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46)
괴식식당-446화(446/613)
446화. 결혼 (4)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한 이유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지, 진짜로 결혼하려는 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전문적이고 객관적이며 철저한 눈이 필요했다.
그들로부터 평가를 받았다.
다섯 개 회사에 등록했고, 다섯 개 회사의 모든 평가 항목 부분에서 SSS+. 최상등급 판정을 받았다.
승우는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 만족했다. 그러니까 승우에게 있어서 결혼정보회사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었다. 평가받고 끝.
하지만 그런 승우의 사정 따위는 알 바 없다는 듯이 매칭이 성사되고 있다. 평가 자체가 목적이었다고 처음에 말했고, 다음에도 정중히 사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계속 온다.
“거절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폰이 진동한다. 매칭이 성사됐으니 확인 바란다는 메시지다.
수도 없이 날아오고, 승우는 계속해서 거절한다. 이래서는 끝이 없다.
아예 앱을 삭제해야겠구나, 하고 결단을 내릴 때쯤이었다. 백강혁이 입을 샐쭉 내밀었다.
“싸장님, 지금 연락 너무 많이 온다고 앱 지우려는 거죠?”
“어? 응.”
“저봐. 내가 저럴 줄 알았어!”
늘 있는 백강혁의 발작이다. 손님들은 시선도 주지 않고 식사를 이어갔다. 그저 영식이가 꾸물꾸물 다가와서 ‘시끄러워뿌.’ 하고 머리를 콩 치고 갔을 뿐이다. 백강혁이 머리를 긁으면서 투덜거렸다.
“끄응, 예전에도 말했지만. 솔로부대 대장인 제가 보기엔 말이죠. 싸장님은 기만자예요, 기만자.”
“기만자? 내가?”
“솔직히 말해봐요. 연애 같은 거 언제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
솔로 부대 대장 따위가 감히 대원수 앞에서 지금 주름잡는 건가?
환갑이 넘은 할아버지 용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백강혁을 봤다.
“언제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만.”
“하지만 못 할 것도 없지라고 생각하잖아요.”
“그야, 그렇지.”
“거봐! 싸장님에게는 절박함이 없어요, 절박함이!”
당연히 없다.
그렇게 절박한 상황까진 아니니까.
하지만 백강혁은 상황이 다르다.
동생이 결혼했다.
그것은 심각한 위험으로 다가왔다.
백강혁이 피눈물을 흘릴 기세로 말했다.
“저라면 말이죠! 싸장님처럼 매칭 알림이 오면 전부 다 나가 봤을 거예요! 전부 다 나가서 확인해 봤을 거라고요!”
“그렇게 한가하냐…….”
“봐봐. 한가하냐니, 시간을 쪼개고 만들어서라도 가야죠. 저라면요, 희라 누나가 땅바닥에 머리 박고 구두라도 핥으렴, 그러면 사귀어 줄게, 라고 하면 일 초도 안 망설이고 핥았을 겁니다!”
“콜록-”
승우조차도 숨이 턱 막히는 막장 발언이었다. 과연, 여기저기서 식사하다가 체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사방에서 들리는 컥컥, 소리와 쿠제의 짖는 소리를 배경 삼아 놈이 다시 헛소리를 지껄였다.
“자신의 몸을 던질 각오! 체면을 구길 용기!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쟁취한다! 그런 각오도 없이 무슨 연애를 하겠다고 그러는 겁니까! 사랑을 위한 희생! 헌신!”
“각오의 신과 용기의 신, 희생의 신과 사랑의 신, 헌신이 들었다면 너를 죽이려고 했을 거야.”
분명 신명이 더럽혀진 기분이리라.
“에에잇,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런 각오는 예전에 했다고요! 그런데도 안 생긴단 말입니다!”
“그런 각오를 했으니까 안 생기지. 그런 각오하지 마라.”
“각오도 없이 어떻게 사랑을 합니까! 사랑은 전쟁이라고요!”
하여간 어질어질해진다. 연애도 못 해본 승우조차도 백강혁의 뭐가 문제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너무 각오가 강하고, 상념이 강해서 무섭다.
고양이를 귀여워하는 사람이 있다 치자. 그가 고양이를 지나치게 귀여워한 나머지 호흡을 몰아쉬며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수상하게 팔을 벌리며 다가온다면 고양이가 좋아할까?
경계하면 경계했지, 호감을 사기는 힘들다.
‘이게 반면교사구나. 저렇게 되진 말아야지.’
백강혁에게 뭔가 배울 구석이 있다니, 신비한 일이었다. 비록 반면교사지만, 교사는 교사다. 맞는 말도 있긴 했다.
“확실히 내가 너무 여유 부리긴 했네.”
“그걸 이제 아셨어요!”
“그럼 한 번 정도는 커플 매니저를 만나볼까.”
“누구 만날지는 결정하셨어요?”
“아직. 추천할 만한 곳은 있어?”
“피닉스 시스템 괜찮아요.”
피닉스 시스템, 피닉스 시스템. 승우가 메시지를 찾아봤다.
과연, 제일 정성을 담아서 레포트를 작성한 곳이 피닉스 시스템이었다. 메시지를 확인한 승우가 입가를 조금 올렸다.
“이쪽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하네. 남자 둘과 여자 둘 해서 더블 매칭을 해보자는데?”
“저요저요저요!”
“아무리 그래도…….”
“저요! 저요! 저요!”
“처음부터 더블은…….”
“저요-!!!!”
“…….”
백강혁이 온몸을 내던지고 있다. 승우는 놈을 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같이 가자고 할 작정이었다.
“그럼 준비해라. 내일이래.”
“아자아아앗-!”
* * *
매칭에 승낙하자 커플 매니저의 반응이 격렬했다. 그는 그대로 데이트에 나가는 것은 매우 무례한 일이라고 말하며 승우를 꾸몄다.
대충 비누로 쓱쓱 감은 머리카락을 제대로 트리트먼트를 하고, 단정하게 손질하고. 옷을 갈아입혔다. 그리고 결전의 때는 왔다.
맞선 장소인 청월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은 제법 승우의 취미에 맞는 곳이다.
다이닝 키친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모던한 분위기는 승우의 식당과 비슷하다.
취향이 비슷한 모양이다. 괴식 대신 프랑스 요리를 파는 점은 달랐지만, 아무래도 초대면인 사람끼리 괴식을 먹는 건 조금 아니지.
하지만 맞선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승우는 상당히 기분이 오묘해졌다. 괴식을 먹어도 될 뻔했다.
“둘이 왜 이런 곳에……?”
“둘이 왜 이런 곳에……?”
어째 모인 면면이 전부 다 아는 얼굴이다. 동시에 서로를 보며 어리둥절하게 말한 사람은 승우와 문선아였고, 헤헷 하고 혀를 빼고 에쿵, 하는 동작을 취한 것은 백강혁이었으며,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인 것은 아테나였다.
어째서 결혼정보회사 매칭까지 했는데 아는 사람만 보이지?
선수는 동작만 봐도 서로를 안다. 연애 경력 제로인 승우와 선아였지만, 무인으로서의 촉이 있다.
“함정인가.”
“함정인가.”
주어가 다르지만, 둘 다 함정의 냄새를 맡았다. 둘이 동시에 매섭게 백강혁을 봤다.
백강혁이 씩 웃으면서 피스-사인을 했다.
“다들 예쁜 화장하고 표정 구기지 마요. 아이고오, 오늘 부지부장님 참 아름다우십니다. 헤헤헤.”
“우리 투덜이, 많이 컸네. 누나도 속이고?”
“에헤이, 제가 뭘 속여요. 증거 있어요? 다 오햅니다. 헷헷헷.”
선아와 아테나, 승우와 강혁. 기묘한 네 명의 조합이다. 승우는 잠깐 생각해 보고는 바로 결론을 냈다.
“헤라가 시키더냐?”
“우, 우오옷. 어뜩케 알아찌?!”
“보면 알지.”
이 부자유스러운 판은 우연히 나올 수 없는 조합이다. 누군가가 노려야 가능하다.
하지만 백강혁이 이 판을 짤 만한 능력이 있을 리 없다. 자기 앞길도 간수 못 하는 백강혁이 결혼정보회사를 조작할 수 있을 리가-!
하지만 그런 백강혁이라고 해도 녀석의 행동은 워낙 카오스 패턴이라 남들이 쉽게 조작할 수 없다.
녀석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승우와 헤라뿐이다. 그러니까 소거법으로 함정을 판 자는 헤라다.
‘헤라가 왜, 라고 할 것도 없군.’
토마토처럼 붉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아테나만 봐도 안다. 강제로 끌려 나왔으리라.
본래 헤라와 아테나는 사이가 좋았다. 좋았다가,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나빠졌다. 그러니 그 사이 다시 좋아졌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아테나가 입가를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양어머니가. 맞선 한 번쯤은 보는 게 어떠냐고 해서.”
“말 안 해도 알아. 그렇겠지. 고생이 많아.”
“우으으으으…….”
부끄러움에 아테나가 손발을 꼼지락거렸다. 얼굴이 타는 듯하다.
‘저주 때문이겠군.’
아테나는 영원의 처녀 신이라는 저주가 걸려 있다.
말 그대로 결혼할 수 없고, 자식을 낳을 수 없는 저주다.
아테나의 자식은 아버지 제우스를 뛰어넘는 신이 될 거란 예언이 있어서 제우스가 직접 걸었다.
헤라는 그 저주를 부수고 싶은 모양이다. 확실히 승우라면 그 저주 정도야 그냥 부술 수 있지.
승우가 판단을 마치곤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이해됐는데, 선아 씨는 웬일이십니까?”
“그게, 저는 국가 소속이잖아요?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처럼 이렇게 맞선이 들어와요. 평소라면 다 거절하는데 여기 커플 매니저분이 워낙 열성적이라서요.”
“아, 그분. 열성적이더군요.”
“한 번만 해보면 어떨까, 하고 나와봤지요.”
“그렇습니까? 음, 오늘 옷이 참 잘 어울리십니다. 아름다우셔요.”
“예? 에? 아. 감사합니다. 승우 씨도 오늘 멋있으세요.”
선아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김태윤인지 뭔지 하는 커플 매니저가 머리 세팅하고, 옷 고르고 하는 짓을 한 시간이 넘도록 해서 인내심이 열 번은 끊어질 뻔했다.
하지만 참은 보람이 있었다.
둘이 서로를 보고 싱긋 웃자, 백강혁이 입술을 내밀었다.
“와, 내가 아까 칭찬했을 때는 얼굴부터 구기더니…….”
“침팬지에 칭찬받아서 기뻐할 사람이 있겠어?”
“침팬지.”
백강혁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선아는 녀석을 침묵시키고는 좌중을 돌아봤다. 보면 안다.
어째 여기 모인 사람들은 서로 아는 사이인가 보다. 하지만 선아는 아테나를 처음 봤다.
“그럼, 저와 이분 빼면 다 구면인가 보네요. 안녕하세요, 선아예요.”
“안테나, 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둘이 인사를 한다. 승우는 내심 선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안테나라는 이름을 듣고 나서 안 뿜는 인내심이 굉장하다.
그녀의 인사를 시작으로 이야기의 물꼬가 터졌다. 다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어떠한 천재가 지휘하는 군대라고 해도 보급이 끊어지면 승기가 희박해져요. 그러니까 보급선의 유지와 방어가 제일 중요한 문제인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하나의 미스릴 무기보다는 유지, 보수가 편한 강철 무기 백 자루가 실전에서는 훨씬…….”
군사전문가인 문선아와 아테나는 매우 말이 잘 통했다. 지나치게 잘 통했다.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고 살아온 과정도 비슷하다. 둘이 의기투합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자 둘이 친해지고.
“싸장님, 근데 요즘 슬슬 괴식 스트리트에서 민원이 올라오는데…….”
“요즘 너 검술 수련이 너무…….”
“민네 집에 자러 갔을 때…….”
“요즘 게임은 깊이가 없…….”
남자 둘이 이야기한다.
정확하게 반반으로 화제가 갈린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김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연애 고자들아. 그러니까 그 나이까지 커플이 아니지!’
연애는 해본 사람이 잘한다. 연애를 안 해보고, 반대 성별에 대한 내성이 없는 이들을 맞선 시키면 어떻게 되는가?
침묵이 흐른다. 침묵은 부담감으로, 부담감은 파토로 이어진다.
침묵을 없애기 위해서 더블 부킹을 해봤지만, 아싸+아싸와. 아싸+아싸+아싸+아싸는 다른 결과가 나오진 않는다.
어떻게 해봐도 이렇게 남자는 남자와, 여자는 여자와 이야기하면서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커플 매니저로서는 망한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김태윤은 당황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이 벽은 여리고의 벽이야.’
여리고의 벽은 나팔 소리와 고함 소리만으로 무너진 벽을 말한다.
어색하고, 끼리끼리 모여서만 이야기하는 벽은 쉽게 무너진다. 김태윤은 수십 번의 커플 성사로 인해 단련된 베테랑 커플 매니저. 벽을 무너트리는 벽을 많이 알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게 맞선 자리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
맞선이란 본격적으로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연애 경험자들이나 하는 고등 전투 과목이다.
저 연애고자 쫄보들은 맞선 자리에 설 자격이 없다. 저들은 그 아래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중, 남고. 여중, 여고를 나온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처음으로 이성을 마주치는 장소. 바로 대학교 MT. 미팅처럼 가벼운 분위기를 만들어서 벽을 무너트려야 해.’
그럴 때 가장 잘 쓰는 방법은 첫째가 술이고 두 번째가 미니 게임이다.
만나자마자 술을 먹이면 뒤탈이 감당이 안 된다. 우선은 미니 게임으로 시작하여 친목을 다지고, 술로 이어가자.
“자, 선남선녀분들. 우리 게임 하나 할까요?”
김태윤이 준비한 미니 게임을 천천히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