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03)
괴식식당-403화(403/613)
403화. 로스트 파워 (3)
코끼리 고기는 불교문화권에서는 종교적인 문제로 금지된 고기지만, 일부의 국가에서는 비상식으로 요긴하게 사용된다.
재난 시에 한 마리만 도축하면 온 마을의 사람들이 잔치를 벌일 수 있을 만큼 많은 살코기를 가지고 있고, 먹으면 힘이 난다.
코끼리 고기는 더위에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삶에 지친 노동자의 근육을 단단하게 해준다. 자신감이 없는 남성에게도 효과가 만점이라 중국에서는 코끼리의 고기를 식재가 아닌 약재로 본다.
아이라바타는 우유 술에서 태어난 성스러운 짐승이다. 코끼리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지만, 근육의 질은 확실히 코끼리와는 달랐다.
코끼리는 거대한 생물이라, 자신의 체중을 이기기 위해서 굉장히 단단하면서도 힘찬 근육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라바타의 근육은 조금 물렁했다. 거대한 생명체 특유의 박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리 살을 얇게 저며 한 입 맛본 승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생각과는 다른 맛인데…….
승우는 코끼리 고기를 먹어본 적 있었다. 테라에도 코끼리쯤은 있다. 기억 속의 코끼리 고기는 사슴고기와 비슷한 맛이었다.
초식동물 특유의 가벼우면서 풋풋한 맛과 거대한 짐승의 파워풀한 맛이 합쳐져 이도 저도 아닌 미묘한 맛이 있었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코끼리 고기는 맛있다고 할 정도의 고기는 아니다. 그러니 현지인들의 주식이 아니라 비상시에만 먹는 비상식인 거겠지.
그런 코끼리의 맛과는 다르게 아이라바타의 고기 맛은 훌륭했다. 몹시 고소하고, 달콤하다. 입에 넣는 순간 살살 녹아서 달착지근한 액체가 되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조그마한 고기 조각이 입 안에 들어가면 고소한 우유를 가득 삼킨 것처럼 된다.
그렇다, 이건 고기의 맛이 아니다.
‘고기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군.’
부드러운 식감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마시멜로에 가깝다. 고기에게 기대하는 식감이 전혀 아니다.
어째서인가, 의문을 가지고 괴식 대백과를 펼쳐봤다.
바로 답이 보였다.
“아… 과연.”
아이라바타는 우유 술에서 태어났다. 정확히는 우유 술을 끓이면서 휘젓는 유해교반(乳海攪拌) 중에 태어났다. 신체를 구성하는 물질이 우유 술을 끓인 수증기에 가깝다는 말이다. 맛과 식감이 이해되는 탄생 설화다.
“음음. 과연, 과연.”
“뭐가 과연입니까?”
“이 고기는 접근 방법을 다르게 해야 할 거 같아. 이건 고기처럼 보이지만 고기가 아니야.”
식감으로는 마시멜로.
맛으로는 고지방 고농축 우유다.
생긴 것만 고기일 뿐이다.
“봐라.”
승우가 보란 듯이 손바닥 크기의 아이라바타 고기를 보울에 넣었다.
그러고는 향신료를 넣었다.
약간의 생강, 바닐라 에센스, 설탕. 마지막으로는 착색을 위한 노란 파프리카 가루.
계란 물을 풀 듯이 고기를 휘적휘적 흔들었다. 한 번 휘저으니 아이라바타 고기가 흐물흐물하게 풀려서 액체가 되었다.
액체가 된 아이라바타 고기에 향신료가 녹아든다. 승우는 씩 웃으면서 솜씨 좋게 보울의 내용물을 컵에 따랐다.
“바닐라셰이크 같군요.”
“먹어봐.”
“그럼 감사히.”
레나토가 주저하지도 않고, 수상한 셰이크를 마셨다. 입안 가득 풍기는 진하면서 고소한 우유 맛. 코를 뒤덮는 바닐라의 향기와 그 사이로 기분 좋은 자극을 느끼게 하는 생강의 향. 아주아주 맛있는 바닐라 쉐이크의 맛이었다.
다만 식감이 매우 진하고 묽었다.
“물을 많이 넣은 우유죽 같은 느낌이지만, 맛이 굉장히 좋네요.”
“고기 같지는 않지?”
“전혀요.”
“효과는?”
“…으, 으음.”
레나토의 오장육부에 아이라바타의 권능이 스며든다. 메마른 대지에 물을 뿌리듯이, 육체가 이 아이라바타 셰이크를 격하게 원한다. 두근두근하고 심장이 뛰며, 오랜만의 연료공급에 기뻐한다.
제일 기뻐하는 것은 레나토의 마나 하트였다. 폭주하는 증기터빈처럼 연신 마나 코어를 생성해 냈다.
레나토는 스스로의 심장에 손을 올리고는 조용히 마나 코어의 태동을 체크했다.
“방금 한 잔의 셰이크로 레벨 80을 복구했습니다. 이거, 저랑 너무 상성이 좋군요.”
부활의 신명을 가지고 있던 신과 불사불멸의 성스러운 코끼리는 당연히 상성이 좋겠지. 승우가 손가락을 튕겼다.
“좋았어.”
“다만 이거, 필멸자는 먹으면 안 되겠군요. 이만큼 강력한 마력이 주입되면 터져버릴 겁니다.”
“그렇겠지. 너니까 그냥 준 거야.”
아이라바타 셰이크를 만들면서 승우는 여러 마법을 걸었다.
빠르게 위에 도달하고, 효력을 높이고 소화가 잘되게 돕는 강화 마법이었다. 그리고 그 마법에 대응되도록 생강과 설탕, 바닐라 에센스와 파프리카 가루 같은 향신료까지 더했다.
이 모든 효과를 증폭과 증폭, 강화와 강화로만 채웠다.
먹는 사람을 배려하는 기능은 일절 넣지 않았다.
아이라바타쯤 되는 신화적인 식재를 이렇게 강화하고 강화해서 만든 괴식은 필멸자가 먹을 수 없다. 한 입으로도 충분히 죽는다.
레나토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컵을 들었다.
“그나저나 정말 실력이 늘었군요. 맛도 좋은데 효과까지 좋은 괴식을 이리 간단히…….”
“그건 아니야. 이건 괴식이라고 할 수 없어. 엄밀히 말하자면 이건 포션이지. 마법과 연금술이야.”
뛰어난 소재(아이라바타의 고기)를 평범하게 요리해서, 거기에 최고 수준의 마법과 연금술을 때려 박은 것뿐이다. 승우가 빙글빙글하고, 보울을 검지로 돌렸다.
“나만큼의 마법적인 역량과 아이라바타의 고기가 있다면 다른 마법사도 똑같이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런 건 괴식이 아니지.”
“그럼 무엇을 해야 괴식이 됩니까?”
“이제부터 보여줄게.”
셰이크를 만들면서 이미 아이라바타 고기에 대한 특성은 모조리 파악했다.
이 고기는 약간의 액체만 있어도 쉽게 녹으면서 단숨에 액체로 성질을 바꾼다.
바닐라 에센스 두 방울이면 손바닥만 한 고기가 다 녹아버린다. 따라서 만든다면 디저트, 혹은 우유를 사용한 요리를 만드는 편이 유리하다. 그리고 역시 빵과 조합하는 편이 좋겠지.
“조수, 그걸 가져오도록.”
“냥!”
나비가 냥다다닥 달려와서 밑 준비를 끝냈다. 녀석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막 퍼온 넥타르 호수의 황금 물이다.
승우는 그것을 받아 아이라바타 고기를 넣은 보울에 흘려 넣었다. 그러고는 기다란 젓가락으로 휘저어주니 노란 계란물처럼 되었다.
“이걸로 계란토스트를 해줘.”
“바싹하게 하냥, 눅눅하게 하냥?”
“바싹 굽는 쪽이 대비 효과가 나와서 좋아. 바싹하게 해줘.”
“알겠다냐.”
나비가 바삐 움직인다. 계란물에 식빵을 적시고 굽는 것뿐이지만, 1초만 잘못 구워도 최상의 토스트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깨물었을 때 빠샥- 하고 기분 좋은 소리가 나면서도 입안에서는 사르르 녹아야 좋은 계란토스트다. 정신을 집중해서 구워야 한다.
그나저나- 계란토스트인가.
레나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넥타르 호수 물과 암리타의 바다에서 태어난 아이라바타. 이건 궁합이 좋을 수밖에 없지.’
넥타르와 암리타는 회복계의 양대 산맥이다. 그 둘을 다 사용하는 격이니 엄청난 효과가 나오겠지.
나비가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계란토스트에 집중했다.
“냥냥냥냥. 집중냥. 조금의 탄 자국도 놓치지 않는다냐.”
고양이가 토스트를 굽는 모습은 귀엽다. 레나토는 나비를 유심히 지켜봤다. 확실히 고양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된다.
승우는 레나토가 이쪽을 보지 않는 틈을 타,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다음 재료를 꺼냈다.
‘이건 보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그가 꺼낸 것은 젓갈이었다. 지난번에 먹은 미드가르드 오름의 내장과 땀샘, 독선을 추출하여 따로 담가둔 독 젓갈이다.
먹으면 신조차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맹독인지라 보통의 용기로는 담을 수도 없어서 미스릴로 만든 숙성 옹기를 따로 제작했다.
‘큭큭큭.’
미드가르드 오름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래서 버리는 땀샘과 내장이 아까워서 만들어 봤다.
만드는 요령은 까나리액젓을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잘 손질한 땀샘과 내장에 지옥의 오이 헬 인페르노와 한국산 최고급 고추. 그리고 소금과 햇마늘을 1:1 비율로 넣었다.
‘제일 중요한 건 시간이지.’
강력한 독이기에 숙성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간 가속 마법을 걸어서 푹 삭혔다. 대략 이천 년쯤 삭혀진 모양이다.
‘아주 잘 숙성됐군.’
슬쩍 뚜껑을 여니 매캐한 연기가 흘러나온다. 바람의 마법으로 냄새가 퍼지는 걸 막으면서 젓갈을 한 국자 떴다.
국자도, 그릇도 모조리 미스릴이다. 필요한 것은 이 젓갈 자체가 아니라, 진액이다.
승우는 신의 위생 장갑을 착용한 후 젓갈을 쥐어짰다. 그러고는 액젓 한 사발을 남기고 재빨리 정리했다.
홀린 듯, 나비를 보던 레나토가 이쪽을 본다.
“승우, 어디서 이상한 냄새 나지 않아요?”
“기분 탓일 거야.”
“흐으음…….”
미심쩍지만, 나비가 꼬리를 흔들었다. 시선이 절로 꼬리로 간다.
레나토가 의심을 거두고 꼬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녀석의 시선을 확인하고는 승우가 액젓에 마법을 계속해서 연달아 부여했다.
한계를 부수는 무한의 술식.
반대되는 속성과 마주쳤을 때, 오히려 효과가 강해지는 경쟁의 술식. 마법이 계속해서 겹쳐진다.
검붉은 액젓에서 점차 빛이 흘러나왔다. 끝없이 강화가 이어진다.
과거의 레나토라면 같은 신이었기에 눈치챘겠지만, 지금의 그는 약했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먹게 될 음식이 어떤 음식인지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의 시선을 피해서, 승우는 조심스럽게 한 조각의 빵을 액젓에 빠트렸다.
보호 마법과 강화 마법으로 무장한 빵은 신조차도 죽이는 독 액젓으로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 * *
완성된 요리는 꽤 단출했다.
나비가 구운 계란토스트 위에 검은 식빵을 한 장 올리고, 다시 계란 토스트로 덮었다.
레나토가 멍하니 물었다.
“토스트에 빵을 끼운 게 전부예요? 하다못해 양상추라도…….”
“토스트 샌드위치라고 해. 영국의 요리인데, 최고로 값싸고 저렴한 샌드위치로 명성이 높지.”
“뭔가 눈물 나는 요리군요.”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요리법을, 그 비싼 아이라바타의 고기로 하다니.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하다.
레나토는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자신의 신에게 비는 기도이며, 오랜 세월을 같이한 친구에게 보내는 기도다. 승우는 자신에게 적립되는 신력을 느끼고는 한숨을 내뱉었다.
“굳이 신력을 보낼 건 없잖아.”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사례는 해야지요.”
“나로서는 내 요리의 실험ㅊ… 아니, 먹어주는 거만으로도 고마운데 말이야.”
“예?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아무것도 아니야, 어쨌든 먹어봐.”
승우와 친구가 된 지 40년 남짓이다. 어지간하면 척이면 척이다.
레나토가 눈을 가늘게 떴다.
“보통 요리는 아니라는 뜻이겠지요.”
“뭐어- 하하하. 그렇지.”
“계란토스트에 뭔가를 할 수는 없겠고, 저 검붉은 빵이 수상하네요.”
조사해 보고 싶다. 아무리 지금 필멸자 상태라고 해도 지식은 여전하다. 몇 가지 마법을 사용하면 이 괴식에 어떠한 마법이 사용됐는지 정도는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요리사에 대한 무례다. 레나토는 충동을 참으며 토스트 샌드위치를 잡았다.
어차피 먹으면 알 수 있다.
어차피 먹으러 왔다.
안 먹는다는 선택지 따윈 없다.
“잘 먹겠습니다.”
레나토가 크게 한 입을 베어 물었다. 바샥 하고 듣기 좋은 소리가 퍼진다. 정말 잘 구워졌구냐, 하고 나비가 흐뭇하게 코를 쓱 문지를 때였다.
“……!”
레나토가 눈을 부릅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