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10)
괴식식당-410화(410/613)
410화. 변신 (2)
ISAC의 A섹터 워 기어 정비 반장 카일. 본명은 김귀남.
그는 올해 나이가 마흔이다. 그는 요즘 느끼고 있다. 일 년, 일 년이 지날 때마다 몸이 무거워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 밤의 피로가 전혀 회복되지 않는다. 그뿐인가, 이제는 비가 오기도 전에 허리가 먼저 시큰거린다.
철야만 했다 하면 잇몸은 붓고 이빨이 붕 뜬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뿐인가, 스패너를 쥐는 손은 항상 따끔따끔하다.
“엄지 쪽에 통증이 있어서 건초염인가 했더니, 의사가 그러더라. 드퀘르뱅 증후군이래.”
“하이고오오…….”
“허리 디스크는 나날이 심해지고, 어깨에는 돌까지 생겼다더라.”
“돌은 또 뭡니까?”
“체질적으로 돌이 잘 생기는 바위 속성이시랜다. 시이벌, 요로결석 생겨서 뒈지는 줄 알았더니 이제는 어깨에도 돌이야. 이거 초음파 머시기로 매일매일 깨는 중인데 의료보험도 안 돼서 비싸더라.”
“세상에나, 반장님은 멀쩡하게 생겨서 아주 종합병동이시네요.”
부하 놈이 혀를 찼다. 김귀남은 잠깐 생각해 보다가 수긍하고는 이내 고개를 떨궜다.
“멀쩡한 부분이 없어. 당뇨에 고혈압에, 족저근막염에 드퀘르뱅 증후군에 어깨에는 돌이 있고, 요로에도 결석. 목은 디스크에 허리도 디스크. 추간판이 너덜너덜하다는데, 재생 능력이 의미가 있긴 한가?”
“거시기, 재생 능력자인데 그렇게 많이 안 좋으면 치료도 못 하는 거 아님까?”
“그거야 재생 시점을 리셋해 주는 물약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돼. 하지만 멀쩡한 부분이 없는 건 진짜 충격이다.”
머리도 희끗희끗해진다. 탈모가 없는 게 유일한 위안이다.
밀려오는 한숨을 내뱉으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정말이지 시간이 가는 게 무서워질 지경이다.
“서른 중반 때까지는 안 이랬는데…….”
“반장님이 서른 중반 때는 어땠는데요?”
“그때는 날아다녔지.”
“풋.”
부하 놈이 웃는다. 김귀남은 울컥해서 놈의 이마에 딱밤을 후려쳤다. 따악- 하고 시원한 소리가 난다. 부하 놈이 눈물을 흘렸다.
“아파요! 각성자가 사람 때려도 되는 겁니까?”
“너도 서른 중반 넘어봐라.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몸이 나빠지는 게 실감이 될 거다.”
“저 아직 이십 대 후반이거든요. 한참 남았네요, 뭐.”
“좋을 때니까 막 놀아둬. 서른 중반부터는 맥주만 먹어도, 눈알이 발발발 떨린다. 농담 같지?”
“네.”
“이 나이의 아저씨들은 사는 거 자체가 고생이야. 숨만 쉬어도 괴롭다고. 허리고 어깨고 쉴 틈 없이 아프지. 겨우겨우 휴가를 받거나 휴일이 돼서 밀린 게임이나 진득하게 해볼까! 하고 집에 가봐야 힘이 안 나. 육체가 디지겠다고 비명을 지르지.”
“으악.”
“힘드니까 못 하고, 그래도 게임은 하고 싶어서 계속 사지. 결과적으로는 할 시간이 없어서 게임과 플라모델이 차곡차곡 쌓여. 나이 먹는다는 건 좋을 게 없어. 너 인마, 보약은 먹고 있냐?”
“어머니가 자꾸 사서 보내주시는데, 안 먹고 다 버리죠. 맛도 없고 귀찮고…….”
“많이 먹어둬라. 나중에 나이 먹고 보약 없으면 몸이 안 움직이게 돼. 그때 못 먹고 버린 보약이 어른거릴 거다. 파스, 사포닌, 타우린, 카페인이 없으면 몸이 안 움직여요.”
“아, 그래서였구나. 반장님 주변에서 계속 파스 냄새나요.”
딱-.
청아한 딱밤 치기 소리가 퍼졌다.
진짜로 세게 친지라, 부하는 바닥을 굴렀다. 이십 대 후반이면 아직 길거리 맨바닥에서 몸을 굴러도 괜찮은 나이다.
김귀남은 꼰대 부심을 부리면서 퇴근길을 걸었다.
건강을 위해 산책 삼아 출퇴근은 걸어서 한다.
김귀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정비반은 그렇게 한다. 몸은 재산이고 유일한 밥벌이 수단이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보약을 진짜로 챙겨주는 곳은 ISAC뿐이다. 퇴근길 보약을 홀짝이면서 부하와 퇴근하는 게 김귀남의 마지막 의식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슬슬 용사의 밥집에 가봐도 되는 거 아니에요? 저도 가보고 싶은데요.”
“으으음, 괴식 해금에 대한 지시사항은 따로 없었다만…….”
정비반은 괴식 섭취를 금지당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통계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괴식은 섭취 시 87.5% 확률로 부작용이 발생한다.
현장을 뛰는 헌터들은 부작용을 무시한다. 워낙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비반은 아니었다.
이들은 효과가 좋은 괴식을 먹어도 활용할 기회가 적다. 그런데도 부작용이 터지면 일을 못 한다.
워 기어는 섬세한 기계다. 정비반이 아니면 수리는 고사하고 관리조차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중요한 인재인 정비반은 괴식 섭취가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게이트가 안정화됐으니까…….”
악마 게이트가 엄청나게 생겼었지만, 이제는 안정됐다.
출현은 줄었고, 악마 퇴치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서 헌터들이 잘 대처한다.
심지어 김귀남의 아내인 해나는 워 기어로 악마를 퇴치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정식 명칭 허니 스시. 악마를 한 방에 소멸시키는 힘이 있기에 헌터들이 흔히들 멸살지옥성마꿀폭탄, 혹은 홀리 스마이트 밤이라 불리는 괴식을 챙겨뒀다가, 기관포에 발라서 쏘는 재치를 발휘한 덕분이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우리도 먹어도 괜찮을 거다.”
“오, 반장님이 책임지는 건가요?”
“정비 반장의 현장 판단이니까, 그래. 내가 책임진다.”
둘은 용사의 밥집을 찾았다.
감개가 무량하다.
아내가 이 집의 슬라임을 공격한 것에 대한 사죄 인사 겸, 자신의 화상을 치유해 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위해 왔던 이후 처음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
“아, 잠깐만. 여기 저녁 여섯 시 이후엔 영업 안 하잖아.”
“아! 맞아. 그랬었죠.”
“이런, 헛걸음인가…….”
혀를 차고 돌아갈 찰나였다.
부하가 외쳤다.
“반장님, 여기 보세요.”
“뭔데?”
“여기 이벤트 중인가 봐요.”
입구 앞에 무엇인가 걸려 있었다.
메시지 보드다.
[기간 한정, 울프 페스티벌.] [오후 10:00 ~ 11:50.] [참가 조건: 연령 30대 후반.] [입장료: 100,000원.] [장소: 뒷마당.]김귀남이 턱을 긁었다.
“울프, 페스티벌이 뭐지?”
“뭔지 몰라도 저는 못 하네요.”
“연령 제한 30대 후반이라니까.”
“연령 제한이 너무 빡세잖아요!”
“나도 30대 후반 제한 걸린 건 처음 본다.”
“노친네끼리 모여서 뭐 하는 걸까요?”
“아이고, 이 밉상. 말을 해도.”
따콩, 하고 또 한 번의 울림.
새빨개진 이마를 부여잡고 부하가 몸을 배배 꼰다.
김귀남은 그런 녀석에게 헤드락을 걸면서 생각했다.
“민속놀이라도 하나?”
뒷마당에 모여서 하는 게임인가?
그건 그거대로 재밌을 것 같다.
예전에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자주 게임을 했다. 서른 살 아저씨들 넷이 모여서 치킨 한 마리와 게임기면 세상에서 제일 즐거웠지.
나이를 먹고, 가정이 생기고, 세상이 이 꼬라지가 된 후에는 모이기 힘들어졌지만.
“흠…….”
김귀남이 시계를 봤다.
지금 시간은 오후 7시 반.
오늘은 아내가 야근이기에 집에는 아무도 없다.
아이는 당분간 친정에서 봐주니까, 진짜로 돌아가면 아무도 없는 날이다.
“난 기다렸다가, 이 페스티벌에나 참가해 보련다.”
“진짜요? 이거 엄청나게 수상한 페스티벌인데…….”
“어차피 돌아가면 할 거 없어. 게임할 기력도 없고.”
“노친네, 짠하다, 짠해…….”
“시끄러. 넌 어서 가.”
김귀남이 벌러덩 마당에 누웠다.
부하는 그런 그를 보다가 꾸벅 인사하고 집으로 떠났다.
녀석의 등을 보면서 잠시 누워 있으려던 김귀남은 금방 잠이 들었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주변에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 * *
울프 페스티벌의 참가자는 모두 서른 명이었다. 기습적으로 갑자기 한 것치고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금요일 밤에 모여주었다.
뒷마당의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을 보며 나비가 냐하하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 사람들은 다 운이 좋구냥.”
이번 괴식은 먼저 먹어봤다. 아주 재밌는 요리였다. 어린 나비와 영식이는 재미만 있었지, 효과를 받을 수 없었지만. 저들은 효과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터. 꼬리를 세우고 기분 좋게 도구를 세팅했다.
“냥냥. 잠시만 떨어져 달라냐~”
뒤뚱뒤뚱하며 나비가 캠핑용 화로를 가져왔다. 서른 명이니까, 열 개면 되겠지.
화로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나, 나비가 곧 내용물을 채웠다. 장작인가 했더니 장작이 아니다.
눈썰미 좋은 김귀남이 고개를 갸웃했다.
“현무암이 불에 타나?”
“아깝다냐~ 반만 맞았다냐.”
“그럼 이건 뭐야?”
“월석이다냐.”
승우와 영식이가 달의 바다에서 캐온 음의 월석은 현무암이다. 검을 현(玄), 굳셀 무(武), 바위 암(巖). 검고 단단한 바위다.
용암이 식고 굳어서 만들어진 바위이기에 공기가 빠져나간 자국, 구멍이 송송 뚫렸다. 그 구멍에 꼼꼼하게 달의 모래, 레골리스를 채웠다.
김귀남이 어이가 없는지 멍하니 돌을 계속 구경했다.
“달의 돌이면 엄청 비싼 건데.”
“달에서는 그냥 돌이다냐.”
“그거야 그렇지만, 달까지 오고 가는 운송비라는 게 있으니까 말이야. 연료값만 생각해도 엄청나.”
열 개의 화로에 월석을 이만큼이나 채웠다. 이정도 양이면 억은 가볍게 넘고, 거기에 열을 하나 더 붙여도 부족하다.
대체 오늘은 십만 원이라는 입장료를 내고 무엇을 먹게 되는 걸까.
영식이가 트레이를 밀면서 나타났다. 녀석이 미는 트레이에는 여러 가지 이상한 재료가 있었다.
감정 스킬이 있어서 감정사 면허까지 따둔 김귀남이 빠르게 재료를 훑었다.
“바곳의 꽃, 수은, 늪 바닥의 진흙. 나팔꽃, 아쿠아마린.”
요리 재료가 한 개도 없다. 바곳의 꽃과 나팔꽃은 독이고, 수은도 독이다. 늪 바닥의 진흙은 대체 왜 있는지도 모르겠고, 아쿠아마린은 보석이다. 하지만 이해도 됐다.
여긴 용사의 식당이다. 괴식을 먹이는 곳이다. 평범한 재료가 나오면 오히려 놀랄 일이지.
“불 붙이겠다냐. 뒤로 가라냥.”
나비가 화로에 무엇인가를 뿌리고 불을 붙이자, 월석이 타들어 가면서 푸른 불꽃이 일렁거린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푸른 불꽃이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잦아든다. 시선을 잡아끄는 불꽃의 마력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렇게 사람들이 조용해지니 승우가 나타났다. 그가 싱긋 웃었다.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말은 평범하다.
그런데 뒤이어서 나오는 말은 평범하지 않았다.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재밌는 경험을 선물하려고 합니다.”
“재밌는 경험?”
“무엇인지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상하다. 참을 수 없이 수상하다.
모여서 그냥 밥 먹고 스타나 하는 모임인 줄 알았는데, 수상한 기운이 풀풀 난다.
김귀남이 경계하고 있으니 나비와 영식이가 다시 한번 트레이를 밀면서 나타났다.
고기다. 아마도 돼지고기겠지. 훌륭한 마블링을 가지고 있고, 촘촘하게 칼집이 들어간 벌집 고기다.
돼지고기치고는 입장료가 조금 비싼 게 아닌가? 그리 생각했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월석을 쓰지 않았는가. 귀한 걸 봤으니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
“지금 나눠 드린 고기를 화로에 직접 구워서 드시면 됩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인이라면 다 안다. 화로도 줬고, 고기도 줬다. 바곳의 꽃이나 나팔꽃, 진흙처럼 수상한 물건도 있지만, 어쨌든 이것은 바비큐 파티다.
고기 하면 껌뻑 죽는 게 한국이다.
승우가 말하기 전부터 성질 급한 사람들은 고기를 굽고 있었다.
푸른 불꽃이 단숨에 고기를 익힌다. 느껴지는 화력은 오히려 은은하고 약했는데, 보기보다 화력이 매우 강한 모양이다.
불판에 고기를 올리고 3초도 되지 않아서 익었다. 마치 도자기 굽는 곳에 넣고 만드는 3초 삽 삼겹살 같다.
“맛있어…….”
“와!”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린다. 김귀남도 서둘러 고기를 입에 넣었다.
촤악 하고 퍼지는 육즙. 이거 특상품 돼지고기다.
“아무리 특상품이라고 해도, 돼지고기가 이렇게 맛있었나?”
신기할 정도로 맛있네.
우적우적 다음 고기를 씹는 순간이었다.
우드득.
“응?”
어디선가 묘한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