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25)
괴식식당-425화(425/613)
425화. 뷰티풀 백 (3)
백강혁이 힘없이 주둔군 건물을 오른다. 발걸음은 늘어졌고, 어깨는 축 처졌다.
어제까지 잘생겨졌다고 좋아하면서 쌩 난리를 쳤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2층 테라스에서 코코아를 마시며 하품하던 윤은형이 권능하에게 물었다.
“저 새끼 왜 저래?”
“누구? 아, 백 선배.”
능하가 커피잔을 내려놓고, 각설탕의 포장지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렸다.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 눈치다. 그러다가 턱을 괴면서 물었다.
“롱 버전? 숏 버전?”
“숏 버전이 좋겠군.”
“좋아, 그럼 간단하게 말해서 백 선배는 어제 교통사고가 났잖아?”
“그렇지. 멍청한 사고였어.”
“그래서 보험사에 된통 깨지고,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다니냐고 지부장님에게 또 깨지고, 부지부장님에게도 깨졌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군. 근데 그거만으로 저 녀석이 저렇게 쳐진다고?”
백강혁에게 그 정도 일은 일상이다. 욕 좀 먹었다고 새삼스럽게 기가 죽을 놈이 아니다.
인정하는지 지나가던 직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다들 남 얘기에 관심이 많다.
웃으면서 능하가 말을 이었다.
“집에 갔는데, 집에서도 혼났대.”
“그래도 부모님인데 너무하는군.”
“교통사고 때문에 혼난 게 아니라. 얼굴에 칼 댔다고 혼났다네.”
“…….”
비난의 폭풍이었다고 한다.
“기껏 힘들여서 외모라도 멀쩡하게 낳아주었더니, 얼마나 불만이 많았으면 성형 수술까지 해! 이 못난 자식! 이 애비가 너를 그렇게 키웠더냐! 같은 말을 하면서 등짝을 때렸다지.”
“그건 재난이었겠군.”
“재난이지. 본인은 성형도 안 하고 잘생겨져서 기분이 좋아서 간 건데, 얻어맞으면 퍽이나 기분이 좋겠어?”
“아니라고 항변하면?”
“너라면 네 아들이 저 사람인데, 저 사람 말을 신용할 수 있겠어?”
“힘들지.”
“모든 것은 카르마인 거지.”
평소의 업보라면 업보인가.
하지만 불쌍한 건 불쌍한 거다.
드물게 연민의 표정을 보이는 윤은형을 보고 능하가 짓궂게 웃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백 선배를 불쌍하다는 얼굴로 보고 있어?”
“얼굴로 생기는 문제는 썩 좋은 기분이 들지 않거든.”
“오오올. 동병상련 비슷한 거야?”
“그런 걸로 치지. 오늘 일은?”
“하수도 재정비.”
“싫군.”
몬스터는 게이트를 타고 온다. 하지만 자연 발생하기도 한다.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과 사람들의 공포, 환경의 영향으로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스륵 하고 몬스터가 만들어진다.
상하수도는 몬스터가 가장 잘 발생하는 장소다. 음습하고, 관리하기는 힘들고,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비와 눈 따위에 엉켜서 하천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예전이라면 하수도에서 사는 범죄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직접 정리를 하곤 했지만, 지금은 범죄자를 소탕해서 하수도에는 아무도 없다. 주기적으로 ISAC에서 관리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필요성은 필요성이고, 싫은 건 싫은 거다. 냄새나고 컴컴한 하수도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른 사람에게 못 떠미나?”
“되겠냐?”
“사유를 붙여서 떠넘겨 봐.”
“힘들걸.”
ISAC, A섹터에서 주둔하는 헌터들과 퍼스트 오더들은 반쯤은 공무원이다.
일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내가 안 하면 어쨌든 누군가는 한다.
A섹터에는 그 점을 이용해서 이리저리 싫은 일을 서로 떠넘기는 관습이 있었다.
더러운 일, 싫은 일은 누구나 하고 싶지 않으니까 떠넘기는 게 당연하다. 하수도 처리 일이 은형에게 떨어진 것도 이 일환이다.
애초에 윤은형에게 이 일이 떨어졌다는 게 뭔 뜻인가.
“우리는 승률이 좀 낮잖아.”
“끙…….”
샤프 슈터 민 오키프는 능란하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일 처리는 완벽하고 허점은 없다. 스케줄 관리 능력 또한 빼어나다. 오죽 뛰어나면 그는 부관조차 두지 않고 있다. 혼자서 부관 없이도 완벽하게 일을 처리한다.
슈퍼스타 백강혁은 민과는 완전히 반대다. 일 처리는 허술하고, 허점밖에 없다. 스케줄 관리 능력은 아예 없다. 그래도 온전히 돌아가는 것은 황지현의 능력이 뛰어난 덕이다. 녀석은 진짜로 황지현이 없었다면 예전에 파멸했을 것이다.
“그리고 운이 좋잖아.”
백강혁은 퍼스트 오더 셋 중에서 유난히 이런 더럽고, 싫은 일을 하지 않는다.
진짜 기가 막히게 운이 좋다. 행운의 별 아래에서 태어난 건지, 저 녀석이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할 때면 어떻게든 일이 생겨서 하지 않게 된다.
그 뒷감당은 대체로 윤은형의 몫이었다. 반쯤 포기한 능하가 그리 말하자 윤은형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해볼 만할 거 같아.”
“저 미친 럭키맨에게 떠넘기라고? 그게 되겠냐.”
“저 녀석, 얼굴이 잘생겨진 후에 운빨이 줄어든 느낌이야.”
윤은형은 정수리 옆의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알 수 없는 감각을 느꼈다.
직감. 아스모데우스의 피를 이은 악마의 직감이 발동한 것인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백강혁을 휘감고 있던 정체불명의 행운? 마력? 아무튼 기세 같은 것이 줄어들었다.
윤은형의 추상적인 느낌을 권능하가 느낄 리는 만무하다만, 뭔가 친구가 이상한 것에 눈떴다는 것은 알았다.
“오케이. 못 먹는 감. 한번 찔러나 볼까.”
어차피 이대로 하수도 일을 하러 가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는 게 낫지. 가벼운 마음으로 능하가 지부장에게 이야기해 보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징계 차원에서 꺼리가 필요했던 지부장이 제안을 수락했다. 잠깐 사이에 하수도 일을 맡을 사람이 윤은형에서 백강혁으로 변경됐다.
소식을 전해 듣고 윤은형은 만세를 부르는 한편, 진짜 이상한 능력을 각성한 게 아닌가 하는 새로운 고민을 얻었고.
“아니, 싯팔. 진짜 못 해 먹겠네.”
백강혁은 욕지기를 내뱉었다.
* * *
하수도에서 발생하는 몬스터는 여러 의미로 악명 높다. 몬스터 사체의 찌꺼기, 마기가 농축되어 만들어지는 네크로파지는 저주를 옮기고 자체로도 혐오스럽다.
독기와 마기로 이상 성장한 곤충도 혐오스럽기는 마찬가지. 사람만 한 바퀴벌레나 소만 한 촌충을 보면 그날은 밥 다 먹은 것과 같다.
슬라임도 많이 나오기는 진짜 오지게 많이 나온다. 영식이처럼 귀여운 슬라임은 없다. 구정물, 똥물로 몸을 만들거나, 곰팡이로 만들어진 녀석들은 생김새도 역하고 냄새는 지옥 같다.
그리고 백강혁은 이 모든 케이스를 오늘 딱 한 건의 하수도 정리에서 싹 보고 왔다. 자연히 식욕은 사라지고, 삶의 의욕도 옅어진다.
백화점에서 갓 사 온 멋들어진 푸른 정장은 개시한 첫날에 썩은 내 풀풀 나는 옷이 되었다.
세탁해도 이건 못 살린다. 눈물을 머금고 소각장에 투척하고는 속옷 차림으로 세탁장을 활보하는 백강혁.
녀석은 군번줄과 무엇인가를 덜렁거리면서 거울 앞에 섰다.
“뭔가 이상해.”
거울에 비춘 잘생긴 얼굴.
이게 나? 라고 좋아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오늘이 딱 삼 일째. 삼 일째에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다.
“인생이 개빡세.”
원래도 인생은 빡셌다. 빡센 인생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무엇인가의 도움으로 잘 풀렸던 것도 사실이다.
백강혁은 레나토도 인정한 행운의 소유자다. 실제로 럭키 스타라는 스킬도 있다. 관심도에 따라서 행운이 증가한다는 기묘한 스킬이다.
행운은 명확하게 스테이터스로서 측정이 되지 않는 스탯이라 증가 폭이 어떻게 되는지는 전혀 모르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지금 뭔가 재수 옴 붙은 상태야.”
군자는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는다고 했다만, 급하면 어쩔 수 없다.
백강혁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는 택시에 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당연히 그곳이었다.
“어떻게 생각해?”
“휴일인데 어깨를 들이밀고 갑자기 사정을 설명해도 말이오.”
“아씨, 어떻게 생각하냐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한다면야, 흠. 거 성형 수술 한번 용한 곳에서 했군. 의사 실력이 대단한데, 어딘지 나도 소개해 주시오.”
홍룡도령, 한유성은 그리 말하면서 혀를 찼다. 진짜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우격다짐으로 밀고 들어오는 꼴이 가관이었다. 하지만 좋은 고객인 것도 사실이지.
백강혁이 지폐 다발로 싸대기를 치자, 한유성이 곧 공손해졌다.
“기다려 보시오.”
쌀알을 쥐고 오얏나무 상에 좍좍 뿌리면서 점괘를 보았다. 별로 좋진 않았는지, 한유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백강혁이 다급하게 다그쳤다.
“어때? 이상해?”
“어. 별로 좋진 않구려. 어디 보자, 예전 사진이 어디 있더라.”
점을 보던 박수무당이 태연하게 스마트폰을 꺼내서 검색하는 모습은 상당히 이상했지만, 어쨌든 백강혁의 예전 사진을 찾은 한유성이 천천히 지금의 백강혁과 예전의 모습을 비교해서 보기 시작했다. 그가 느긋하게 말했다.
“사람의 인생은 곧 사주고, 얼굴은 곧 관상이오. 얼굴을 보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지. 자, 보시오. 이게 귀하의 예전 얼굴이요.”
“와, 씹.”
지금 얼굴로 살다가 예전 얼굴을 보니 화가 난다. 잘도 저런 얼굴로 살았나 싶기도 하다.
인상을 팍 쓰는 백강혁과는 반대로 한유성은 웃음기를 띠었다.
“쯧쯧. 귀하의 예전 얼굴부터 설명하겠소이다. 자고로 이마는 부모의 공덕과 사회적인 위치를 나타내지. 약간의 굴곡이 있어서 부모의 덕은 보지 못했지만, 돼지 간을 엎어 놓은 듯한 도톰한 이맛살은 관록궁을 말해주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도달할 이마지.”
“조. 좋은 상인 거네?”
“매우 좋은 상이오. 그리고 입은 살짝 끝이 올라간 고양이 입이 좋소이다. 귀하의 입은 조금 입가가 내려간 편이지. 이건 사회적인 인상. 그러니까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좋은 감정을 품는지, 나쁜 감정을 품는지를 나타내오.”
“이건 지금이 더 좋네.”
“맞소. 살짝 끝이 올라간 입은 잘 생겨 보이는 효능도 있지. 어쨌든 이리 보면 지금 얼굴도 썩 나쁘지는 않은 상황이었는데… 문제가 있다면 이거요.”
한유성이 백강혁의 눈을 가리켰다. 지금의 눈은 크고 선명한 매우 보기 좋은 눈이었다.
“얼굴이 천 냥이라면 눈이 구백 냥이요. 사주에서 눈이 자치하는 비율이 구 할이나 된다는 뜻이지. 지금의 귀하의 눈은 돌안이라고 하오.”
“돌안? 그거 내가 생각하는 뜻은 아니지?”
“돌아이의 눈이란 뜻이 아니라, 돌출된 눈이라는 뜻이오. 크고 선명한 눈은 보기에는 좋으나, 침착함과 인내심이 부족하고 충동성이 강하며, 음탕한 눈이오. 좋은 눈이 아니지.”
“…….”
“그런데 전의 사진을 보겠소. 보면 눈이 가늘지만 깊고, 좌우로 길게 늘어져 있으며 눈동자는 어둠을 삼킨 듯 진하지. 안은 둥근데, 밖은 찢어져 있으니 살짝 쳐진 듯, 나른하게 보이는 눈이오.”
“좋은 거 같지는 않은데…….”
“미관상으로는 좋지 않을지 몰라도 관상학에서는 최고로 치는 눈이외다. 봉황의 눈이라 하지.”
“봉황의 눈!”
“이런 눈을 가진 자는 노력에 비해서 많은 재물을 얻고, 삶을 살아가는 데 행운이 따르지. 하는 일마다 다 잘 풀리고, 재수가 좋은 최상의 눈이요. 그래서 예부터 왕은 이러한 눈을 가져야 한다며 왕의 어진에 그려지는 눈은 죄 봉황의 눈으로 그려지오.”
백강혁이 입이 쩍 벌어졌다. 계속해서 한유성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 좋은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코는 볼록하니 탐욕에 쩔어 있고, 귀는 휘어서 성정이 난폭하여 단점을 장점으로 채우기에 급급했던 형국이오. 그런 상황에서 대뜸 눈을 바꿔 치웠으니 재수가 옴 붙을 만도 하지.”
“그럼…….”
“맞소. 성형 다시 하시오. 눈 성형이 글러 먹었소. 당신의 재수를 깎아 먹고 있소이다. 잘생겼지만 운세로는 실패한 상이요.”
“요약하자면…….”
“잘생겨졌더니 재수가 없어진 거요. 원래 얼굴로 고치시오.”
충격적인 이야기다.
백강혁이 망연자실해졌다.
그리고 그날 저녁. 백강혁은 울면서 승우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다.
승우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렇단 말이지?”
좋은 의도로 준 상 때문에 재수가 없어졌다? 그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냐. 상이 상 같지 않았다는 말이다. 승우가 잘못 줬다는 뜻이다.
승우가 벌떡 일어났다.
“강혁아, 배고프지 않냐?”
“…….”
“배고프지?”
관상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승우가 자존심을 다친 건 알겠다.
백강혁이 어깨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