여기는 한국이니까 한국 기준에 맞춰야겠지.
고객 만족을 위해서는 요리사가 손님에게 맞춰줘야 한다. 안 맞추면 마스터 셰프 유에게 혼난다.
혼나면 무섭다.
“뚝배기이~ 뚝배기~”
한국의 물건 중에서 전기면도기 다음으로 마음에 든 뚝배기를 꺼내서 일렬로 놓는다.
거기에 1차 초벌 찜을 끝낸 고기를 살포시 올렸다. 그리고 다음의 술을 꺼냈다.
“으따, 좋다이.”
스피리추얼이라는 술이었는데, 알코올 도수가 무려 96도인 지구의 술이었다.
드워프인 장 폴 베넷조차도 깜짝 놀란 미친 술이다. 알코올 도수 96도면 그냥 알코올 덩어리다.
뚜껑을 열어두면 술이 증발하고, 불에 닿으면 불이 붙는다.
드워프의 화주와 비슷하다.
맛과 영양을 생각한다면 이런 도수가 나와서는 안 된다. 하지만 96도라는 그 도수는 정말 매력 그 자체였다.
먹고 뒤질 생각인 건지 이런 술을 만들다니, 뒷감당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의 과감함과 용기란 미스릴처럼 아름답다.
존경을 담아서 뚝배기에 스피리추얼을 가득 부었다. 화악 하고 눈에 매운 기운이 느껴진다.
킁킁 하고 냄새를 맡아보니 포도주에 절여진 돼지고기로부터 화학 괴식 반응이 생기고 있었다.
계획대로, 좋은 반응이다. 상한 막걸리가 상한 타락죽 같은 맛이 됐다.
죽, 죽은 건강식이다. 먹으면 건강해지겠지. 암, 건강해지고말고.
수염을 깎아 반들반들한 턱을 쓰다듬으며 베넷이 다음을 준비했다.
“잘되긴 했는데 이라면 간이 조금 세긴 하지이. 짭짤하게 해줘야겠구마이.”
깝짤한 술, 맥주가 좋겠다.
겁쟁이 같은 엘프들이 만든 술이지만 엘프의 맥주는 제법 좋다.
마스터 셰프 유의 술 콜렉션은 정말 굉장해서 없는 술이 없다.
요리를 하면서 조금씩 얻어 마실 수 있으니 더더욱 좋다.
슬쩍 승우의 술 진열장에서 엘프의 맥주를 꺼내서 요리에 살살 뿌렸다. 소금 대용이다.
요리가 끝나간다. 건더기가 너무 적으니 심심한 기분이 들어서 거기에 완벽한 고명을 올렸다.
마트에서 사온 곡물 시리얼이다. 영양 밸런스, 퍼펙트.
“끝났다이-!”
장 폴 베넷이 요리의 마감을 선언하자, 일호가 주의 깊게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의 주제는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요리다. 다른 건 몰라도 스트레스는 확실히 날아가겠지.
팀장으로서도 만족스러운 요리다.
“서빙하겠다.”
* * *
허태경은 술을 좋아한다. 술 싫어하는 한국인은 드물고, 술로 스트레스를 풀지 않는 직장인은 좀 더 드물다. 막말로 술 힘으로 산다.
그녀는 술찜을 가져왔을 때 직감했다. 삼겹살을 술로 찐 요리라고 하는데 저건 그런 요리가 아니다.
삼겹살로 술에 향을 입힌 것이다. 존재 자체가 술 덩어리다.
“눈 아파.”
솨아아- 하고 실시간으로 푸르딩딩한 국물이 졸아든다. 끓어서 졸아드는 게 아니라 알코올이 기화하여 사라지는 것이다.
술을 잘 아는 동료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스피리추얼?”
“그거, 세계에서 제일 도수 높은 술 아니에요?”
“맞아요. 이거 요즘은 구하기도 힘든 옛날 스피리추얼이네.”
“차이가 있어요?”
“있어요. 요즘 건 95도고 예전 건 96도예요.”
95도나 96도나 먹으면 의식이 끊어지는 것은 같다.
폴란드 술이라는데 폴란드 사람들의 구강 구조와 위, 뇌에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술을 만드나?
의문이 피어올랐고, 좋아하던 술이 싫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서른 살이 넘게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좋은 예감은 틀려도, 나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우리가 왜 이걸 먹어야 하죠?”
“일이니까요.”
“아, 맞아. 일이었죠.”
일이니까 먹는 거지, 이걸 돈 주고 사먹는 사람이 진짜 있을까.
일인데도 먹기가 싫어진다.
그런 마음에 머뭇거리고 있으니 검은색의 연기로 뒤덮인 남자가 하얀 눈을 번뜩였다.
“기화하기 전에. 맛이 변하기 전에. 먹어라.”
“아, 예.”
“요리는 타이밍이다. 맛은 한순간. 놓치면 죽는다.”
“…….”
요리의 맛이 죽는다는 걸까, 우리가 죽는다는 걸까.
살면서 본 헌터 중에서 제일 무섭다. 사람인데도! 저기 주방 안에는 고릴라도 있는데 고릴라보다 이 남자가 무섭다.
왜 사람의 얼굴이 연기로 가려져 있을까, 왜 그 와중에 허연 눈알만 보이는 걸까. 근데 이 사람, 사람이 맞긴 한가. 요리사이긴 할까.
다양한 의문이 들었지만 재촉하는 눈알을 보니 의문이 싹 사라진다.
“머, 먹죠.”
“잘 먹겠습니다.”
내키지 않지만 수저를 들었다.
젓가락도 없다. 수저뿐이다.
왜 그런지는 금방 알았다.
“부드러워…….”
삼겹살이 매우 부드럽다. 푸르게 썩어버린 외견과는 다르게 마치 푸딩처럼 수저의 결대로 떠진다.
잘 만들어진 동파육은 푸딩처럼 부드럽다더니만 그런 건가? 보기보다 고급 요리일지도 모른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입에 넣었다. 부드러워서 이에 닿는 것도 모르겠는 삼겹살이 입안에 머금어지자 벼락이 친다.
“……!”
“……!”
요리 만화를 보면 충격적인 연출이라고, 먹는 순간 우주로 보내버리던가 벼락이 치곤 하는데 이 벼락은 물리적인 벼락이었다.
‘아파!’
알코올이 혀를 때리고, 맞은 혀로부터 불꽃이 달린다. 혀, 식도를 타고 불과 벼락이 질주를 한다.
벼락은 식도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 뇌를 때리고 화염은 장으로 직행한다. 다년간의 회식 경험으로 바로 직감할 수 있다.
‘이거, 불똥각.’
내일이면 오엑오엑 하고 가진 모든 것을 변기에게 내주면서 다시는 술을 먹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겠지. 벌써부터 다음 날이 예상되는 강렬한 알코올의 맛이다!
‘망했다. 이거 상한 음식이야.’
그냥 상한 맛이 아니다. 상한 우유의 맛이 난다. 왜 상했는지, 왜 우유의 맛인지도 모르겠다.
시리얼 때문인가?
아니면 뭐 기적의 화학 반응인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아무튼 맛은 그랬다.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먹은 맛이다.
‘상하기도 상했지만 맛 자체가 잡스러운 맛이야.’
동시에 느껴지는 맛이 달달한 포도의 맛, 상한 막걸리 맛, 상한 우유 맛, 쉰내 나는 썩은 돼지비계의 맛.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느껴지는 파의 맛이다. 뿌려진 시리얼이 파맛 시리얼인 것은 확실하다.
‘미쳤나. 파맛 시리얼? 제정신인가? 선 넘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종합적인 감상?
‘맛없어.’
그냥 하나하나가 맛이 없다. 맛이 없는 것을 모아서 맛이 없게 만든 거니까 특별한 일도 아니다.
특별한 일은 맛이 없는 걸 모아서 맛있게 만들거나, 맛있는 걸로 맛없게 만드는 일이지.
이거야 1+1=2라는 산수처럼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일어난 것뿐이다.
‘시발. 위생계를 갔어야 했어.’
허태경은 자신이 위생계가 아닌 것을 원망했다. 이 요리, 상했다. 상했으니 이거 위생법 위반이다.
영업정지 한 달 먹어야 한다. 아니, 그냥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 근데 위생계가 아니라서 절차가 복잡해진다. 위생계였으면 한 방인데!
‘어, 어, 어, 나, 나 죽는다.’
의식이 터벅터벅 검은 터널에 들어간다. 터널 끝에 보이는 빛은 점차 좁아지고, 작아진다.
필름이 끊어지기 직전이란 소리다. 그녀는 사회인의 이성을 발휘해서 버티려고 했지만 헛수고다. 알코올 도수 96도는 강렬하다.
“윽.”
“윽.”
“윽.”
“윽.”
“윽.”
도미노처럼 차례대로 사람들이 쓰러진다.
좌르르륵 하면서 앞으로 기우는 사람들의 머리. 하지만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지는 않았다.
일호가 상냥하게 자신의 능력인 그림자를 사용해서 사람들을 받아내 주었다.
“흠.”
소중한 실험 도구가 고장 났…….
아니, 그게 아니라 소중한 고객님이 뻗어버렸다.
‘이래서야 음 팀의 다음 사람은 요리할 수도 없겠군.’
준비한 게 많은데 한 번에 끝나다니 애석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공무원이라고 들었다. 검증을 위해서 왔다고도 했다.
다음이 있다.
‘즐거움은 오늘로 끝이 아니지.’
오늘의 즐거움 여기까지.
준비한 것은 다음에 보여주자.
일호가 한 눈을 감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음 팀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으로 요리할 예정이었던 자가 베넷에게 화를 냈다.
베넷은 자신이 알 바 아니라는 듯 히죽 웃으면서 맥주를 마셨다.
* * *
요리의 효과는 아주 단순하다.
술 먹여서 재운다.
잠은 보약. 잠이야말로 활력소.
술을 사용해서 뇌의 스위치를 아예 꺼버린다.
쉬지 않는 인체의 대표적인 기관이 뇌와 심장이다.
그런 뇌를 잠깐 쉬게 만들어주고, 그 사이에 지친 뇌를 청소하고 혈관을 닦아주는 요리가 바로 세 가지 술을 사용한 카이로돈 술찜의 효과다.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지. 초보의 괴식치곤 훌륭했다.
승우가 직접 만들었다면 효과를 조금 더 짧고 강력하게 개조해서 의식을 잃는 시간을 10초 정도로 조정했겠지만 거기까지 손볼 수 있으면 초보자가 아니지.
“조금만 개량해서 쓰러진 시간을 줄인다면 팔아도 괜찮겠어.”
“정말입니까이?”
“지친 주말, 일요일을 마감하면서 먹으면 괜찮겠지. 직장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으허허허허.”
“하지만 개량을 하긴 해야겠어. 이대로라면 저 사람들은 못 일어날 거야.”
세 가지 술을 사용한 카이로돈 술찜을 먹은 사람들은 완전히 나가떨어졌다.
이대로 두면 닷새는 넘게 잠들겠지.
승우는 그들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