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65)
괴식식당-465화(465/613)
465화. 제우스 (4)
손을 사용한 치료 행위는 엄밀하게 말해서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근육의 이완과 정신의 안정을 위해서 하는 마사지다.
피부 마찰의 온기와 장압으로 근육의 뭉침을 풀어주고, 때론 아로마를 써서 후각을 통한 진정 효과를 더하기도 한다.
크림이나 오일로 피부 미용 효과를 더하기도 하는데, 평범하기에 접근성이 가장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마사지라고 하면 이 마사지를 가장 먼저 연상한다.
두 번째는 스포츠 마사지다. 이쪽은 염좌, 스포츠 근육통을 예방하는 준비운동, 즉 스트레칭과 올바른 체형교정. 그리고 운동 후의 관리를 위해서 하는 마사지다. 약간, 전문가의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도수 치료다.
도수 치료는 어긋난 뼈를 맞추고 끼워 넣는 본격적인 의료 행위다. 다른 마사지와의 차별점은 이건 위안 효과나 예방을 위한 마사지가 아니라 치료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변형이 생긴 뼈와 근육을 교정시키는 일이기에 ‘무진장 아프다’.
크라이가 사용하는 도수 치료는 테라에서 배운 것인데 손을 뜻하는 테라의 말인 카이로와 치료를 뜻하는 프랙틱스를 합친 말인, 카이로 프랙틱스라는 기술이다.
도수 치료 중에서도 최고로 효과가 좋고, 최강으로 아프다. 그걸 임페리얼 오크의 악력으로 하니 기겁하게 아픈 것도 당연하다.
지금 도수 치료를 받는 게 심해어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면, 숨겨진 기지의 위치를 바로 실토하며 살려달라고 빌었을 터.
그런데도 크라이의 모습은 평온하고, 손놀림은 부드러웠다.
아픈 기술이라고는 조금도 생각되지 않았다. 백강혁은 저 모습에 속아서 다리 접질렸을 때 한 번 해달라고 했다가 죽다 살았다.
민은 그때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실제로는 아프다고 들었습니다.”
“응. 무진장 아파. 저거 고문 기술 수준으로 아파.”
레나토의 신성력엔 한계가 있다. 신성력을 절약하기 위해 모험하던 시절에, 골절 치료는 크라이의 담당이었다. 저 치료를 받고 몇 번을 혼절했었던지. 승우가 심해어를 보며 웃었다.
“크라이, 뼈는 파쇄해서 살 사이사이에 스며들게 해줘. 살은 뭉개지지 않게 조심해서.”
심해어의 뼈는 다른 뼈보다 두껍다. 물고기의 뼈라기보다는 소뼈에 가까운 골밀도와 크기다. 살을 건드리지 않고 뼈만을 분쇄하는 일은 거의 묘기에 가깝다. 그러니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크라이가 별 대꾸도 없이 플라나를 방출해서 뼈를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유려한 손놀림으로 뼛가루가 살 구석구석에 도달하도록 주물렀다.
잠깐의 마사지가 끝나고, 크라이가 승우에게 심해어를 던지자 승우가 중화식도를 휘둘렀다.
한 번 빛이 번쩍이고 껍질이 벗겨진다. 두 번 빛이 번쩍이니 후두두둑 하고, 그릇에 심해어의 고기 떨어졌다.
실로 아름다운 회 뜨기 실력이다만, 의문도 있다.
영식이가 뿌, 하고 꼬물거리며 물었다.
“왼쪽에는 빨간 고기, 오른쪽에는 하얀 고기다뿌?”
같은 고기가 아닌 건가?
나비가 대꾸했다.
“빨간 건 혈합육이다냐.”
“혈합뿌?”
“뼈가 붙어 있었던 빨간 부분이다냐. 여기는 비리고, 가시가 많아서 좋다냐.”
“뿌?”
비리고 가시가 많은데 좋아?
“아, 맞다뿌.”
요즘은 맛있는 거만 먹고 살아서 잊었는데, 괴식은 원래 저런 데만 골라 먹는 게 괴식이다.
영식이가 눈치를 보다가 큰맘 먹고 빨간 혈합육을 한 입 먹었다.
“맛있는데뿌?”
“혈합육조차도 맛있게 풀어주는 게 바로 마사지의 힘이지.”
가시를 전부 으깨버리고 부항으로 점액을 뽑아냈으니, 혈합육조차도 맛있다. 그럼 흰 살은 어떻지?
“진짜 맛있다뿌!?”
착- 하고 혀에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비록 혀는 없지만, 혀가 녹는 듯이 깊은 맛! 영식이가 눈을 빛내다가, 주변을 보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다른 사람이 먹기 전에 다 먹는 일은 예의 없는 일이다.
녀석이 눈치를 보자, 승우가 웃으면서 그릇을 들었다.
“테이블로 가서 먹자. 양은 충분하니까, 많이 먹을 수 있을 거야.”
“뿌!”
호다다닥 영식이가 따라온다. 민은 뒤를 따라 걸으며 어깨를 풀었고, 은하도 조르르르 걸었다.
나비는 심해어 도수 치료 회에 곁들여 먹을 채소와 간장, 와사비, 초장 따위를 챙기고는 그것을 쟁반에 담은 후에 머리에 올렸다.
그리고.
그런 녀석을 지켜보며 크라이는 묵묵히 손을 닦았다.
“…비린내가 안 빠져.”
심해어를 그렇게 주물럭거렸으니, 냄새가 안 빠지지.
킁킁 하고 손끝의 냄새를 맡아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는 크라이였다.
* * *
시간은 평등하지 않다. 태평하게 사는 자의 1초와 절박하게 사는 자의 1초는 같지 않다. 승우와 크라이가 회를 만드는 동안 제우스는 지옥과도 같은 고통 속에서 몸부림쳤다.
일분일초가 영원처럼 느껴지는 고통의 시간. 원인은 바로 근육통.
중력을 다루는 검으로 중력을 증가시킨 상태에서의 얼차려는 제우스의 몸에 지옥과도 같은 근육통을 남겼다.
이런 통증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우스는 태어나면서 바로 신이었다.
크로노스의 아들로 태어나, 처음부터 신격을 가지고 있던 제우스는 근육통을 모른다.
그런 하찮은 필멸자의 고통 따위는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필멸자의 육신을 갖게 되었으니 배고프면 굶주리고, 잠을 자지 않으면 눈알이 빠질 것 같으며 밥을 먹으면 배변도 해야 한다.
영락한 신으로서 이건 견디기 힘들다. 필멸자의 삶 자체가 고난이고, 고통이며 지옥이다.
수치. 수치. 수치.
사는 게 수치다.
신격을 잃은 신의 사인(死因) 중 태반은 자살이다.
콧대 높은 신의 자존심은 필멸자의 격을 견디지 못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개복치가 돌연사하듯, 필멸자가 된 신 또한 스트레스로 죽어버린다.
제우스의 스트레스는 임계치를 훌쩍 넘었다.
잃어버린 신명 두 개.
필멸자의 육신.
아내의 외도.
터진 그거 두 개.
무너진 가장의 자존심.
잃어버린 힘과 권력과 재산.
사라진 건 많으나.
얻은 것은 근육통뿐이다.
죽지 않은 게 이상한 그런 고통과 스트레스 속에서.
“내가, 내가 죽을 거 같으냐……!”
제우스는 그런 막대한 스트레스를 이겨냈다. 썩어도 준치라 했다.
제우스는 보기보다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다. 본인조차도 모르는 정신력이 샘솟는다.
증오와 분노를 연료 삼아 활활 타오르는 정신력-!
분노와 증오가 제우스를 삼킨다.
그 증오의 화살이-!
“용서하지 않겠다, 백강혁-!”
백강혁에게 향했다.
제우스의 분노 섞인 외침을 들은 아레스가 눈을 꿈뻑였다.
“하고 싶은 말은 되게 많습니다만. 아버지, 왜 갑자기 걔한테 그러십니까?”
진짜 미워하려면 백강혁이 아니라 유승우를 미워해야 하지 않을까. 제우스가 아레스를 ‘아들 주제에 올바른 소리를 하다니, 건방지다.’라는 눈으로 보다가 굳게 주먹을 쥐었다.
“아들아, 세상에는 카르마라는 말이 있다. 업보라는 뜻이지.”
“예. 뭐, 저도 압니다만.”
“내가 검신에게 호되게 당한 것은 다 카르마다. 내 죄의 소치다. 업보가 돌아온 것이다.”
“오.”
“나는 검신에게 당해 싼 짓을 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제우스의 입에서 솔직한 반성의 말이 나와서 놀란 게 아니다. 조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아들에게 구라 치는 모습이 가증스러워서 놀랐다.
검신을 언급할 때마다 얼굴이 흉신 악귀처럼 되는데 반성은 무슨 반성인가. 둔한 아레스도 눈치챌 만큼 투명한 표정 변화였다.
“하지만 백강혁은 다르다. 그놈은 내게서 아내를 빼앗았다.”
“아직 안 뺏겼는데요. 보류 중이시잖아요.”
“육체 관계가 있어야만 불륜이겠느냐. 마음이 살짝이라도 움직였으면 그건 불륜이야.”
“…….”
그렇게 불륜하고 다녔으면서 지금 누구한테 불륜 타령하는 거지? 댁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거참.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아들의 처지로서도 참 반응이 어려운 문제였다. 아레스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들고 있던 톱으로 나무를 마저 썰었다. 게르니아에 다리를 만드는 데 쓰일 통나무를 만드는 중이었다.
아레스가 입을 다물자 제우스가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 놈을 용서 못 한다.”
“네. 네네.”
검신은 무섭지만, 백강혁은 안 무섭다는 말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러니 복수할 거다.”
“어떻게요? 그 녀석은 검신의 화신입니다. 잘못 건드리면 역풍이 불 텐데요.”
“내게 수가 있다.”
“뭡니까?”
“그 뭐시냐, 전쟁의 신이었던 너는 잘 알지 않느냐. 전쟁에서 이기려면 무엇이 제일 중요하겠느냐.”
“이기겠다는 강인한 정신이요.”
“…….”
전쟁의 신명은 빼앗길 만해서 빼앗겼군. 제우스가 한심하다는 듯이 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첫째는 보급. 두 번째는 정보다.”
“아테나 같은 소리를 하시네요. 그런 것보다도 굳센 정신이 중요합니다만.”
“미친 소리는 작작 하거라. 모르면 그냥 그렇다고 하고 듣기나 해.”
“쳇. 그래서요?”
“백강혁이란 놈을 조사해 보았다. 녀석은 지구에서 제법 유명한 전사라더구나.”
“예. 그렇지요.”
지구 최강자 백 명을 뽑은 후, 그중에서도 제일 뛰어난 열세 명 안에 들어간다. 제법 유명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아레스가 그리 말하니, 제우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 녀석은 그런 놈이다. 유명한 만큼 강해지고, 유명한 녀석. 그런 녀석을 혼쭐내려면 어떻게 해야겠느냐.”
“달빛이 어두운 날을 골라서 밤길에 뒤통수를…….”
대체 이 새끼는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빡대가리인가.
제우스 자신도 머리는 나쁘지 않고, 헤라도 테라 최고의 지성신 중 하나인데. 결과물이 왜 이 모양이지? 교육인가? 교육이 잘못됐나?
한참을 끙끙거리던 제우스가 힘겹게 말했다.
“…녀석이 있을 자리를 빼앗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복수가 된다.”
“자리를 빼앗다니, 그게 뭔 말이에요? 도플갱어라도 되시게요?”
“그래. 그나마 비슷한 예시가 도플갱어구나. 맞다. 나는 놈의 도플갱어가 될 것이다.”
“???”
“이제부터 이 아버지가 하는 일을 잘 지켜보거라. 당당하게, 늠름하게, 저 망할 검신의 화신에게 본때를 보여주고야 말 터이니!”
이 노망난 아버지가 대체 뭘 하려는 걸까.
아무튼 제대로 한판 떠보려는 작정인가 보다.
아레스는 멍하니 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 그럼 나는 누구 편을 들지?’
친구의 편을 들어야 하나. 아니면 아버지의 편을 들어야 하나.
헤르메스가 아프로디테랑 애까지 만든 시점에서 아레스의 친구는 0명이 됐다.
애초부터 협소한 신간 관계가 그냥 바로 0이 된 것이다.
실질적으로 아레스에게 친구인 것은 백강혁이 전부다.
그렇게 치면 유일한 친구의 편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아껴주신 아버지를 버릴 수는 없잖아.’
진퇴양난이다.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던 아레스의 눈이 게르니아를 벗어나는 제우스의 등을 향했다. 제우스가 엄지를 세우며 말했다.
“당당하고 떳떳한 승리자 아버지가 되어 돌아오마.”
저 양반.
대체 뭘 하려고?
* * *
그로부터 하루 뒤.
충격적인 발표가 있었다.
[동해안 벼락 테러의 용의자.] [자진 출두.] [현재 퍼스트 오더 입관 심사.] [역대급 신인 등장.] [퍼스트 오더 랭크인 성공.] [잠정 랭크 97위.] [코드네임, 슈퍼노바-!] [그는 누구인가.]승우가 신문을 덮었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