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18)
괴식식당-418화(418/613)
418화. 함정 (3)
바사고는 애가 탔다. 다른 악마들 앞에서 호언장담했는데, 막상 승우가 너무 잘 버틴다.
무너져도 예전에 무너졌어야 했는데 아직도 건재하다.
“역시 세 개의 신명을 가진 투신. 그 비범한 적응력은 어디 가지 않는군.”
태어나자마자 신력을 흡입하고 마구 낭비하는 로열 블러드, 진짜배기 신들과는 다르다.
놈의 태생은 평범한 인간이다. 그런데도 이 짧은 시간 안에 저리 적응하다니 괴물이 따로 없다.
감탄하는 마음 반, 질색하는 마음 반으로 바사고는 거울을 봤다.
마법의 거울은 여전히 지구를 비추고 있다. 파란 아지랑이는 지금도 승우에게 모이고 있다.
농도와 밀도는 예전보다도 더하다. 저 정도의 양이면 이미 폭주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
“끄으으으으음…….”
무너질 듯이 굴지만, 무너지지 않는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흘러넘치면 제2의 함정이 발동하여 모든 일은 순탄하게 진행될 터.
잡힐 것 같지만 잡히지 않는 신기루를 보는 기분이다. 바사고의 애간장은 점차 타들어만 갔다.
“대체 왜 이렇게 됐지? 원인은 무엇인가. 설마?”
악마는 인간의 마음에 통달해야 한다. 무엇이 그 사람을 만드는가, 어째서 이런 일이 있었는가.
합리적인 추론을 위해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바사고는 유승우의 행적을 세세하게 살펴보고 수백 번의 예지를 해온바, 그의 심리를 손에 잡힐 듯이 알 수 있었다.
“놈의 화신 때문인가!”
검신, 유승우의 본성은 의외의 다혈질과 누르면 튀어 오르는 반발심이다. 자극이 없다면 반응하지 않지만, 자극을 주면 바로 반응한다. 그 본성이 문제다.
힘을 제어하지 못해서 폭주한다. 이 경우의 적은 자기 자신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그렇게 맹렬한 분노를 깨우지 못한다.
승우는 분노로 자신의 몸을 태우는 어리석은 이가 아니다. 거기에 자기 자신이 적이다 보니,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을 거라는 여유가 은연중에 자리 잡고 있었을 터.
상황이 아무리 악화일로를 걸어도 조급함까지는 없었겠지.
약자의 방심은 어리석음이지만, 강자의 방심은 여유다.
세 개의 신명을 가진 전 차원 최강의 신, 그의 방심은 여유이기에, 그는 절박하지 않았다.
하지만 명백한 적이 생겼다.
“화신 백강혁이 녀석의 투지를 깨웠군!”
헛발질을 일삼아서 자살골을 넣은 자신의 화신이다.
자기 자신에게 지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남에게 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유승우의 승부욕에 불이 붙은 것이다.
한 번 발동이 걸린 유승우는 무적.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면 작전은 실패인가?
포기해야만 하나?
“에에잇! 포기는 무슨 포기! 이제는 뒤가 없다. 놈이 끝장나거나, 우리가 끝장나거나 둘 중 하나! 어떻게 해서든 마지막 함정을 발동시켜야 한다!”
놈을 더 영웅으로 만들어야 한다.
좀 더 영웅으로 만들어서 누구나 우러러볼 수 있도록.
누구나 선망하도록 만든다.
신력을 모으고, 모으고 모아서 감당이 안 되게 만든다.
자신을 약하게 만들고, 적을 강하게 만들어서 파멸시킨다는 이 모순적인 작전만이 답이다.
“어쩔 수 없지.”
바사고가 꺼낸 것은 왕홀(王笏)이었다. 왕권을 상징하는 지휘봉.
군주의 레갈리아.
벨 일족을 따르는 71개의 악마족에게 절대적인 명령권을 행사하는 지배의 상징!
바사고는 이 왕홀을 악마왕 바엘에게 받아 왕정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가 왕홀에 새로운 명령을 불어넣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새로운 명령은 극히 단순.
“모두 다 옥쇄(玉碎)할 각오로 지구로 돌격하라.”
이제 모조리 죽거나, 승우가 죽거나 둘 중 하나.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 때다.
“우오오오-!”
왕홀에 박힌 붉은 보석이 찬란하게 빛난다. 바사고의 의식이 집중되어 왕홀에 모인다.
하지만.
“음?”
갑자기 느껴진 인기척.
바사고의 의식이 중단되었다.
“페넥스?”
바사고가 돌아보니, 그곳에는 페넥스가 있었다. 녀석의 상태가 수상하다.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
하긴 그럴 법도 하지.
페넥스의 공훈은 작지 않다.
모든 악마 중에서 제일 많이 지구로 끌려갔다.
어째서냐고 한다면, 녀석은 불사조의 특성이 있어서 다른 악마보다도 소생이 빠르다.
소생이 빠르기에 남보다 먼저 회복되고, 먼저 투입된다.
‘결국은 파산했다지.’
그런 녀석이 대체 여긴 왜? 바사고는 의문을 떠올렸고, 해답을 바로 깨달았다.
“커흑-!”
페넥스가 느닷없이 달려들어 나이프를 들이밀었다.
바사고는 육체 능력보다는 예언과 마법을 중시하는 자.
왕홀에 새로운 명령을 내리느라 무방비한 상태에서의 기습은 피할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바사고도 나름의 생각은 있었다. 썩어도 최상위 악마다. 나이프 한 방에 죽을 리가 있겠는가.
나이프쯤은 받아내고, 반격하면…….
“건방진…….”
반격하면 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어, 어째서.”
뼈만 남은 목만 겨우겨우 움직일 수 있을 정도다. 달그락거리는 머리를 내려, 힘겹게 배를 보았다.
나이프를 통해서 꿀렁꿀렁하고 무엇인가가 주입된다.
꿀을 바른 듯한 황금빛 나이프.
꿀?
꿀!
설마!?
“괴식의 신성 폭탄-!?”
“왜 그러셨습니까, 바사고 공.”
“허억…….”
“왜 저에게 그리 모질게 굴었습니까.”
“페, 페넥스?!”
“제가 무얼 잘못했기에 저를 저 천국 같은 행성으로 57번이나 보내셨습니까.”
“오해가, 오해가-!”
“오해가 있으셔서 옥쇄를 명령하려고 하셨습니까? 다른 모든 이가 죽어야만 성에 차시겠습니까. 그렇게 악마왕이 되고 싶으셨습니까!”
“모함이다…….”
바사고는 악마왕이 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2인자가 어울리는 악마다. 그저 초마왕을 다시 한번 배알하고 싶은 것뿐이었는데-!
“커흡…….”
한 줄기의 피가 바사고의 입가에 흘렀다. 페넥스가 나이프를 한 바퀴 돌렸기 때문이다.
후회가 몰려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완전히 해골의 몸으로 갈아탈 것을!’
그의 육신은 머리만 해골이고, 나머지는 온전한 피육을 가지고 있다. 피와 살은 마법의 중요한 매체가 되기 때문에 남겨놓았다. 그 남겨놓은 육신 때문에 이 꼴이 됐다.
‘해골의 몸이었다면 나이프는 박히지도 않았겠고, 꿀도 스며들지 않았을 텐데-!’
나이프를 통해 육신으로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신성한 에너지가 주입된다. 죽음의 순간이 멀지 않았다. 나이프에 발린 신성 폭탄의 꿀은 강력하다.
고작 스시 한 입에 바엘 왕이 폭사하지 않았던가. 얇게 도포된 나이프라고 해도 바사고의 명줄을 끊기에는 충분했다.
“시구를 읊으시오, 바사고 공.”
“흐아아아악-!”
바사고가 폭발했다. 피를 뒤집어쓴 페넥스가 나이프를 떨궜다. 그리고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울렸다. 페넥스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브라보오. 브라보오오. 아름다운 반역이야. 눈물이 멈추질 않는군.”
혁명과 반역의 신, 테오도르였다.
그는 페넥스를 인도하고, 이끌고, 감시망을 무력화하여 바사고의 앞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무엇을 위해? 그저 감격적인 반역의 순간을 목도하기 위해서다.
눈가를 닦는 테오도르는 매우 만족한 눈치다. 그런 그에게 페넥스가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할 거 없어. 아, 정말 좋은 걸 봤군.”
통제 불가능하기로 유명한 저 광신이 왜 자신을 도와줬는가는 이제 상관없다.
페넥스는 폭발사산한 바사고를 응시하다, 발치에 떨어진 왕홀을 주웠다.
왕홀이 있다면 악마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말도 안 되는 사태를 끝낼 수 있다.
“당신의 목적은 아마 이 왕홀이겠지요. 가져가세요.”
“응? 내가 왜?”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테오가 의아하게 되물었다.
“아니, 당신은 검신의 친구잖습니까.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서 저를 거든 게 아닙니까?”
“으으으음, 자네는 참 큰 오해를 하고 있군. 우선 말해주겠는데 나는 승우를 도와줄 생각이 하나도 없어. 왜냐, 내가 도와주기에는 녀석이 너무 강하거든.”
“하……?”
“혁명과 반역의 신은 약자의 편이고, 약한 자들의 든든한 지원군이지. 그런 내가 뭐 하러 승우를 도와주겠어. 저 녀석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녀석이 아니야. 알아서 혼자서 다 잘할 거라고.”
“그럼 이 왕홀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지. 지배계층의 권력을 재확인하기 위한, 그들의 위엄과 업적을 기리며 다른 사람과 나는 다르다- 라고 주장하기 위한 신탁통치의 상징물 같은 건 줘도 안 가진다. 오히려 가능하다면 당장에라도 부숴 버리고 싶다만.”
“그럼 그리하시지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약자인 자네를 내가 억압하고, 괴롭혀서 빼앗는 거잖아? 나는 나보다 약한 적에게는 관심이 없어.”
“그거 참…….”
컨셉 한번 확실한 신이로다. 하지만 신명을 가진 이들은 대개 저런 모습이었다.
자신의 신명에 충실하다고 할까, 컨셉에 잡아먹혔다고 할까. 그들에게 있어서 신명이란 삶의 방식이고, 삶 그 자체이기에 맹목적인 경향이 있다.
‘그래도 그렇지 혁명과 반역이 삶의 모습이라니, 제정신인 자는 아니지.’
페넥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왕홀을 쥐었다. 감회가 새롭다.
‘이런 걸 지구어로는 뭐라고 하지?’
전화위복, 새옹지마, 어부지리?
존버 대승리?
아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57번의 출장과 53번의 자살.
그리고 3번의 타살이 있었다.
가문의 세는 기울었고, 일족의 저택에는 이미 빨간 차압 딱지가 붙었다. 이제 마생 끝장이라고 여겼는데, 돌고 돌아서 어쩌다 보니 왕홀까지 얻었다.
왕홀을 가진 자는 악마왕으로서 명령을 내릴 수가 있다.
이 모든 전쟁을 끝낼 열쇠를 손에 얻은 페넥스는 감개무량한 얼굴로 왕홀을 보았다.
어떤 명령을 내릴 것인가.
어떻게 국면을 바꿀 것인가.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역사는 자고로 승자의 편이다.
승자의 편에 서는 게 옳다.
그렇다면 지금의 승자는 누구인가.
누가 이 자리에 페넥스를 서게 했는가.
감사(感謝)와 보은(報恩)의 마음은 악마도 가지고 있다.
페넥스는 다른 악마 중에서도 유난히 순하고, 문화적이다.
그는 이미 매료된 상태였다.
지구의 빛에.
지구의 문화에.
그리고 괴식의 강력함에-!
‘악마왕을 폭사시키고, 바사고 공조차도 일격에 폭발시킨 괴식의 나이프. 괴식은 위대해. 괴식은 강력해. 괴식은, 최고야!’
결론은 나왔다.
페넥스가 첫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모든 악마는 검과 승리, 괴식의 신을 따르도록 한다.”
악마들의 정식 종교로 괴식교가 선정되는 순간이었다.
* * *
막대한 신력을 가지고 사는 일은 쉽게 말해서 머리에 황금을 이고 사는 것과 같다. 황금으론 편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
다른 사람도 다 황금의 무게를 알아보니, 대우도 좋아진다.
나쁜 점이 있다면 황금은 무겁고 커서 머리 위에 올리고 있으면 아프다는 거다.
“그래도 슬슬 익숙해지네.”
요령은 간단하다. 황금을 일렬로 차곡차곡 쌓아서 머리 위에 올리는 게 아니라, 엇갈려서 공간을 많이 비워두고 쌓는 거다.
평소 승우가 하던 것처럼 압축해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넓게 퍼트려서 부피를 늘려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니까 망할 신 놈들이 왜 오오라 스킬 켜고 사는지도 이해가 되네. 평소에 약간씩 방출해서 숨구멍을 뚫어두는 거였어.”
승우가 보기엔 정말 하잘것없는 신력이었지만, 그나마도 그렇게 하지 못하면 유지를 못 하는 게 하급 신의 클래스였다.
어쨌든 요령을 감 잡은 승우는 계속해서 밀려드는 신력을 통제하고, 제어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늘려갔다.
이제 몸 정도는 가눌 수 있었다. 은하가 돌아오기 전에는 예전처럼 살 수 있겠지.
만신창이가 된 크라이가 턱을 괴고 승우를 봤다.
“그거참 다행이네.”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라. 너도 이제 잘하면 세 번째 신명 생길 것 같지 않아?”
“그래. 그거참참참. 고맙다.”
승우가 크라이에게 억지로 부여한 신력과 수많은 재생 시술 덕에 벽이 깨지기 시작했다.
세 번째 신명으로 가는 벽에 잔금이 엄청나게 생겼다. 이제는 적절한 업적만 있으면 벽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이렇게 되면 서로 윈윈이지?”
“망할 놈.”
히죽 웃으면서 크라이와 주먹 인사를 나눌 때였다.
상태창이 떠올랐다.
[게티아의 72 악마 일족이 당신을 추앙합니다.]“……?”
이건 또 뭔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