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83)
괴식식당-383화(383/613)
383화. 부지부장 문선아 (2)
문선아의 마나 코어는 평범한 헌터보다 15배나 크다. 그리고 이능력은 마력을 손바닥을 통해서 방출하면 출력이 5배나 상승하는 강력한 전투 능력이다.
강할 수밖에 없는 체질.
강할 수밖에 없는 능력.
그래서 문선아의 위치는 항상 최전선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녀보다 강한 능력자는 적으니까.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녀는 자신이 간부라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었다. 간부란 싸운다고 끝나는 존재가 아니다. 경영과 운영,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올바른 간부다.
따라서 최전선에서 싸우는 와중에도 후방의 정보를 놓친 적이 없고, 항상 귀를 열고 세간의 소문과 세상의 정보를 흡수했다.
당연히 승우의 존재도 알았다.
그러나.
사진과 실물이 아예 달랐다.
‘사진 기자를 고소해야겠네.’
실물의 파괴력이 강하다. 얼굴만 뜯어먹고 살아도 배부를 생김새다.
멍하니 보게 되는 흡입력이 있다. 그러나 문선아는 초보자도 아니고, 어린애도 아니다.
그런 생각이나 방심을 구석으로 치우고 담담하게 말했다.
“괴식 챌린지에 대해서 들었어요. 1억을 내고, 괴식을 먹고 성공하면 보상을 얻을 수 있다죠?”
“물론입니다. 우리 가게가 자랑하는 최고의 서비스지요.”
“어중간한 괴식은 됐어요. 괴식 챌린지에 도전하고 싶네요.”
“허, 재밌군요. 준비하겠습니다.”
호쾌한 사람이군. 목소리도 시원시원해서 듣기에 좋다.
승우는 보던 신문을 접으며 의자를 뒤로 뺐다. 일어나서 슬슬 주방에서 가려던 참이다.
문선아가 말을 이었다.
“보상이 화려하다고 하던데요.”
“알리스터가 만든 아티팩트와 제 개인적인 수집품이니까, 어디 가서 꿀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물질적인 보상 외에도 다른 보상이 있다고 들었어요.”
“다른 보상이라.”
“의뢰, 가능합니까?”
본래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승우에게 개인적으로 의뢰를 하거나 부탁을 할 것이 있는 사람은 괴식 챌린지를 일종의 퀘스트로 여겼다.
괴식 챌린지에 성공하면 승우에게 힘든 일을 부탁할 수 있다. 백소향이 은하를 맡겼던 것이나, 대명에서 크라켄의 먹물을 사용한 칼로리 바의 레시피를 받은 것처럼.
그리고 장예은이 게이트 청소 작업을 도움받은 것처럼. 일단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용인되어 있었다.
“들어봐서 너무 심하다 싶은 게 아니라면, 다 들어주는 편입니다. 부탁할 게 있습니까?”
“있어요.”
“어떤 부탁입니까?”
타오르는 듯한 눈.
결의와 각오가 느껴진다.
지켜보던 황지현이 무심코 마른침을 삼켰다.
한국 최고의 헌터, 국가 공인 최강 헌터인 문선아의 부탁이라니.
대체 얼마나 대단한 부탁일까.
역시 동해안의 범죄 조직이 아직 남아 있나?
아니면 수습 불가능한 게이트가?
혹은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북쪽 핵폭발 지역의 정화인가.
그도 아니면 역시 대통령으로부터 밀명이라도 받은 건가!
다양한 추측이 떠오른다.
한국에는 아직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그것들을 승우의 힘을 빌려 처리할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국익이 될 터!
‘과연 선아 언니.’
적극적으로 승우에게 부탁하여 어려운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야 머릿속으로는 황지현도, 이정훈도, 민도 생각한 방법이지만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다.
총장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정면에서 들이박을 생각인가 보다.
‘역시 선아 언니야. 총장님의 명령보다는 실리인 거겠지? 그래서 멋있어. 동경하게 돼!’
어떤 부탁일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그녀를 지켜봤다. 그리고 그녀가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데이트해 줘요.”
“…….”
“…….”
잘못 들었나?
삐걱거리면서 황지현의 고개가 돌아간다. 승우가 반응이 없으니 확인을 하듯, 선아가 다시 말했다.
“데이트.”
이 언니 놈이 지금 제정신인가?
문선아인 줄 알았더니 설마 백강혁이었나? 백강혁 놈이 또 이상한 스킬을 익혀서 언니인 척하는 것인가? 그런 것인가?
허허허, 하고 웃는 승우를 뒤로하고 황지현이 다가가서 속삭였다.
“언니, 언니, 무슨 생각이에요?!”
“무슨 생각이라니? 보이는 그대로잖아. 데이트 신청했는데?”
“아니, 아니, 아니. 무슨 데이트 신청을 괴식 챌린지로 해요!?”
“왜? 효과적인 방식이잖아.”
먹으면 부탁을 들어준다고 한다.
그럼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이리 쉬운 공략법도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A섹터의 헌터들이 나약했나? 실망인걸.”
“나약한 게 아니라 상식이 있는 거겠죠!”
“지금까지 이런 사람이 없었어?”
“없었어요!”
선아가 팔짱을 끼더니, 푸핫- 하고 웃었다.
“다들 눈이 없구만. 이렇게 좋은 남자가 있는데 대시도 안 하고 말이야.”
“예? 좋은 남자요?”
“좋은 남자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보아서 승우는 굉장히 좋은 남자다. 혼인 대상으로 치자면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잘생겼고, 돈 많고, 조금 짓궂지만 성격도 좋다. 결점이라고 해봐야 괴식 하나일까. 그러니까 분명히 좋은 남자는 맞다. 그런데 왜 다가가는 사람이 없었는가.
“그, 부담스럽잖아요.”
연애 대상이기보다는 무엇인가 연예인이나 동경하는 존잘님 정도의 인상이라 그렇다. 단적으로 말해서 유승우 옆에 서서 꺄하호호 하는 자신이 상상되질 않는다.
황지현쯤 되는 걸물도 그러했으니, 다른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문선아는 아니었다.
그녀는 또렷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한국을 지키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자신. 고된 육체를 이끌고 퇴근하면 따뜻하게 집에서 된장찌개를 끓여두는 승우.
그런 승우에게 다녀왔어, 라고 말하며 살짝 뒤에서 끌어안는 자신. 잠자기 전 침대에서 오붓하게 한잔하는 두 사람.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하고 다리를 주물러 주고, 잘 자라고 포옹도 해준다. 아이는 넷 정도가 좋겠고, 집은 큰 정원이 좋겠다.
상상만 해도 좋다.
“얼마나 좋은 상대니. 잘 생각해 봐, 저 사람 프로필 보니까 나이가 육십이 넘는다며?”
“그렇죠.”
승우는 외견과 실제 나이가 일치하지 않는다. 그의 실제 나이는 무려 육십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잘 따지고 보면 실제 정신연령은 삼십 대 후반이겠지?”
“그렇겠죠. 외모가 정신연령에 미치는 영향은 크니까요.”
“그게 얼마나 멋진 일이니.”
“예?”
“정신연령은 삼십 대. 인생 경험은 육십 대. 외모는 이십 대야. 실제 나이는 마흔이지만, 외모는 이십 대인 나와 같이 놓고 보면 어때?”
문선아의 경우는 승우보다는 정신연령이 더 외모에 가까웠다. 외모인 이십 대와 정신연령이 거의 일치한다.
“봐봐. 저 사람의 정신연령은 나보다 연상이라 포용력을 가지고 있는데, 외모는 동갑이야. 인생 경력은 두 배가 넘고! 환상적이지 않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연상의 포용력과 동갑의 외모라니! 최고.”
그걸 그렇게 해석하십니까?
기가 질린 황지현이 입을 꾹 다물 때, 선아가 말했다.
“하여간 다들 용기가 없구만,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아니, 갑자기 꼰대 발언을? 그런데 용기가 없다니요?”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말했다. 그대가 할 수 있는 일,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하라. 용기는 그런 일을 능히 할 수 있게 하는 천재성과 힘, 마법을 모두 갖고 있다, 용기, 던전을 돌파할 용기. 몬스터의 대군을 꿰뚫을 용기. 싫은 소리 하는 상사에게 서류 더미로 싸대기를 갈길 용기만이 용기겠는가. 마음에 든 남자에게 직접적인 어프로치를 하는 것도 용기다. 용기 없는 자가 대체 무엇을 쟁취하겠나! 안 그러냐, 지현아.”
숨 막히는 패기.
열정. 그리고 에너지-!
과연 국방부 장관을 서류 다발로 후려쳐서 기절시킨 여자.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그 패기에 지현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절벽 위의 꽃이 있다면 절벽을 기어올라서 따라. 두려움을 1분만 참으면 그것은 용기가 된다. 마음에 든 사람이 있다면 놓치지 마. 너 그러다가 백강혁이 다른 여자랑 사귀면 나중에 후회한다.”
“여기서 그 인간 이야기가 왜 나와요?”
“아니었어?”
“아니에요.”
“그럼 그런 걸로 하자.”
급싸늘해진 지현을 뒤로하고, 선아가 승우에게 물었다.
“아무튼, 보상은 데이트로 될까요?”
안 되면 되게 하라.
타오르는 눈이 그리 말한다.
승우는 난감해하는 기색도 없이, 흥미진진하게 그녀를 보았다.
살짝 보랏빛이 감도는 긴 머리카락. 한 점의 동요도 없는 뚜렷한 눈동자. 갸름한 얼굴의 고양이상 미인인데 이리도 강렬하고 선명하다.
“하핫.”
지금까지 승우를 멀찌감치 떨어져서 동물원 원숭이를 보듯 하는 사람은 종종 있었고, 스토커도 있었다만 이런 사람은 처음 봤다.
굉장히 긍정적인 의미에서 활력이 넘친다.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사람도 보는구만. 살짝, 감탄하며 승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네요. 좋습니다.”
그렇게, 괴식 챌린지가 시작됐다.
* * *
이번에는 어떤 괴식 챌린지를 해볼까. 최근에는 괴식 챌린지의 도전자가 줄었다.
상대적으로 먹기 편하고, 위장에 직접적인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는 괴식 스트리트의 괴식이 생겼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다들 바쁜 게이트 범람기라는 게 두 번째 이유다.
그래서 한가한 김에 놀다 보니 한동안은 괴식 챌린지를 하지 않았었다만, 슬슬 개시하기 딱 좋은 시기다. 만들어봐야겠다.
‘이번에는 육류로 가볼까.’
육류, 고기 요리는 괴식 요리 중에서도 힘이 넘치는 요리다. 고기라면 곧 파워, 파워는 곧 고기. 문선아의 넘치는 비글 같은 에너지를 보니 힘이 끓는 듯한 요리를 하고 싶어졌다.
파워, 즉 마나.
마나가 가장 잘 깃드는 부위는 뼈고, 그 뼈 중에서는 이빨이다. 하지만 이빨은 요리의 재료로는 부적절하다. 소화하기도 힘들고, 씹기도 힘들다. 그러니까 이빨은 제외. 그럼 그다음으로 마나가 충만한 부위는 어딜까.
당연히 마나하트, 심장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마나의 통로인 내장이다. 심장과 내장, 염통. 그것들을 사용한 요리.
쉽게 말하자면.
‘순대.’
테라식 순대를 만들어야겠다. 마침 질 좋은 내장도 있다. 민이 사랑을 담아 백강혁에게 요리를 할 때 알기라스를 썼고, 그때 내장을 손질하여 냉동보관 해뒀었다.
승우가 냉장고에서 알기라스의 내장을 꺼내, 해동 마법을 걸었다.
푸슉- 하고 수증기가 올라오고, 얼었던 알기라스의 내장이 내장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핑크빛 자태를 보였다. 내장의 상태가 매우 좋다.
승우의 팔뚝보다 두 배가량 굵은 내장이 돌돌 말려서 소용돌이의 모양을 하고 있다. 그것을 적당히 먹을 만큼 뚝 잘랐다.
“으아…….”
핑크빛 창자와 내장의 향연이란, 보기 싫은데도 무엇인가 시선을 끄는 힘이 있다. 지현이 신음을 흘리면서 보자, 선아가 히죽 웃었다.
“몬스터 창자는 자주 보지 않아?”
“언니, 저는 사무직이에요.”
“맞다, 맞아. 너 사무직이었지. 실력이 아깝다. 언니랑 같이 전선으로 가보지 않으련? 나라가 너를 원한단다.”
“절대. 사절입니다.”
하여간 보는 사람마다 다 왜 이래.
질색하고 있으니 승우가 손을 움직였다. 창자를 끊어서 옆으로 치우고 반으로 잘라 개복한다.
내장과 창자는 안에 많은 이물질이 있다. 이 이물질들은 고약한 냄새와 맛을 가지고 있어서 깨끗하게 치워야 한다.
창자와 내장의 손질은 매우 힘들다. 굳은 내장 기름과 속털, 그리고 이물질이 엉겨 붙어서 잘 떨어지지도 않고, 내장 벽에 스며든 냄새는 속된 말로 하자면 똥 냄새인지라 냄새 빼기가 필수다.
하지만 잘 빠지지도 않는 게 현실.
“와아, 양잿물이나 락스로 닦아야겠네요.”
“예전에는 그렇게 하는 양심 없는 가게가 꽤 많았다지.”
“맞아요.”
“그렇게 화학물질로 닦으면 어떻게 되겠어.”
“몸에 안 좋겠죠.”
“그래서 테라에서는 안 닦아.”
“예? 결론이 왜 그래요?”
잘 지켜보라고, 라고 말한 승우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창자에서부터 은은한 파란빛이 번쩍였다.
“이 이물질이 마력의 집결체 같은 건데 남기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 그래서 최대한 이물질을 남기면서 위생적으로 세척하는 방식이 생겼지. 바로 마법으로 정화하는 거야. 자, 이걸로 위생 살균 처리 끝.”
끝났다고 하지만.
내장과 창자, 곱창에 낀 이물질은 그대로였다.
그 식욕이 뚝 떨어지는 비주얼을 직면한 황지현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문선아는.
“헤에, 재밌는 요리네요.”
호승심을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