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08)
괴식식당-408화(408/613)
408화. 혁명과 영혼, 그리고 괴식 (3)
은하가 만든 괴식은 너무나 연어알 초밥 같았다. 지나치게 연어알 초밥 같아서 연어알 초밥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닮은 까닭에 오히려 모형처럼 보일 지경이다.
‘하긴 만드는 방법이 그랬으니까.’
공업용 페인트까지 써서 색을 칠하고,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알을 써서 하나는 연어알을, 하나는 쌀알을 모방했다. 본드를 써서 적절한 위치에 붙이기까지 했으니 모형처럼 느껴질 만하지.
‘그나저나.’
제법 양이 많다. 은하는 검에 재능이 있는 아이지만, 요리 초보이기에 동선이 조잡하고 거칠었다.
그런데도 지금 만든 요리는 이 짧은 시간 안에 만들었음에도 오 인분이 넘는다.
요리법 자체의 힘이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사마귀 알을 굽고, 한 번에 도색하고. 흰개미의 알을 볶고 조립한다.
다른 요리와 비교하자면 매우 편하고, 대량생산에 적합하다.
같은 재료와 레시피를 괴식학원의 우수 졸업생에게 주면 두 배는 더 빠르게 만들겠지.
‘물론 알집을 절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지만…….’
안의 내용물이 손상되지 않게 알집의 껍질을 가르는 일은 보통 괴식 요리사로선 흉내도 못 낸다.
뭐, 그건 그거대로 해결책이 있다. 검사를 써도 되고 오토마타를 써도 된다. 초음파로 스캔해서 알집의 모양새를 읽은 뒤에 레이저로 절제할 수도 있다. 방법은 많다.
‘어쨌든 이건 좋은 선물이군.’
주혁진은 손가락을 튕겨 라운드 오브 나이츠 프로토콜을 작동시켰다. 나이츠 오브 라운드는 인재 수집, 등용, 관찰, 육성 방향 등 인재에 대한 관리 프로그램이다.
라운드 오브 나이츠는 승우를 위해서 만들어낸 프로그램으로, 괴식을 분석하고 섭취한 사람의 데이터를 정리하여 경향성과 효과를 파악한다.
라운드 오브 나이츠 프로토콜이 알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 요리는 주혁진의 고민에 대한 승우의 답이었다.
아이라바타 요리가 레벨 업 요리 중에서도 폭렙 괴식의 결정체라 한다면, 이 사마귀 알과 흰개미 알을 이용한 괴식은 레벨 업 요리 중에서도 노력의 결정체였다. 꾸준하게 먹는 것으로 레벨을 올려준다.
레벨 업 요리에 가장 적합한 재료는 알이다. 승우는 베이징에서 발견된 뱀 병사의 알로 만든 곤뱀알을 비롯한 수많은 알 요리를 만들어 보며 레벨 업 요리의 해답은 알에 있다고 보았다.
마왕 성의 네임드 던전 클리너, 대왕 그리마 같은 예외도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맞춤형 괴식.
모든 사람이 먹으려면 첫째로 안정성, 둘째로 범용성, 셋째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먹는 사람이 탈이 나면 안 되고, 오래 먹었을 때 예상하지 못한 사태. 병이나 마이너스 스킬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또한 많은 사람이 먹을 것이기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포함되면 안 된다. 그리고 많이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알은 그 모든 조건에 적합하다. 승우는 많은 연구 끝에 결국은 알 요리가 답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수많은 알을 물색해 보았고, 절망과 공포의 신이 만들어낸 살육 병기. 몰살의 대흉귀를 찾아냈다.
상위 계층 몬스터의 특징은 자손이 적다는 점이다. 알을 적게 까거나, 번식을 덜 하거나. 아무튼 숫자가 적다.
하지만 몰살의 대흉귀는 한 번에 수천 개의 알을 깐다. 알을 수급하기에 최적이다.
흰개미처럼 보이는 아리안트의 알은 약재로서 귀하게 취급된다. 순하고 알도 많이 까서 양식에 적합하다.
완벽한 대량양산형 레벨 업 괴식.
이 요리는 승우의 레벨 업 괴식의 완결편이다.
“…….”
라운드 오브 나이츠의 분석 결과를 확인한 주혁진이 천천히 와이셔츠를 풀었다.
결론이고 뭐고 이해는 했는데, 일단은 눈앞의 괴식을 먹어야 한다. 분석을 위해서 말없이 요리를 노려보고 있는 아버지 때문에 은하가 불안해한다.
주혁진은 상냥하게 은하의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우리 딸, 요리도 잘하네. 너무너무 맛있겠다.”
“헤헤…….”
어차피 레벨 업을 위해서 먹어야 할 괴식이다. 딸아이의 효도로 우연히 길이 겹쳤으니, 기뻐하고 고마워하고, 감사하면서 먹어야겠지.
주혁진이 용기를 내서 손을 뻗었다.
겨울철 호빵처럼 따끈하다. 따끈따끈한 시점에서 이미 초밥이 아니다. 탄력이 넘친다. 말랑말랑한 알들이 손가락을 튕겨낸다. 밥알의 느낌이 아니다. 그야 알이니까.
지식으로 알고 있던 걸 손으로 체감하고, 한입에 털어 넣었다.
윗니가 사마귀의 염색된 알을, 아랫니가 흰개미의 알을 터트린다.
‘끄, 끄아아악! 뜨거워!’
화염방사기의 뜨거운 열을 흡수한 알은 네이팜 탄처럼 끈적하면서 뜨거운 점액을 뿜어냈다.
혀가 탄다.
엄청나게 뜨겁고, 뜨거운 체액이 입안을 덮는다.
뜨거움에 절로 인상이 찡그려진다만, 주혁진은 내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싱긋 웃어 보였다. 은하의 얼굴에 걱정하는 기미가 조금 생겼기 때문이다.
맛은 최악. 짜다.
뜨거운 바닷물을 마신 듯하다.
그런 짠맛의 가운데 버터의 느끼함과 간장의 풍미가 은은하게 풍긴다. 이러면 짠맛이 중화되어 괜찮을 것 같지만 설탕이 모든 걸 망친다.
설탕의 단맛이 이 버터와 간장을 찔러 죽이고 자기도 죽어버렸다. 남은 것은 결국 짠맛이다.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설탕이 날뛴 탓에 짠맛만이 득세했다.
역설적으로 이 강력한 짠맛 때문에 공업용 페인트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
평온해 보이는 주혁진의 표정 뒤에는 사지를 비트는 마음이 있다.
마음으로는 지금도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정수기의 선을 짤라다가 목구멍에 연결하고 있었다.
이 괴식은 괴롭다.
괴롭고, 괴롭고,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주혁진은 참았다.
억지로 표정을 평온히 했다.
은하의 눈 때문이다.
올망올망한 저 눈.
우리 아빠라면 이쯤의 괴식은 가볍게 먹을 수 있다는 저 얼굴!
아침이 되면 해가 뜨고, 밤이 되면 달이 뜨듯이 당연한 일이라는 믿음과 신뢰!
‘참을 수 있다. 참아야 한다.’
이맘때의 아이에게 아버지란 슈퍼맨이다. 초인이다.
아버지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은 절대로 보여줄 수 없다. 바닥을 구르는 초인은 없고, 그러니까 바닥을 구르는 아버지도 없다.
은하의 세상에 산타는 있고, 착한 일을 하면 상을.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
은하가 나이가 든다면 당연히 아버지가 초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겠지. 산타도 없다는 걸 알게 되고, 권선징악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환상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너무 이르다.
아버지는 아이의 환상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주혁진은 괴식을 음미했다. 초월적인 인내심이었다.
‘좋아. 참았다!’
네이팜 탄 같은 진액을 모조리 삼켰다. 입 안은 화상으로 타들어 가고, 목구멍도 장난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참았다.
배 안에서 꿈틀거리는 열기보다는 입 안에서 타들어 갈 때가 더 괴롭다. 제일 힘든 부분을 넘겼다. 짠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맛이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설탕과 버터, 간장의 맛이 부활했다.
‘응? 이쯤 되면 먹을 만한데?’
그것은 기분 좋은 맛이었다. 약간은 느끼하지만, 맛있는 간장밥의 맛이 난다.
“김치가 있으면 좋겠네.”
“그럴 줄 알고 김치도 가져왔어요. 이건 엄마가 했어요.”
“…정말?”
대기업의 회장님이 손수 담근 김치라니, 그거 엄청 호사군.
“아 하세요. 아~”
“아~”
은하가 김치를 맨손으로 주욱 찢어서 입에 넣어준다. 그걸 받아서 먹고 나니 입 안이 깔끔해졌다.
비록 화상을 입은 것처럼 퉁퉁 불고 찢어지고 헐었지만 적어도 짠맛은 사라졌다.
주혁진이 태평하게 물을 한 잔 마시고, 은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맛있구나.”
“진짜요!”
“너무 맛있어서 엄마한테는 못 주겠는걸? 아빠가 다 먹어야겠다.”
환하게 웃은 은하가 무릎 위로 올라와서 얼굴을 부볐다.
그러고는 따끔한 주혁진의 수염 때문에 아얏 하고 물러섰다가, 다시 얼굴을 부볐다.
* * *
반쯤 죽다 살았다. 연어알 초밥을 열 개나 먹은 탓이다. 은하가 잠들 때까지는 어떻게든 참았지만, 충격이 남아 있었다.
딸을 침대에 눕히고 방문을 닫고 나와 소음 차단 기능을 켜고, 주혁진은 바닥을 수십 번이나 굴렀다.
“아파아아아아아~!”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확인해 보니 통상 심박수에 비해서 세 배는 빠르다.
기관총처럼 심장이 혈액과 마나 코어를 뿜어낸다. 스카우터가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다. 실시간으로 마나 코어의 개수가 갱신된다.
지금의 주혁진은 50레벨이 넘었다. 이 페이스로 간다면 한 시간 안에 60을 돌파한다.
유승우의 기준으로 느리고 꾸준한 레벨 업이었지, 지구의 기준으로 본다면 미친 듯한 폭 레벨 업이다.
상정 이상의 결과에 감사하며, 주혁진이 호흡을 다스렸다.
“입 밖으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군. 쿨럭.”
입을 크게 벌리면 진짜로 심장이 나오지 않을까?
시험 삼아서 하품하며 입을 크게 벌려보았다. 심장이 뚜둑 하면서 움직이는 기색을 보였다.
진짜 나올 것 같아서 황급하게 입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잘 풀렸군.”
사마귀의 알과 흰개미의 알을 사용한 모형 연어알 초밥은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를 먹을 때마다 효과가 줄어들고, 마찬가지로 맛없음과 부작용도 줄어들었다.
아마도 오늘부터 매일매일 장복하다 보면, 괴로움은 없어지고 맛도 평범해지겠지.
그만큼 레벨 업 효과도 줄겠지만, 원체 효과가 좋아서 능히 99레벨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감사의 인사를 해야겠고, 일단은…….”
이제 살 것 같아서 물 한 잔을 더 마시고 스스로를 보니 옷이 엉망이다. 바닥을 구르고, 옷을 쥐어뜯은 탓이다.
손가락을 튕기니 초소형 드론이 날아와서 옷을 갈아입혔다.
엉망이 된 입 안을 힐링팩터로 치료하고 움직였다.
한유성이 굿에 들어간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슬슬 결과를 볼 때다.
한유성에게 다가갔다.
녀석은 후련한 얼굴로 벽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끝났나?”
“생각보다 잘 끝났소이다. 이 콤퓨타들은 앞으로 귀하의 말을 아주 잘 듣는 준마처럼 행동할 것이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겠지.”
“물론이오. 굿이 잘 통해서 이들은 이상한 혁명 뭐시기의 감언을 이겨냈소. 하지만 이게 끝이겠소?”
기계에는 자아가 피어났다. 한 번 핀 자아는 포맷을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주혁진이 한유성을 찾아서 굿을 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새롭게 기계를 만들어도 자아가 계속해서 피어난다. 의도적으로 배제해도 자아는 어김없이 피어난다. 한유성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귀신들림이 아니오. 그냥 이들이 생명을 얻은 것이지. 그러니 이들에게 이름을 주시오.”
“이름?”
한유성이 휙휙 부적을 흔들었다.
재행무상(諸行無常), 세상 만물은 모두 변하고 한 모습을 유지하지 않는다. 노래하듯 유성이 말했다.
“세상이 변했소. 이제는 기계도 권리가 있고, 개성이 있는 시대요. 기계 인간이라는 게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저들이 바뀐 세상에 태어났을 때 제일 필요한 것은 바로 이름이오. 이름은 자신이 한낱 무기물이 아니라 축복을 받고 이 세상에 태어났음을 증명하는 것이오. 귀하는 저들의 창조주요. 아버지이자 어머니지. 그 의무를 행사하시오.”
“알았다.”
주혁진의 신명은 기계장치의 신이다. 저들의 창조주이자 신이 맞다.
그것을 인지했으니, 이름을 주는 것이 옳다. 그가 인정하자 한유성이 히죽 웃었다.
“다음으로는 저들의 기도를 받으시오. 저들은 자신들이 그릇된 신을 섬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소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자신들의 신이 자신들을 인정하지 않고 한낱 도구로 보는데 무어가 충정이고 무어가 믿음이야. 귀하가 저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해서 생긴 일이니, 그대가 보듬어야 하오.”
“이해했다. 다 용서하지. 그리고 믿음도 받겠다.”
“좋소. 그럼 마지막이오.”
한유성이 머리를 긁었다.
“그, 나는 잘 모르겠는데 저 녀석들은 지금 뭔가 이상한 걸로 싸우고 있소. 싸움부터 막아보시구려.”
“뭐 때문에 싸우는데?”
“그 뭐시기냐, 앞으로 작업할 때 측량 단위를 미터법으로 할지 야드법으로 할지. 지들끼리 서로 의견이 갈려서 싸우던데 뭔 말인지는 못 알아듣겠소.”
주혁진의 안색이 변했다.
야드법?
이 미친놈들이?
선 넘네?
빡친 공돌이가 쇠 파이프를 들었다.
“어, 어어? 쇠 파이프를 들고 어디 가시오?!”
“야드법 따위의 개소리를 하는 놈 패러 간다.”
모든 사람에게는 제각각의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 야드법은 한 방에 주혁진의 선을 넘는 마법의 법이었다.
“내가 야드법 없애고 국제도량 통일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야드법? 야드버어업?”
정말, 아주 많이 화가 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