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50)
괴식식당-450화(450/613)
450화. 컬레버레이션 (2)
컬래버레이션 괴식 시리얼 제작에서 승우가 당부한 건 하나였다.
재밌게 만들어라.
재미, 재미, 재미란 무엇인가.
셋은 그것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가장 빨리 답을 내린 건.
영식이다.
“좋아하는 거 먹을래뿌!”
좋아하는 걸 먹는 게 제일 재밌는 거다. 단순하지만 어느 정도 진리에 닿아 있는 말이었다.
영식이는 바로 초콜릿을 떠올렸다. 세상에는 많은 단 것이 있지만, 그중 최고는 초콜릿이다.
과일의 단맛, 사탕수수의 단맛도 초콜릿은 못 이긴다.
시중에 판매되는 초코 시리얼은, 영식이 기준에는 초콜릿 가루를 조금 뿌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초콜릿 맛을 내는 코코아 파우더 함량 4~6%는 정말로 그 수준이긴 했다. 한다면 50%는 넘어야지!
영식이의 스케치북이 까맣게 물들어간다. 초콜릿, 초콜릿과 초콜릿. 그리고 약간의 마시멜로.
까만 초콜릿 가운데 박혀 있는 하얀 마시멜로를 그린 영식이는 바로 시리얼 제작에 들어갔다.
어렵지 않다.
냉장 보관 중인 수많은 초콜릿 중에 달달한 걸 찾아서 동그랗게 만들어 주면 끝이다. 그러다가 문득 시리얼은 우유에 말아 먹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씹는 맛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좋아하는 걸 같이 요리해 보자. 영식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건 식빵이다.
나비가 만든 식빵은 보들보들해서 맛있다. 하지만 그냥 넣으면 눅어 버리겠지?
튀기자.
튀긴 식빵에 초콜릿을 입혀서 먹자. 씹히는 맛이 좋을 거야. 하지만 이러면 조금 덜 달겠지? 안 녹으니까? 코코아 가루도 뿌리자.
초콜릿을 입힌 식빵에 코코아 가루까지 더하면 아주 달달한 시리얼이 될 거야.
“뿌우우!”
와당탕탕 소리를 내며 영식이가 바로 요리에 들어갔다.
그런 영식이의 뒤쪽에 있는 은하는, 빤히 스케치북을 봤다. 재밌는 걸 하라고 했는데 뭐가 재밌을까.
“우우우움…….”
입과 코 사이에 크레파스를 끼워두고 한참을 고민한다. 고민하다가, 떠올랐다.
은하에게 재미는 먹는 사람이 기뻐하는 것이다. 반사적으로 아빠와 엄마, 영식이와 나비, 삼촌과 양아버지, 태지 오빠가 떠올랐다.
가족을 떠올리니 가족이 먹고 기뻐했던 음식도 떠올랐다. 최근에 해준 음식은 개구리 요리다.
아빠가 맛있다고 해줬다. 엄마도 괜찮다고 했다. 그게 기뻐서 돌아와서 삼촌에게 괴식 요리를 조금 더 배우기도 했다.
“개구리는 시리얼에는 안 어울리는데… 아! 맞아. 그게 있었지.”
생각이 난 은하가 호다다닥 달려가서 냉장고에서 그것을 찾았다.
있었다.
“와아아!”
과연 없는 게 없는 삼촌의 냉장고다. 기쁨에 춤추며 그것을 들어 올렸다. 네모난 밀폐 용기에는 녹색 옹심이가 박힌 투명한 젤리가 있었다.
황지현이 멀뚱히 보다가 눈을 깜빡였다.
“사장님, 저게 뭐예요? 젤리?”
“개구리알.”
“아, 그 젤리 간식 말이군요.”
“아니. 진짜 개구리알인데?”
“으악……!”
“정확히는 몬스터 개구리알이야.”
“흐아악!”
“아직 지구에는 출연한 적이 없는 걸로 아는데, 테라에서는 마니아코스의 알이라고 부르는 식재료야.”
마니아코스(μανιακός).
미치광이라는 뜻이다.
“왜 미치광이의 알이라는 이름이 붙었냐면, 저 알을 먹으면 맛을 느끼는 감각 중에 매운맛이랑 짠맛이 사라져. 그리고 사라진 만큼 다른 맛에 민감해져.”
오미(五味) 중 둘이 사라지고, 셋은 강해진다.
그 특성을 이용해, 이단심문관 중에서는 마니아코스의 알을 먹이고 쓴 것을 먹여 고문하는 식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황지현이 입가를 조금 떨었다.
“그거 되게 위험한 거 아니에요?”
“효과 시간이 짧으니까 노리고 쓰는 게 아니라면, 그렇게 위험하진 않아. 자체로도 맛있어. 달달하지. 그리고 은하도 그 정도는 알 거야. 저 아이는 똑똑하다고.”
“제 직속 상관보다는 똑똑하죠.”
“…….”
짠맛과 매운맛이 사라지고, 신맛과 단맛. 쓴맛이 남는다.
매운 것과 짠 것을 잘 사용하면서 신맛과 단맛, 쓴맛을 조화롭게 다루면 오히려 맛이 몇 배나 증폭되는 좋은 재료다.
심지어 값도 싸다.
“음. 좋아요.”
은하가 설계를 끝냈다. 마니아코스의 알을 우유에 말아서 먹으면 단맛은 확실히 보충된다.
자체의 맛과 우유의 고소한 단맛이 강해지니까, 맛있어지겠지. 아주 약간의 신맛이 필요하다. 그것은 지렁이 젤리를 넣는 걸로 해결했다.
하얀 우유를 헤엄치는 지렁이 젤리와 초록색 젤리. 보기에도 귀엽다. 완벽해.
스케치북에 시안을 다 잡은 은하가 요리에 들어갔다.
“부냥.”
가장 나중에 움직인 것은 나비였다. 나비는 매우 신중하다.
아일루로스는 다른 종족에 비해서 근육도 적고, 체구도 작아서 약한 편이다. 그렇지만 아일루로스는 당당하게 전사 종족이라 불리는 강력한 사냥꾼이다.
왜냐, 아일루로스에게는 커다란 체격도 근육도 없지만, 인내심이 있기 때문이다.
타고난 사냥꾼. 사냥꾼의 인내심!
나비가 동공을 날카롭게 조이며 스케치북을 노려봤다.
“냐에게 재미냐옹?”
나비에게 있어서 재미란 성공이다. 성공, 성취, 달성.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목표로 뚜렷하게 용사님을 섬긴다.
그래서 용사님이 기뻐한다. 이게 바로 재미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시리얼 만들기에서의 재미란 하나밖에 없다.
“상품화냐옹. 매상냐옹.”
번듯하게 상품화에 성공하고, 높은 매출로 용사님의 지갑을 빵빵하게 만든다. 그게 바로 나비의 재미다.
그렇다면 성공해야 한다. 성공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
근본부터 생각해 볼 노릇이었다.
“시리얼야옹…….”
시리얼이란 무엇인가.
바쁜 현대인이.
귀찮음 많은 인간이.
우유에 간단하게 말아서 끼니를 때우는 것이다.
인간은 반나절만 굶어도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속이 안 좋아지며 집중력이 약해진다.
하루를 굶으면 쇠약해지고, 일을 할 수 없다. 며칠 굶으면 죽을 수도 있다.
인간은 먹어야 한다. 하지만 바쁘다. 먹기도 귀찮을 정도로 지칠 수도 있다.
시리얼을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라는 것이니, 생존에 직결된 문제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리얼은 어떤가. 정확하게 세 부류다.
맛에 집중해서 맛있게 만들어 주려는 간식에 가까운 달달한 시리얼. 그리고 영양소를 보충하려고 안간힘을 쓴 고소한 시리얼. 죽지 않을 정도로만 영양소를 보급해 주는 다이어트용 시리얼.
“두 마리의 토끼를 쫓다가 둘 다 놓친다고도 하지만냥. 슬기로운 냐옹이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다냥.”
영양소와 다이어트를 다 잡으면.
백전백승이다.
상품화 성공.
매출 대박.
용사님 함박웃음.
냥냥냥 하고 웃으며 나비가 인벤토리에서 자그마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것은, 황지현이 보기에는…….
“나비, 쟤 지금 수류탄 꺼낸 거 아니죠?”
수류탄처럼 보였다.
* * *
1번 후보, 영식이.
“여기 있다뿌우우-!”
영식이가 야심차게 내놓은 것은 네모로 썰은 튀긴 식빵에 초콜릿을 묻힌 후에 코코아 파우더로 마무리한 달고 달고, 단 초콜릿 시리얼이다.
귀엽게 뿌려진 마시멜로가 우유와 만나 믿을 수 없는 달콤함을 선사해 주겠다-! 라는 포부가…….
눈알로 느껴졌다.
“으, 으으으. 눈이 달아.”
황지현이 움찔거리며 물러섰다. 마치 바질리스크의 사안이라도 본 듯하다. 그녀가 곁눈질하며 승우에게 조용히 물었다.
“저거 칼로리가 어떻게 될까요?”
“대략 만 칼로리쯤 되겠네.”
“…….”
만 칼로리. 성인 표준 하루 권장 칼로리는 이천 칼로리.
활동량이 많은 헌터들은 거기에 다섯 배에서 스무 배까지도 괜찮다. 하지만 황지현은 사무직이었기 때문에 하루 표준 칼로리가 세 배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거 한 번 먹으면, 한 방에 칼로리 오버 브레이크…….”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먹자고.”
승우가 먼저 그릇을 잡았다.
“뿌우우, 뿌우우.”
영식이가 두근두근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승우는 못 본 척 입가를 올리며 수저를 들어 입가로 초콜릿 시리얼을 가져갔다.
빠삭.
튀긴 식빵에 초콜릿을 입혀서 바삭하다. 러스크를 먹는 느낌이다.
하지만 달다. 진짜 달다.
초콜릿 중에서도 매우 단 상품을 쓴 모양이다. 코코아 가루까지 있으니 더 달고, 마시멜로가 녹아서 더욱 달아졌다.
이쯤 되면 거의 초콜릿 스프에 러스크를 적셔 먹는 기분이다.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던 승우가 엄지를 내밀었다.
“합격. 죽을 만큼 달아서 딱 괴식 느낌도 나고 좋네.”
“뿌와아우우아아~!”
영식이가 기쁨에 펄럭거리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러더니만 폴짝 뛰어서 승우에게 안겼다.
승우는 그런 녀석을 안고는 모른 척, 황지현의 몫을 가져왔다.
“맛있는데 하나 더 먹을까.”
“뿌~ 뿌~”
황지현이 슬쩍 눈인사를 보내왔다. 고맙다는 표현이었지만, 별로 감사받을 일은 아니었다.
초콜릿 스프 시리얼은 상당히 맛있었다. 다만 쉽게 질리고, 미친 듯이 칼로리가 높은 게 문제였을 뿐이다.
둘 다 승우에게는 별로 문제가 아니었으니 그냥 맛있는 음식을 대신 먹어준 것뿐이다.
“다음은 저예요!”
입가를 닦고 있으니, 은하가 새 시리얼을 내밀었다.
“와아아… 귀여워.”
황지현이 박수 쳤다. 우유에 동동 떠 있는 여러 젤리. 정확하게는 지렁이 젤리와, 개구리알 젤리처럼 생긴 진짜 몬스터 개구리 알이다.
진짜인 걸 모르고 본다면 그냥 젤리로 장난한 것 같은 모습이라, 익살스럽기까지도 했다.
하얀 우유 위에 빼꼼 나온 색색의 지렁이 젤리가 제법 귀엽다.
“겉모습만 봐도 합격점인데?”
“헤헤헤.”
“맛은 어떨까. 황지현 양, 심사를 부탁해요.”
괴식을 먹어 온 지 어언 일 년.
내성이 쌓일 만큼 쌓였다.
민이 먹었다고 하는 전설의 거대 슈퍼 라지 울트라 사이즈의 그리마 따위가 아닌 한, 개구리알쯤으로는 거부감도 들지 않는다.
솔직히 처음에는 쫄았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역시 그리마가 떠오르면서 그거에 비하면 뭣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당당해진다.
어깨를 쫙 펴고 의젓하게!
“잘 먹을게.”
은하가 기대하는 눈으로 이쪽을 봤다. 솔직히 말해서 설명을 이미 들은 터라 어떤 맛이 날 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수저의 삼 분의 일 정도를 차지하는 조금 커다란 개구리알을 약간의 우유와 같이 입 안에 넣고 씹었다. 톡 하고, 개구리알이 터지고는 쌉쌀한 맛이 퍼졌다.
캐비어, 아주 연한 캐비어 맛이다. 소금기가 매우 옅은 캐비어를 우유에 말아 먹는 것 같다.
‘보드카 땡기네.’
이런 건 그냥 보드카랑 먹는 게 좋을 것 같지만.
‘애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니지.’
황지현이 이번에는 젤리를 씹었다. 시큼한 지렁이 젤리맛이 우유, 그리고 개구리알과 어울려 제법 재밌는 맛이 난다.
“맛있다.”
“정말요!?”
“응? 너는 아직 안 먹어봤어?”
“네!”
요리하는 사람이 자기가 요리한 것도 맛을 안 보다니, 나쁜 버릇이다. 자기가 한 요리의 맛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하지만 황지현은 알고 있었다.
“원래 요리 안 하던 사람이 그렇지 뭐. 나도 그래.”
“헤. 헤헤.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서두르다가 맛을 못 봤어요.”
“정말 맛있으니까. 안심하고 너도 먹어봐.”
“네!”
활짝 웃으면서 은하가 승우를 봤다. 승우는 조용히 맛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상상한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맛이다.
살짝 소금을 더했으면 좋겠지만. 전문가도 아니니 이게 최선이겠지. 그가 엄지를 세웠다.
“합격.”
“휴, 감사합니담.”
은하는 꾸박 하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도도도 뛰어서 옆 테이블로 갔다. 자기가 만든 것의 맛을 보기 위해서다.
자기도 먹어보고는 제법 맛있었는지 발을 동동 구른다.
그때였다.
양손에 그릇을 들고 나비가 나타났다.
“이번엔 내 차례구냥.”
자신이 이겼다는 듯한.
당당한 자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