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72)
괴식식당-372화(372/613)
372화. 피스메이커 (1)
이정훈이 아연실색할 법도 했다.
지금까지의 괴식과는 목적과 의도가 다르다. 황지현도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느끼기에도 이번 괴식은 뭔가 이상했다.
“여태까지 유 사장님이 만든 괴식도 결국에는 음식이라, 먹어서 효과를 얻는 걸로 끝이었는데 이번엔 기능이 많아도 너무 많아요.”
먹어서 저주를 해소하고, 중독을 풀어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무기로도 방어구로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음식에는 필요 없는 기능이다.
“그것도 너무 효과가 좋고요.”
악마가 일격에 죽었다.
대재앙 이후 10년.
이 긴 시간 동안 악마와의 조우는 수도 없이 있었다. 그중에서 격퇴에 성공한 예도 꽤 있었다.
하지만 소멸에 성공한 경우는 백강혁이 전부. 백강혁이 가진 데몬 2킬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라 혹자는 녀석을 데몬 슬레이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대단한 일이지만, 이 도시락은 그 대단한 악마 처치를 누구나 가능하게 한다.
꿀을 바른 꿀 주먹으로 쳐도 악마가 죽고, 먹여도 죽는다.
대(對)악마용 결전 병기.
그런 도시락을 왜 만들었을까.
“…….”
“…….”
이정훈과 황지현은 말없이 생각을 정리했다.
일의 시작부터 떠올려 보자.
지금 게이트가 아니라.
유승우의 출연부터.
천천히.
“유 사장님이 처음으로 대중에 모습을 보인 사건을 기억하나?”
“아, S랭크 오버 게이트요? 당연히 기억하죠.”
A섹터 지하에 나타난 게이트는 아직도 눈에 선하다.
죽을 곳을 찾아서 덜덜 떨리는 다리로 들어간 백강혁과 그의 부탁을 받아서 달려간 용사의 밥집.
그때 처음 유승우를 봤었지.
“뭔가 이상한 게이트였죠.”
내부 정보는 백강혁의 바디 캠 영상이 전부. 그나마도 백강혁이 숨어서 촬영한 거라 내용이 그리 좋지 않다.
입장 전에 게이트의 마나 농도를 측정하여 등급을 정하는 측정계가 한 방에 부서졌다는 것.
그리고 안에서 거대한 인간형의 몬스터, 거인이 나왔고 유승우가 없앴다는 것.
이게 황지현이 아는 전부였다.
이정훈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 게이트는 아직도 연구 대상인 거 알고 있나.”
“아직까지도요?”
“과학은 이 순간에도 발달하고 있고, 필요한 기계는 항상 개발되지. 더 좋은 측정기가 나왔어.”
과거 게이트 등급은 A가 끝이었다. 그러다가 S등급이 나왔고 S등급 오버 랭크가 나왔으며,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 시점에서 S랭크 오버 게이트는 SS랭크 게이트가 되었다.
“베이징시에 출연한 게이트가 바로 SS랭크 오버 게이트지.”
“그랬었죠.”
“그때의 경험과 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게이트 등급 측정계 또한 몇 번이나 업그레이드가 됐어. 이제는 SSS랭크 게이트라는 등급이 생겼지. 베이징시 게이트는 SSS랭크 게이트로 자리매김했다네. 하지만 말이야, 유 사장님이 없애버린 게이트 말인데…….”
그가 말꼬리를 흐렸다.
“SSS랭크 게이트까지 측정이 가능한 계측기로도 당시의 마력 파편을 검사하면 측정 불가능이라고 떠.”
“예? 그럼 그때의 게이트는 SSS랭크 오버 게이트예요?”
“고작 마력의 파편만으로도 그러하니, SSS랭크 오버 게이트라는 말로는 부족하지.”
되짚어 생각해 보면 유승우가 직접적으로 게이트 자체를 소멸시킨 케이스는 그때가 유일했다.
원인불명의 이유로 크고 작은 A~B랭크 정도의 게이트가 출연하자마자 사라진 경우는 조금 있으나, 직접적으로 유승우가 목격된 게이트는 그게 전부였다.
“그럼 그때 그 게이트는 무슨 등급이었을까요.”
“몰라. 하지만 아는 것은 있지. 상부에선 당시의 게이트는 유 사장님이 직접 손을 쓰지 않았다면 지구가 멸망했을 거라고 하더군.”
베이징시 게이트로도 지구는 망할 뻔했다. 그러니 그것보다도 아득히 높은 등급의 게이트라면 멸망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정훈이나 ISAC의 상부는 이미 그때 지구는 한 번 망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 게이트의 주민은 기간테스였는데, 기간테스는 태어날 때부터 신의 힘을 가진 폭군이다.
그런 기간테스가 수백 명.
마지막 기간토마키아로 예언되어 테라를 괴식의 세계로 바꾼 미증유의 재앙이었으니 등급이 높은 것도 당연,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상부는 그 게이트를 일종의 사고라고 생각하고 있어.”
“게이트는 어차피 다 사고잖아요.”
“그래도 흐름이라는 게 있어. 게이트의 등급은 계단식으로 오르지. SS도 나오지 않은 판에 SSS 오버 랭크는 과하지 않은가.”
“아…….”
“결론적으로 그 게이트는 우리에겐 매우 이른 단계의 게이트였고, 생겨서는 안 될 게이트였지.”
하지만 생겼다.
왜?
“총장은 그 이유를 유 사장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가 귀환했을 때 일시적으로 게이트의 등급이 하나씩 올라갔지.”
“아, 그러고 보면 희라였나? 그 사람이 찾아와서 돈을 환전하고, 식당에 갔을 때도 그랬어요. SSS 오버 같은 대단한 사고는 없었지만 현상 자체는 비슷하네요.”
“맞아. 그때도 고생했지.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때의 게이트 발생 원인도 유 사장님이었고 해결도 유 사장님이 했어.”
하나씩 짚으면서 그의 행적을 떠올려 본다.
그는 참으로 일관성이 있는 남자라 자신의 성향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고, 의도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딱, 우리가 스스로 자생할 수 있을 정도로만 도움을 줘. 괴식으로 말이지.”
“그러다가 그걸로도 안 되는 상황이 오면 직접 힘을 쓰시고요.”
승우의 판단으로 필요하니까 괴식이 만들어진다고 친다면.
이러한 다목적 전술 병기 같은 효과가 있는 괴식이 필요한 사건이란 무엇인가.
단독으로 한 달 이상의 식사와 식수를 책임지며.
악마들의 세계에서의 마기를 정화해 레벨을 올리고.
해독과 해주, 정화를 할 수 있고.
여차하면 저주에 대한 방어를.
그리고 악마에 대한 공격을 할 수 있는 괴식.
이게 필요한 상황이란?
“이런 도시락을…….”
“매주 20인분씩.”
“보내 준다고 했지.”
“한 달 내내요.”
왜?
왜 한 달 동안?
왜 이 도시락이 필요하지?
이정훈과 황지현은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민과 백강혁이 사라진 이런 게이트 트러블이…….”
“한 달 동안 더 생긴다는……?”
이번의 게이트 트러블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생길 것이고, 분명히 A섹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반드시 터지겠지.
황지현은 큰 눈을 끔뻑이더니만, 안경을 고쳐 쓰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게이트 트러블에 대비하기 위해서 악마가 나올 법한 게이트에 대한 사전 조사를 강화하는 정책안을 구성할게요.”
“부탁하네. 나는 총장에게 구두 보고를 하러 가겠네.”
“알겠어요.”
한시가 급하다.
넥타이를 풀고, 퇴근을 준비하던 이정훈이 다시 넥타이를 묶었다.
그러고 있으니 황지현이 앗, 하고 탄성을 질렀다.
“맞아, 지부장님.”
“왜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는데요.”
“또 뭔데.”
“그, 오더가요.”
“그 자식이 왜?”
“오더가 데려온 것들 말이에요.”
“아…….”
황지현이 난처하게 볼을 긁었다.
“어쩌죠?”
* * *
“어쩌기는, 살처분이지.”
환자복을 입고 58번째 신체검사를 진행하던 민이 말했다.
무심하게 그리 말하니, 반대편에서 똑같이 환자복을 입고 신체검사 중이던 백강혁이 인상을 썼다.
“야야야. 살처분이라니. 걔네들도 생명이야, 생명.”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저 지경이 된 악마 추종자를 사람으로 볼 수 있겠냐.”
“저 정도면 수인의 일종으로 봐줄 수도 있잖아.”
“염소 대가리에 새의 몸통이 달린 1미터짜리 짐승은 몬스터와 더 가깝지. 실제로도 브로는 ISAC의 데이터베이스에도 당당하게 몬스터로 등재되어 있다만?”
“아, 우리 애들은 안 물 거든?!”
마치 애완견처럼 말하는군.
민의 미간이 꿈틀거리자, 뇌파를 측정하는 센서에서 불협화음이 들렸다. 의사가 조심스럽게 센서를 재조정한다.
삐- 하고 들리는 기계음.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민이 한숨을 내뱉었다.
“미친놈.”
저 미친놈은 자신과 똑같이 악마의 차원으로 다이브했었다.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무사히 살아왔다. 하지만 과정은 달랐고, 결과도 달랐다.
미쳐도 단단하게 미친 저 돌아이는 그곳의 악마들에게도 포교해서 지구로 데려온 것이다.
악마의 차원에서 사는 악마에게 포교해서 배교를 하게 만들었다.
‘이 미쳤지만 유능한 놈.’
북극곰에게 빙수 메이커와 선풍기를 팔고, 사막에서 제습기와 온돌 장판을 팔아먹을 놈 같으니.
어떻게 악마에게 포교를 할 수 있는 거지?
의문도 들고 할 말도 많지만, 민은 일단 말을 꾹, 하고 삼켰다.
마치 칭찬처럼 들릴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때려죽여도 저놈을 칭찬하고 싶지 않기에, 민은 한참을 말을 삭혔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네 말마따나 지금은 공격하지 않을 수도 있지. 몬스터로 취급되는 오크가 있는 반면에 아인으로 취급되는 오크도 있으니까. 몬스터와 수인, 아인의 구분은 결국은 살의와 적의. 언어가 통하느냐, 아니냐의 문제. 말도 통하고 적의도 없으니 놈들은 수인의 일종으로 봐줄 수도 있다. 너의 권한을 쓰면 염소 대가리의 새 괴물 160마리에게 새로운 신분증을 주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고. 상부는 오히려 기뻐할지도 모르지.”
민이나 강혁에게 한 방에 죽어서 그렇지 브로는 못 해도 30레벨 헌터 정도의 힘은 있다.
레벨 30짜리 헌터 160명이면, 이것저것 협력 업체를 끼워 넣으면 길드 16개를 만들 수 있는 전력이다.
한 명의 전력이 아까운 지금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되겠지.
“그렇지? 도움이 된다니까.”
“하지만 도의적인 문제는?”
“도의적인 문제?”
“악마 추종자라는 것들은 결국에는 악마를 추종하여 민폐를 끼치는 놈들이다. 심지어 그놈들은 한 세계를 완전히 무너트리고 멸망시킨 추종자들이야. 이제 와서 괴식교를 믿는다면서 친근하게 굴어도 그 원죄는 사라지지 않아.”
말하자면 전범과도 같은 것이다.
백강혁이 갔던 차원은 문명의 흔적이 있었다고 했다.
문명이 있던 차원이 멸망했으니 모르기는 몰라도 악마 추종자는 많은 동족을 해쳤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죄를 저지른 놈들이 입을 싹 씻고, 괴식교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행복해지는 걸 납득할 수 있냐?”
“그런 건 생각 안 해봤는데…….”
“너는 괜찮을지 몰라도 나는 매우 불쾌하다. 과거 세탁용으로 종교가 쓰이는 것도 매우 불편해. 괴식교의 교황이라고 자처할 거라면 더 신중하게 판단해라.”
네가 멋대로 굴면 그분에게 민폐가 되니까. 똑바로 해라.
뒷말을 삼키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혀를 찬다.
“아이 씨…….”
백강혁은 앓는 소리를 내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습관적인 행동이었고, 역시나 센서가 떨어져서 또 불협화음이 퍼졌다.
삐- 하는 소리.
다시 침묵이다.
백강혁은 침묵 속에서 입을 샐쭉 내밀고는 드물게 반성했다.
‘그런 관점으로 볼 수도 있네.’
생각이 짧았다. 정말 정말 드물게도 백강혁은 잘못을 인정했다.
신도를 늘린다는 생각이 앞서서 도덕적인 부분의 고찰이 적었다.
하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
무마할 방법, 개선할 방법을 찾으면 된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고 상담할 사람도 있다.
어떻게든 될 거라는 자신감도 있다. 민의 지적은 실로 적절했다.
‘맞는 말이야.’
조심해야지, 하고 반성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백강혁은 처음으로. 진짜 처음으로 민에게서 강한 불쾌감을 느꼈다.
퍼스트 오더가 된 후 부하로서 민을 부릴 때도 질투를 했을지언정 불쾌하진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불쾌했다.
어째서인가.
이유를 생각해 보고 말 것도 없다.
민은 괴식교를 마치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신도와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고 따르는 모습이 누가 봐도 독실한 괴식교도다. 강혁보다도 더 경건한.
진짜 신자 같은 모습.
그게 불쾌했다.
“쓰읍… 괴식교 가입도 안 한 녀석이 나한테 교리로 훈계를 하다니. 천 년은 일러, 인마.”
“뭐, 이 자식아?”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
둘의 이마에 두꺼운 혈관이 돋았다.
투둑- 하고 센서가 떨어졌다.
삐이- 하는 불협화음이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