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58)
괴식식당-458화(458/613)
458화. 놀아보자 (4)
세 번째 신명은 습득 사례가 승우 한 명이 전부다. 어떤 식으로 벽을 넘어갈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신명이 정해지는지.
그 혼자서 유일하기에.
통계를 낼 만한 숫자가 아니다.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얻어졌어.”
“여전히 너는 도움이 안 되는군.”
이 천재 놈은 처음 신명을 얻을 때도 그랬다. 남들처럼 유명세를 떨친다든가, 신력 공납을 받든가, 하다못해 추종 세력이 움직여서 적극적으로 신명 획득 운동을 펼친다든가 하는 과정이 없었다.
그냥 어느 날.
‘어, 나 신명 얻었다. 검이래.’
하고 말하면서 신명을 얻었다.
마치 아침에 오늘 밥이 맛있네, 하는 식으로 대수롭지도 않게 말이다. 그런 녀석이다 보니 참고가 전혀 되지 않는다.
“어쨌든 세 번째 신명으로 뭐가 생길지가 관건이군.”
“희망하는 신명은 있어?”
“일단…….”
두 개의 신명을 가진 지금도 대적자라고 할 법한 대상은 승우뿐이다. 그 외의 존재는 지금도 그럭저럭 다 상대할 만하다.
이래 보여도 크라이는 에메랄드 태블릿에 등록된 수많은 투신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아주아주아주 강력한 투신이다.
승우를 못 이겨서 그렇지.
지금도 충분히 강력하다.
따라서 타겟팅을 한다면 일단 승우다. 놈을 이길 신명이 필요하다.
“너를 이기려면 지금 부족한 건 생명과 재생 관련의 신명이겠지.”
육참골단의 각오로 맞고 반격으로 치명타를 날리는 게 승산이 높다.
크라이의 신명인 포학은 난폭한, 이성을 잃을 정도의 분노 속에서 무한하게 힘이 강해지는 신명이고, 투쟁은 싸움이 길어질수록 더욱더 힘이 강해지는 신명이다.
둘 다 공격적인 신명이다.
방어적인 신명이 필요하다.
“흠.”
승우가 잠깐 턱을 짚고 생각해 보았다. 재생과 생명의 신명은 말 그대로 재생력을 극대화해 주고, 생명력을 극대화해 준다.
재생은 치료를 빠르게 해주는 것이고 생명력은 애초부터 몸빵을 극대화해 주는 신명이니 엄연하게 말하자면 둘의 기능은 다르다. 하지만 어쨌든 요는 방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확실히 나쁘진 않아. 하지만 재생의 신명이나 생명의 신명을 가진 신은 제법 착한 신이라고 알고 있는데, 강탈전을 해볼 생각이야?”
신명의 소유자는 한 명뿐.
누군가가 가지고 있다면 그자를 소멸시키거나 신명을 박탈당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승우가 눈살을 찌푸리자, 크라이가 머리를 긁었다.
“그건 아니다. 굳이 잘 살고 있는, 평가 좋은 신들을 찾아가서 무력으로 겁박해 공석을 만들 생각은 없어. 그냥, 비슷한 효과가 필요한 거지.”
“하긴. 신명은 찾으면 많으니까.”
비슷한 신명은 많다.
제우스의 벼락처럼 번개, 천둥, 낙뢰, 천뢰, 굉뢰, 우레, 천둥 따위로 말장난하듯이 비틀어서 늘린 신명이 많다.
어쩔 수 없다.
차원은 많고, 그 차원마다 번개의 신이 필요하다. 살살 이름을 바꿔서 비슷한 기능을 유도하는 건 대표적인 신들의 꼼수다.
“검의 신명만 해도 대검의 신이니, 소검의 신이니, 펜싱의 신이니 하고 비튼 신명이 좀 많지.”
“나도 결국 분노의 신이 있어서 포학의 신을 하고 있으니…….”
크라이의 신명인 포학은 분노의 비틀린 말이고, 투쟁은 전쟁의 비틀린 말이다. 이렇게 비틀어서 만들어진 비슷한 뜻의 신명을 이면(裏面)의 신명이라고 말한다.
“생명, 재생처럼 방어적인 측면의 능력을 보완해 주는 이면 신명이 필요해.”
승우는 크라이에게 어울리는 방어적인 신명을 몇 개 떠올려 보았다.
“불멸, 절대로 멸하지 않는 신명은 어때?”
“너 모든 걸 멸하는 마검 쓰지 않냐? 그 피 먹는 칼…….”
“아, 확실히 걔가 먹으면 멸하겠구나. 그럼 불사는?”
“그거 성검에 맞으면 두 배로 아픈 거잖아. 오히려 잘 죽게 될걸.”
“그러고 보니 성검에 불사 특수 공격 강화가 있긴 했지.”
몇 가지 후보군을 떠올려 봤지만, 승우에게는 그걸 카운터 치는 검이 즐비해 있었다.
승우가 신명을 떠올리는 순간, 크라이가 바로 승우가 가진 검 이름을 연속해서 내뱉었다.
놀랍게도, 승우보다도 크라이가 승우의 검을 더 잘 알고 있었다.
“왜 네가 더 잘 아는데?”
“때린 놈은 발 뻗고 자고, 맞은 놈은 못 자는 법이지. 네놈의 칼을 하나하나 상기하면서 공략법을 찾던 시절이 있어서 그렇다.”
아니.
그런 노력을 지금 어필하시면…….
승우가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크라이가 미간을 구겼다.
“그리고 솔직히 요즘 네가 칼을 뽑긴 하냐?”
“안 뽑긴 하지.”
거의 신문지 선에서 정리된다.
크라이가 어금니를 긁으며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검 이름도 까먹지.”
“아직 까먹을 정도는 아니야.”
“그래? 방어막을 제거하는 데 특화된 검 중에 푸른색인 검 세 개를 말해봐.”
“…….”
말문이 막혔다. 진짜로 기억이 안 났다. 소지한 검이 만 개가 훌쩍 넘는데 그걸 일일이 기억하겠는가.
어버버거리니 크라이가 손가락을 꼽았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담로, 카사스 블레이드, 헤이젤, 난쟁이의 할버드…….”
“그만, 그만. 아, 어질어질하네.”
“내 기억으론 43자루쯤 될 거다.”
“알았어, 이 징그러운 녀석아. 결론은 뭐야?”
“네놈의 검 때문에 단점이 없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아. 그냥 약점만 안 되면 충분해.”
물론 필요하다고 해서 그런 신명이 얻어지지는 않는다. 어쨌든 신명이란 신으로서 살아온 모습과 업적을 기리는 것이다.
자기가 신명을 고른다기보다는 자신의 행실이 신명에 반영된다. 어지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필요는 바람이 되고 바람은 기원이 되어 현실을 비튼다.
강하게 염원하는 만큼 그러한 신명을 얻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마련. 크라이는 묵묵하게 방어적인 신명을 계속해서 기원했다.
승우는 그런 크라이를 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바라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하지. 그래, 지금처럼 그냥 정신이나 집중해라.”
“그건 자기는 신명 잘 골랐다고 으스대는 거라고 봐도 되나?”
승우의 신명은 구성이 완벽하다.
검의 신명은 무기에 관련된 신명이기에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많은 검을 수집함으로써 방어적인 능력도 출중하게 갖추었다. 따라서 공수가 균형 잡힌 완전한 전투 신명이다.
승리의 신명은 운에 관련된 막강한 보조 신명으로, 거의 모든 상황에서 적용되는 폭넓은 보조 신명이다.
운, 승리를 잡기 위한 운이 좋아진다. 운칠기삼(運七技三). 이기기 위해서는 운이 칠 할이요, 기술이 삼 할이라지 않는가.
누구보다 기술이 좋은 놈이 운도 좋다. 지기가 더 힘들어진다.
이렇게 이미 검과 승리로 균형 잡힌 공수일체의 신명이었는데, 마지막으로 더해진 괴식의 신명이 용의 눈에 점을 찍었다.
괴식의 신명은 생활 보조 신명에 가깝다. 음식에 대한 신명이니까.
하지만 괴식의 효과는 음식과는 다르다. 공격과 방어, 육성에 영향을 준다. 그러니 이 또한 모든 부분에 적용되는 공수일체의 생활 보조 신명이다.
전투 신명인 검.
보조 신명인 승리.
생활 신명인 괴식.
세 분야로 나눠진 신명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빈틈이 없다.
“작정하고 신명을 얻어도 그렇게는 안 되겠다. 보통 신명은 한 분야로 겹쳐지는데 말이야.”
포학과 투쟁.
가정과 결혼.
하늘과 벼락.
바다와 해일.
두 개의 신명은 거의 연달아서 같은 기능을 갖는 경우가 대다수다.
“어떻게 저렇게 다르게 얻을 수 있지? 신기한 녀석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슬슬 정해보자고.”
이번에 요리를 해주면 크라이 앞에 세워진 세 번째 벽은 깨진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무슨 요리를 해볼까.”
승우는 크라이가 좋아하는 요리를 떠올려 봤다.
육(肉)류다.
황지현과 같다.
피자에 고기 토핑을 사랑한다.
황지현과 같다.
둘은 여러모로 많은 취향이 겹친다. 실은, 안 그래 보이지만 크라이도 파스타를 엄청 좋아한다.
“응? 그러고 보니…….”
그녀의 적성이 번개에 가깝듯이, 크라이의 속성 적합도도 번개에 가깝다. 하지만 크라이는 번개를 쓰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
번개는 다른 속성에 비교해서 장기전에 약하다.
일견 강하고 빠른, 단점이 없어 보이는 속성이지만, 따져보면 연비가 나쁘고 스킬 코스트가 엉망이다.
그래서 막상 실전에서 써보면 잠깐 우위를 점했다가, 장기전이 되면 바로 약해지는 게 번개 능력자의 한계였다.
승우와 크라이, 테오와 레나토 파티는 네 명이 모든 일을 해야 했다. 군대와 싸우는 일은 흔하고, 국가급의 전쟁도 해야 한다.
그러니, 단기전에 특화된 번개보다는 장기전에 강력한 불 속성 위주의 식단으로 몸을 관리해 왔다.
“하지만 말이야. 역시 너의 재능은 번개 쪽이란 말이야.”
“갑자기 웬 번개 이야기를…….”
“이제는 여유가 있으니까, 본래의 재능을 활용해 보는 게 어때?”
“번개인가. 확실히 나쁘지 않군. 예전이라면 코스트나 체력 배분에 문제가 생겨서 기피했겠지만. 지금은 괜찮아.”
예전보다 체력은 더 강해졌고, 마력도 비교가 안 된다. 충분히 번개 능력으로도 오래 싸울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하던 크라이가 중얼거렸다.
“원소 능력은 방어도 편리하지.”
신체의 일부를 번개로 바꾸어서 공격을 막아도 괜찮고, 외부 전력으로 신체를 재생할 수도 있다.
번개로 방패를 만드는 건 상투 수단이다. 제우스가 실제로 그렇게 쓰는 걸 본 적이 있다.
문제가 있다면 번개라고 해도 저 망할 검신이 못 베지는 않는다는 거지만.
“어차피 네가 못 베는 건 없지.”
“응. 그렇지.”
철벽이란 신명을 가진 신의 신명무구는 방패였는데, 이름도 유명한 도검불침(刀劍不侵)이란 방패였다.
칼로 안 베인다는 이름의 방패도 저놈은 그냥 베어버렸다. 그저 격이 부족해서 그렇다.
“만약 내가 세 번째 신명으로 번개의 이면 신명을 얻는다면…….”
“격이 오르니까. 못 벨지도 몰라.”
“그렇다면.”
“정해졌네.”
“그래.”
크라이의 세 번째 신명은 번개의 이면 신명으로 정했다. 번개 관련이라면 뭐라도 좋다. 그렇다면 그걸 위해서는 무엇을 먹어야 할까.
“역시 이럴 때는 드래곤이지.”
힘의 상징.
가장 강력한 몬스터.
드래곤.
“그 드래곤 중에서도 가장 번개와 밀접한, 라이트닝 드래곤.”
“오.”
“그 라이트닝 드래곤 중에서도 최고 클래스인 천공룡(天空龍).”
“오오.”
“그 천공룡 중에서도 제일 강력한 엘더 드래곤!”
“오오오!”
천공룡, 스카이 드래곤은 크라이도 몇 번밖에 못 봤다.
워낙 숫자가 적은 희귀 종족이기도 하고, 드래곤 중에서도 강력하기로는 한 손에 꼽히는 신적인 용이다.
엘더급이면 이미 하나의 신명을 가진 신은 그냥 찜 쪄 먹을 정도로 강력하다.
‘녀석…….’
크라이는 조금 감동했다.
엘더급 천공룡을 식재료로 떡하니 내놓다니. 친구가 이래서 좋다.
물론 다시 생각해 보면 예전에 크라이로부터 승우가 가져간 재물이라면 천공룡 오십 마리를 사고도 남을 정도였지만, 분위기가 분위기라 그만. 감동하고 말았다.
살짝 눈물이 날 정도의 감동이다. 하지만 그 감동이 사라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 없었다.
승우가 씩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요리 부위는!”
“부위는!”
“드래곤의 고기 중에서도 제일 강력한!”
“강력한!”
“음경으로 하지.”
……?
“뭐?”
음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