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23)
괴식식당-423화(423/613)
423화. 뷰티풀 백 (1)
정말 오랜만에 괴식이다. 허니스시도 괴식이라면 괴식이었지만, 그건 대 악마 전용 스페셜 러썰웨폰이라는 느낌이라 괴식이라기보다는 병기로 여겨진 탓에 정말 오랜만에 보는 괴식처럼 느껴졌다.
“하, 하하하. 오늘 좀 덥네.”
이마로부터 흐른 한 방울의 식은땀을 훔치며 강혁이 너스레를 떨었다. 긴장감이 흘러넘친다.
예전에 한창 괴식을 먹던 때가 떠오른다. 이상하게 생긴 음식들. 한낱 음식 앞에서 쫄아버린 나, 퍼스트 오더조차도 피할 수 없는 괴식의 위압감.
미지에 대한 공포. 새하얗고 커다란 생굴은 보기에는 평범하다.
정체는 굴이 아니라 껍질을 잃은 조개라지만, 일단 상식에 크게 어긋나지 않게 생겼다. 하지만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수많은 괴식을 섭렵하고 땅바닥을 구른 괴식교의 교황, 백강혁은 이 카스나우라는 이름의 조개로부터 대단한 에너지를 느꼈다.
직감이 든다.
‘이거 먹으면 몸 성하게 걸어갈 생각은 접어야겠네.’
하지만 각오는 했다. 백강혁은 스푼을 들었다. 평소의 수저가 아니라, 딤섬을 먹을 때 쓰는 크고 넓적하며 깊은 도자기 스푼이다.
그것으로 카스나우라는 거대한 조개를 떠보았다. 자연스럽게, 마치 순두부처럼 연하게 떠진다.
잘린 단면도 새하얀 색이다. 거기에 붉은 토마토소스가 묻으니 맛있어 보이는 비주얼이다. 꼴깍하고, 누군가가 침을 삼켰다.
“뿌, 맛있겠다뿌우…….”
막 잠에서 깬 영식이였다. 테이블에 올라와서 빤히 강혁의 스푼을 본다. 강혁은 영식이에게 한 입 먹여볼까, 하고 고민했지만. 실행하는 것보다 승우가 빨랐다.
“테이블에 올라오면 안 돼.”
“뿌…….”
아쉽다는 듯이 돌아서는 영식이.
녀석은 알까. 영식이보다 백강혁이 더 아쉽다는 걸?
정찰병 역할을 해줄 수 있었던 슬라임은 갔다. 이제는 그냥 먹어봐야 한다. 백강혁은 침음을 흘리고는 두 눈을 꾹 감고 입을 열었다.
입안으로 미끌미끌한 것이 들어간다. 식감이 부드럽다. 따끈따끈하고, 촉촉하다.
혀와 입천장에 닿는 것만으로도 부서지면서 사르르륵 녹는다. 뜨끈뜨끈한 생굴은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생굴은 익혀 먹으면 딱딱해지니까.
하지만 이 녀석은 생굴의 식감이면서도 따끈하다. 순두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재밌다.
조개라더니, 식감이 생굴에 가까운 것은 나무를 껍질로 삼는 탓에 더 부드러워진 걸까? 아무튼 매력적인 식감이었다.
‘식감은 백점 만점. 맛은…….’
끝내준다. 감칠맛이 장난이 아니다. 진짜 귀한 생굴은 우유처럼 고소하고, 입안 가득 감칠맛이 퍼진다. 이건 최고급 굴의 맛이다.
초장 따위를 찍어 먹는 건 이 최고급 굴에 대한 모욕이다. 그냥 레몬즙을 한 방울 뿌려서 생으로 먹는 게 진리다.
‘하지만 소스 맛도 좋아.’
입안 가득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토마토소스의 맛도 멋지다. 케첩이 토마토소스 중에서 제일 유명하겠지. 케첩과는 아예 다르다. 자극적이지 않고, 데미글라스소스처럼 깊은 단맛의 풍미가 느껴진다.
이게 카스나우의 감칠맛과 어우러져 입안에서 멋진 이중주를 선보인다. 따로 놀지 않고, 멋지게 엮였다. 꿀꺽 하고 삼키고는 백강혁이 절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맛있네요? 엄청?”
“진짜로?”
“진짜 맛있어. 어느 정도로 맛있냐면, 예전에 두바이 팔성 호텔 요리 먹어봤잖아. 그거보다 맛있어.”
민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요리를 봤다. 요리 전에는 뭔 심해에서 잡힌 우윳빛 촉수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그 모습으로 맛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승우는 당연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상으로 주는 건데 맛없는 걸 줄 수는 없잖아. 솜씨 좀 부려봤지.”
“와, 그래도 그렇지. 이런 게 가능했었어요? 이럴 거면 진작 좀 해주시지!”
“맛있는 괴식은 예전에도 종종 해줬었는데…….”
“이번에는 진짜 엄청나게 맛있으니까요.”
“흐흥. 그렇게 맛있었냐.”
“예. 예!”
승우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실력이 늘긴 한 모양이다. 심층 의식에서 승우를 지켜보던 바알을 완전히 흡수한 후 승우의 솜씨는 비약적으로 늘었다.
세세한 마력 컨트롤부터 신력의 제어, 심상의 제어까지. 대부분의 제어력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도, 레벨업 한 거지.”
“아니, 싸장님이 레벨업 할 게 어디 있다고. 또 레벨업이에요?”
“배움에는 끝이 없고. 하늘 위에는 하늘이 있는 거야. 아무튼, 그럼 빨리 마저 먹으라고.”
“옙. 헤헷. 괜히 쫄아서 손해 봤네.”
“소스가 남을 텐데, 거기에는 빵을 찍어서 먹으면 돼.”
“으헤헤헤헤. 알겠슴다.”
백강혁은 뺏길세라 두 개의 스푼을 양손에 쥐고 정신없이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슬며시 앞발을 내밀던 영식이는 녀석의 폭풍 같은 기세에 눌려서 시무룩하게 앞발을 치웠다.
“나도 맛있는 거뿌…….”
“또 배고파?”
“맛있는 거뿌우…….”
허기가 진 게 아니라, 그냥 간식이 고픈 모양이군. 승우는 영식이를 어깨에 올리면서 입에 초코 브라우니 하나를 넣어 주었다.
아침에 나비가 만든 브라우니는 아직 촉촉하고 맛있었다. 오물오물하고 영식이가 잠자코 브라우니를 먹었다. 배가 고픈 게 아니라서 하나면 충분했다.
“뿌으으응…….”
만족한 녀석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먹으니 또 졸린가 보다. 영식이를 보고 황지현이 한탄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정말 부럽다, 영식이…….”
“영식이가 그렇게 부러우면 너도 키워줄까?”
승우가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하자, 황지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우와. 우와! 사, 사장님!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돼요!”
“응? 왜?”
“설레잖아요!”
“…서, 설레?”
“사장님이 먹여주고 재워준다는데 당연히 설레죠. 안 그래요?”
동의를 구하듯이 민을 보자, 민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상상이다.
아침 점심 저녁마다 승우가 밥해주고 재워준다. 얼마나 멋진 삶인가. 영식이처럼 어깨에서 잘 수는 없겠지만, 근처에서 잔다면 100% 안전이 확보된다. 확실하게 말해서 신경과민과 불면증은 고쳐지겠지.
몽롱한 표정의 황지현과 민을 보던 승우가 어이가 없어져서 주변을 봤다. 저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손님의 과반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지친 직장인들에게 적절한 식사와 숙면이 보장되는 환경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다는 건가. 삭막한 세상이로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싸장님!”
“응?”
백강혁이 화를 냈다.
“그건 싸장님이 잘생겨서 그런 거라고요. 내가 똑같은 말을 했으면 우리 부관은 똥 씹은 표정으로 ‘미쳤어요? 오더?’라고 타박할걸요.”
“웬일로 우리 오더가 맞는 말도 하네요.”
“봐요! 내가 진짜, 드러워서 잘생겨지고 만다!”
말을 말자. 승우는 영식이를 토닥이면서 백강혁과 거리를 벌렸다. 슬슬 시작할 때도 됐다. 자는 영식이를 깨우기 싫으니 살짝 기막도 덮어서 소음도 차단해 줬다.
“우, 우웅?”
울분을 토하면서 왁팍왁팍 카스나우를 먹던 백강혁의 손이 멈췄다. 카스나우 자체는 다 먹었고, 남은 소스에 빵을 찍어 먹던 중이었다. 입가에 빵을 가져가던 그대로 멈춘 녀석이 입가를 떨었다.
“어, 뭔가, 뭔가 이상한데…….”
몸이 이상하다. 옛날에 술 진탕 처먹고 전기장판에 실례하는 바람에 감전당했을 때처럼 짜르르 하고 전기가 흐른다. 감전당한 건가, 하고 생각해 봐도 감전당할 게 없다.
그렇다면 뭐, 답은 하나겠지.
‘역시 불행한 예감은 틀리지를 않더니만.’
괴식이다. 이 괴식 때문이다. 맛이 있다고 해도 괴식은 괴식이지.
평범하게 끝날 리가 없다. 백강혁의 생각대로 몸 안에서 괴식의 효과가 발동하고 있었다.
들썩들썩하고 백강혁의 몸이 움직인다. 그런 놈을 보면서 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럴 줄 알았다.”
“민, 닥, 쳐.”
사태 해결에는 조금도 도움이 안 되는 민의 말을 중지로 응수하며, 백강혁이 이를 악물었다.
그런 한편 민은 탐지 능력을 발동시켜 녀석의 몸을 관찰했다.
‘실지렁이?’
수천 마리의 실지렁이가 백강혁의 몸을 헤엄치고 있다. 백강혁이 먹은 카스나우가 산산조각이 난 후에 몸 안에서 재구성된 모양이다.
감전당했다고 느낄 법도 했다. 신경을 저리 쑤시고 다니니 움찔움찔 신경이 떨린다.
당연한 반응이다.
신기한 마음에 보고 있으니 이 실지렁이들이 하는 짓이 상당히 건설적이었다.
몇몇 실지렁이는 백강혁의 혈관을 청소하고, 장내 환경을 재조정했다. 엉킨 근육도 풀어주고, 놀랍게도 몇몇은 지렛대의 효과를 이용해서 백강혁의 척추도 펴주고 있었다. 이건 좀 아프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아픈지 백강혁이 소리를 질렀다.
“우게에에엑! 아파아!”
“아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면 아직 덜 아픈 거야.”
“브라더, 진짜 얄밉다.”
“뭐 그러든지 말든지.”
민이 대수롭지 않게 흘리면서 승우를 바라봤다.
“선생님, 혹시 질문해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지. 뭐가 궁금한데?”
“저 카스나우라는 조개의 효과는 제가 짐작하는 대로 치료용이 맞습니까?”
“응. 맞아.”
카스나우는 테라의 조개 중에서 가장 비싼 조개로, 너무 희귀해서 왕족도 쉽게 구할 수 없다. 용도는 간단하다. 먹으면 치유받을 수 있다.
“닥터 피시랑 비슷한 거야.”
“하지만 지금 저 녀석들의 효과는 닥터 피시와 비교될 수준이 아닌데요.”
“그건 내가 특별하게 손을 봤기 때문이지.”
승우가 만든 버섯 소테는 일종의 버프 포션이다. 먹으면 일시적으로 활력이 증가해서 힘이 넘치는 상태. 부스트 모드가 된다.
“도핑 괴식을 먹인 카스나우를 재료로 해서, 다시 괴식으로 요리한 거야. 치유의 효과가 증가하도록 만들었지.”
“도핑 후에 다시 요리했으니, 효과가 곱절이 되겠네요.”
“맞아.”
그렇게 하려면 정말 세밀한 마력 조절이 필요하다. 버프가 과하면 카스나우가 죽어버리고, 적으면 효과가 줄어든다.
버프를 상정하고 요리를 해야 하고, 그러면서 그 작용을 백강혁이 온전히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예전의 승우도 할 수는 있는 요리지만,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아니었다. 지난주까지의 승우라면 이 요리를 만드는 데 하루는 꼬박 걸렸겠지.
“그 효과는 보이는 대로.”
카스나우는 사용자의 몸을 최적화한다. 승우가 쌈박하게 네 글자로 정리했다.
“이른바 환골탈태지.”
“환골탈태, 무협에 자주 나오는 그거군요.”
“응. 골격을 제대로 잡아주고, 혈액순환을 개선하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얼굴 골격도 최적화해 줘.”
인간의 얼굴은 비대칭이다. 좌측과 우측의 생김이 다르다. 만약 완벽하게 좌우대칭이라면 그것은 상당히 운이 좋은 경우다.
“골격도 좌우대칭으로 만들어주고. 코도 오똑하게 만들어주고, 입술은 탱탱하게. 주름은 펴주면 어지간한 사람은 다 잘생겨지게 되어 있어. 보라고, 모낭을 청소해서 피부 상태도 백옥처럼 만들어주고 있잖아?”
승우는 냅킨을 꺼내서 부들부들 떠는 백강혁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검은 기름 같은 것이 묻어나왔다. 모공에 낀 노폐물이다.
가볍게 쓱쓱 문지르는 것으로 블랙헤드가 뽑혀 나온다.
물론 식사 중에 보기에 좋은 장면은 아니었지만, 고개를 돌리면 다시 보고 싶어지는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식사를 하던 사람들도 멍하니 백강혁의 모습을 보았다. 빠각빠각 하는 소리를 내며 코가 높아지고, 얼굴 골격이 맞춰진다.
그것은 경이였다.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작은 몬스터의 기적. 백강혁의 얼굴에 기적이 강림했다.
약 3분.
카스나우 성형 시술이 끝났다.
승우는 말없이 거울을 꺼내 백강혁에게 줬다. 거울로 스스로의 얼굴을 비춰본 백강혁이 중얼거렸다.
“이게, 나?”
거울 속의 백강혁은, 백강혁처럼 생겼지만 백강혁이 아니었다.
백강혁의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으나, 백강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잘생겼다.
무심코 황지현이 말했다.
“성능 확실하네요.”
백강혁이.
진짜로 잘생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