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91)
괴식식당-391화(391/613)
391화. 흑염룡 (3)
문선아에게 먹였던 새로운 괴식 챌린지, 마늘잼을 듬뿍 사용한 몬스터 야채 곱창은 상당히 계산적으로 만들어진 요리다.
마늘잼의 비율, 사용한 몬스터의 종류, 내장의 부위, 들어가는 야채를 바꿔서 조리하는 것으로 효과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 요리의 기본적인 효과는 혈관 개선, 확장.’
마력은 심장으로부터 시작하여 혈관을 타고 흘러, 신체 말단에 전해진다. 혈관이 튼튼할수록 고압력의 마력을 견딜 수 있기에 전달 속도가 오르고, 혈관이 굵을수록 한 번에 많은 마력을 버틸 수 있기에 출력이 오른다.
‘선아 씨의 경우는 혈관이 튼튼하고, 굵지만. 그것보다도 심장이 더 강해서 상대적으로 체증이 쉽게 생기는 체질이었지.’
남보다 세 배 튼튼한 혈관을 가지고 있지만 다섯 배는 강력한 심장을 가진 탓이다. 그래서 그녀는 잘못된 괴식을 먹으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그녀가 먹은 야채 곱창은 고작 1단계.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죽을 뻔했다.
‘저 녀석은 조금 더 단계를 올려도 되겠군.’
윤은형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심장이 튼튼하다. 혈관은 훨씬 더 튼튼하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마나 체증 따위는 생기지 않는다.
축복받은 체질이다. 악마의 피를 이은 탓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악마의 피, 악마의 피.’
악마의 피를 이었다면 강해지는 법은 상당히 쉽다. 악마의 피는 사소한 변화에도 반응한다.
생명이 위험하면 악마의 본능이 깨어나서 윤은형을 보호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번 야채 곱창은 조금만 강한 재료로 만들면 생명이 위험해. 따라서 악마의 피는 쉽게 반응하지.’
괴식만으로도 충분히 악마의 피를 깨울 수 있고, 강하게 만들 수 있다. 거기에 윤은형이 피의 부름에 지지 않고 잘 억누를 수 있다면, 부지런하게 단련과 성장을 반복한다면, 다른 사람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해질 수 있다.
‘재능도 빼어난 편이고 말이야.’
은하만큼은 아니지만, 시라노 수준은 된다. 백강혁이 1이고 민이 10이라고 쳤을 때 12쯤 될까.
‘그럼 야채 곱창의 난이도를 살짝 올려서 주는 걸로 해볼까.’
기왕이면 아스모데우스의 취향에 맞춰 주는 편이 낫겠지.
‘아스모데우스의 상징은 소와 양.’
소는 힘을 뜻하고, 양은 우둔(愚鈍), 어리석고 둔함을 뜻한다.
어리석고 둔한 자의 힘은 정욕(情欲), 색욕(色慾)을 말하니, 아스모데우스 일족의 근원은 서큐버스와 인큐버스라는 의미다.
‘특기는 점성술이라고 했던가?’
아스모데우스 일족은 싸움과는 의외로 거리가 멀다.
적어도 승우가 아는 한 싸움에 환장한 놈은 한 놈뿐이었다.
‘내가 쓰러트린 녀석이 별종이긴 했지. 아스모데우스 일족 주제에 검왕이라니. 하.’
지금은 검에 깃들어서 검으로 사는 녀석은 뭔 생각으로 그런 길을 걸었던 걸까.
창고에 있으니 물어볼 수도 있다만, 그래서야 재미가 없다.
‘혹시 몰라. 그 녀석이 윤은형의 조상일지도.’
윤은형의 비범한 검술 재능과 검왕의 검술을 생각해 보면 1%쯤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승우는 순간 떠오른 생각에 피식 웃었다. 맞아도 상관없고 아니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어쨌든 나중에 검이 필요하다고 하면 윤은형은, 녀석의 피에 어울리는 좋은 마검을 얻을 수 있겠지.
“괴식부터 먹어야겠지만.”
생각을 다 정리한 승우가 앞치마를 둘렀다.
“영식아, 냉장고에서 미노타우르스의 내장을 꺼내 와주겠니. 예전에 요리하다가 남아서 있을 거야.”
“뿌, 알았다뿌!”
미노타우르스는 소를 닮은 대표적인 몬스터다. 이젠 미노타우르스의 우유나 고기쯤은 백화점에서도 살 수 있는 대중적인 재료가 됐다.
아직 내장은 유명해지지 않은 모양이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내장도 유명해진다. 괴식 스트리트 쪽에서 엄청나게 팔고 있으니까.
“기왕이면 하나 더 추가할까.”
승우는 인벤토리를 열고는 거기서 검은 양을 한 마리 꺼냈다. 새까만 색의 털, 주둥이도 까맣고 발굽도 까맣다. 눈알조차도 까만색이라 빛을 빨아들이는 듯하다.
윤은형이 눈을 깜빡였다.
“양 맞아? 흑요석 장식 같아.”
“양 맞아. 헤리트라고 해.”
“몬스터?”
“아니, 몬스터는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저주받은 양이야.”
저주받은 양?
심상치 않은 단어에 윤은형이 입을 다물었고, 권능하가 재밌겠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설명 좀 해주세요.”
“너도 이런 이야기 좋아하는구나.”
“제가 재능만 있었어도 마탑에 올라갔을 겁니다. 좋잖아요. 오컬트. 로망이에요. 꿈도 있고.”
“어쩐지 예전부터 묘하게 그런 쪽 지식이 있다 했다. 아무튼.”
검은 양을 손질하며 승우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양은 본래 털과 가죽, 고기를 제공해 주는 중요한 자원이야. 하얀 털은 옷이 되고, 가죽은 살림이 되고, 고기는 삶을 책임져 주지. 그런데 검은 양이 태어나면 어떻겠어? 검은 털은 흰 털에 비해서 가치가 없는데 먹는 건 똑같이 먹어.”
“없어요? 검은색이 간진데.”
“검은색은 불길한 색, 저주받은 색, 어둠의 색이니까.”
“아, 오컬트는 그런 게 좀 있죠.”
“그런 검은 양의 탄생은 양을 키우는 사람에게는 저주받은 것과 다름이 없지. 양은 또 오컬트에서 어떤 의미를 갖지?”
“어리석은 자와 제물이요.”
“맞았어. 양은 악마나 신이 최고로 치는 제물이지. 그럼 네가 양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일이 있다면, 어떤 양부터 제물로 쓰겠어?”
“쓸모없는 검은 양부터 제물로 바치겠네요. 아, 그래서 저주받은 양이라고 하는구나.”
“막상 제물로 받은 신들은 ‘아, 이 녀석 짬처리했구만.’ 하고 싫어하겠지. 하지만 받은 건 받은 거니까 어쩔 수 없이 넘어가. 악마들은 반대로 ‘저주받은 양이라니, 성의가 있구만.’ 하고 좋아해.”
“악마답네요.”
“보통은 검은 털만 있어도 저주받은 양으로 쳐주지만, 이 녀석처럼 발목부터 주둥이. 흰자까지 전부 다 흑요석처럼 검은 녀석은 헤리트라고 해서 최고급으로 봐.”
그렇게 설명을 듣고 보니 확실히 대단하게 보인다. 감탄을 담아서 보고 있으니 승우가 휙휙 하고 양을 손질했다.
단숨에 털을 벗기고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손질하는데 피가 한 방울도 새지 않았다.
검술에 감탄하는 윤은형을 뒤로하고 능하는 다른 것에 감탄했다.
“피랑 내장도 검은색이네요?”
“신기하지? 얘는 나도 손질할 때 신중하게 해.”
“왜요?”
“피나 내장 둘 다 저주가 뿜어져 나오거든.”
“저주!”
“각성자가 아닌 사람은 한 호흡이면 죽을걸.”
“!!!”
냄새를 맡아보려던 능하가 기겁하며 뒤로 넘어졌다.
그러자 승우가 낄낄 웃었다.
“한 방울도 안 흘렸으니까 기겁하진 말고.”
“아- 진짜… 장난치지 마요.”
“장난은 아냐. 진짜 손질 잘못하면 저주가 새어나가. 헤리트를 잘못 손질해서 한 마을의 사람들이 다 죽은 일도 있어.”
“그럼 그런 걸 아침에 식당에서 손질하지 마요?!”
“난 실수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마라. 자, 그럼 손질을 다 했으니, 이제는 먹어볼까?”
* * *
자리를 바꿔서 마당으로 나왔다.
지글지글하고 곱창이 구워진다.
능하가 웃었다.
“아침부터 곱창이라니, 너무 웃기지 않아?”
“너는 웃기냐? 나는 죽겠다.”
곱창을 노려보며 윤은형이 눈을 부라렸다.
불판 위에서 평범하게 구워지는 저 곱창에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마력도 마력이지만, 세상을 원망하는 저주가 다 저기에 모여 있는 듯 불길하다.
전혀 모르겠다는 듯.
능하가 되물었다.
“왜? 어떤 느낌이야?”
“예전에 저주받은 인형이 나오는 영화 본 적 있지?”
“엉.”
“거기 나오는 인형을 썰어다가 불판 위에서 굽는 느낌이야.”
지금 당장에라도 죽여 버리겠다고, 곱창이 소리치면서 튀어나올 기세다. 나를 굽다니, 가만히 두지 않겠다. 씹어 먹는다. 곱창으로 목을 졸라서 죽여 버리겠다. 기도를 쑤셔서 숨을 못 쉬게 해주마. 네놈의 배에서 난동을 부려주마. 소화되지 않고 버텼다가 그대로 튀어나와 주마 같은 환청까지도 들린다.
덜덜 떨면서 보고 있으니 갑자기 눈앞에 능하가 나타났다.
“야, 야, 정신 차려.”
“어?”
“정신 차렸냐? 너 지금 30초는 가만히 있었어.”
“진짜?”
귀신에 홀린 기분이다. 설마 능하가 뺨을 때릴 때까지 얼을 타다니.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왜 능하는 멀쩡한데 나만 이렇게 됐지? 승우가 곱창을 뒤집으면서 대꾸했다.
“능하 군은 내가 보호해 주고 있으니까, 괜찮아.”
“아, 그런 거였구나.”
“그래서 못 먹겠어? 무서우면 안 먹어도 되는데.”
“죽어도 먹는다.”
부지부장은 이 곱창을 먹다가 삼도천 건넜다. 하지만 그때 그녀가 먹은 곱창보다 지금 곱창이 더 강력하다.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곱창을 접시에 올리고, 침음을 삼킨 윤은형이 힐끔 승우를 봤다.
“하나만 물을게. 지난번에 부지부장님이 먹은 곱창이 1단계라면 이건 몇 단계야?”
“미노타우르스와 저주받은 양을 썼고, 마늘잼의 양을 두 배로 늘렸으니 4단계쯤 되지.”
“4단계…….”
단순 계산으로 4배.
생존 본능이 경종을 울린다.
가오 잡다가 뒈지는 숙명이 한국인 고등학생의 특성이다만, 그 특성조차도 이기고 생존 본능이 날뛰고 있다.
진짜로 먹다가는 뒤진다.
섬칫섬칫 하고 등을 타고 오르는 오한. 공포. 절망감.
도망가고 싶다.
하지만 은형은 젓가락을 들었다.
“두 놈에게 질 수는 없지.”
오기다. 오기만 남았다.
한 접시에 가득 담긴 곱창을 입에 밀어 넣었다.
우적우적 씹는다.
“……?”
생각보다는 할 만하다.
마늘잼은 달달하지만, 볶아서 그런지 과하게 달지 않다.
곱창은 조금 쿰쿰한 냄새가 느껴지지만, 막 도축하고 구워서 그런지 식감이 살아 있다.
심하게 질기지도 않고, 오히려 연하다. 이빨을 부러트리지도 않고, 혀를 태우지도 않는다.
“괴식 주제에 맛있는데?”
“…….”
“왜 그래?”
능하가 입을 쩍 벌리고 보고 있다.
왜 저러지 하고 옆을 보니 승우가 거울을 들고 있었다. 거울에는 자신이 모습이 비치고 있다.
그런데 입가가 이상하다.
“이게 뭐야?!”
입에서 검은 안개가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척 봐도 정상이 아니다.
능하가 멍하니 액토플라즘? 이라고 중얼거렸다. 오, 맞아! 라고 승우가 대꾸했다. 참 한가한 말투다.
경악해서 거울을 보고 있으니 승우가 웃음을 참으면서 말했다.
“먹물을 넣은 가습기 같지 않아?”
“그런 말 할 때야?!”
“하지만 괜찮잖아. 어디가 아프다든가, 괴롭다든가 하진 않지?”
“…….”
듣고 보니 아프진 않았다.
오히려 개운해진 느낌이다.
“확실히…….”
“지금까지 너는 얼마 없는 악마의 피를 쥐어짜면서 살아왔어. 그러다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영양 공급을 받은 거야. 네 안의 악마가 기뻐하면 기뻐했지, 싫어하진 않아.”
힘이 치솟는다.
지금이라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전능감마저 들었다.
곱창, 곱창을 더 먹어야 해.
은형이가 허겁지겁 곱창을 먹었다.
“쯧쯧.”
그걸 보면서 혀를 내두른 것은 능하였다. 능하가 조심스럽게 승우에게 물었다.
“근데 사장님, 지금은 괜찮아 보이는데, 나중에 큰일 나는 거 아닙니까?”
“응. 나중에 큰일 나.”
“역시…….”
대가 없는 일은 없다.
특히 괴식은 대가 없이 좋은 일만 있었던 적이 없었다.
지금이야 다 죽어가던 악마의 피에 영양 공급이 이뤄져서 좋겠지.
그러나 음식을 먹고 악마의 피가 기력을 찾으면 그 반동은 윤은형의 몸으로 온다.
사지를 비틀 정도로 괴롭고 아프겠지.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지금 안 아프면 됐지.
윤은형은 신나게 식사를 즐겼다.
“오늘 저녁쯤에는 아파서 울고불고 난리 칠 거다. 그때는 잘 케어해 주라고.”
“아, 아. 그건 제가 잘해 보겠습니다. 마침 구박 십 일짜리 휴가 중이거든요.”
“장기 휴가라, 뭔가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헷헷헷. 사장님에게만 특별히 가르쳐 드리지요. 실은요.”
능하가 조용히 말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승우는 폭소를 터트렸다.
* * *
씩씩거리면서 민과 백강혁이 가게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 승우에게 물었다.
“싸장님, 여기 혹시 빌어먹을 꼬맹이들 왔다 가지 않았어요?”
“빌어먹을 꼬맹이들이라, 핫핫핫. 무슨 일인데 그래?”
“그게요-! 그 두 놈들이-!”
민이 백강혁의 옆구리를 쳤다.
“야, 닥쳐. 별일 아닙니다, 선생님. 신경 쓰지 마십시오.”
“하지만 브라더…….”
“닥치라고. 동네방네 자랑할 생각이야? 아가리 다물어.”
“그건 그러네. 하여튼 싸장님, 꼬맹이들 보이면 전화 좀 해주세요.”
둘이 씩씩거리면서 가게를 나간다.
민이 싸늘하게 말했다.
“발견하면 죽인다.”
두 고딩은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 튀었다.
“내가 이 새끼랑 사귄다니.”
“내가 브라더랑? 왜? 대체?”
민과 백강혁이 숨어서 사귀고 있다는 헛소문을 유포했다.
그것은 너무도 효과적인 선동이라, 민과 백강혁으로서는 막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