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09)
괴식식당-409화(409/613)
409화. 변신 (1)
리들러의 직업은 우주비행사다. 사이버다인 재단에서 운영하는 우주 개발 계획의 비행사로서, 삼만 명 중에서 단 열 명을 뽑는 극악한 조건에서 당당히 살아남았다.
그의 임무는 달 기지의 관리다.
달. 이런 허허벌판에 관리할 게 무어가 있겠나 싶겠지만, 달에는 중요한 시설이 몇 개 있다.
첫 번째는 데이터 서버. 관리자인 리들러조차도 무엇이 저장되어 있는지 모르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은 지구에 있는 서버 데이터의 30% 정도나 되는 엄청난 크기와 데이터량을 자랑한다.
무엇이 들어 있을까 궁금해서 데이터 서버를 해킹하려 했던 동료는 전출당했다.
오토마타 병사들의 손에 체포되어 초고속 편도 로켓에 들어가서는 단번에 지구로 날아갔다.
그 후의 이야기는 모른다만, 적어도 다시는 해킹을 시도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두 번째는 거대한 시설. 데이터 서버와 마찬가지로 관리자조차도 용도를 모르는 거대한 시설이다.
이 시설의 출입과 보수, 관리는 오로지 오토마타 병사가 한다. 그 엄중한 설비에 동료들은 지구를 구할 거대 로봇이라도 있는 게 아니냐며 웃기도 했고, 외우주를 탐험할 우주선이 들어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했다.
“아니,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은 우리가 기지를 관리하는 건 아니구나. 죄다 오토마타가 하네.”
엄밀하게 따지면 달 기지의 관리는 오토마타가 한다. 그러니까 리들러와 동료가 하는 일은 게이트의 파괴가 주 업무라 할 수 있다.
달이라고 해서 게이트가 안 나오진 않는다. 지상보다는 확실히 낮은 빈도로 발생하지만, 달에는 사람이 적으니 피로도는 비슷하다.
결국 이 시대 우주비행사의 임무란 게이트의 파괴가 주 업무이기에 리들러 또한 각성자였다.
그의 레벨은 50대. 지상에 있었다면 어디 가서도 대우받는 초일류 헌터다. 거기에 우주비행사로서의 소양도 갖추고 있으니 몸값은 금값이다.
“앞으로 석 달.”
석 달만 지나면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 통장에 그득하게 찬 돈으로 무엇을 할까, 즐겁게 생각을 이어가며 리들러가 무전 버튼을 눌렀다. 지상의 미국 항공우주국 존슨 우주 센터, 통칭 휴스턴으로 이어지는 무전이다.
“휴스턴, 오늘의 달은 아주 쾌적하다. 게이트의 조짐도 없고 레골리스의 흩날림도 적어. 게이트 유도기의 점검을 마치면 귀환하겠다.”
-확인했다. 오늘도 귀하의 헌신에 감사하며, 안전을 기원하지.
“호의에 감사한다, 휴스턴. 좋은 밤이 되길.”
-좋은 밤이 되길.
우주비행사는 생존 수당이 세다. 지상의 어떠한 직업에 비해서도 월등하게 높다.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수하면 죽고, 구조는 없다. 비싼 게 당연하다.
그래도 지금은 달에 기지가 세워지고, 오토마타 병사가 있어서 한결 낫다.
예전에는 지금보다도 생존 수당이 두 배 높았다니까, 전대 우주비행사들이 얼마나 위험했을지는 감이 온다.
휴스턴과 통신할 때 계속해서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는 것은 언제 죽을지 모르던 시절의 잔재라 들었다.
‘지금은 그런 걱정은 별로 안 해도 되는데 말이야.’
과학의 발전으로 무수히 많은 죽음의 위험이 사라졌다.
이제는 산소 유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조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걱정거리라고는 게이트와 몬스터뿐이다.
‘그 몬스터가 문제지만.’
어쨌든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났다. 리들러는 업무 일지를 꺼내 기분 좋게 일지를 적었다.
오늘의 달 기지 일지.
특이사항 없음.
없음이라는 글자가 참 좋다.
“좋아, 퇴근이군.”
리들러는 전설적인 팝의 황제가 추던 춤을 어원으로 하는 월면 차량, 문 워커의 바퀴를 기지 방향으로 돌렸다. 퇴근하고 게임을 할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흐흐흥~♪”
그러길 몇 분.
뭔가 이상한 게 보였다.
리들러는 반사적으로 총을 꺼냈고, 무전을 활성화했다. 휴스턴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응답을 받았다.
-무슨 일인가, 리들러.
“이상 사태 발생. 한곳에서만 집중적으로 레골리스가 흩날리고 있다. 뭔가가 있어.”
레골리스는 달 표면에 곱게 쌓인 검은 모래를 말한다. 이것은 지상에서는 그냥 모래 먼지겠지만, 우주 공간에서 생기는 우주 먼지.
레골리스는 많은 걸 의미한다. 레골리스는 곱고 미세한 까닭에 기기의 고장을 불러온다. 그리고 가벼운 충격이나 진동에도 흩날리기 때문에 게이트가 발생하는 전조 증상으로 보기도 한다.
저렇게 한곳에서 집중적으로 생기는 레골리스는 게이트로부터 몬스터가 빠져나왔을 때 생기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몬스터가 빠져나온 듯하다.”
-시기적으로라면 이틀 전에 생긴 게이트의 영향인가? 당시의 몬스터라면…….
“핫도그.”
-그렇지. 핫도그겠군.
먹는 핫도그가 아니라, 불타는 개라서 핫도그다.
몬스터의 이름을 정하는 것은 ISAC인데, ISAC는 몬스터에게 그럴듯한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 최대한 촌스럽고 볼품없게 짓는다.
그래도 그렇지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성인 남자가 무전으로 핫도그 타령을 하려니 우습군. 리들러가 쓰게 웃으면서 문 워커를 세웠다.
“접근하겠다.”
핫도그는 이름처럼 개와 비슷한 습성을 가지고 있어서 땅을 판다.
흩날리는 레골리스.
저 비정상적인 모습은 핫도그가 땅을 파고 있다는 증거다.
한 마리쯤이라면 소지한 권총으로 제거할 수 있다.
숨을 죽이고 접근한다.
레골리스의 모래 폭풍 사이로 무엇인가가 보인다.
기습해야 하나?
그런데 실루엣이 핫도그보다 크다.
두 발로 서 있고 머리가 있고 양팔이 있다. 인간형이다. 하지만 어깨에는 커다란 혹이 있다.
저런 커다란 혹을 가진 인간형 몬스터라니,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신형 몬스터라는 생각에 리들러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아니면, 외계인일지도 몰라!’
미지란 공포. 우주는 미지로 가득한 곳이기에 우주비행사는 공포를 극복해야 한다.
리들러가 공포를 누르고 권총을 고쳐 쥐었다. 그때였다.
우주 공간에, 들릴 리가 없는 상황에서 뚜렷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아, 죄송합니다.”
“??”
“제가 놀라게 해버렸군요.”
유창한 한국어다. 세계 공용어가 한국어이기에 리들러도 알아들었다.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먼지 폭풍 속에서 한 사내가 걸어왔다.
“딱 걸렸네요.”
흰 와이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평범한 지상의 옷차림 그대로 달 위에 서서 이쪽을 본다.
어깨에 있던 커다란 혹은 자세히 보니 파란 슬라임이었다.
“뿌뿌. 걸렸으니 튀자뿌.”
“그래야겠지. 꽉 잡으렴.”
청년과 슬라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리들러가 눈을 깜빡이니, 사내가 싱긋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좋은 밤 되세요.”
“좋은 밤 되라뿌.”
슬라임도 이쪽을 보며 손을 흔든다. 리들러는 엉겁결에 마주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러자 녀석들은 풀쩍 뛰어서 지구로 날아갔다.
로켓처럼 힘찬 점프였다.
리들러는 물끄러미 하늘을 봤다.
무전이 시끄럽다.
-리들러. 응답해라, 리들러.
“휴스턴.”
-리들러, 무사했군. 어떻게 된 일인가. 어떤 몬스터였지?
“…….”
-리들러!
리들러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입을 다물었다.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미쳤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리들러가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내뱉은 말은 그냥 사실적시였다.
“잘생긴 동양인 청년과 파란색의 슬라임이었다.”
-뭐?
“와이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그냥 청년이었다고.”
-리들러.
“인사를 하고는 크게 점프를 뛰어서 지구로 돌아갔어.”
-리들러, 약이라도 했나? 아니면 몬스터의 정신 공격에 당해서 착란 상태인가? 그도 아니면 스트레스로 미친 건가? 제정신은 맞나?”
그래, 그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어. 리들러는 한숨을 쉬며 터벅터벅 문 워커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업무 일지를 끌어와서는 슥슥 빗금을 긋고는 다시 고쳐 적었다.
-오늘 달 기지의 특이 사항.
동양인 청년과 슬라임이 왔음.
ps. 난 약쟁이 아니다.
바디 캠 확인 요망.
* * *
달에 가서 한 아름 흙과 돌을 퍼왔다. 마당에 흙을 붓자 영식이가 기쁜 듯이 몸을 구른다.
“뿌, 이거 기분 좋아뿌.”
달의 흙은 아주 곱고 서늘하다. 그 위에서 뒹굴면 기분이 좋아진다.
승우는 그런 영식이를 몇 번 굴려주고는 달의 돌을 마당에 늘어놓았다. 나비가 쪼그려 앉아서 돌을 보다가 꼬리를 흔들었다.
“지구의 월석은 크게 두 종류구냐?”
“눈썰미가 예리한걸? 맞아. 월석은 두 종류야. 저기 달을 봐봐.”
나비와 승우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커다란 보름달이 보인다.
“저기 토끼 모양처럼 보이는 짙은 곳이 있지?”
“앗, 확실히 토끼 같다냥.”
“그 부분을 지구인들은 달의 바다라고 해.”
“바다냥? 달에는 바다가 없다냐.”
“그래도 지상에서 보면 바다처럼 보이잖아.”
나비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봐도 바다처럼 보이진 않았다. 아일루로스의 시력이 너무 좋은 탓이다.
승우가 피식 웃고는 나비의 볼을 잡아당겼다.
“인간의 시력으로는 그렇게 보인다는 뜻이야.”
“부냥.”
“바다 부분에서 채취한 돌은 현무암이랑 비슷한데, 달의 기운을 흡수했기에 음의 마나가 충만하지.”
“달에도 음과 양이 있구냥. 달은 그냥 음인 줄 알았다냐.”
“흰 부분은 양, 바다 부분은 음. 지금 필요한 건 음의 월석뿐이니까, 나머지는 정리하자.”
“우냥.”
나비가 마대를 가져와서 양의 돌을 골라 따로 담았다. 인벤토리가 무한이라고 해도 무작정 던지면 정리가 안 된다.
마대에 양의 월석이라고 이름표를 붙이고 인벤토리에 넣었다. 적절한 이름 표기와 묶기는 인벤토리 정리의 비법이다.
낼름낼름 달의 흙을 핥아보던 영식이가 재채기를 했다. 너무 미세한 까닭에 간지럽다.
몸 안에서 간질간질한 달의 흙이 돌아다닌다. 재미는 있지만, 간지럽다.
“엣쁑.”
영식이는 몇 번이나 연속으로 재채기를 해서 흙을 빼냈다. 그런 녀석을 어깨 위에 올리고, 승우가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주방으로 갈까?”
“뿌뿌!”
종종걸음으로 나비가 따라온다.
셋은 사이좋게 주방으로 향했다.
* * *
요 근래 승우는 질려 버렸다.
오는 사람마다 자신이 레벨 업을 해야만 하는 사연을 설명하고, 레벨 업을 위한 괴식을 요구한다.
이 시기에 레벨 업에 대한 괴식은 상당히 연구가 진행된지라, 괴식학원이 경영하는 괴식점이나 괴식 스트리트에 가면 얼마든지 레벨 업 괴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승우를 찾아오는 까닭은 압도적인 효과 때문이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헌터, 남들보다 강한 헌터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 같은 걸 먹어서는 안 된다.
앞서기 위해서는 더 뛰어난 괴식을 먹어야 한다.
마음이야 이해 못 할 것도 없지만, 역시 질렸다. 만들기 싫다.
재미없다.
마침 정부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들어왔다.
괴식 식당에서 하는 괴식 챌린지를 완식하면 아티팩트를 준다.
도전권은 1억. 이것이 헌터들과 각성자들 사이에 사행성을 강화시키고,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의견이 있었다. 따라서 경찰청은 강제는 아니지만, 앞으로는 자제해 주면 어떻겠냐고 승우에게 의견을 타진했다.
승우는 그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참에 괴식 챌린지를 접기로 마음먹었다.
괴식 챌린지를 안 한다면 이제부터는 무엇을 할까. 그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제부터는 특이한 괴식을 연구할 거다. 레벨 업 효과는 적고, 재미있는 괴식을!
그 첫 시작이 바로 달의 돌을 사용한 요리다.
“좋아. 시작해 볼까.”
주방에 들어선 승우가 중화식도를 빙글빙글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