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86)
괴식식당-486화(486/613)
486화. 평온한 일상 (5)
예전의 경찰조직과는 다르게, 요즘의 경찰조직은 수사권과 체포권, 구속권과 영장 청구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는 권한이다. 해외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당연하지 않다.
과한 권한이라고 여겨진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있다.우선은 경찰조직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
비리도 많았고, 서로 견제해야 할 삼권이 뭉쳐서 야합을 꾀한 일도 많다. 자연히 국민은 경찰을 믿지 못했다.
그런 경찰조직의 신뢰도를 올리기 위해서 지난 십 년. 경찰과 정부는 정말 노력해 왔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경찰조직을 정화하고, 무능한 자를 자른다. 국민의 말을 가까이에서 성실하게 듣도록 많은 제도를 준비한다.
그 노력의 성과로 이제는 제법 국민도 경찰을 신뢰한다.
대한민국의 영웅 문선아. 그녀의 활약과 도움에 대해서는 경찰도 할 말이 많다. 경찰의 신뢰도가 올라간 요인 중의 하나는 그녀다.
그녀는 경찰 제복을 입고, 바쁜 와중에도 치안 유지에 힘썼다. 공식적으로 문선아의 지위는 A섹터 부 지부장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 외에도 직책이 많다.
대한민국 육군 중장, 해군 소장, 공군 대장. 그리고 소방감과 경찰 치안감이다.
경찰 계급 중 세 번째로 높은 계급인 경찰 치안감의 정복을 입은 문선아가 어깨에 영식이를 올렸다.
둘은 한 컨테이너 창고의 지붕 위에서 아래를 보고 있다.
이곳은 시 외곽에 있는 고속도로 터미널, 여기에 사냥감이 있다.
머리 위에는 달이 떠 있다. 밤이야말로 사냥하기 좋은 시간이다. 범죄자 놈들은 꼭 밤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지, 오늘은 조금 춥다.
용사의 밥집의 뜨끈한 오뎅국물이 생각나는 밤이다.
하아-하고 흰 입김을 내뱉은 문선아가 말했다.
“후우, 어때 영식아?”
“틀림 없다뿌. 여기에 있다뿌.”
경찰 모자를 품에 끌어안고, 안테나를 빙글빙글 돌리는 영식이가 도끼눈을 떴다.
매서운 눈으로 휴게소 안쪽을 본다. 문선아가 두 개의 투시 스코프를 꺼내서 하나는 자신이, 하나는 영식이의 눈가에 올렸다.
투시 스코프가 휴게소의 안쪽을 보여 준다. 늦은 시간의 휴게소에는 세 명이 있다.
하나는 혼자서 식당 일과 편의점 일을 모두 하는 아주머니고, 둘은 용의자 A와 용의자 B다.
“맞다뿌. 할머니 돈 가져간 나쁜놈이다뿌.”
“흐흥, A 확인 완료.”
문선아와 영식이.
둘이 왜 여기에 있는가.
“드디어 찾았다. 망할 놈들.”
“뿌뿌.”
영식이와 문선아의 특별반은 보이스 피싱범을 찾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놈은 잡히지 않았다. 괜히 다른 범죄자들만 수십 명을 잡았다.
왜 이렇게 안 찾아지는가. 찾다 찾다가 안 찾아져서 뭔가 했는데 저 보이스 피싱범들은 상당히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녀석들이었다.
방사능 유출과 게이트로 인하여 망국이 된 북한의 난민이 조직을 꾸려, 보이스 피싱을 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저 A. 텔레파시 능력자다.
‘자기들끼리는 텔레파시로 대화를 하니까 영식이가 못 찾지!’
어쨌든 텔레파시로 저놈이 지휘한다는 걸 알았기에, 그다음부터는 찾아볼 만했다.
영식이가 다른 조직원을 찾아서 아래서부터 타고 올라와서 A를 찾았다. 결국 놈들의 조직은 궤멸했고, 남은 건 A뿐이다.
“피해액이 75억. 보이스 피싱으로는 기록적인 금액이지만. 이제 독 안에 든 쥐야.”
보이스 피싱 피해자는 문방구 할머니뿐이 아니었다. 조사 결과 현재까지의 피해 금액이 무려 75억에 달한다.
75억은 거금이고 부피가 상당하다. 사과 박스 하나에 현금이 11억 가량이 들어간다. A는 피싱한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다닌다.
수사망이 좁혀 오고, 조직이 궤멸되자 놈은 돈을 가지고 해외로 뜨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사과 박스 일곱 개 분량의 지폐를 A섹터의 보안을 뚫고 타지역으로, 심지어 해외로 가져간다는 건 불가능의 영역이다.
그런데 그 불가능을 놈이 시도한다. 바보가 아니니, 뭔가 방법을 찾았다는 뜻이다.
문선아가 혀를 찼다.
“어떻게 사과 박스 일곱 개를 해외로 빼 주나 했더니, 비결은 귀환자였네.”
문선아는 귀환자의 정보를 모두 암기하고 있다.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귀환자는 아무리 많다고 해도 공식적으로 신원이 파악된 자는 고작 마흔 명 남짓.
그중 ISAC에 관리를 받지 않는 자는 고작 열 명. 그중 하나는 승우였으니 남은 사람은 꼴랑 아홉 명이다. 아홉 명의 인상착의를 암기하는 일은 누구라도 한다.
영식이가 깜짝 놀랐다.
“귀환자뿌? 아빠뿌?”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저런 폐급 인생이랑 영식이네 멋진 아빠랑 비교하면 못써.”
“뿌? 뿌?”
“아, 너희 아빠 칭찬한 거야.”
“뿌에~”
아빠 칭찬이면 좋다. 영식이가 헤실헤실 웃었다. 그게 귀여워서 볼을 잡아당긴 선아가 잠깐 웃었다가, 다시 표정을 굳혔다.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니다. ISAC의 관리를 거부한 열 명의 귀환자 중에서 승우를 제외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변변치 않다. 하는 짓이 태반이 범죄다.
일본의 한 귀환자는 대체 어디서 뭔 짓을 하다 온 건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도와준 여자는 무조건 자신이 노예처럼 다뤄도 된다는 이상한 사상을 가진 변태 사이코 색정광이다.
그는 얼마 전에 체포되어 지금은 감옥에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귀환자도 다 그 정도다.
‘그래도 처음에 본 저 녀석은 그나마 정상인처럼 보였는데.’
투시 스코프로 보이는 저 B라는 남자는 김한용이라는 자인데, 그는 자신을 지저세계에서 돌아온 귀환자라 소개했다.
그는 다른 귀환자보다는 한결 나았다. 범죄도 안 저질렀고, 폭력적이지 않았다.
그의 본직은 재무 컨설턴트였는데 그는 금방 자리를 되찾아 본래 자신의 삶을 꾸렸다.
김한용은 귀환 후에도 자신의 삶을 되찾은, 승우와 단둘뿐인 긍정적인 케이스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까 불법 범죄 브로커였다니. 정훈 씨 탈모가 더 심해지겠네.’
귀환자의 인벤토리 스킬은 정말이지 너무나 범죄에 악용하기 좋다.
인벤토리에 넣고 다른 나라에 떳떳하게 비행기를 타고 간다. 인벤토리 안에 무엇이 있더라도 통관은 프리 패스고 검사 검열도 프리 패스다.
일해서 뭐 하나, 그냥 짐이나 날라주고 목돈을 벌고 말지.
마음은 이해한다. 재무 컨설턴트 월급을 받는 거보다 마약 운반이나, 저런 더러운 돈 운반 해 주고 수익 떼먹는 게 수백 배는 더 벌린다.
일하는 게 바보처럼 느껴졌겠지.
‘그래도 좀스러워.’
이세계에서 갖은 고생을 하고 조국으로 돌아와서 하는 게 브로커인가. 누구처럼 원대한 꿈을 가지고 밥을 팔거나, 사람을 괴롭히거나 잘생겼어야지! 아, 좀 틀린가?
생각을 정리한 선아가 움직였다.
“자, 그럼 잡아보자. 영식아.”
“뿌뿌. 작전은 뭐야뿌?”
“작전? 그런 건 약한 애들이나 짜는 거야.”
“멋지다뿌!”
“너와 나 같은 멋쟁이들은 항상 정면 승부지! 가자!”
“가자뿌우!”
영식이를 어깨에 메고, 문선아가 달렸다. 백강혁처럼 타기 좋지도, 민처럼 압도적으로 빠르지는 않다. 하지만 아빠의 어깨처럼 듬직하다.
쿵, 쿵, 쿵. 세 번의 도약으로 휴게소의 앞까지 도착한 문선아가 어깨의 영식이를 낚아채고 양손으로 재빨리 빙글빙글 비벼 돌려서 볼링공처럼 만들었다.
“뿌루루루루루-?”
“가라, 영식아! 그쪽은 맡긴다!”
부드러운 스로우. 소싯적 볼링으로 날렸던 문선아는 아주 그럴듯한 자세로 문 사이의 틈에 볼링공 영식이를 굴렸다.
정확한 힘 조절과 각도 조절!
데루르르르 구르는 영식이와 A의 눈이 마주친다.
“젠장! 여기까지 왔나!”
“여기까지 왔다뿌!”
A가 기겁하며 일어났지만, 영식이가 더 빨랐다. 손을 뻗어서 A의 다리를 잡아서 넘어뜨렸다.
“으앗!?”
“맴매 맞을 각오는 했냐뿌.”
“으악!?으악! 바지는 왜 벗겨!?”
“맴매 때릴 거니까 벗기지뿌.”
하지만 저항이 거세다. A는 텔레파시 수련을 위해서 나름대로 레벨을 올린 헌터였다.
지난번에 벗긴 스토커와 A 사이에는 엄청난 힘의 벽이 있다. 과연 쉽게 벗겨져 주지 않는다.
영식이는 고민하다 답을 찾았다. 벗기기 힘들면 먹으면 된다. 청바지쯤은 1초면 먹는다.
“!?”
바지를 녹이면서 달려드는 영식이. 호러가 따로 없어서 A가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영식이는 용서가 없었다.
할머니의 전재산을 가져간 나쁜놈이다. 그리고 무려무려무려 사흘이나 애먹인 더 나쁜놈이다.
며칠은 경찰 도시락이랑 경찰밥이 먹을 만했지만, 아빠 밥만큼 맛있진 않았다.
하루에 다섯 끼.
무려무려 아빠밥을 열다섯 끼나 걸렀다.
그게 다 이놈 때문이다.
“맴매다뿌!”
“흐, 흐아아아악!”
팡팡팡팡팡, 분노의 엉덩이 드럼이 이어진다. 그런 사이로 문선아와 김한용은 바로 교전을 시작했다.
“쯧.”
혀를 차며 김한용의 손이 복잡한 수인을 그렸다. 눈썰미가 좋은, 혹은 마법적인 지식이 있는 민 같은 자라면 김한용의 손이 그리는 수인이 다비드의 별임을 알 수 있겠지. 하지만 문선아는 그런 걸 몰랐다. 그녀가 아는 건 하나다.
마법사 조지기.
일단 손을 뻗어서 승우가 선물한 망치를 꺼냈다. 팔찌에서 망치로, 망치에서 활로 변하는 삼단 변신 아티팩트다.
“귀하를 현 시각 부로-!”
쾅, 망치가 휘둘러져서 김한용의 손을 후린다. 손이 단번에 으깨졌다. 김한용이 입을 쩍 벌렸다.
비명을 지르려는 것이다. 그보다 빠르게 문선아의 발이 움직였다.
“귀환자 특별법 위반 혐의로 체포합니다!”
“악!”
걷어찬 발이 옆구리에 맞았다. 우드득 하고 갈비뼈가 부러진다. 문선아가 망치를 팔찌로 돌리며 주먹을 쥐었다.
쥔 주먹이 김한용의 배를 때린다. 꿀렁-하고 파문이 일면서 내장까지 흔들린다. 김한용의 몸이 수직으로 떴다. 강렬한 어퍼컷이다.
“귀하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으며, 변명의 기회도 없고,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도 없으며-!”
속사포처럼 양 주먹이 김한용의 몸에 처박힌다. 한 발 한 발이 맞을 때마다 마력의 파동이 퍼진다.
에너지 방출 능력으로는 세계 최고인 문선아의 공격이다. 김한용의 몸이 충격파로 뒤덮여 간다.
그 주먹질처럼 빠른 말투로 문선아가 말을 내뱉었다.
“체포적부심을 법원에 신청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 귀환자니까! 레벨 70 이상의 특별 관리자니까! 겁나게 얻어맞고 병원에 실려 간 후에 바로 감옥으로 직행할 겁니다! 반론은 있으십니까!”
있겠냐.
얻어맞는 김한용이 어이가 없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기습 후에 연속공격.
손속에 자비가 없다.
숨돌릴 틈도 없다.
김한용은 마법사였다. 마법을 외우지도 못하게 격투가가 달라붙어서 연타를 먹이는데, 저항할 방법이 없다.
얻으면서 김한용은 생각했다.
‘맞아 죽지만 않으면 다행이겠네.’
이 사람 분명히 한국의 영웅 어쩌고 했던 거 같은데, 공격을 이어 가는 모습이 귀신같다. 하지만 이유는 있었다.
현대 격투술의 아버지, 기공술의 창시자 창 리엔후는 이렇게 말했다.
‘마법사가 입을 열게 두지 말라, 말을 하게 만들지 마라, 놈의 폐에 공기를 담아 두지 마라. 마법사를 상대할 때는 완전히 봉쇄될 때까지 때려라.’
‘완전 봉쇄는 언제인가, 그것은 세 단계로 구분한다. 까뒤집어진 눈. 호흡의 단절. 근육의 이완. 이 세 개 중 두 개 이상의 증상이 나올 때까지 때려라.’
이게 바로 현대 격투가의 마법사 상대법이었다.
문선아는 FM 중의 FM. 창의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정석이 있다면 정석대로 한다.
김한용이 눈을 까뒤집고 기절할 때까지 때린 후에야 만족스럽게 땀을 훔쳤다.
“좋아. 제압 완료.”
한 건 했다는 싱긋 웃는 그녀. 그녀가 있기에 오늘도 대한민국은 안전하다.
하지만 이래도 괜찮은가?
이렇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도 괜찮은가? 영식이 앞에서 이러면 안 되지 않나?
“아.”
앗차 하고 돌아봤더니 이미 늦었다. 영식이가 몸을 흔들면서 중얼거렸다.
“확실히 맴매로는 조금 부족한 거 같다뿌.”
때린다면 저렇게 때려야 하지 않을까. 영식의 눈이 차갑게 A의 엉덩이를 본다.
선아는 허둥지둥 김한용에게 수갑을 채웠다. 영식이를 말려야 한다.
하지만 역시 아이들은 배우는 게 빠르다. 초속 100타의 엉덩이 드럼이 A의 엉덩이에 작렬했다.
두두두두두 하고 울리는 엉덩이 소리에 선아가 눈을 찔끔 감았다.
“으씨… 승우 씨한테 혼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