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1)
괴식식당-41화(41/613)
041화. 풀 메탈 히어로즈 (2)
기동 기갑팀이 만들어진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싸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각성자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을 육성하고 훈련시키는 것에는 많은 시간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수가 적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민간 피해, 전력의 구멍.
정부와 각 나라의 수뇌들은 효과적인 전력 증가를 도모할 필요가 있었다.
그때 세계 최고의 과학력을 지닌 기업, 사이버다인이 나섰다.
그들은 미군이 가지고 있던 파워드 아머를 토대로 하여, 모든 장비가 기계로 된 병력을 만들었다.
워 기어.
인간이 탑승하여 다루는 기계 병사.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과제.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이 탑승하여 다룰 수 있어야 하는 로봇.
그것이 워 기어의 쟁점이었다.
개발사인 사이버 다인은 그 점을 십분 고민하여 워 기어를 설계했다.
워 기어를 사용한 싸움은 인간이 싸우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가속과 중력이라는 현실적인 에너지를 바탕으로 하늘과 지면, 공간을 3차원적으로 통제하며 비행한다.
그럼 순발력과 전투 감각이 중요해진다.
복잡한 기계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
팀원들과의 호흡이 좋은지 말이다.
결국, 워 기어의 조작은 게임과 닮아 있었다.
그 점에 착안하여 한 사람이 프로게이머로 구성된 팀을 모아보자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남자의 주장에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프로게이머로만 구성된 워 기어팀이 만들어졌다.
프로게이머들이 다루는 워 기어는 다른 일반인들이 다루는 것보다 탁월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들은 몬스터를 대상으로 수차례 임무를 성공하는 등 쾌거를 이뤘고, 남자의 주장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그렇게 창설된 팀 중 하나가 바로 풀 메탈 히어로즈다.
그들은 곧 기동 기갑팀의 최정예로 불리며 전 세계를 누비는 강력한 전력이 되었다.
이들의 자랑은 현재까지 실패한 임무가 없다는 것.
그리고 팀의 창설에 관여한 사람, 그러니까 그 사람이 ISAC의 총장이었다는 것이다.
총장과 관련된 기갑팀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풀 메탈 히어로즈’는 나름의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제복에 새겨진 거대한 쇠망치.
그리고 엠블럼에 수놓아진 글자.
[절대 승리]실패나 패배란 없다는 기조 아래.
기동 기갑팀, 풀 메탈 히어로즈의 팀장.
우해나가 게이트 주둔군 지부에 도착했다.
그녀가 이정훈을 향해서 경례를 올렸다.
“제6기동 기갑팀, 팀장 우해나입니다.”
“반갑네. 지부장인 이정훈이네.”
이정훈은 우해나를 보며 감탄했다.
체구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딱 벌어진 어깨와 반듯한 걸음걸이.
빛이 폭발하는 듯한 안광!
군인의 표본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세련된 여성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백강혁이 헤에- 하고 입을 벌리며 볼 정도로!
“이야, 난 강한 여자가 좋더라. 군인이고, 기혼자인 게 아까울 정도로 멋진 분이신데요.”
강혁이 옆에서 깐죽거리며 그녀의 결혼반지를 가리키자, 민이 조용히 옆구리를 찔렀다.
다물라는 신호였다.
하지만 강혁은 히죽거리면서 그녀를 향해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가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
풀 메탈 히어로즈의 팀장보다도 퍼스트 오더의 직급이 높다.
그리고 이쪽에서 일하는 현장 병력들은 서로 기가 세기 마련이다.
고집도 강하고 남의 의견을 잘 안 듣는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무례하기까지 한 기선 제압을 통해서 기 싸움을 한다.
내가 너보다 강하니까 꿇어!
혹은 여기가 네 집이라고 생각하지마라!
…라는 등의 영역 다툼이다.
강혁의 그런 기선 제압 공격에.
“후.”
해나는 피식 웃더니만 손을 뻗어 강혁의 이마를 톡하고 때렸다.
“원 아웃.”
“……!?”
“쓰리 아웃까지 가면 재미없을 거야. 슈퍼스타 꼬마야.”
그녀는 매우 정중하게 대응했다.
예상외로 당황한 구석도 없고 험한 말도 없는 어른스러운 대처였다.
강혁은 얼굴이 벌게져서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로서는 드물게도 말이다.
그걸 보며 민과 정훈이 미소를 지었다.
‘녀석 제대로 임자 만났군’ 하고 내심 기쁜 눈치다.
강혁이 그걸 느끼고 인상을 팍 쓰며 작게 항의했다.
‘외부인이 와서 기선 제압 좀 하겠다는데 거들지는 못할망정!’
‘개소리 마라. 이제부터 한솥밥 먹을 사인데 외부인은 뭔 외부인이야!’
‘총장 직할팀한테 알력 행사라니, 미쳤나?! 자네는 좀 가만히 있게!’
민과 정훈이 연달아서 혼내니 강혁은 이내 어깨를 늘어트렸다.
‘이놈의 집구석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니까!’
강혁이 혀를 차든 말든, 정훈이 말했다.
먼 곳에서 온 손님이고 앞으로는 가족이 된다.
정훈은 그녀와 그녀의 팀에게 최대한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생각이었다.
“잘 와주었네. 자네들을 위한 숙소도 모두 준비가 다 되어 있어.”
“감사합니다. 후발 팀원들이 정비병과 같이 올 겁니다.”
“알겠네.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주의하지.”
상위 헌터급 또는 그 이상의 전력을 낼 수 있는 최첨단 장비, 워 기어.
그런 워 기어의 약점은 바로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냥 싸우면 되는 퍼스트 오더나 헌터와는 전혀 다르다.
관리하는 시간, 정비하는 데 들어가는 인력.
부품과 시설은 어찌할 것이며 자금도 막대하게 소모한다.
그래서 인식이 안 좋다면 안 좋은 부분도 꽤 있었다.
소위 돈으로 싸운다는 인식 때문에, 헌터들은 관리가 필요한 어린애라며 덮어두고 차별하거나 적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괜찮은 환대네…….’
강혁의 무례한 인사와는 다르게, 전폭적인 협력의 표시!
헌터들의 텃세를 지겹게 겪은지라 이런 호의를 받는 게 오히려 드문 일이었다.
대외 사항은 아니지만, 공공연한 총장의 직할 팀인데도 그런 괄시를 받는다.
그러니 다른 기동 기갑팀의 고충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린다.
하지만 여기서는 잘 일할 수 있겠군.
그녀가 생긋 웃었다.
“좋군요. 그럼 저희가 할 일은 더 이상 없는 겁니까?”
“없네. 자유 시간이야. 한가하다면 시내 안내라도…….”
“괜찮습니다. 가볼 곳이 있어서요.”
“가볼 곳?”
영화관인가, 아니면 국제 시장?
아니면 크리스털 밸리나 이곳 명물인 초기형 균열 안정기?
아니, 한국인이니 오랜만에 고향집에 가려는 것인가?
그러나 해나의 입에서는 정훈의 생각과는 멀리 떨어진 단어가 튀어나왔다.
“이곳에 몬스터의 부산물로 요리를 만드는 가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
그걸 누구한테 듣고…….
정훈과 강혁, 민은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모두가 고개를 흔들었다.
자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예전부터 몬스터 요리는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맛이 괴악하다면서요?”
다급하게 민이 대답했다.
“그… 그렇습니다. 괴악합니다. 그렇게 추천하지 않습니다만.”
“저 괴식 좋아합니다. 쿠사야도 먹어봤고, 수르스트뢰밍도 먹어봤습니다.”
“그건 대단하시네요. 하지만 단순히 냄새나는 음식과 몬스터식은 상당히 다른…….”
“먹어보고 싶은 것도 있어요.”
“……?”
“슬라임이 어떤 맛인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슬라임을 팔지 모르겠네요.”
“……!?”
슬라임의 맛은 알아서 뭐하게?
아! 그러고 보니 워 기어 파일럿은 슬라임을 유난히 싫어한다고 했었지!
‘그렇다고 씹어 먹고 싶어 할 정도로 싫어해?’
큰일이다.
민이 식은땀을 흘렸다.
‘못 가게 해야 해!?’
그러나 정훈이 눈치 없게도 말했다.
“아마 취급할 겁니다.”
“그래요? 좋네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녀가 떠난 후.
민이 장탄식을 내뱉었다.
“사고 쳤네.”
“왜 그러나?”
“지부장님. 큰일 났습니다.”
“왜 그러냐니까.”
“그… 용사의 밥집에 말입니다. 슬라임이 있는데요.”
“알아. 식용 슬라임 한 마리 키운다며? 그거 맛있다고 보고한 게 자네잖나?”
“그거 말고도 종업원으로 슬라임을 쓰고 있습니다. 변종 슬라임으로요.”
공문서 위조까지 해서 F-랭크로 만든 슬라임이 떡하니 있다.
민은 자신이 한 일이니만큼 모를 수가 없었다.
“고양이를 종업원으로 쓰는 거 같더라니 이번에는 슬라임?”
정훈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왜 하필 슬라임을 키우지?
그것도, 워 기어 파일럿이 오는 이 시국에?
기가 막힌 정훈이 역성을 내뱉었다.
“아니! 그럼 보고를 해야지!?”
“지부장님이 보고하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그래도 그런 중요한 건 보고해야지!”
“하란 겁니까, 말라는 겁니까!”
지부장과 민은 드물게도 언성을 높이면서 서로 싸웠다.
그러자 강혁이 코를 파며 중얼거렸다.
“소통의 단절이란 슬프구만. 그러니까 평소에 대화 좀 하고 살라고.”
“넌 닥쳐!”
둘이 동시에 소리를 지르자, 강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의 잘못은 아닌 거 같기 때문이다.
“역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니까.”
“닥치라고!”
“저놈의 주댕이를 그냥?!”
결국은 민과 이정훈의 사소한 싸움이 원인인 모양이다.
다 큰 성인들이 기 싸움이나 하다니 꼴불견이야.
좀 전까지 우해나를 상대로 기 싸움을 하던 강혁이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 * *
가게의 문이 열리고, 벨이 울렸다.
우해나가 들어오는 순간 승우는 그녀가 기동 기갑팀의 일원임을 알았다.
그녀가 입은 갈색의 제복에 새겨진 망치 문양.
태지가 말해준 것과 같다.
‘역시 왔나.’
태지가 그렇게 경고하더라니, ‘결국, 올 게 왔군!’이란 기분이었다.
뭐, 그래도 일은 일이니까.
나비가 힐끔 보다가 쪼르르르 달려가서 접객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냐!”
“어머, 귀여운 고양이. 안녕.”
나비가 주문을 받는 동안, 그럼 영식이는 무엇을 하는가.
‘으, 으으으으. 힘들어! 힘들다구!’
최대한 힘을 모아! 정신을 집중해서 어린아이인 척을 하고 있었다.
슬라임의 말캉말캉한 몸은 의지와 정신을 집중한다면 모습을 바꿀 수 있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어린애처럼 변하기는 했지만, 피부색까지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결국, 푸른 피부를 가진 아이가 되어버린 것.
하지만 이건 요즘 세상에서는 꽤 있는 일이다.
각성을 일찍 해서 양서류의 피부를 가지게 됐다던가 하는 일은 흔하다.
그냥 피부가 파랗게 되는 각성을 했나 보구나 하는 식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문제는 크다.
‘모, 못 버티겠다.’
출렁- 하는 소리를 내며 영식이가 다시 슬라임의 모습이 됐다.
그렇다.
모습을 바꾸고 유지할 수 있는 건 수십 초가 한계!
인간으로 치자면 힘을 줘서 근육을 크게 키우는 것과 비슷한 요령이다.
복근이나 이두박근에 힘을 주는 것도 수십 초면 힘이 드는 법이다,
그걸 전신에 해야 한다!
“음? 지금 뭔가 물 쏟아지는 소리가……?”
해나가 고개를 돌려 영식이가 있던 방향을 봤다.
하나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소파가 있었을 뿐이다.
“기분 탓인가…….”
“손님냥. 슬라임 요리는 디저트만 제공된다냥. 아이스크림, 푸딩이다냐. 다만 주의 사항이 있다냐.”
“주의 사항? 맛이 없니?”
“맛은 있다냐. 그냥 칼로리가 무지 높다냐. 돼지 된다냐.”
“…그거 큰 문제로구나.”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소파 밑에 숨어 있던 영식이가 눈을 빼꼼 내밀었다.
‘우씨. 왜 저 손님 앞에서는 숨으라는 거야.’
일단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키니까 한다!
영식이는 투덜거리면서 다시 변할 준비를 했다.
‘아우, 생각할수록 이상하네. 저 손님 앞에서 모습을 안 보일 거면 그냥 지하실에 있으면 안 되나? 왜 일까지 하면서 숨어야 하는데!’
승우의 생각은 진짜 이해가 안 된다.
사정상 여기에서 일하고 있지만 사실 어째서 일하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는 건 모르는 것.
영식은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다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서빙과 청소를 빠르게 하고, 소파로 돌아오면 돼!’
영식은 후다다닥 뛰어가서 쟁반에 식기를 담았다.
인간의 두 다리는 무지 불편하지만 이럴 줄 알고 연습도 했다.
쟁반을 머리 위에 이고 달려서 싱크대로!
다시 돌아와서 행주로 테이블을 닦는다!
때로는 나비의 등 뒤에 숨고, 때로는 천장에 붙는다!
납작해져서 의자 밑에 숨기도 하고 동글동글하게 변해서 공인 척하기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여 서빙을 하길 20여 분.
꼬리가 길면 밟힌다.
힘차게 쟁반을 드는 영식이 따끔한 시선을 느꼈다.
“슬라임?”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