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68)
괴식식당-368화(368/613)
368화. 데빌 서바이브 (1)
허니스시가 완성된 날.
민과 강혁은 식당에서 바로 시식하지는 않았다.
도시락이 왜 도시락인가.
보존식이 왜 보존식인가.
밖에서 먹어야 도시락이고, 긴급 상황에서 먹어야 보존식이다.
승우는 허니스시를 가져가서 나중에 먹으라고 했다.
그래서 강혁은 인벤토리에 허니스시를 넣었다.
10L 이상의 꿀이 찰랑거리는 커다란 나무 대야가 잘도 들어간다.
부러운 마음에, 그리고 이 큰 대야를 어떻게 할지 감당이 안 되는 마음에 가만 서 있자 승우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민에게도 인벤토리가 생겼다.
‘정말 선생님은 정체를 숨길 생각이 하나도 없구나.’
인벤토리라고 하면 귀환자의 상징 같은 것인데 그걸 손가락만 튕기면 남에게 줄 수 있다.
그게 가능하다면 신이라는 뜻밖에 안 되지 않는가. 강혁이 의심할 겁니다, 하고 승우에게 눈으로 경고를 보내자 승우는 그럴 리가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과연 강혁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퍼먹으면 되는 거예요?”
“다양한 이용법이 있으니까 그것은 너희들이 잘 찾아서 응용해 봐.”
먹으면 끝인 괴식을 굳이 응용까지 해야 하나?
둘은 잠깐 그렇게 생각했다만.
“큰 도움이 될 거야.”
이어진 의미심장한 승우의 말에 생각을 고쳤다.
“알겠습니다. 주의 깊게 관찰해 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응용하면 이 슈퍼스타 아닙니까.”
그리고, 며칠 후.
사고가 터졌다.
* * *
게이트 사전 확인 등급 A.
민간 헌터 길드가 클리어하려면 적어도 셋 이상이 연합해야 하는 대단한 등급의 게이트고, 퍼스트 오더도 솔플보다는 파티플을 우선시해야 하는 고등급의 게이트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윤은형, 백강혁, 민. 셋 다 팀의 보조 없이 솔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운이 좋았다면 좋았다.
A등급 게이트 두 개가 동시에 생겼는데, 그것들을 처리할 수 있는 헌터가 셋이나 있었으니까.
마침 비번이었던 백강혁과 민이 두 게이트에 각각 투입되었다.
둘은 엄청난 속도로 게이트를 제압하면서 전진했다.
그리고 사고가 터졌다.
게이트에 이변이 생겼다.
게이트 코어를 부쉈는데도 게이트가 사라지지 않는다.
탈출하려고 해도 입구는 닫혔다.
통신 연결도 끊어졌다.
민과 백강혁은 백전연마의 프로 헌터. 그중에서도 정점이라는 퍼스트 오더.
상황 파악은 빨랐다.
“시공의 미아가 돼버렸군.”
게이트가 변질되어 이세계에 고립되는 경우를 시공의 미아라고 한다. 이곳의 시간은 지구와는 다르고, 환경도 다르다.
민이 있는 곳은 정글에 가까운 상태였고, 문명은 없었다.
강혁이 있는 곳은 섬이었으며 역시 문명이 없었다.
있는 거라고는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뿐. 이세계는 몬스터에게 패배하여 완전히 멸망한 세계였다.
인간이란 실패와 성공을 기록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지성체다.
백강혁과 민은 동시에 ISAC의 교본과 수많은 실패, 성공 수집 사례에서 비슷한 경우를 떠올려봤다.
곧 답이 나왔다.
“귀환자 19번.”
“라울 슈나이더 케이스.”
라울 슈나이더는 1988 서울올림픽 펜싱 플뢰레 부분 은메달 수상자인 노인 헌터였는데, 마드리드에 생성된 게이트가 클리어 후 변질되면서 이세계에 강제로 다이브 당했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무수히 많은 몬스터와 멸망한 세계를 보았고, 놈들과 싸우며 반년을 버텨서 지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의 말로는 갑자기 몸이 흔들린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구로 되돌아왔다고 했지.
심지어 지구로 돌아와서는 고작 이틀이 지나 있었다고도 했다.
갑작스러운 게이트의 변질.
문명이라고는 없는, 몬스터뿐인 멸망한 세계.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친다.
라울 슈나이더의 케이스와 같다고 본다면 해결책도 같겠지.
“버티면 돌아갈 수 있다.”
이세계 서바이벌의 시작이다.
강혁은 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몬스터를 처리하고 오늘부터 쓸 주거지를 확보해야 한다.
서바이벌 지식도 확실히 배워둘걸, 하고 후회하며 백강혁이 움직였다.
그와는 반대로 민은 침착하게 높은 곳으로 가서 생각을 이었다.
서바이벌은 자신이 있기에 죽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특히나 지금은 무서울 게 없었다.
이세계에 떨어졌을 때, 가장 두려운 일은 먹을 것이 없는 경우다.
하지만 지금은 인벤토리 안에 승우가 넣어둔 허니스시가 있다.
보존식으로 쓰라고, 일 년이고 이 년이고 인벤토리 안에 있으면 절대로 상하지 않으며 썩지 않고 저주받지 않는 도시락이 있는데 음식 걱정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까 신경 쓰이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이게 우연인가?”
보존식 도시락을 만들어 줬더니 우연히 이세계 다이빙을 해?
누구도 믿지 않을 일이다. 민은 혹시 승우가 게이트에 대해서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했다.
그리고 그의 추측은 맞아떨어졌다.
승우는 이제 아테나의 도움이 없이도 어떠한 게이트가 어디에 출연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 어려운 차원 법을 완벽하게 통달하여 암기했기 때문이다.
뭇 신들은 차원 법 책 한 권을 독파하는 데 대략 백 년이라는 세월을 잡는다.
이세계 수천 개의 언어와 상황에 맞춰서 만들어진 법은 단순한 암기 이전에 엄청난 통찰력과 심오한 밑바탕 지식을 요구한다.
그래서 인간이 판사나 검사, 변호사에 대한 인식이 높은 것처럼 신들도 차원 법의 전문가는 높게 쳐준다.
헤라와 아테나가 테라에서 입김이 강한 것도 그 덕분이다.
승우가 차원 법 공부를 하다가 이리저리 방황한 까닭이 바로 그것이다. 무지막지하게 어렵다.
그런데 그 후로부터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승우는 차원 법을 완벽하게 익혔다.
어떻게 가능했는가?
그 비결은 물론 괴식이었다.
엘라이온으로 책을 요리해서 먹는 괴식 공부 법은 차원 법 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애초에 승우가 괴식 요리 법을 만든 이유는 차원 법 공부가 하기 싫어서였다!
나비만 아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차원 법을 완벽하게 마스터한 승우는 앞으로 지구에 이런 게이트가 상당히 많이 출연할 것을 예측했기에 보존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게 허니스시의 탄생 배경이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배려해 주신 거겠지.”
그렇다면 이 허니스시 도시락은 이곳에서 여러 가지로 사용할 수 있겠다.
승우가 가르쳐 준 응용법 중 하나는 독이나 저주받은 음식에 꿀을 묻혀서 먹는 것이었다.
그러면 독과 저주가 없어진다던가.
‘위험한 상황이나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을 때는 허니스시 도시락을 활용해 봐야겠어.’
민이 낮게 한숨을 내뱉었다.
“무사히 살아서 돌아가면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해야겠군.”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간다.
민은 그리 다짐하며 눈을 돌렸다.
인간이 관리하지 않은 자연은, 한없이 인간에게 적대적이다.
정글은 곤충이 살기 최적의 환경. 손바닥보다도 커다란 이름 모를 곤충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나무는 어떠한가.
나무의 줄기는 자기가 무슨 장미라도 되는 줄 착각하는 것인지 가시가 돋쳐 있었는데, 그 가시는 굵고 긴 것이 창과도 같았다.
그리고 어떠한 나무는 가시가 매우 얇고 작았는데 바람이 불면 흩날리기도 했다.
‘그냥 가시나무는 피하면 그만이지만 저 얇은 가시는 기관지에 들어가면 치명적이겠군. 분명히 짐피짐피가 저런 가시를 가지고 있었지.’
짐피짐피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쐐기풀의 일종인데, 독을 가지고 있고 얇은 바늘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며 사람을 공격하기에 매우 위험한 종이다.
그것을 조금 더 키우고, 가시의 수를 수백 배로 늘린 나무다.
이래서야 사람이 살기는 매우 힘든 환경이지.
민은 스카프를 꺼내 입과 목을 보호하고 고글을 써서 눈을 보호했다. 후드가 없는 게 아쉬웠다.
‘이런 지옥 같은 환경이라 그런지, 사는 몬스터도 악마군.’
염소 머리를 한 거대한 거미 여럿이 정글을 활보한다.
악마 추종자인 브로가 오랜 시간 추종을 마치면 저렇게 인간성을 버리고, 모시던 악마의 육체로 인간의 육체를 완전히 바꾸며 자기 자신도 악마가 된다.
악마 추종자의 비참한 말로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분명 악마 추종자들에 의하여 멸망한 세계이리라.
민은 계획을 정했다.
다른 곳에 있는 백강혁이 그러했듯이, 거주지를 만들어야 한다.
백강혁은 힘들겠지만.
서바이벌의 달인이며 탐지능력자인 민에게는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다.
“…….”
1초 정도 백강혁을 걱정한 민이 고개를 털었다. 그리고 자신은 절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는 듯 수색 작업에 몰두했다.
* * *
생존에 대한 열망.
혹시 모를 사태의 지식에 대한 욕구는 누구나 있다.
그래서 어디 어디에서 살아남기 같은 책이 상당히 인기가 있는데, 그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3년 전에 출판된 ‘이세계에서 살아남기’라는 책이다.
그 책의 주안점은 어쨌든 신중하게 움직이고, 사물을 경계하고, 숨을 죽여야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다.
지금 이세계에 떨어진 민은 숨을 죽이고 신중하게 숨어 있다.
교본에 충실한 서바이벌 생존 수칙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사실 민보다도 더 숨을 죽이고 숨어 있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이세계의 주인, 바엘이다.
“…….”
그는 게티아 72주의 악마 중 서열 1위인 굉장한 악마였다.
비록 악마의 왕, 지옥 최초의 군주 등 다양한 칭호와 영광은 그의 형 바알이 가져갔지만, 바알은 게티아의 격을 넘어 초마왕이 되어버린 이레귤러 중의 이레귤러니까 논외.
그런 바알을 제외하면 그는 악마 중에서 최강의 악마였고, 가장 대단한 악마다.
그런 바엘이 왜 한낱 필멸자가 두려워 모습을 숨기고 있었을까?
저 사람이 강한 헌터라서?
아니다.
승우 때문이었다.
“아이, 싯팔. 지구인이잖아.”
페넥스와 글라샬라볼라스는 삥을 뜯겼다. 단탈리안은 반갈죽을 당했다. 악마들의 피해가 쌓인다.
게티아 72주 악마는 71주 악마가 되었다. 단탈리안은 후임이 없었고, 현재 쟁탈전 중이다.
72주가 71주가 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후 악마 회의를 통해서 몇 가지 규칙을 새로 세웠다.
규칙은 이러하다.
1. 지구인은 건들지 마라.
2. 지구에 가지 마라.
3. 본의 아니게 위에 규정을 어기면 자살해라.
바엘은 나름 몸을 사렸다.
뒈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왜 게이트를 지구와 연결했는가. 그것은 게이트는 신력을 써서 열 수도 있지만 반은 사고로 열리는 까닭이다.
지구에 연결된 게이트는 바엘이 원해서 연결된 게 아니다.
정말로 멋대로 연결됐다.
연결을 확인하고 황급하게 추종자로부터 모은 신력을 긁어모아서 게이트를 없앴더니 이게 웬걸?
사고가 터져서 그 안에 있던 인간 하나가 휘말리는 바람에 여기로 왔다.
“이걸 어쩌지.”
바엘이 고민하고 있으니 악마들의 통신장치인 마톡이 울렸다.
[바엘 왕이시여.] [카임 어서 오고.] [내 차원에 지구인이 와버렸소이다. 이제 대체 어쩌면 좋소이까?]서열 53위, 카임의 마톡이다.
그쪽에도 지구인이?
“어쩌면 좋냐고 해도 싯발. 나한테도 왔다고.”
바엘은 강하게 욕설을 내뱉다가 금방 입을 다물었다. 혹시 이 소리를 지구인이 들을지도 모른다.
“웃…….”
눈을 깜빡이면서 확인해 보니 들리지는 않은 모양이다.
“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만, 다시 생각해 보니 열받는다.
“아니, 내가 왜 내 집에서 눈치를 봐야 하지?”
나는 바엘이다. 악마 서열 1위고, 악마의 왕이다.
형인 초마왕 바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더 따지고 보면 신명 하나의 신이랑 비견될 정도라 사실은 많이 격이 딸리지만, 어쨌든 악마의 왕이다.
전 차원에서 알아주는 존재란 말이다. 그런 악마의 왕이 지구인 하나가 무서워서 큰 소리를 참아?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저놈을 죽여야겠다.”
검신이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여기는 바엘의 차원이다.
저놈 하나 죽였다고 바로 눈치챌 수는 없겠지.
그 후에는 당연히 뒷감당을 해야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서열 3위. 예언의 악마, 바사고는 이런 예언을 했다.
“형님만 부활하면!”
초마왕 바알은 돌아온다.
바엘은 그 예언 하나만 믿고, 저 인간을 벌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