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86)
괴식식당-386화(386/613)
386화. 데이트 (2)
기호 1번, 백강혁이 말했다.
“꼰대 마녀가 우수한 헌터임은 부정하지 않겠어. 지휘관으로서도 군인으로서도 꼰대 마녀보다 뛰어난 사람은 적지. 하지만 우수한 군인과 우수한 헌터가 좋은 친구라는 법은 없다. 싸장님이 너무 아까워! 그러니까 난 이 만남 반댈세!”
기호 2번. 민 오키프가 말했다.
-내가 알기로 이것은 선생님 인생에서의 첫 썸이라 알고 있다. 처음이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는 법. 처음의 기억이 네놈의 훼방과 방해로 점철되게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선생님의 짝은 본인의 의지로 선택해야만 할 터. 네놈이 개짓을 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
다시 기호 1번.
백강혁이 반박했다.
“그 처음이 꼰대 마녀라면 싸장님은 앞으로 연애의 연도 꺼내지 않는 연애 불신자가 될지도 몰라. 안 그래도 혼자서 뭐든지 할 수 있는 양반이고, 취미 생활도 징그럽게 많아서 외로움을 느끼지도 않는 혼자서도 잘해요맨이라 정말로 평생 혼자 살지도 모른단 말이다! 그것을 책임질 수 있겠나!”
기호 2번.
민 오키프가 실소를 내뱉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선생님의 선택이라면 겸허히 받아드려야지. 그리고 혼자 사는 삶이 뭐가 나쁘냐. 솔로도 나쁘지 않아.
“아니, 이 자식이 자기가 솔로맨이라고 남도 솔로맨을 만들려고 하네. 솔로는 나쁜 거라니까.”
-그걸 아는 네놈이 평생 동안 솔로인 이유는 뭐냐? 얼굴이냐? 능력이냐? 성격이냐? 정답을 가르쳐 줄까. 전부 다다.
“인신공격 자제요. 나쁜 놈아.”
와이파이를 타고 차가운 냉기가 흐른다. 싸늘하다. 둘의 의견은 평행선이었다. 백강혁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브라더라면 나를 이해해 줄 줄 알았거늘.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이리 어렵단 말인가!”
-내가 이해 못 하는 것은 당연하다. 네놈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너의 훌륭하고 자상한 어머님을 포함해서 말이야.
“거기서 어머니가 왜 나와.”
-내가 네놈 팀의 팀장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 너희 어머니가 아들을 잘 부탁한다고 고급 카스테라만 가져오시지 않았어도 다음 날 이직할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너를 만든 것은 다 어머님 덕이지. 선생님을 방해할 시간에 집에 가서 효도나 해라.
“…….”
아니, 나도 모르는 그런 뒷사정이 있었다고? 어, 엄마…….
백강혁이 크게 헛기침을 하고는 폰을 고쳐 잡았다.
“쯧. 어쨌든 나는 할 거야.”
민이 방해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승우와 선아가 데이트를 한다고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그 꼰대 마녀를 형수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니, 자살 충동이 치밀어 오른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민에게 해봐야 민은 그냥 빨리 자살하라고 할 테니 입 밖에 내진 않았다.
민 쪽에서 철컥철컥하고 권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린다.
놈이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내가 할 말도 하나다. 나는 막을 거다.
다시 한번 흐르는 침묵.
타협과 협상의 여지는 없는가.
그렇다면 실력 행사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겠지.
“브라더, 나한테 대박 깨지고 질질 짤 준비는 끝났어?”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시가전에서 나에게 도전장을 낸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
“그럼 내일 보자고.”
통화가 끝났다.
데이트를 방해하려는 자와 데이트를 속행시키려는 자의 전쟁.
시빌 워의 시작이다.
* * *
A섹터, 대명 헌터 유격 훈련 공원은 놀이공원이지만 놀이공원이 아니다. 놀이기구가 과격하고 살벌하여 일반인은 입장한 지 3초만에 생명이 위험한 까닭에, 입장에는 헌터 라이센스가 필요했고 그나마도 레벨 제한이 있었다.
“키 제한이 아니라 레벨 제한이라니. 재밌네요.”
보통의 놀이공원에서는 각 놀이기구 앞에 입장을 제한하는 키, 체중이 표시되어 있게 마련인데 이곳에선 특이하게도 레벨 제한이 걸려 있었다. 그 이하의 레벨은 탑승하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뜻이다. 세상이 바뀌니까 놀이기구도 이렇게 바뀌는구나.
승우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황지현이 추천한 메가톤 프레스 자이로드롭의 대기줄에 섰다. 헌터 라이센스를 가진 헌터는 몇 안 되기에 대기 줄은 아주 짧았다. 그 잠깐의 대기 시간, 선아가 흥미롭다는 듯 레벨 제한 표시판을 봤다.
“귀환자이신 승우 씨는 잘 와닿지 않으시겠지만, 레벨 제한 20이면 상당히 높은 거예요.”
“어, 그래요?”
“20레벨이 넘으면 길드 헌터 중에서는 제법 잘나가는 사람이에요. 이렇게 입장 제한이 빡빡한데 잘도 영업하고 있네요.”
“고액 연봉자이신 선아 씨는 잘 와닿지 않으시겠지만, 놀이공원 입장료로 육천만 원은 상당히 비싼 겁니다.”
“어, 그래요?”
“그것 외에도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놀이공원 같습니다만.”
“그런 사정은 지현이가 잘 알죠.”
“나중에 물어봅시다.”
“좋아요.”
이야기해 볼수록 느끼는데, 이 선아라는 사람은 상당히 승우를 닮은 사람이었다. 의외로 상식이 부족하고, 까칠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성격이 좋다. 그리고 길을 갈 때 돌아가는 것을 싫어한다.
담백하고 직구. 그러면서도 묘하게 서로 방향성은 다르다 보니 화제가 마를 날이 없었다.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둘. 그리고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는 나비와 영식이, 은하가 있었다.
놀이공원은 아이들도 좋아하기에 같이 왔다. 레벨을 측정하던 입장 요원은 세 번 놀랐는데 은하의 레벨이 30이 넘는다는 점에서 한 번 놀랐고, 영식이의 레벨이 70이 넘어서 두 번 놀랐고, 나비의 레벨은 측정계가 터져서 측정할 수 없어서 놀랐다.
“뿌~ 구슬아이스크림 맛있다뿌.”
“냠… 냠… 재밌는 느낌이다냐.”
“우리 뭐부터 해볼까요!”
어느새 은하는 고양이 귀 모자를 쓰고 있고, 나비는 풍선을 쥐고 있다. 커다란 팝콘 통 가득 구슬 아이스크림을 담은 영식이가 종이 수저로 나비와 은하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여준다.
아이들은 그렇게 재밌게 놀이공원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 관람차의 안.
민과 태지가 같은 관람차를 타고 있다. 저쪽은 화기애애한데, 이쪽은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다.
살기를 풀풀 흘리는 민을 보고, 조금 움츠러들었던 태지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아이들이 놀이공원에서 논다. 그렇다면 태지는 경호를 한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고, 은하가 놀면 태지는 지켜야 한다.
하지만 놀이공원의 경호는 힘들다.
특히 경호원이 보이면 제대로 놀 수가 없기에 보이지 않게 지켜야 한다는 점이 상당히 어렵다.
“샤프슈터 씨가 협력해 주시지 않았다면, 경호실의 다른 사람을 추가 증원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은하가 제대로 놀 수는 없게 되겠지요. 천만다행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겸사겸사 지키는 겁니다.”
“겨, 겸사겸사라니…….”
민이 조용히 관람차의 창문을 열고 담배를 물었다.
“은하를 노리는 테러리스트가 있다 치더라도, 백강혁만 못합니다.”
백강혁은 단순하게 말해서 세계 최강 13명에 들어가는 실력자다.
현재 공식적으로 파악된 신급 아티팩트 중에서 단독으로 1위에 등재된 성운검은 그 검 하나의 성능만으로도 최상위 랭커 이상의 잠재력을 갖는다.
그렇다고 해서 백강혁 본인이 어디 가서 빠지지도 않는다.
“정확히 말해서 놈의 실력 그 자체만 보자면 평범하게 뛰어난 수준입니다. 전 세계에서 한 사십 명쯤 안에는 들겠군요.”
“사십 명 안에 들어가면 평범하게 뛰어난 수준이 아니잖습니까.”
“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서 말입니다.”
민 또한 13명의 퍼스트 오더 안에 들어가는 실력자이며 목을 반드시 자르는 신급 아티팩트 하르페의 보유자이고,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탐지 능력자이자 지휘관이다. 기준이 깐깐할 수밖에 없고, 그런 사람이니 테러리스트를 막는 것은 일도 아니다.
“치안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보자면, 테러리스트와 비교해서 놈의 무서운 점은 성운검도 무력도 아닙니다. 예상할 수 없는 행동 패턴이죠.”
정석과는 완전히 떨어진 독창적인 행동 패턴. 정도를 저버린 외도, 하늘이 보호해 주는 듯한 타고난 행운과 폭발적인 행동력은 예측 불가능한 사태를 만든다.
저 러시아의 블라드미르 대통령의 철옹성조차도 백강혁을 막을 수 없어서 완전히 붕괴했으며 괴식교의 성도가 돼버렸다.
아무리 고양이 앞발 사탕의 버프를 받았다고 해도 그쯤 되면 국가와 싸워 이긴 격이다.
만약 놈이 헌터가 아니라, 테러리스트였다면 그 결과는 끔찍했겠지.
“놈에 비하면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를 은하를 노리는 테러리스트 따위는 귀엽죠. 그러니까 겸사겸사 지켜준다고 한 겁니다.”
“저 사람이 언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됐는지…….”
태지가 한숨을 쉬며 창밖을 봤다. 처음 봤을 때는 아슬아슬하게 100위 턱걸이를 한 바보 녀석이었는데, 이제는 엄청난 바보가 되었다.
힘도 수십 배 강해졌는데, 바보짓도 수십 배 강해졌다. 위험성이 수천 배 늘어났다.
“그럼 어떻게 전략을 짤 생각이십니까?”
“이걸 쓸 겁니다.”
민은 가지고 온 커다랗고 긴- 케이스를 열었다.
안에는 각종 부품이 산재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총의 부품이었다. 그것도 저격 소총이다.
“군용 IG–87-006을 풀 커스텀한 전용 저격 소총, 샤프아이. 제가 지정 사수 시절에 쓰던 겁니다. 이걸로 놈을 저격할 겁니다.”
관람차에 탑승하여 고지대를 선점하고, 탐지 능력을 발휘해서 백강혁을 색출. 저격한다. 탐지능력은 물론 저격수로서도 손꼽히는 민만이 가능한 백강혁 배제 전략이다.
태지가 무릎을 탁 치며 감탄했다. 합리적인 전략이다.
“과연. 마취탄을 쏴서 기절시키고 포획하겠다는 거군요.”
“…….”
“…….”
“…….”
“저기, 마취탄 맞죠?”
“…….”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
태지는 미친 듯이 불안해졌다.
“저기요, 샤프슈터 씨? 그것은 너무 과잉 진압이 아닌지.”
“아닙니다. 마취탄 따위로는 놈을 막을 수 없습니다. 코끼리도 재우는 마취탄이라고 해봐야, 괴식을 먹고 단련한 놈의 간 기능은 그것을 가볍게 해독합니다. 1초도 저지하지 못하겠죠.”
“그, 그렇다고 실탄을 쏴요?!”
그냥 실탄도 아니고, 그냥 저격도 아니다. 대물 저격 총과 마수 퇴치용 탄환이다.
마석을 갈아서 화약으로 사용한 탄환은 탱크도 꿰뚫는다.
“탱크도 뚫는 걸 사람에게 쓰는 건 아니잖아요?!”
“이래도 성운검의 중력장을 뚫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못 막고 죽으면요.”
“그건 저놈 팔자죠.”
“…….”
“그냥 저 자식의 수명이 오늘까지였던 것뿐입니다.”
“…….”
이 인간 미쳤어.
어떻게 말리지?
고민하던 차였다.
“……!”
민의 눈이 표적을 발견한 맹수처럼 날카로워졌다.
표적을 따라 저격 총이 움직인다. 목표를 포착한 모양이다.
태지가 숨을 죽이고 식은땀을 흘렸다. 찰나의 시간이 흐르고, 민이 담배를 부러트렸다.
“이 미친놈이.”
* * *
강혁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민이 아니지만, 민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강혁이다.
부하로 두었지만 내심 그를 롤 모델로 삼았고, 전술을 배우기 위해서 민의 전술 동영상을 반복해서 본 것이 수백 번.
그 결과 강혁은 자신이 민처럼 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의 감각은 천부적이고, 탐지 능력이 그의 지휘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그렇다면 이길 가능성이 없나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민이 될 수 없듯이, 민은 자신이 될 수 없다.
“후후후후후. 나의 브라더여, 너와의 우정을 생각해서 어제 그리 간곡하게 부탁했거늘. 결국은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구나.”
공격자와 방어자 중엔 대체로 공격자가 유리하다.
상대가 성을 짓고 수성을 하는 게 아닌 이상, 공격자의 훼방이 먼저 이뤄지기에 방어자는 수동적인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정공법으로는 죽어도 놈을 못 이기지.”
데이트를 훼방 놓기 위해서 놀이공원에 등장하는 순간 제압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어떤 공격을 해야 할까. 해답은 하나.
“민이 차려놓은 밥상 안에서는 민을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밥상을 엎어버리면 그만.”
A섹터에는 게이트 유도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시내 한복판에 게이트가 생기지 않도록 게이트를 유도하여 원하는 장소에 출현하도록 만드는 장치다.
당연히 그 장치의 위치는 기밀 중의 기밀이라 알 수가 없는 일이지만. 그는 퍼스트 오더였다.
“장치의 데이터를 수정. 게이트를 놀이공원으로 유도한다.”
놀이공원에 게이트가 생기면 데이트는 엉망이 되겠지. 수습은 어렵지 않다. 헌터용 놀이공원이다.
저중에 민간인은 없다.
“물론 데이트를 엉망으로 만든 후에 나는 징계를 얻어맞는다.”
벌금은 오질 것이며 질책은 지릴 것이다. 영창은 100% 간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난 이 커플링 반대야.”
신념.
영창과 벌금은 그의 가슴에 불타는 신념을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