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04)
괴식식당-404화(404/613)
404화. 로스트 파워 (4)
레나토는 테라 사람이다. 태어나서 성직자로 살아오면서, 승우를 만나기 전까지 모든 식사를 괴식으로만 해왔다. 따라서 어지간한 괴식은 다 맛보아봤다.
그러나, 이런 것은 먹어본 적이 없었다. 이건 대체 무엇인가.
깨물었을 때는 바삭하다. 하지만 입에 머금었을 때는 눅진하다. 샌드위치의 유일한 내용물인 까만 빵이 축축하기 때문이다.
그 식감은 젖은 종이를 씹었을 때와 같다. 분명 침수된 배에서 싸울 때 급한 마음에 입으로 인첸트 스크롤을 뜯으면 이런 느낌이 들었지. 하지만 해수에 젖은 종이보다도 이 빵이 짜다. 이 빵은 바닷물보다도 짜고,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구리다.
“큿…….”
레나토는 반사적으로 입을 막았다. 본능적으로 내뱉어 버릴 뻔했다. 한 번 입에 들어온 음식을 내뱉는 행위는 테라에서는 아주 무례한 행위다. 물론 지구에서도 상당히 무례한 행위에 속했다.
성직자로서 몸에 밴 예의범절이 토악질을 막았다.
“좋았어. 안 뱉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고.”
승우가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진짜 친구고, 고마운 은인이지만 이럴 때는 너무 얄밉다.
레나토는 눈을 흘겨 뜨면서 토스트를 노려봤다.
‘야누스.’
야누스는 출입문을 지키는 수호천사다. 두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데 정면의 얼굴로는 평화의 소중함을 말하고, 뒷면의 얼굴로는 전쟁의 웅장함을 말한다.
이중적, 이면성을 논할 때 빠짐없이 논해지는 게 야누스다. 레나토는 이 토스트 샌드위치에서 그 야누스의 일면을 보았다.
해수의 짠맛과 시궁창의 맛을 동시에 가진 악마 같은 검은 빵.
계란과 아이라바타의 고소함, 달콤함을 품은 신성한 토스트.
이 두 개가 한 음식에 공존하고 있다. 샌드위치인 까닭에 한 입을 먹으면 이 두 개의 맛을 동시에 느낀다.
환장할 노릇이다.
짜고 달고, 썩었고, 고소하다.
혀가 어느 맛에 반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자기가 더 강하다고 양쪽에서 칼을 뽑아 든다.
잠시 후 승부가 났다.
‘검은 빵이 더 강해.’
아이라바타의 신성한 맛을 악마의 빵이 찍어 눌렀다. 다시 한번 내장에서 토악질이 올라왔다.
해수처럼 분출할 수는 없기에 레나토는 승우에게 배운 방어술, 내장 조이기로 분출을 막았다.
체면.
예의.
그리고 사랑.
자신의 추한 모습은 사랑하는 플로라에 대한 모욕이 된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라도 참을 수 있었다.
고통을 참으며.
냄새를 참으며.
맛을 참으며.
빵을 힘겹게 씹어 넘기고, 고개를 숙였다. 후두둑 하고 테이블 위로 식은땀이 떨어졌다.
고통의 흔적이다.
레나토가 눈을 감고 말했다.
“제가 진짜, 지구인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당신은 정도라는 걸 모르는 겁니까.”
“왜? 많이 맛없었어?”
“예. 딱 한 입만으로도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아주 그리운 옛날 옛적의 일까지 떠올랐습니다.”
“옛날 옛적이라, 어느 시절이야.”
“제가 어디서 태어나고 자랐는지는 예전에 얘기했었지요?”
레나토는 신전에서 자랐다. 대지의 신인 가이아를 모시는 신전이다.
로프트기우스의 국교는 가이아였기에 신전은 매우 크고 훌륭했다.
테라는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 종교 중심의 세상이다. 과학 중심의 세계인 지구와 비교해 본다면 어떤 신전보다도 화려하고, 장엄하다.
“그런데 그 큰 신전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아십니까?”
“로봇청소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하겠지.”
“맞습니다. 사람이 합니다. 15세 이하의 아이들이 하지요.”
신전은 각지에서 모인 고아, 전쟁 난민을 보호한다. 신전이 주는 보호에 아이들이 되돌려 줄 수 있는 것은 고사리 같은 손이 전부다.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청난 크기의 신전을 일일이 청소한다. 자연히 대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제가 있던 신전은 대지의 신을 모시는 신전이었습니다. 종교적으로 청소할 때 물을 사용하면 안 됐어요. 오로지 나무껍질을 얇게 저며서 만든 껍질 수건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비합리적인 행위지만 이유는 있다. 저런 행동 또한 신의 위업을 기리는 행위이기에 신력 수급에 나름대로 도움이 된다.
비슷한 예로 검의 신인 승우는 누군가가 승우를 위해서 검술을 갈고 닦기만 해도 신력을 얻는다.
대지의 신의 신전을 나무껍질로 닦는 행위는 훌륭한 신력 보충 활동이다.
“그래서야 청소가 되겠어?”
“정성을 담아서 열심히 문지르면 닦입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그 나무껍질 수건은 생각보다 만들기 힘든 겁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한 지구에서는 가볍게 만들겠지만, 그걸 수작업한다고 치면 상당히 손이 많이 가요.”
“그나마도 아이들에게 풍족하게 지급할 수 없다는 건가…….”
“예. 나무껍질 수건이 망가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성황제까지 사용합니다. 한 해에 한 장만 얻을 수 있다는 거지요.”
정말 궁상맞은 이야기다.
테라의 신에게서 짠돌이 같은 기질이 느껴진다.
살짝 느껴지는 짜증을 숨기지도 않고 표정으로 보이며 승우가 되물었다.
“그래서 그 수건 이야기는 왜 하는 건데?”
“방금 먹은 검은 빵에서 그 수건의 맛이 납니다.”
“…….”
일 년 동안 신전의 바닥을 박박 닦고, 화장실도 청소하고, 벽도 닦고, 신상도 닦고, 책상도 닦아서 새까만 딱지가 낀 나무껍질 수건이다. 퀴퀴하고, 고약해서 코를 막고 싶은 냄새가 난다.
그 냄새를 지운답시고 향초도 비벼보고 꽃의 즙도 흘려 넣어 봤다. 나중에는 자포자기한 마음에 종교의 금기 사항을 어기고 물로 빨아버리는 친구도 있었다.
그때가 되면 그게 왜 금기인지 알게 된다. 땟국물이 흘러넘쳐서 우물을 망친다. 딱 한 장의 수건으로 우물 하나를 한 달간 못 쓰게 망쳐 버린 아이도 있었다. 냇가에서 빨면 냇가에 살던 고기들이 모조리 죽어 버린다.
“알겠습니까? 뭔 놈의 빵에서 그런 맛이 나는 겁니까? 해도 해도 너무했습니다. 만약 테오에게 이걸 먹였다면 당신을 공격하고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아, 그 정도야?”
과연 미드가르드 오름의 젓갈이다. 승우의 사랑과 정성과 심술을 꾹꾹 담아서 만든 미드가르드 오름 액젓은 강력했다. 아이라바타라는 고급 소재 본연의 맛만으로 승부 본 계란토스트를 이길 만큼의 잠재력이 있었다.
“뱃속에서 경쟁을 시켜서 효과를 극대화할 생각이었는데, 아쉽게 됐네. 그래도 효과는 괜찮을 거야.”
“느껴집니다. 지금껏 먹어본 괴식이 하찮게 느껴질 정도의 효과가 밀려오는군요.”
“마나 하트는 버틸 만해?”
에너지는 결국 거기서 거기다.
현대에는 많은 에너지원이 있다만, 그 원리를 보면 최종적으로는 하나로 귀결된다.
석탄은 석탄을 태워 물을 끓여 증기 터빈을 돌린다.
석유는 석유를 태워 물을 끓여 증기 터빈을 돌린다.
태양열로 터빈을.
심지어 마석으로 터빈을 돌린다.
터빈은 증기일 수도 있고, 가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터빈을 돌린다.
레벨 업을 목적으로 하는 괴식도 결론은 다 같다.
압도적인 에너지, 열량과 마력을 몸 안에 욱여넣어서 마나 하트를 돌린다. 그러면 마나 코어가 생산된다.
아이라바타와 미드가르드 오름이라는 초고급 식재료. 거기에 새겨진 수많은 마법 술식과 괴식의 지식. 승우의 모든 경험을 녹여서 만든 요리다.
이것은 그야말로 태양 같았다.
태양을 삼킨 듯, 상상도 못 할 고농축 에너지가 레나토의 몸 안에 들어왔다. 그의 마나 하트가 생애 최고로 활발하게 회전한다.
심장의 박동이 거센 나머지 몸이 떨리고, 그 진동이 가게를 흔들 지경이다. 마나 코어가 미친 듯이 생산되고 있다.
레나토가 가슴을 눌렀다.
“아슬아슬하게 버틸 만합니다.”
“좋아.”
“조, 좋기는요.”
단 한 입.
딱 한 입의 토스트로 만들어진 마나 코어의 개수가 99개를 넘었다.
필멸자의 한계를 넘어 신의 위치로 돌아온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마나 코어가 많이 늘어나도 레벨이 급작스럽게 늘어나진 않는다.
한 입 먹고 말을 할 동안 레나토의 마나 코어는 단숨에 만 개라는 상식 외의 단위까지 도달했다.
이걸 다른 사람이 먹었다면 그 자리에서 폭발하여, 도시를 지웠을지도 모른다. 태양을 삼켰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다.
이 토스트가 가진 에너지량은 원자폭탄을 아득히 상회한다.
압도적인 힘으로 영혼의 상처가 아물어간다. 아니, 새롭게 만들어진다. 뜯어지고 깨진 손톱을 새 손톱이 자라나면서 밀어내듯, 영혼의 상처가 재생되며 찢어진 상처를 밀어낸다.
재생은 곧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통증을 없애 주거나 경감해 주는, 상냥하면서 물러터진 술식 따위는 이 괴식에 없다. 레나토의 식은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지금 무지막지하게 아프거든요”
“아픈 만큼 효과가 좋으니 참아. 힘은 얼마큼 회복됐어?”
“흠…….”
그런 토스트를 먹었지만, 아직 전성기까지 힘이 회복되진 않았다. 전성기의 그는 레벨 250대에 육박하는 강력한 수호신이었다.
그때의 마나 코어 개수는 적게 잡아도 팔만 개에 달한다. 마나 코어는 많을수록 늘어나기 힘든 성질이 있기에, 앞으로도 이렇게 급작스럽게 오를 일은 별로 없다.
남은 토스트는 여섯 입.
“다 먹으면 2만 개까지는 복구할 수 있겠군요.”
“흐흐흐흠. 딱 상정한 만큼이군.”
“예. 훌륭합니다.”
잃어버린 힘을 단번에 복구할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둘 다 실망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한 번에 힘을 복구했으면 그것은 그것대로 지난 40년의 세월을 모욕하는 기분이 들어 별로였겠지.
승우가 씩 웃으면서 주먹을 내밀었다.
“차근차근 가자고. 이제는 시간이 많잖아?”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지금의 우리를 조급하게 만들 수 있는 신은 없으니까.
레나토도 미소를 지으면서 주먹을 내밀었다.
“물론이죠.”
신의 힘은 어느 정도 회복했다. 영혼의 상처도 아물었다. 목적했던 것은 바로 이뤘다.
최악의 경우 40년도 생각해 보았는데, 이 상태로 보건대 1년도 걸리지 않을 것 같다.
“항상 감사합니다, 승우.”
“뭐, 우리 사이에 감사 인사는 됐다만. 정 고마우면 말이야. 딱 하나만 물어봐도 돼?”
“물론이죠. 뭐든지 물어보세요.”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예.”
40년간 같이 활동하면서 비밀이라고는 두지 않았는데 새삼스러운 일이다.
레나토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승우의 말을 기다렸다.
“그게…….”
승우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눈치를 봤다. 대체 질문이 뭐길래 눈치를 볼까, 아, 혹시 연애 상담인가? 그렇다면 아주 즐거울 거 같다.
그는 멋진 사람이니 좋은 짝이 있으면 좋겠다. 레나토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승우가 입을 열었다.
“저기, 그. 나무껍질 수건 맛을 네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신경 쓰여서 참을 수가 없는데 말이야.”
“그, 그건…….”
“그거 대체 왜 먹어본 거야?”
“배, 배가 고파서…….”
“수건은 음식도 아니잖아.”
“…….”
“신전은 밥은 잘 준다고 들었다. 악덕 신전이었어?”
“그건 아닙니다!”
“그럼 뭐야,”
“…….”
“설마… 아니지?”
“…….”
레나토는 얼굴을 홍당무처럼 붉히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명백한 이상 반응.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다는 걸 눈치챈 승우가 얼굴을 가렸다.
“미친.”
“…….”
“너는 진짜…….”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우리 넷 중에서 제일 정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네가 가장…….”
“아무 말도 하지 마시라고요.”
승우가 입을 다물었다.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그리고 문제가 하나 생겼다.
친구를 놀려주겠다고 기감을 숨기고 살금살금 걸어오던 오크 친구와 엘프 친구가 이야기를 들었다.
녀석들의 동공도 사정없이 떨렸다.
“…….”
생각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