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75)
괴식식당-375화(375/613)
375화. 피스메이커 (4)
황지현이 승우의 마음을 돌리려고 이리저리 애를 쓰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렀다.
백강혁은 결국 처음에 선언한 대로 이세계에서 온 악마 추종자들, 이제는 괴식의 추종자들을 품기로 마음먹었다.
오늘은 그 심사 결과가 나오는 날.
백강혁이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 망할.”
이세계의 지적생명체는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신분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가장 먼저 정해지는 것이 종족 명칭이다. 강혁이 개종한 악마 추종자들의 본래 종족 명칭은 ‘재기드’. 그들 말로는 인간이라고 하는 뜻인데, 강혁은 그 재기드라는 이름을 그대로 종족명으로서 신청했다.
그리고 반려당했다. 상부가 임시로 정한 이름은 염소 새였다.
염소의 머리와 새의 몸을 가졌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데, 이름의 뜻이 아니라 작명의 방식이 문제였다.
“제기랄, 결국 몬스터 취급이군.”
몬스터의 이름은 의도적으로 엉망으로 지어진다. 멋있는 이름을 지었다가는 일반인에게 친근한 느낌이나 멋있다는 동경의 감정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빅 치킨이니 돌 도마뱀이니 하면서 구리게 짓는 게 아니다. 생김새나 하는 행동으로 보아 한눈에 유추할 수 있게 짓는 한편 최대한 촌스럽게 정한다.
염소 새 또한 생김새를 보고 바로 지어진 이름이라, 몬스터의 작명법으로 지어진 이름이란 걸 알 수 있다.
상부는 이들을 전혀 신용하지 않았다. 잠재적으로 언제라도 몬스터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강혁은 그 결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대신 담담하게 현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담배를 물었다.
‘인정할 거는 인정해야지.’
민의 말이 맞았다.
악마 추종자는 개심했다고 해도 한 세계를 후루룩 말아 드신 전범이다. 쉽게 신용할 수 없겠지.
가볍게 생각할 문제도 아니었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안전장치가 필요하겠지. 그리고 증명을 위해서는 공적이 필요해.’
이들을 지휘하여 작전을 펼치자.
전력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수많은 공적을 쌓아 올려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자.
그것은 이들의 속죄도 될 수 있다.
망가지고 파멸해 버린 자신의 세상 대신 남의 세상을 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은 죄에 매몰되어 있는 것보다는 몇백 배는 건설적인 일이다.
기도만 하며 누군가의 구원을 바라는 것보다도 수천 배는 낫다.
멈춰서 자기 살을 파먹느니, 움직이게 해야 한다.
강혁은 이들을 헌터까지는 아니더라도, 헌터가 사용하는 마물 동료쯤으로라도 등록하여 일선에 투입할 결심을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과연 상부는 이들의 전선 참가 명령을 허락할 것인가.
그리고 강혁에게 이들을 지휘하여서 싸울 지휘력이 있을까.
“힘든데…….”
이들을 단단하게 결속시켜서 허튼짓을 못 하게 하는 일은 할 수 있다. 강혁의 적성 중의 하나가 몬스터 테이머다.
정신에 영향을 주는 스킬이 이리 많은데, 테이머 적성이야 당연히 있지. 교황으로서 카리스마도 있는 편이다. 무력으로도 능히 이 많은 악마 추종자를 제압할 수 있었다.
성운검의 힘을 빼고 보더라도 가능했으며, 신급 아티팩트인 성운검의 힘을 쓰면야 일 초면 가능한 일이다. 다수의 대규모 교전은 성운검이 제일 잘하는 싸움이다.
강혁은 스스로 재단해 보아도 이들의 안전장치가 되고도 남았다. 하지만 지휘는 별개의 일이다.
지금 자신이 통솔하여 다루는 이종족팀만 하더라도 레이더 역할과 조수 역할, 기동 담당을 나눠서 다룰 뿐이지.
이 녀석들을 군사적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지휘하는 건 결단코 아니었다.
그것은 지휘관의 역할이고 강혁이 갖추지 못한 재능이라, 지금까지 항상 남에게 의지해 온 부분이다.
누굴 의지했는가.
“씁…….”
민이다. 강혁 팀을 운용하던 시절에도 세컨드 오더의 팀장으로서 민에게 지휘를 맡겼다.
민은 탐지 능력자인 동시에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현장 지휘관이다.
믿고 맡기기에 부족함이 없고 그는 한 번도 작전에서 실망을 준 적이 없었다.
그런 인재가 괴식 교내에 있는가.
‘없지.’
짜증이 나고 인정하기 싫지만 없다. 민은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다.
탐지 능력으로 보아도 없고, 지휘 능력으로 보아도 없고, 안정성으로 보아도 없다.
한 방면에 한 사람씩 맡게 해서 일을 주려고 해도 대체재가 없는 판인데, 그 셋을 다 갖춘 사람을 구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아오오오오오! 망할! 망할!”
백강혁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분통을 터트렸다.
민이다. 민이 필요해.
이 무슨 불쾌한 결론인가.
괴식교에는 그럼 나보다 놈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짜증 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찬 강혁이 담배를 껐다.
방향제를 뿌리고 환기를 하고는,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천천히 신상으로 걸어갔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취미 활동을 해야지.”
뽀득, 뽀득.
신상을 윤기 나게 닦는다.
남는 시간을 긁어모아서 깎은 석상이다.
프랑스, 파리로 보낼 이 신상.
자기가 보아도 잘 만들었다.
“날이 갈수록 어째 싸장님 얼굴로 깎이는 게 문제지만, 이만하면 프랑스의 브라더도 만족하겠지.”
왜 자꾸 승우를 닮아지는가.
괴식의 신이 승우라는 것을 알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강혁이 아는 한 승우가 가장 잘생겼기 때문이다. 괴식의 신은 잘생긴 것으로 결정되어 있다.
느낌으로 안다.
기도할 때 느끼는 아우라조차도 잘생겼다. 교황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반론은 신성 모독이다.
어쨌든 그런 까닭에 잘생기게 조각하다 보면 승우의 얼굴이 된다.
“다음에는 초상권 침해라는 소리를 안 듣도록 조심하든가, 아니면 싸장님을 찾아가서 초상권을 빌리든가 해야겠어.”
강혁은 심란한 마음을 신앙과 예술로 승화시켰다. 깎고, 깎는다.
피와 땀과 눈물.
고뇌와 열정과 신앙.
질투와 스트레스.
그것은 예술의 재료가 되리니!
“영감이 솟구친다! 온다, 온다!”
깡깡깡 하고 오늘도 강혁의 자택에서는 돌 깎는 소리가 들린다.
* * *
반면에 민 오키프는 어찌했는가 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
실은 이 남자, 진심으로 화내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화를 내더라도 자기 보호적인 방어기제가 작용한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딱히 유감이나 사감이 있어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얕잡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내는 반사작용이다.
이리저리해서 이리저리하면 화를 내자, 라고 미리 매뉴얼을 작성해 놓고 그 매뉴얼에 맞게 화를 낸 것뿐이라는 뜻이다.
만약 그 매뉴얼을 벗어난 존재가 있다면 연을 끊으면 그만이다.
상관이 선을 넘으면 직장을 관두면 되고. 제어가 안 되는 일이라면 일을 관두면 된다.
비즈니스 파트너가 짜증 난다면 비즈니스를 그만둔다.
상종하지 않거나 제거하면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니, 이 이상의 행동은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히 궤가 달랐다. 일이 아니라 감정이 엮인 문제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다.
승우를 위해서 교황으로서 일하는 강혁의 모습을, 괴식을 먹고 용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강혁의 모습을 질투했다.
남을 질투해서 화를 내다니, 스스로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고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민은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보이지 않는 작은 패닉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작은 패닉은, 균열을 만들었다.
“요즘 대장, 진짜 괜찮은 건가?”
“괜찮아 보이면 안과 가야지.”
수군수군, 민을 피해서 스트라이크 팀(前 강혁 팀)의 팀원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의 소재는 정해져 있다.
이상한 민의 움직임 때문이다.
그는 요새 빈틈이 많다.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기로 유명한 탐지 능력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서, 팀이 편성되고 처음으로 기습 공격을 당해봤다. 절대로 빗나가지 않아서 샤프슈터라는 이름을 받은 투척 기술은 처음으로 빗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 즉시 빠르게 케어가 들어왔다. 적의 기습 공격은 민이 최전선에서 어그로를 끌어주는 것으로 대처했고, 빗나간 공격은 바로 하르페를 던져서 마무리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큰 피해는 없다. 하지만 첫 기습 공격, 첫 공격 실패는 다른 첫 불상사를 예고하고 있었다.
불안감이 치솟는다.
“이러다가 사달 나는 거 아닌가?”
불타는 도시를 전진하며 팀의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민에 대한 신뢰는 깊다.
스트라이크 팀이 백강혁 팀이었을 때부터 백강혁보다는 민을 믿었다.
안정성과 지휘력으로는 견줄 사람이 몇 없는 현장 지휘관이다.
큰 실수를 한 적도 없고, 판단도 틀린 적 없으니 믿지 않을 이유가 더 적다.
그러나 그것은 평소의 이야기.
지금의 민은 불안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번 작전을 블랙 호크 쪽으로 떠넘겼을 텐데.”
“공부하는 꼬맹이들 방해해서 뭐 하겠어. 해도 우리가 해야겠지.”
“하지만 불안하다고…….”
최선두에서 퍼스트 오더 민 오키프가 전진하고, 그 뒤를 다섯 명의 스트라이크 팀이 보조한다.
전 세계의 슈터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안행진의 포지션이다. 민이 탐지 능력으로 적을 발견하면 일제사격으로 단숨에 제거하고 전진을 반복해서 이론상 호흡이 잘 맞고, 탐지 능력자가 실수하지 않는 이상 피해 없이 적을 계속해서 제거할 수 있다.
그 완벽한 전투 속행 능력 덕분에 스트라이크 팀의 이 진형을 안행진을 구사하는 모든 슈터들이 이상적인 안행진이라고 입을 모아서 찬양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
이상적인 안행진이고 뭐고 간에 내실을 따져보면 전술의 95% 이상을 민에게 의지하는 기형적인 진형이라는 뜻이다.
그가 실수하면 다 죽는다.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앞으로도 괜찮을까?
민이 저렇게 흔들리는데?
“하필이면 이 게이트는 보통 던전이 아니라고…….”
게이트 진입 후 고작 30분.
30분 동안 교전 횟수는 9번이었고, 적은 평균적으로 20마리 이상이 달려들었으며 하나같이 염소 머리를 하고 있는 인간.
즉, 악마 추종자였다.
악마 추종자가 나왔다는 뜻은 이곳이 악마의 거주지라는 뜻이다.
“나는 사전 조사를 끝내자마자 슈퍼스타 팀이랑 시프트 체인지 할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백강혁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악마 전문가다. 퇴치를 한 사람이 그놈 하나라서 그렇다.
엄밀히 내부 기록을 따지고 들어가면 민 오키프도 홀리-도시락으로 악마 하나를 쓰러트렸다고 하지만, 그것은 시체도 수거할 수 없었고 이세계의 일이라 제대로 카운트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백강혁과 임무를 교환하는 게 옳은 판단이었겠지.
하지만 민은 하지 않았다.
그게 제일 불만이었다.
불평을 토로하는 남자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이쯤 되면 듣는 사람도 질리게 마련.
다른 이가 그를 막았다.
“그만, 그만. 대장이 속행하기로 했으면 속행하는 거지.”
“집중하자고.”
투덜거리는 팀원을 다독거리면서 걷는다. 그런 와중에도 민은 어딘가 반쯤 멍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게이트 공략은 탄성을 받아서 계속해서 진행된다.
이래도 괜찮은 것인가.
모두가 의문을 품을 때였다.
결국은 사고가 터졌다.
민이 예측하지 못한 장소에서 적의 보스가 나타났다.
불타는 도시에서,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은 배경에 불과한 불타는 성벽이 크게 넘실거리더니만 몸을 일으켰다. 불꽃의 새가 노란 눈을 빛내면서 날아올랐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 예상하지 못한 적의 완벽한 기습!
하지만.
“……?”
“……?”
놀랍게도 아무 일이 없었다.
[갸아아악-! 개좆망 게이트 같으니-! 또 지구냐! 나한테 왜 이러는데! 제발 지구로 그만 연결돼라!]불사조는 이쪽을 빤히 보다가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어째선지 모르지만 죽었다.
이해할 수 없는 불사조의 단말마.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민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퍼스트 오더 관둘까.”
“예?”
“예?!”
갑자기 죽은 불사조.
갑자기 퇴직 선언을 한 민.
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지?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는 스트라이크 팀의 눈이 좌우로 흔들렸다.
총체적인 난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