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19)
괴식식당-419화(419/613)
419화. 함정이 있었나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 직감.
아니, 확신.
‘독이 너무 잘 통했나?’
페넥스는 지구에 와서 원치 않은 수많은 죽음 경험했다. 놈의 심리를 꿰뚫어 작전을 걸었다. 그렇게 차도 살인을 시도한 것이 어제다.
‘설마 하루 만에?’
차도 살인이 성공했다.
성공한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이건 말이 되질 않는다. 악마들이 집단으로 종교를 갈아치웠다.
레갈리아, 왕홀로 명령했겠지.
페넥스가 바사고를 해치우고 왕홀을 빼앗았다.
거기까지는 예상했다.
하지만.
종교를 바꾸는 명령이라니?
‘이게 말이 돼?!’
민의 설득이 지나치게 잘 통했나.
아니면 테오의 농간인가.
그도 아니면 페넥스가 미쳐 버렸나.
의문이 피어올랐지만.
그게 급한 게 아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크라이가 여태까지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었다.
공포, 경악의 표정이다.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는 임페리얼 오크의 신이 공포에 빠지다니 대체 무엇을 본 것인가.
그의 시선은 올곧게 한 곳만을 보고 있었다.
‘나, 인가?’
승우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눈을 부릅떴다. 손 주변에 흉흉한 검붉은 기운이 흐르고 있다.
이것은 마기(魔氣).
악마들의 기운이다.
‘이게 어째서 내 몸에?’
의문을 품는 순간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 * *
초마왕이라고 불리는 존재.
바알은 최강이다.
어째서 최강인가.
그는 불멸하며 불사.
영원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의 본체는 없다.
악마들의 신앙와 신화.
전설과 전승을 매개체 삼아 구성된 정신 생명체다.
바알을 쓰러트리는 자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바알은 패배하지 않는다. 쓰러트린 자의 정신에 기생하여, 그 육신을 빼앗는다.
자신을 쓰러트린 자의 육체를 빼앗아 다시 강림하니, 그는 영원히 최강이었다.
빙의는 번식, 자연 발생과 더불어서 악마들이 살아가는 세 가지 방식이다. 단순한 빙의라면 악마 중에서도 흉내를 낼 수 있는 자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바알의 빙의는 조금 더 특별했다.
자신을 쓰러트린 자의 몸에 빙의하며, 잠복기를 거쳐 자신을 강하게 하는 한편 빙의한 육신을 점차 강하게 만든다.
그리하면 빙의 당한 자는 자신의 몸에 흐르는 끝 모를 힘에 당황하지만, 그때뿐이다.
순간이 지나고 시간이 흐르면, 절대적인 힘에 매혹되어 이윽고 그 힘에 도취된다.
힘이란 그런 것이다.
넘치는 폭력성.
잔인해지는 인간성.
피와 폭력은 인성을 날려버리고, 빙의체를 짐승으로 만든다.
그렇게 어긋난 영혼은 점차 희미해지고, 바알은 그때를 노려 정신의 주도권을 바꾼다.
바알의 빙의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검과 승리의 신, 유승우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의 정신은 강인했다.
그리고 아름다웠으며 적당히 깨끗했다.
순백의 도화지는 오염시키기 쉬워 바알의 먹잇감이었다만. 그의 도화지는 사회의 때도 충분히 묻었고, 인간의 악의와 질시, 신의 더러움과 비열함이 적절하게 묻었다.
쓴맛을 아는 어른이되, 지치지는 않았다. 포기하지도 않았다.
절망하지도 않는다.
세상이 더러운 것을 알고도, 세상을 사랑하는 자였다.
고결한 도덕성과 자신감은 폭력에 도취되지 않았다.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폭력이라는 미주(美酒)는 그에게 가치가 없었다.
그러한 정신세계는 바알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바알은 당혹스러웠다.
시간이 흐르고, 유승우는 바알의 힘을 흡수하여 계속해서 강해졌다.
계속해서 강해지고 강해지지만 자신을 잃지는 않았다.
끝 모를 힘에 취하지도. 그 힘을 세상을 뿌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힘을 경계했다.
끝없이 구도하고, 끝없이 사색하며 자신의 힘의 근원을 찾으려 했다.
힘을 쓰는 일을 피하고, 자신이 왜 이러한 존재가 됐는지 의문을 풀려고 했다.
바알은 녀석의 뇌리에서 ‘빙의’라는 가능성을 떠올리지 못하게 틀어막는 게 한계였다.
그것도 한계는 있어서 얼마 전에는 승우의 입에서 빙의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가기도 했다.
아차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넘어가졌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고, 승우 자신의 자신감의 덕을 보기도 했다.
자신이 빙의 당했을 거란 가능성은 추호도 계산하지 못한 모양이다.
어찌 됐건 시간이 흘렀고, 바알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승우의 몸에 빙의했지만, 승산이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존재가 소멸당한다.
도박의 수라도 걸어봐야 할 때.
그는 평소 총애하던 바사고의 꿈에 현몽(現夢)해서 일의 상황을 가르쳐 주었다.
바사고가 말했다.
[제게 꾀가 있습니다. 악마 일족들을 희생하여 녀석을 더 유명하고, 강하게 만드는 겁니다. 물의 흐름을 막던 댐이 홍수로 넘쳐 무너지듯. 녀석의 그릇이 버티지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 방법은 장점만 있습니다.] [쓸모없는, 도움이 되지 않는 악마들을 청소하여 쇄신도 할 수 있고, 검신의 육신이 더 강해진다는 점입니다. 강해진 육신이라고 해도 어차피 바알 님의 수중에 떨어질 거 아닙니까? 바알 님이 더 강해지는 일인데 악마 일족쯤이야 희생해도 상관없지요.]과연 악마의 지혜를 가진 천견대공 바사고의 꾀였다.
바알은 흡족해하며 작전의 시작을 선언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바사고가 당했다.
분노한 페넥스가 휘두른 반역의 칼날에 심장을 꿰뚫려 죽고 말았다. 하지만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지금부터 모든 악마는 검과 승리, 괴식의 신을 따르도록 한다.]페넥스의 선포로 나빠지던 상황이 호재로 바뀌었다.
악마들의 신앙은 승우라는 댐을 무너트리는 절묘한 한 수가 되었다. 바사고의 악의보다 페넥스의 선의가 좋은 결과를 낳았다.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던 승우가 무너졌다. 틈이 생겼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바알은 아주 조금 승우의 육체에서 제어권을 빼앗았다.
균형은 깨졌고, 몸 안에서부터 마기가 흘러나왔다.
고작 1%에 불과하지만,
이것은 고작 1%에 불과했지만.
아주 작은 구멍에 불과했지만.
바알의 역전승을 알리는 신호였다.
승우의 견고한 자아에 생긴 균열.
패배를 용납하지 않는 완전주의자는 자신이 당했다는 걸 깨닫고, 자신에게 절망하고 분노하며 실망하겠지. 그리고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영원한 승리자란 없다.
한 번의 패배로 신명을 빼앗기는 승리의 신명이 두 번째에 있었던 것이 승우의 불운이리라.
완벽주의자인 성미가 놈의 목숨을 앗아가리라.
바알은 조소하며 그 균열을 비집고 들어가 상처를 헤집고, 출혈을 늘리고, 육체의 제어권을 조금씩 늘렸다. 바알은 자신이 승리가 코앞에 왔음을 알았다.
그런데…….
무엇인가 돌아가는 꼴이 이상했다.
승우의 상태가 변하질 않는다.
녀석은 마기가 흐르는 몸을 보더니만 담담하게 말했다.
“와, 놀랐다.”
와, 놀랐다?
와, 놀랐다아?
저게 끝?
패배를 인정하고 절규하거나.
분노하며 사방에 힘을 발출하는 게 아니라.
와, 놀랐다?
이 한 마디로 끝?
이것은 상상과는 다르다.
계획과도 다르다.
이런 경우는 상상하지 못했다.
남에게는 너그러워도, 자신에게는 누구보다 깐깐하고 혹독한 유승우가 육체의 제어권을 뺏겼는데도 덤덤하게 놀랐다로 끝?
불이 차갑고, 얼음이 뜨거운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바알이 망연자실하게 시선을 돌렸다. 승우의 상태창은 바알도 볼 수 있다. 빙의체의 특권이다.
상태창에 발동 중인 스킬 하나가 바알의 눈에 박혔다.
그것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스킬이었다.
승우는 괴식의 신으로서, 다른 사람이 괴식을 먹고 습득한 스킬을 자신도 습득하는 능력이 있다.
지금 승우가 발동하고 있는 스킬은 그렇게 얻어진 스킬이었다.
지구로 돌아와서 처음으로 괴식을 먹였던 백강혁은 바알이 보아도 이상한 자였다.
그가 주는 스킬은 다 쓰레기였다.
존재하는 이유가 의심스러운.
존재할 필요가 있나 싶은.
쓰레기 스킬들의 향연이었다.
허장성세(E)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D)
뜬구름 잡기(D)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D)
선동의 기술(C)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 되는.
도대체 저놈이 왜 지구에서 손꼽히는 각성자인지 알 수가 없는 쓰레기 덩어리. 쓰레기 같은 스킬만 있는 쓰레기장이다.
곧 자신의 몸이 될 유승우의 스킬창을 더럽히는 존재라고 여겼다.
그래서 놈의 스킬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놈의 스킬 중에서도 이런 스킬이 있었을 줄이야.
상태창의 한 스킬이 황금색으로 빛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었다.
-정신승리(A)
감각 조작 계열. 어떠한 빌미와 이유를 끌어들여서라도 사태를 자신의 승리로 여기게 한다. 정신 내성이 극도로 상승한다.
정신승리.
정신. 승리.
사태를 이해한 바알의 정신이 절망하며 절규했다.
어째서.
이런 미친 스킬이 있었단 말인가.
패배하면 안 되는 승리의 신명, 고유의 단점을 완전히 상쇄시키는 스킬이다.
패배해도 본인이 패배하지 않았다고 여기면 패배가 아니라니, 이게 무슨 개똥 같은 말이란 말인가!
완벽하게.
완벽하게 약점을 보완해 준다.
그 쓰레기가, 그 쓰레기가 이런 미친 스킬을 줬었다니!
그리고 하필이면 내가 그것을 몰랐다니!
바알이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승우의 정신세계에서 소리 없이 녹아 사라졌다.
유감스럽게도 승우는 바알의 마지막 단말마의 비명을 듣지 못했다.
전 차원을 공포와 절망에 떨게 한 초마왕의 진정한 최후는 이렇듯, 조용했다.
* * *
승우가 다시 한번 말했다.
“와, 진짜 놀랐어.”
“…내가 더 놀랐다만.”
“악마들이 숭배하면 진짜로 마기가 나오는구나.”
“아니,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크라이가 식은땀을 흘렸다.
조금 전 승우의 오른손은 명백하게 이상했다.
마왕급, 아니, 초마왕 바알을 방불케 하는 마수(魔手)였다.
검고 붉은 오오라와 사람의 심장을 꿰뚫고 비틀어 버릴 듯한 흉흉한 모양새. 누가 봐도 육체를 빼앗기는 전조 증상이었다.
승우도 그것을 알 터였다. 저렇게 육체가 변하기 시작하는 것은 악마숭배자 사이에선 흔한 일이니까.
그런데도 놈은 자신의 손을 몇 번 흔들더니 히죽 웃었다.
“아무렴 뭐 어때. 마기도 이렇게 보니까 볼만하네.”
“그 사람을 찢어 죽일 것 같은 사악한 기운이?”
“황금빛 찬란한 신의 위광도 사람 정도는 찢어. 따지고 보면 오오라 계통은 다 위험하지.”
“그게 뭔 말이야?!”
승우답지 않게 말이 지리멸렬하다. 논점이 흐트러진 느낌과 평소의 승우와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뭔가 저게 옳다는 느낌도 든다.
크라이는 기시감.
데자뷔를 느꼈다.
용사 파티 리더로서의 승우는 위기의 순간, 무엇인가 기발한 계책을 내놓거나 황당한 방법으로 돌파하곤 했다.
그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
뭔가 지금 상황 자체가 승우의 승리를 위한 과정으로 느껴졌다. 꼬치꼬치 따질 필요도 없겠지.
아연하게 보고 있으니 승우가 두둑두둑 하고 목을 풀었다.
“좋아. 이것도 감 잡았어. 기본은 다 비슷하네.”
그러고는 태연하게 마기를 통제하는 게 아닌가. 검붉은 마기로 허공에 도넛을, 다음에는 원반을, 그다음에는 영식이를 그렸고, 마지막에는 나비를 그렸다.
일필휘지의 기세로 단숨에 그려지는 아일루로스와 슬라임의 그림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였다.
“요령을 익히니 별 게 아니네.”
“…….”
“뭐 됐다. 왠지 몸이 무지하게 상쾌하고 가볍다.”
승우가 씩 웃었다.
그러고는 크라이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배고프다. 우리 밥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