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64)
괴식식당-364화(364/613)
364화. 아는 것이 힘 (3)
검과 승리, 괴식의 신을 모시는 이들은 미사조차 최신식인 뮤투브 스트리밍으로 한다.
오늘도 교황이 직접 주최하는 뮤투브 라이브 스트리밍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조금 일반인과는 거리가 있는 주제였기 때문에 회비를 내고 정식으로 가입한 사람들.
그중에서도 각성자들만 참석만 특이한 라이브 스트리밍이었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마법.
퍼스트 오더 13위, 리비가 직접 강의하는 마법 강좌다.
강단에 오른 리비가 입을 열었다.
“마법이란 무엇일까요? 실은 각성자 중에서도, 현역 헌터 중에서도 마법과 이능력의 차이를 모르시는 분이 많아요.”
“그러니 우선은 이능력과 마법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정지을 필요가 있겠네요.”
“대재앙 이후로 게이트를 통해서 흘러들어온 마력은 인체에 쌓여서 코어를 만듭니다. 이렇게 코어가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제각각 특이한 능력을 얻게 돼요. 이것을 이능력이라고 하는데, 국가별로 조금씩 부르는 이름이 다르지요.”
종교의 차이.
입장의 차이.
역사의 차이로 이름은 변한다.
“인간을 초월한 능력이라 초능력, 신이 주신 재능이라 하여 기프트, 인간의 일곱 번째 감각이라 세븐센스, 피를 타고 이어진다고 하여 혈법, 마나의 흐름이라 파동, 기의 응용이라 기공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ISAC는 공식적으로 이것을 이능력이라고 부릅니다.”
“이능력은 자신의 마나코어에서 생기는 마나를 쓰고, 자신의 정신력을 쓰고, 자신의 체력을 씁니다. 주체가 ‘나’예요. 내가 없으면 이능력도 없습니다.”
“알고 있나요? 헌터의 능력 중에 완벽하게 똑같은 능력은 없어요. 비슷한 능력끼리 묶어서 카테고리별로 묶어서 구분했을 뿐이지 엄밀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사실은 모두가 다 다른 능력이에요.”
“마나 효율이 다를 수도 있고, 위력 배율이 다를 수도 있고, 사정거리나 자신의 능력에 의한 증폭 비율이 다를 수도 있고, 대가가 다를 수도 있죠. 완벽하게 같은 능력은 없는, 당신만의 능력이에요.”
스크린에 리비가 표시를 해놓는다.
[이능력은 나만의 것.]“그럼 마법은 무엇일까요? 마법은 마(魔)의 법(法)이에요. 법칙에 따라서 마나를 공물로 바친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학문의 영역이죠. 여기에 나는 없어요.”
“그럼 이 법칙은 어떻게 배우는가, 누가 정하는가.”
“그건 바로 신이에요.”
“세상에는 많은 신학이 있고 신화가 있는데, 이 신화들은 딱 두 가지로 구분해요. 유일신학. 다신학. 유일신학은 신은 하나만이 존재한다는 뜻이고, 다신학은 신이 여럿 존재한다는 뜻이에요.”
“유일신을 믿는 분은 여기에 없겠죠? 유감스럽게도 신은 여럿 존재합니다. 가장 비슷한 신학을 찾으라면 일본의 야오요로즈(八百萬)를 예로 들 수 있겠군요. 야오요로즈는 팔백만이라는 뜻인데, 동시에 셀 수 없이 많다는 의미로 세상 만물에는 신이 깃들어 있다- 는 샤머니즘 적인 신학이죠. 다 맞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는 맞아요.”
“세상 만물에는 그것을 관장하는 신이 있고 그 신들은 하나하나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이름은 본질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신명이란 이름으로서 신의 힘을 나타내는 것이에요.”
“눈치 빠르신 청자분들은 이미 예측했겠지만 마법은 그러한 신의 이름을 찾아서, 신과 계약하고 자신의 마나와 상념, 힘을 대가로 지불하여 그들이 관장하는 힘을 빌려오는 걸 말해요.”
리비가 한 줄을 더 적었다.
[마법이란 신과의 계약.]“이 관계는 매우 중요해요. 신들은 다들 자기 취미에 맞는 힘의 발현 방식과 제물의 취향이 있어요. 어떠한 신은 특별한 용매와 촉매를 요구하고, 어떠한 신은 특정한 상황이 아니면 힘을 빌려주지 않아요. 하나의 마법을 구현하려면 알아야 할 규칙과 예외 규칙, 그리고 적합한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해야 해요. 실패하면 자신의 생명이나 마나만 착취당하고 끝이죠.”
“마법이란 믿음과 지식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고등학문이에요.”
“그러니까 이능력과 완전히 반대됩니다. 힘의 근원이 내가 아닌 다른 자, 신이니까요.”
[마법이란 신의 힘.]“그럼 우리들의 신을 생각해 봅시다. 우리들의 신은 검과 승리, 괴식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이것은 매우 대단한 일이에요. 신들의 이름은 하나가 대다수. 가끔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 아주아주아주아주 위대한 신이에요.”
“그럼 셋은 뭘까요?”
“여러분은 감격해도 좋아요. 세 개의 신명은 전 우주, 전차원에서 가장 강한 신이라는 의미에요!”
“그럼 우리의 신이 주관하는 마법이란… 앗, 이런 시간이네요.”
리비가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정신없이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됐다.
“오늘의 강의, 마법과 이능력. 그리고 신의 정의는 여기까지.”
“다음 시간에는 어떻게 하면 마법을 배울 수 있는지, 마도 입문의 기초 강의입니다.”
“채널 구독, 추천해 주시고 다음 시간에 봅시다.”
* * *
전기 교습 책을 열 권이나 먹은 후.
이제는 일렉트릭 마스터가 된 민이 회로와 전기 배선 공사를 한다.
승우는 그러한 민을 도와주며 이런저런 잔일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아까부터 틀어둔 뮤투브 라이브가 상당히 신경 쓰였다.
‘제법 예리하네.’
신과 마법, 계약.
리비는 확실하게 말해서 마법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이 마법 후진계인 지구에서 잘도 저걸 자력으로 알았군.
“너는 마법에 관심 없어?”
“관심은 있습니다. 하지만 마법은 배우기가 매우 어렵지 않습니까.”
마법을 배우려면 마탑에 들어가야 하는데 마탑에 들어가려면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았다.
“재산은 물론이고 국적이나, 신분 등을 모조리 다 마탑에게 넘겨야 하거든요.”
“그렇게 많이 줘야 해?”
“마탑은 지식이야말로 생명, 지식이야말로 모든 것을 이기는 가치라고 보고 있습니다.”
마법의 지식은 그럴 가치가 있기에 자신들이 가진 비전마법을 조금이라도 나누어주는 일을 아주 아까워한다.
조금만 가르쳐 주더라도 사람의 인생을 저당 잡히길 원하는 도둑놈 심보지만, 그걸 원하는 사람들은 많고도 많았다.
“그렇게 해서 마탑에 들어간다고 해서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 꼴. 실전에서 쓸모가 있는 마법사는 백 명에 하나라더군요.”
“으음, 마법이 원래 어렵긴 무지하게 어렵지. 언어의 문제도 있고, 내용도 어려워. 마법 책에 적힌 딱 한 장의 내용을 이해하는 게 전기에 관련된 책 열 권을 이해하는 것보다 어려우니까 말 다 했지. 하지만 흠흠.”
승우가 웃으면서 책을 흔들었다. 민으로서는 읽을 수 없는 글자로 범벅이 된 푸른 책은, 한 눈에 보아도 마법에 대한 책으로 보였다.
범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진다.
“아까 요리했던 것처럼 마법 책도 요리해 볼까 해서.”
“그럼 그걸 먹으면 마법도 쓸 수 있게 되는 겁니까?”
“물론이지. 난이도는 높지만.”
엘라이온으로 책의 내용을 녹여서 요리를 만들면 책의 내용을 암기하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책과 마법 책은 수준이 다르다. 언어의 벽은 괴식으로 넘을 수 있지만 암기와 이해는 섭취자의 몫이다.
“마법 책은 워낙 내용이 농밀한지라 어지간한 사람은 먹어봐야 소화를 못 하고 토하겠지. 이해할 수 있는 지능과 마력은 갖춰야 해.”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민은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백강혁과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재능의 격차가 현저하다.
“할 수야 있겠지만 방금 먹은 전기 책처럼 한 방에 먹으면 너도 힘들어.”
“그렇다면 여러 번에 걸쳐서 나눠 먹어야겠네요.”
“맞아. 한 장, 한 장 나눠서 따로 먹어야 하지. 관심이 있어 보이는데 오늘 일에 대한 보상으로는 마법 책 괴식이면 될까?”
“대,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닙니다만!”
“퀘스트를 줬으면 보상이 있어야 하고, 노동을 했다면 대가를 받아야 하지.”
승우가 알기로 퀘스트를 주고도 보상을 안 주는 놈들은 테라의 신들 정도였다. 악신도 보상은 꼬박꼬박 잘 챙겨준다.
탐욕과 절망의 신조차도 자기의 화신이나 신자에게 일을 시키면 반드시 보상을 줬다.
그러니까 신들 사이에서 보상조차도 주지 않는 신은 아주 모지리 신이거나, 테라의 신처럼 후안무치하며 부도덕한 막장 신 취급을 받는다.
“일을 했으면 보상은 꼭 받아야 해. 알겠지?”
묘하게 광기와 집착이 느껴지는 말이다. 한기를 느낀 민이 압도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네가 일을 하는 동안 나는 요리를 준비해야겠다.”
승우가 다시 주방으로 들어섰다.
아까 전기 책을 요리해서 감은 이미 잡았다. 어느 정도로 조리를 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해야 최적의 효과를 내는지.
승우의 감각은 천재적이었기에 한 번 해본 요리는 완벽하게 익히고, 다음에는 그 개선책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책 한 권을 통으로 녹여서 만드는 괴식은 섭취자에게 부담을 줘. 마법 책은 자체로도 부담스러우니까 아까 말한 대로 나눠서 먹는 게 나아. 그럼 어떤 방식으로 나눠서 먹게 할까. 아니, 그 전에.’
민에게는 어떤 마법이 어울릴까?
‘녀석은 마나의 성질이 물과 거의 같아. 그러니 물 말고 다른 속성 마법은 익힐 수 없고, 익혀봤자 손해야. 하지만 물의 속성을 관장하는 물의 신은 워낙 변덕스러워서 추천할 만한 마법이 아니야.’
물은 어떠한 형태로든 변할 수 있다.
그 성질이 반영된 것인지 물의 신은 시시각각 기분이 변하고 변덕스러워서 계약이 아주 어렵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마법을 쓰다가 사고가 나는 일도 빈번하고, 계약자가 곤욕을 치른다지.
‘음, 아. 그렇지.’
잠깐 승우가 고민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물의 마법을 익히게 하고, 물의 신이랑 면담 좀 해봐야겠다.’
변덕스러운 신이라고 해도 말로 설명하면 설마 변덕을 부릴까?
만약 말로 설득이 안 되면 어쩔 수 없다. 예로부터 말하길 말(言)이란 칼(劍)과도 같다고 했다.
그렇다.
말이 칼이라는 뜻은 칼은 말이라는 이야기도 된다.
‘말로 설득이 안 되면 칼로 설득해야겠네.’
완벽한 해결책이다.
‘그럼 해결책도 준비했으니 물의 마법 책으로 해야겠네.’
요리 방식은 어떻게 할까.
와플처럼 내용물을 끼워먹는 식도 나쁘지 않지만 이번에는 책을 한 페이지씩 따로 떼어서 먹어야 한다.
그럼 이번에는 반대가 좋겠다.
‘라이스페이퍼. 월남 쌈으로 하자.’
책을 피로 만들어서 내용물을 감싸서 먹는다. 이렇게 하면 내용물을 승우가 준비할 필요도 없다.
책을 라이스페이퍼로 만들어 주면, 민이 식사하다가 한 장씩 먹으면 그만이니까!
‘먹는 종이~ 라이스페이퍼. 말장난 같지만 아주 좋아.’
승우가 콧노래를 부르며 손을 움직였다. 라이스페이퍼를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전분과 쌀가루, 설탕과 소금과 물을 섞어서 반죽을 만들고 그것을 얇게 구우면 그게 라이스페이퍼다.
물의 마법이 잔뜩 적힌 마법 책에 소금과 설탕을 뿌렸다. 그리고 심해에서 자라난다는 심해수의 가지에서 추출한 전분을 뿌렸다.
포세이돈의 보물 중 하나다.
그렇게 간을 한 마법 책을, 엘라이온을 절구 삼아서 쿵쿵 찍어줬다.
책이 뭉개지면서 반죽이 된다.
언제 봐도 대단한 권능이다.
“따로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공부할 때만 꺼내서 먹어.”
“알겠습니다. 먹기만 하면 공부할 수 있다니, 정말이지 혁명적인 공부 방법이네요.”
“쉿. 그런 단어 쓰지 마. 지지야.”
“예? 음. 아, 알겠습니다.”
잘 달궈진 불판 위에 반죽을 올렸다가 떼면 한 장의 라이스페이퍼가 구워진다. 거기에는 다양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는 글자.
유심히 지켜보던 민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틀어두었던 태블릿에서 이번에는 백강혁의 기도 방송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 선생님. 그러고 보니 백강혁 말입니다. 아직 눈치채지 못한 모양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어가 상당 부분 생략되었지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승우의 신명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저나 소울이터 님, 지부장님과 황지현 군은 진작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뭐, 그렇겠지. 힌트도 많았고, 딱히 나도 숨기지 않았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아직까지 백강혁이 눈치 못 챈 게 기적이라고 생각해.”
“놈은 저지능고단백이니까요. 가끔은 똑똑하지만 대체로 멍청하죠.”
“저지능고단백…….”
거 단백질이라도 높아서 다행이군.
“일단 눈치 못 챘다면 못 챈 대로 그냥 둬.”
“괜찮겠습니까? 적극적으로 숨기는 게 나을 텐데요.”
“놈이 눈치채 봐야 내가 조금 부끄러운 정도인데 굳이 숨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승우는 거짓말을 싫어한다.
지금까지 자신을 숨기지 않았던 것처럼, 앞으로도 숨길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 자세는 참으로 아름답고 오연한 일이었지만 그러면 안 된다.
민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선생님.”
“왜?”
“조금 부끄럽지 않으실 겁니다. 놈이 만드는 신상이 안 그래도 묘하게 선생님을 닮았는데, 정체를 알게 된 후에는 어떻겠습니까.”
“아예 똑같이 만들겠군.”
“선생님과 똑같이 생긴 신상이 전 세계에 백 개가 넘게 설치되면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부끄러우시지 않겠습니까?”
세계로 퍼져나가는 괴식교.
세계로 퍼져나가는 괴식교의 신상.
세계로 퍼져나가는 승우의 얼굴.
세계로 퍼져나가는 승우의 쪽팔림.
생각만 해도 얼굴이 뜨겁다.
승우가 살짝 붉어진 얼굴을 덮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히 부끄럽구나. 무조건 숨겨라.”
“예,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