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0)
괴식식당-40화(40/613)
040화. 풀 메탈 히어로즈 (1)
이정훈은 오늘 기분이 매우 좋았다.
전날 여울 낚시터의 관리인과 오랜만에 술을 한잔 걸친 덕이다.
저수지 밑에 기생 중이던 슬라임은 제거됐고 균열도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낚시터의 정상화다.
정훈은 ISAC 한국 지부 지부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해서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었다.
저수지 속에 있는 슬라임과 약소한 규모의 게이트를 처리하는데 얼마나 많은 자원과 인력이 투입돼야 할까?
지상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수중전이 헌터들에게 취약한 영역인 것은 사실이다.
결국, 이정훈도 들어가는 인력과 자원이 커지기 때문에 쉽사리 도움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단순히 게이트 재해복구기금이라면?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다.
인력을 투입하기 위해 움직일 자금에 비해선 싸게 먹히니까.
그리고 균열에 의한 피해를 복구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한참 동안 기금 액수를 추산해 본 황지현이 말했다.
“지부장님. 그렇게 금액이 크진 않겠네요.”
“그래?”
“피해라고 해봐야 낚시터 운영 정지에 따른 수익 보상 조금. 그리고 환경 조성 지원금이 전부입니다.”
“그렇겠지. 그러니 방치한 거야.”
“피해 금액을 좀 더 올려서 계산해 볼까요?”
“됐네. 금액이 적게 나온 건 유감이지만, 그래도 피해가 적었다는 증거니까 기분 좋게 받아들여야지. 빨리 처리해 주게.”
“예. 금일 중에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에 사적인 감정을 넣지 않는 주의지만, 일을 조금 빠르게 처리해 주는 정도라면 괜찮겠지.
하여간 이런 이유로 이정훈은 아침부터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기분을 바꾸는 일이 점심시간에 생겼다.
“정식 배치 지시가 떨어졌다고? 정말로?”
황지현의 보고에 이정훈은 깜짝 놀랐다.
그것은 황지현도 예외는 아닌지라, 떨떠름하게 몇 번이나 공문을 확인할 정도였다.
“정말입니다. 보세요.”
틀림없었다.
요청한 ‘기동 기갑팀’의 정식 발령문이다.
이정훈은 당황하며 공문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믿을 수 없군. 들어줄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데…….”
용사의 밥집에서 괴식 챌린지를 하는 게이트 주둔군이 나날이 늘고 있다.
오기 빼면 시체인 놈들이라 불붙으니 말릴 재간도 없다.
먹고 오기만 하면 좋은데, 먹기만 하면 탈도 난다.
그리고 병가를 내기 일쑤.
병가를 낸 사람의 빈자리는 옆 사람이 채우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게이트 주둔군의 인력 상황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퍼스트 오더들을 갈아서 유지하던 건데…….
병가를 낸다고 도와줄 예비 전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정훈은 다른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팀의 편입을 요청했었다.
‘들어줄 리가 없는 일이었지.’
물론 어디라도 인력은 부족한 법.
재해복구지역 A섹터만 힘든 게 아니다.
다른 곳도 모두 다 힘들다.
그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판에 남에게 빼줄 전력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편입은 당연히 들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편입 요청을 하면 예의상, 잠깐이라도 팀을 파견해 주는 게 관례였다.
[힘든가 보구나. 잠깐이지만 도와줄게!]이런 느낌으로 서로 잠깐이나마 시간이 있는 대원을 돌려서 막는 것.
한국의 전통문화, 품앗이의 잔재다.
그런데 그 일시적인 파견을 노리고 요청한 일을 대번에 들어주다니?
명백한 이상 사태다.
“윗선에서 뭔 일이 있었을까요? 인권 단체한테 한 소리 들었나?”
추가 인력 편입이라는 소리에 살짝 올라가는 입가를 숨기지도 못하고, 황지현이 중얼거렸다.
지금껏 A섹터 게이트 주둔군에는 없었던 사치다.
사람이 교체되면 교체됐지, 사람이 늘어나 본 것이 얼마 만인가?
오랜만에 주둔군의 인원이 늘어나는 건데, 그럼 휴가도 느는 것이 상식!
지현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벌써부터 휴가 계획을 세웠다.
그런 반면에 지부장인 이정훈에게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정훈은 고민했다.
윗선의 의도를 읽어야 한다.
ISAC의 총장이 제일 싫어하는 말은 패배.
두 번째로 싫어하는 말은 비효율이다.
지금 인원으로 A섹터를 지키는 일은 항상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대원들의 피로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어쨌든 막아지고 유지되는 게 재해복구지역 A섹터다.
여기서 영구적인 추가 인원의 배정이라니?
비효율적이다.
“그분이 비효율적인 일을 할 리가 없는데… 어느 기동 기갑팀이 오는 건가?”
“그게… ISAC 본부의 풀 메탈 히어로즈입니다.”
“미치겠군. 최정예잖아? 여기에 왜 그런 전력을 보내주는 거야.”
단순히 전력보충이라는 이유로 보내주기엔 너무나 큰 전력이다.
여타 지부의 기동 기갑팀도 아니고, ISAC 총본부의 기동 기갑팀이라니?
그들의 전력이라면 재해복구지역 A섹터에 과분한 전력이다.
위급하거나 긴급한 지원 요청이 들어오는 지역에 가장 먼저 급파되는 팀이 어딜까?
바로 ISAC 총본부의 기동 기갑팀이다.
그리고 총본부에는 그런 기동 기갑팀이 한두 개 있는 것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최정예 팀인 ‘풀 메탈 히어로즈’인데, 그런 곳이 이곳에?
그런 전력을 아무런 이유 없이 병력이 부족하다는 요청 때문에 보내줄 리가 없다.
그렇다는 건?
“설마 그분이 유승우의 존재를 알아챈 건가?”
총장이 유승우의 존재를 알아챘다.
미증유의 재해가 될 수 있는 귀환자.
퍼스트 오더를 아득히 상회하는 전투력을 지닌 폭탄!
유승우의 존재를!
그런 그를 비상시에 제압할 수 있게끔 전력을 보충한다고 하면?
‘말이 맞아떨어져. 이건 비상시를 대비한 전력 보충이야.’
게이트 주둔군 전체와 풀 메탈 히어로즈.
이 둘의 전력을 합치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다.
아무리 그 귀환자가 끝 모를 힘을 가지고 있고, 측정이 불가능한 상대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 거라고?
“물러 터졌군.”
“지부장님?”
“상부의 판단이 내가 생각하는 거라면 이건 막아야 하는 일이야.”
가능할 리가 있냐!
상부는 착각을 하고 있다.
게이트 주둔군 전체와 풀 메탈 히어로즈를 동원하면 제압할 수 있다고?
바꿔 생각해 보라.
게이트 주둔군 전체와 풀 메탈 히어로즈가 있으면 S랭크 오버, 추정 SS랭크의 게이트를 5분 만에 소멸시킬 수 있는가!
‘될 리가 없지!’
저걸 다 모은다고 해도 5분은커녕 토벌 성공 가능성이 5% 이하다.
이정훈은 생각을 정리하자, 좋았던 기분이 다 사라지는 걸 느꼈다.
‘윗선이랑 이야기해 봐야 하나?’
그러나 윗선조차도 이정훈의 이야기를 다 들어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정훈의 추리를 뒷받침할 근거도 없다.
이건 결국 추리와 상상의 결과물이니까.
틀릴 가능성이 200%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생각나는 게 없군. 설마 내가 모르는 정보를 총장이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럴 일은 없겠지.
식당에 정보원이라도 박아뒀다면 모를까…….
* * *
“엣취!”
태지가 기침을 했다.
날이 춥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 여름의 날씨였는데, 장마 후에는 한파라니.
이 망할 날씨는 도저히 적응이 되질 않는다.
이런 날 아무리 은하의 경호가 주 업무라고 해도 옥상에 있다가는 감기 걸린다.
헌터가 무슨 감기냐고?
헌터는 사람 아닌가?
하루 종일 밖에 서 있으면 없던 감기도 생겨날 판이다.
그리고 감기에 걸리면 전투력이 떨어진다.
경호원은 항상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은 민망하지만 지근거리 경호다.
그러니까.
밥집에서 밥 먹고 있다.
“돈가스에 버섯 수프라니…….”
지금까지의 괴식과는 다르게 매우 평범하군.
그리고 한국식이야.
정확히는 경양식이라고 하던가?
아버지를 따라서 먹은 기억이 있다.
태지는 와구와구 하고 돈가스 한 장을 단 두 입에 해치웠다.
나이프를 사용하지도 않고 포크 하나로 단 두 방!
승우가 휘파람을 불었다.
“와일드하군. 역시 체육계는 틀려.”
“으, 으음. 이건 체육계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만……. 아니, 맞는 거 같군요.”
생각해 보면 후배나 선배나 다 이렇게 먹었던 거 같다.
운동을 하고 나면 끝없이 배가 고파서 말이지.
결국, 추가 주문을 3번이나 한 끝에 태지의 배가 찼다.
버섯 수프로 몸을 따스하게 만드니까 살짝 졸음이 왔다만.
오늘은 아무리 승우가 있다고 해도 방심할 수가 없다.
‘왜 가게에 슬라임이……?’
슬라임으로 보기에도 약간 이상한 슬라임이 있다.
푸른색에다가 뭔가 탱글탱글한 녀석이!
보통 슬라임은 산성의 몸을 가지고 있어서, 지나가면 바닥을 녹이고 태워서 연기를 낸다.
닿으면? 최하가 3도 화상이다.
그런데 저놈은 탱글하면서 약간 시원한 젤리 같은 느낌이다.
기어 다녀도 바닥이 손상되지 않고 보고 있으면 출렁거리는 손을 내밀어서 쟁반도 잡는다.
그러면 쟁반을 머리 위에 이고 다니면서 서빙을 한다.
‘웃기는 놈이군.’
뭔가 청량한 향기도 난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이상한 슬라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이상해도 슬라임은 슬라임이지.’
언제 공격성을 보이고, 흉포함을 보일지 모른다.
그렇게 해서 은하에게 티끌만 한 상처라도 나면?
그 뒤는 상상하기도 싫다.
‘은하는 내가 업어 키우다시피 돌봤는데…….’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은하가 다치는 일이 생기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위험물을 근처에 두고 방심을 할 수가 있겠는가?
언제라도 달려들 수 있게 까치발을 세우고 목표물을 노려봤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미치겠는 건 영식이었다.
‘저 인간은 또 뭔데?’
영식은 승우에 의해서 강제로 취직당한 이후.
나름 열심히 해왔다.
승우로부터 인간 상식을 배우고, 어겼을 경우 혼난다는 기초 상식도 배웠다.
나비로부터는 가게 일도 배웠다.
일을 잘하고 사고만 안 치면 보호해 준다.
그 말 하나만 믿고 열심히 해왔다.
‘근데 저놈은 뭐냐고.’
당장에라도 달려들 거 같은 흉포한 야수의 눈!
전성기의 몸이었다면 웃으면서 잡아먹었을 텐데!
영식은 울컥한 마음에 태지를 노려봤다.
아이를 지키는 야수의 눈과 땡글땡글한 슬라임의 눈이 충돌했다.
기 싸움의 시작이다.
“이 녀석. 누가 손님을 째려보래.”
승우는 영식을 번쩍 들어서는 몸을 좌우로 잡아당겼다.
빵빵한 슬라임의 볼이 주우욱 하고 늘어났다.
‘아우! 아우! 내가 먼저 안 봤는데! 내가 안 했는데!’
억울하다고 항변해 봐야 어쩔 수 없다.
승우는 그렇게 영식을 주물럭거리면서 태지에게 말했다.
“슬라임은 역시 불편한가? 이 녀석은 무해한 놈인데.”
“예. 뭐… 아무래도 반사적으로 경계하게 되네요.”
멀리 있다면 모를까?
슬라임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방심하는 놈은 멍청이거나 초보자다.
발견 즉시 퍼스트 오더조차도 경계하는 게 슬라임.
“곤란하네. 보는 사람마다 이렇게 경계해서야 원.”
“그 녀석은 굉장한 변종 같으니 괜찮을 수도 있지요.”
슬라임으로서의 특징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부식성 액체도 아니고, 포식도 안 하는 슬라임이라니.
실제로도 가게에 오는 대부분의 헌터는 영식을 만져보고 즐기면 즐겼지, 경계는 하지 않았다.
태지가 과민 반응하는 건 은하 때문이겠지.
승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영식을 ‘퉁퉁퉁’ 하고 바닥에 튕겼다.
‘악악악! 나는 공이 아니야!’
“보다시피 탱글탱글해서 농구공처럼 쓸 수도 있지.”
“제발 그런 거 은하 앞에서 하지 말아주세요. 하고 싶어 할 거 같습니다.”
“안전하다니까, 하지만 네가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지.”
“그리고 하나 더. 당분간 그 슬라임은 치워두는 게 좋을 겁니다.”
“왜?”
“이곳으로 기동 기갑팀이 오거든요.”
기동 기갑팀이라?
수기사 뭐 그런 걸 말하는 건 아닐 테고…….
승우가 고개를 살짝 꺾어 보이자, 태지가 아,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기동 기갑팀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겠군요.”
“수기사 같은 건 아닐 거 같은데?”
“예, 맞습니다. 그럼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길게 설명할까요, 짧게 설명할까요?”
“오늘은 한가하니까, 길게 설명을 듣지.”
“좋습니다. 그럼 창립부터 시작하겠네요.”
각성자, 헌터.
이능력을 깨우친 인간을 말하는 말이다.
그들은 게이트와 균열로부터 인간을 지키는 사람이며, 이세계에서 오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사냥꾼이기도 하다.
그들의 수는 적다.
그런 와중에 ‘일반인’들은 생각했다.
각성하지 않으면 싸울 수도 없는가?
보호만 받아야 하는가?
우리도 싸우고 싶다.
싸우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
그렇다면 부족한 것은 몬스터의 심장을 뚫을 무기.
그리고 스스로의 몸을 지킬 갑옷이다.
그것만 있다면 싸울 수 있다.
최고의 과학력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사이버 다인은 그들의 요구에 응했다.
일반인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금이 홍수처럼 밀고 들어왔다.
세계 최고의 과학력, 무한한 지원금.
성공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싸울 수 있는 무기가 완성됐다.
하지만 일부 몬스터를 제외하면 상대하기 버거움이 있었다.
그래서 사이버 다인은 더 많은 과학력을 쏟아부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금속과 첨단 기계로 만들어진 갑옷과 무기.
탑승할 수 있는 1인용 전투 병기인 ‘워 기어’의 탄생이다.
승우가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1인용 로봇?”
“예.”
“탈 수 있는 거?”
“조종자가 안에 들어가서 싸우는 겁니다. 최초에는 원격 조작이 가능한 무인기로 만들었는데 전자파의 농도가 강한 곳에서는 통신이 차단되는 문제가 있어서, 유인기로 변경됐다더군요.”
“그거 멋지군. 정말 멋져.”
블록버스터 영화 내지는 대작 게임 같은 도입부로고.
승우는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여기에 오는 것과 슬라임은 뭔 상관인데?”
“그게 아무래도 워 기어도 한계성이 있는 장비잖아요?”
“그렇겠… 아!”
승우가 탄성을 내질렀다.
“슬라임이 기계 안으로 스며들면 무방비겠군.”
“예. 그래서 많은 사람이 죽었지요.”
“이런…….”
“그런 이유로 슬라임을 병적으로 싫어합니다.”
그야 싫어할 만하겠는걸.
승우가 입맛을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