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85)
괴식식당-385화(385/613)
385화. 데이트 (1)
손을 흔드는 어머니와 그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아버지.
낑낑거리면서 꼬리를 흔드는 커다란 시베리안 허스키.
지금은 없는 그리운 가족들.
문선아는 그런 가족들을 보다가, 황당함에 웃었다.
“나 밥 먹다가 삼도천 온 거야?”
“그래, 이 지지배야.”
“엄마…….”
“잘한다, 잘해.”
어머니가 바로 콧김을 내뱉으며 화를 냈다. 선아와 사이에 있는 강물이 아니었다면 달려와서 등짝을 때릴 기세다.
아버지가 검은 테 안경을 검지로 밀어 올리며 한탄했다.
“살다 살다 먹다가 죽을 뻔해서 여길 오는 사람을 보게 될 줄이야. 그리고 그게 내 딸이야. 거, 너도 참 어지간하다.”
“가, 가끔 얼굴 보면 좋잖아요.”
“그래. 가끔 와야 좋은 거지. 이리 자주 오면 쓰니. 올해만 해도 너 벌써 세 번째야. 몬스터에게 물려서 한 번, 게이트 코어 터질 때 휘말려서 한 번. 그래도 이제 올해는 안 오겠다 싶었더니 곱창 먹다가 오니? 우리 선아 몇 살이지.”
“애 아니니까. 잔소리 그만해 줘요.”
“내가 정말 너 때문에 답답해서 못 살겠다.”
“그야 이미 돌아가셨잖아요.”
“맞다, 난 예전에 죽었지. 그걸 잊었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선아와 가족들이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삼도천이 매우 익숙했다. 최전선에서 헌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생명의 위기도 자주 찾아온다.
대충 지난 십 년간의 경험으로 계산해 보니 한 해의 명절 정도의 빈도였다.
설날, 추석, 크리스마스쯤 될까.
그러다 보니 선아는 삼도천을 가끔 가다가 고향 생각날 때 들리는 고향행 열차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건너편의 어머니가 말했다.
“그래서 그 남자 어때?”
“착하고 잘생겼어요.”
“착하고 잘생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니까? 너희 아버지를 보렴. 허우대는 멀쩡해서 친구 보증 잘못 섰다가 얼마나 나를 고생시켰는데.”
아버지가 크게 사레에 걸려서 콜록거렸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등짝을 팡팡 때리면서 말했다.
“착한 사람도 좋지만, 너무 착해도 안 좋아. 사람이 좀 모난 구석이 있어야 해.”
“으응, 알았어요. 잘 알아볼게요.”
“그리고 돈은 좀 있다니?”
“그 사람 돈도 많… 아니, 엄마. 모처럼 딸내미 보는데 꼭 그런 소리 해야 해요?”
“꼭 해야지. 내가 딸내미 시집가는 거는 꼭 보고 죽으려고 했는데, 못 봤잖니. 그거 보고 나서 저승 갈 거니까 결혼식 할 때는 무당 불러서 초혼하던가 해라. 홍룡도령이라고, 잘생긴 무당이 그리 용하다더라고. 나랑 같이 간 옆집 미용실 언니 있지? 그 언니도 무당 불러서 딸 결혼식 다녀왔다는데, 좋았다더라.”
“저기, 엄마. 아직 첫 데이트도 못 했는데 뭔 김칫국물을 그렇게 마셔요.”
“사십 살이 넘도록 남자 손목 한 번 못 잡아 본 지지배가 초면인 남자한테 데이트를 신청했는데, 그럼 김칫국물 안 마시게 생겼니?”
“저도 손목 정도는 잡아봤어요!”
“부러트리려고 잡은 거겠지!”
와, 진짜 할 말이 없네.
주춤하고 선아가 물러섰다.
그러자 푸른 하늘이 붉은색으로 깜빡였다.
슬슬 삼도천 입장 시간이 끝나나 보다.
“시간 됐어요. 갈게요.”
“힘내라! 우리 딸!”
“믿는다! 우리 딸!”
“멍-! 멍멍-!”
치어리더들이 응원할 때 쓰는 폼폼 볼을 들고 흔드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 집 멍뭉이. 엄청난 텐션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부끄럽다.
아, 진짜. 누가 못 봐서 망정이지.
봤으면 엄청 부끄러울 뻔했네.
선아는 눈을 감으면서 그리 생각했다.
* * *
“으헉-!”
선아의 몸이 크게 흔들리더니만, 상체가 벌떡 일어났다.
죽은 줄 알고 지켜보던 백강혁의 어깨가 들썩였고, 황지현이 황급하게 다가왔다.
“언니, 괜찮아요?”
“어, 어, 어. 괜찮아.”
“제 손가락이 몇 개로 보여요?”
“세 개. 정신은 멀쩡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황지현이 숨을 내뱉자, 선아가 몸을 풀었다.
“깜짝 놀랐네. 이거 보통 요리가 아니구나.”
입술에 묻은 곱창 기름을 훔치며, 선아가 빠르게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
딸기 냄새가 진동하는 마늘잼이 뿌려진 야채 곱창. 충격적인 비주얼과 향기 때문에 눈앞이 흐려졌었다. 이 곱창, 보통이 아니다.
“이거 완전 마력 덩어리야.”
선아는 마력 코어가 다른 사람에 비해서 크고 훌륭하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본인의 능력은 손바닥을 통한 마력 증폭이다.
몸 안에 있던 것이 손바닥을 통해서 밖으로 나갈 때 다섯 배로 증폭된다.
그럼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어떨까?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보다도 몇 배나 많은 양의 마나를 흡수한다.
평범한 헌터도 마력을 한 번에 많이 흡수하면 마나 급체, 마나 체증에 걸린다.
그녀는 그 마나 체증에 걸릴 확률이 다른 사람보다도 몇 배 높다.
그래서 게이트 코어를 잘못 부수면 대량의 마나를 흡수하여 생명이 위험할 지경이 된다.
“마나 급체로 죽을 뻔했네.”
과한 마나가 들어오면 온몸의 혈이 막히면서 뇌로 가는 산소가 차단된다. 뇌는 산소가 차단되면 환각을 본다.
삼도천이라는 게 진짜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기에, 그녀는 아까 본 가족의 모습이 환각 내지는 자신의 뇌가 멋대로 짜깁기한 VR 비슷한 거라고 추측했다.
‘쓰읍, 요즘 삼도천 너무 자주 가네. 세상 위험해서 살겠나.’
누군가가 곱창 먹다가 삼도천에 갔다고 하면 삼박사일은 비웃어줄 수 있는데.
하필 그게 나다.
선아가 머리를 털면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러자 승우가 물었다.
“식사, 하실 겁니까. 아니면 포기할 겁니까?”
“계속할 거예요. 하지만 그전에 잠시만요.”
그녀는 바로 식사를 이어가지 않았다. 한 입 더 먹으면 아까와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진다.
다른 방식의 공략법이 필요하다.
‘한 번 더 마나 체증 터지면 진짜로 죽을지도 몰라.’
몇 가지 공략법이 떠올랐고, 그녀는 그중에 하나를 바로 골랐다.
부지부장이라는 권력은 이렇게 참 좋다. 그녀가 폰을 꺼내더니만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거기, 항공 센터죠. 저 문선아인데요.”
“지금부터 20분간 제가 있는 A섹터 구역 상공의 드론 다 치워요.”
“항공기 이륙 금지도 시켜요.”
뭔 생각이지?
다들 눈을 깜빡이면서 보고 있으니 전화를 마친 선아가 몸을 풀었다.
“먹는 방식은 아무래도 좋고 다 먹기만 하면 되는 거죠?”
“그렇습니다만.”
“조금 시끄러워도 참아주세요.”
선아가 왼손을 들어 올려서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고는 마력을 모아서 발사하기 시작했다.
펑, 펑, 펑. 계속해서 하늘로 에너지 블라스트가 발사된다. 동그랗고 거대한 에너지 탄이 수도 없이 발사되는 모습을 보며 백강혁은 ‘지구 멸망의 날’을 떠올렸다.
“오, 신이시여…….”
뭐든지 다 잡아먹는 사악한 마인이 신의 궁전에 올라서 지구 절멸을 위한 지구 절멸탄을 쏘는 모습과 비슷했다.
그가 반사적으로 기도문을 외우며 기도하자, 난데없는 5.1 채널 돌비 사운드 기도에 승우가 인상을 찡그렸고, 황지현은 에너지 블라스트를 무슨 폭죽이라고 생각하는지 탄성을 질렀다.
“휴우.”
한참을 발사한 그녀가 젓가락을 들었다. 마나 체증이 문제라면 몸의 마나를 죄다 써버리면서 먹는다.
마나 완전 방출로 마력이 텅텅 비었다. 그녀의 몸이 야채 곱창을 원한다. 먹어서 마력을 채우고 싶어 한다. 몸의 욕망과 정신의 욕망이 일치하니 못 먹을 리는 없지.
“으으, 드럽게 맛없네.”
마나 체증의 걱정이 없다면 이것은 맛없는 괴식에 불과하다.
곱창은 탱글탱글하게 잘 볶아서 과하게 질기지도 않고, 야들야들하게 씹힌다.
야채는 볶았음에도 불구하고 사각한 식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볶은 야채 고유의 단맛도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
그렇게만 보면 맛있는 음식이지만, 빌어먹을 마늘잼이 문제였다.
딸기 냄새로 코를 괴롭히고, 맛은 달다. 설탕보다도 달다.
꿀보다도 달다.
달콤한 곱창이라니.
신성모독적인 맛이다.
따로 먹으면 맛있을 텐데.
왜 섞어 먹어야 할까.
비벼 먹을 것과 비벼 먹지 않아야 할 것이 구분되지 않나?
비빔밥은 비벼 먹어야 맛있고, 이 마늘잼 야채 곱창은 따로 먹어야 맛있을 텐데.
짜증이 치밀지만.
어쩔 방도가 없다.
먹으라니 먹어야지.
“소주 주세요. 소주 있어야겠네.”
소주로 혀를 씻는다면 좀 더 나으리라. 한 손으로는 에너지탄을 난사하며 우적우적 곱창을 먹는 선아. 한 입만 먹어도 마나가 최대치까지 차오르는 덕에 난사를 멈추면 마나 급체가 온다.
하늘에 계속해서 피어오르는 마나의 폭죽 꽃.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선아가 계속해서 곱창을 먹는다.
결과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녀는 다 먹을 수 있겠지.
황지현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승우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짓궂게 물었다.
“사장님, 데이트 가셔야겠네요.”
“그러게. 데이트 가야겠다.”
“데이트 코스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데이트 코스라, 글쎄. 흠, 선아 씨는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큰 동물을 좋아할 거 같으니, 동물원으로 할까?”
시베리안 허스키?
시베리안 허스키!!
그걸 어떻게?!
소주 병나발을 불던 선아가 눈을 크게 뜨며 승우를 봤다.
그러자 승우가 씩 웃었다.
“좋은 분들이시던데요. 개는 귀엽고요.”
“!!!”
그거 환각이 아니었어?
* * *
문선아는 곱창을 모조리 다 해치웠다. 이번 괴식 챌린지의 완식은 데이트를 의미한다.
빠르게 데이트 일정이 잡혔다.
무려, 다음 날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빠르게 일정을 잡느냐는 황지현의 질문에 승우는 ‘쇠뿔도 당긴 김에 빼라.’라는 말로 대답했고, 선아는 ‘병귀신속(兵貴神速, 군사 전술 활동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이라는 사자성어로 대답했다.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지현이 한숨을 내뱉었다.
“두 분에게 데이트 일정을 맡기면 진짜 엉망이 되겠네요. 데이트 경험이 있는 사람. 거수.”
백강혁도, 문선아도, 유승우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잘도 이렇게 연애 폐급 인재만 모였군. 이렇게 생각하는 황지현조차도 데이트는 해본 적이 없는, 마찬가지의 폐급 인재였지만, 적어도 이 셋보다는 나았다.
상식이 있으니까!
황지현이 지휘봉을 잡았다.
“그럼 이 데이트는 제가 지휘하겠습니다. 반론 없죠?”
이견은 없다.
그렇게 데이트 코스가 놀이공원으로 정해졌다.
“동물원도 나쁘지는 않지만, 요즘 놀이공원 안에는 동물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겸사겸사 효율과 동선을 생각한다면 놀이공원이 최적이지요.”
“질문! 우리가 타도 재밌는 놀이기구가 있긴 할까!?”
“헌터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놀이기구도 많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중력 가속도 25G짜리 메가 프레스 자이로드롭은 한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헌터용 놀이기구입니다.”
“25G면 일반인은 내장 터지겠다.”
“헌터에게는 딱 좋은 압력이죠.”
황지현이 띄운 화상 데이트 만족도 평가 브리핑을 주의 깊게 듣는 승우와 선아.
과연 브리핑의 전문가다운 몰입도와 준비성이었다.
둘의 모습을 보던 백강혁이 슬그머니 자리를 떠서는 폰을 들었다.
“굿 이브닝, 브라더.”
-뒈져.
“그래그래. 나도 너 사랑해.”
-이 쳐죽일 놈이. 너 어디냐.
“그렇게 내 위치가 궁금해?”
-죽이러 간다. 빨리 위치 말해.
“싸장님네 가게지롱.”
-선생님의 가게라고 네가 무사할 거 같아? 거기서 나오기만 해봐.
으르릉거리지만, 결국 이 가게 안에서는 못 싸운다는 뜻이잖아.
백강혁은 평소처럼 민을 괴롭힐까 하다가, 그럴 시간이 없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브라더, 중요한 제보가 있다.”
-어차피 쓸데없는 이야기겠지.
“내일.”
-내일 뭐.
“내일, 싸장님과 꼰대 마녀가 데이트를 한다.”
-……?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탓이다. 만약 여기가 게이트 안이었다면 죽었겠지.
그 정도로 매우 긴 시간이 지나고, 민이 입을 열었다.
-그렇군. 왜 전화했는지 알겠어.
“후후, 맞았어, 브라더. 내가 왜 전화했냐면.”
-선생님의 데이트 중에 생길 혹시 모를 방해물을 치우기 위해…….
“싸장님의 데이트를 어떻게든 방해하기 위해서…….”
……?
“뭐?”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