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03)
괴식식당-503화(503/613)
503화. 500인분 (4)
사과 잼을 바른 유부초밥.
유부란 튀긴 두부를 말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분을 쪽 짜낸 두부를 기름에 튀긴 것이다.
시판되는 유부가 워낙 훌륭하기도 하고, 두부의 물기를 제거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닌지라, 유부를 만들기보다는 완성품을 사는 게 일반적이다.
두부를 만드는 일은 지루하고 힘들다. 두부가 있다고 해도 누름돌로 두부의 물기 짜기, 헝겊으로 닦기 등등 귀찮은 일이 산더미다.
승우도 이번 일에는 그리 많은 품을 들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500인분이다.
정성을 너무 넣으면 일반인이 먹기 힘든 괴식만 된다. 그래서 적당하게 시판되는 건두부를 샀다.
유부를 만드는 물기를 짜낸 두부와 와 건두부는 비슷하면서 매우 다르다. 물기를 짜낸 두부에는 짜냈다고 해도 수분이 남아 있다. 그 수분이 튀겨지면서 밖으로 나와 폭발하며 부피가 늘어나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부의 모습이 된다.
건두부는 짜낸 두부보다도 훨씬 수분이 적다. 말리는 과정이 하나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말리고 누르고, 면처럼 만든 탓에 튀기면 그냥 튀긴 건두부가 된다. 유부초밥용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승우는 여기에 수분을 추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냥 수분을 추가하면 재미도 없고 괴식도 아니지. 재미를 위해 사과 잼을 바른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과 잼이 아니라 사과 콩포트다.
“콩포트요?”
“프랑스식 디저트예요. 별로 다르지도 않아요.”
콩포트는 프랑스의 조리법으로서 설탕과 시럽에 과일을 넣고 졸인 후 차갑게 먹는 디저트다.
말은 거창해도 잼과 다른 부분이 별로 없다. 과육이 살도록 썰어서 둔다는 점 정도일까?
“음음음.”
500인분의 도시락은 이미 진공 포장이 끝났다. 임성재를 위해서 새로 만들어 줘야겠지.
승우는 파란색의 사과를 꺼냈다. 흔히들 파란 사과 하면 떠올리는 초록색의 사과가 아니라, 하늘처럼 파란 사과였다. 임성재가 눈을 깜빡였다.
“염색한 사과인가요?”
“청옥(靑玉, sapphire)이라는 이름의 사과에요.”
“이름처럼 정말 보석 같습니다.”
“그래서 정말 보석인 줄 아는 사람도 많아요. 자, 봐요.”
승우가 도마 위에 청옥을 올리고, 중화식도의 옆 날로 콩- 때렸다. 그러자 쨍그랑하는 유리 깨지는 소리를 내며 사과가 깨졌다.
깨진 모습도 보석 같다. 조명 빛을 반사하며 반짝반짝 빛난다.
“재밌죠?”
“신기하네요. 먹어도 괜찮나요?”
“동굴 트롤처럼 튼튼한 식도가 있다면 괜찮지요.”
“인간 기준으로 대답해 주세요.”
“인간은 먹으면 안 돼요. 식도가 다 잘려 나갈 겁니다.”
보석 같아 보이는 사과, 청옥은 보석과 다름이 없다. 경도도 날카로움도 사과의 것이 아니다.
저 보석 결의 모양대로 내장이 다 갈기갈기 찢기겠지. 차력사조차도 저 사과는 씹을 수 없다.
임성재는 더 물어보는 대신, 조용히 정수기로 가서 커피 한 잔을 탔다. 이유가 있겠지. 이유도 없이 저런 보석을 사람에게 먹이는 인간에게 사람들이 모일 리가 없다.
유명세도 있고, 인망도 있는 사람이다. 사디스트인 건 맞지만, 무작정 괴롭히는 정신이 나간 고문 마니아는 결코 아니다.
적어도 소문으로는 그렇다. 임성재는 경거망동하는 대신 차분하게 설명을 기다렸다.
헌터가 아니라, 사회생활을 많이 한 사회인이라면 보이는 여유고, 배려다. 승우가 씩 웃었다.
“열을 가하면 흐물흐물해져요. 그때는 먹어도 좋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흐물흐물해져도 저 보석의 모습이 유지된다면 상당히 아름답겠습니다.”
“맞았어요.”
“예술적이군요.”
“으으음. 놀라질 않으니 설명해 주는 재미가 없네요.”
이 요리의 노림수가 그것이다. 보기에 예쁘고 아이들이 좋아할 영양 간식이다.
승우는 부서진 청옥의 파편을 프라이팬 위에 올렸다. 그리고 농후한 벌꿀을 부었다.
발키리 드레스의 벌꿀이다. 이번에 아주 풍작이어서 발키리 드레스의 꿀이 남는다. 펑펑 써도 좋다.
거기에 설탕도 부었다. 설탕은 지구산을 쓴다. 이세계의 설탕은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익숙한 지구산의 설탕 쪽이 위화감이 덜하다.
설탕과 꿀, 청옥을 센 불에 졸였다. 사과 콩포트, 사과 잼 만들기는 이게 끝이었다.
“흠.”
임성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철저하게 간략화된 조리법이다. 500인분도 너끈하게 처리할 법한 요리 과정이다. 물론, 성의 없다는 느낌도 조금은 들었다.
승우는 그다음으로 잘 졸여진 사과 콩포트를 붓으로 찍어, 건두부에 발라 주었다.
적시면 너무 많은 수분이 들어가고, 과하게 달아지기 때문에 붓으로 바르는 게 가장 적절하다.
침투, 흡수의 룬이 새겨진 붓의 힘으로 건두부의 안쪽까지 사과 콩포트가 스며든다.
승우는 완성된 건두부를 튀김기에 던졌다. 뭐 대단한 기름도 아니고 식용유였고, 직접 튀기는 거도 아니고 시판되는 튀김기였다. 철저하게 대충 만드는 느낌이 든다.
튀김기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사과 콩포트를 바른 건두부가 부풀어 올랐다.
그걸 바로 꺼내서 모양을 잡아 주니, 확실히 알고 있는 유부의 모양이 됐다. 그리고 밥을 넣었다.
아름답다. 보석을 바른 유부의 초밥이니 아름답긴 하다.
근데 이상하다. 본래 유부초밥의 내용물은 초밥이다.
초밥이란 식초를 뿌린 밥을 말하는데, 이 내용물에는 초가 들어가지 않았다. 맨밥이다.
깨도, 조미료도, 아무것도 안 들어간 맨밥이다.
“초밥이 아니라, 맨밥 아닙니까?”
“안 들어갔어요. 손이 많이 가서.”
“그럼 초밥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초밥처럼 보이죠.”
보기야 그렇게 보인다. 임성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이 이 괴식의 진가를 알아보았다.
이 괴식은 사기다. 사과 잼을 바른 유부초밥이라고 했는데, 사과 잼이 아니라 사과 콩포트였고, 유부가 아니라 건두부였으며, 초밥이 아니라 밥이었다.
하나도 맞는 게 없다. 진짜 이름을 붙이자면 사과 콩포트를 바른 건두부 밥이다.
성재는 확실히 알았다.
“혹시 화나셨습니까?”
“요리를 제안받았을 때야 당연히 화났지요.”
승우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게이트에 애들 견학을 보낼 거고 거기서 먹을 괴식을 해달란다.
반사적으로 손이 나갈 뻔했다. 마음이 움직이면 검이 움직이는 심검의 경지는 옛날에 지났다.
벤다는 마음이 들었고, 베지 말자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으니, 시장의 송장을 치울 뻔했다는 의미다.
“진심이 담긴 눈을 보고, 한 번은 봐주기로 했습니다. 시장님은 야망이 넘치는 사람이었어요.”
유치원에서 너는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라고 선생님이 물으면 아이 중 반은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한다.
초등학생이 되어도 그 마음이 변하지 않은 아이가 반 정도 된다. 그리고 중학교에 들어서면 대통령이라는 게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니 그 꿈을 품은 사람은 백 명 중 한 명 남짓하게 된다.
고등학생이 돼서 장래 희망에 대통령을 적으면 아이들의 꿈을 응원해야 할 교사조차도 비웃음 어린 표정을 짓는다. 대통령이 된다는 건 그런 거다.
“그런데 악의도 없고, 꿈도 있으시더라고요.”
관찰안은 사람의 성향을 볼 수 있다. 임성진 시장의 마음은 딱 중립이었다.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쁜 사람도 아니다. 아주 많은 사람처럼 평범한 사람이다.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는 선악이 없다. 그러니 구태여 목과 머리를 분리해 줄 필요도 없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모양이니까, 죽인다면 그다음의 일이다. 승우는 대강 만들었던 이 사과 잼을 바른 유부초밥을 건네며 말했다.
“이걸 먹으면 도시락이고 뭐고 해 준다고 했죠. 거침없이 먹더군요.”
“…….”
“그럼 성재 씨는 어떨까요?”
“못 먹을 이유가 없죠.”
성재가 아는 성진은 성공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민 게 사과 잼을 바른 유부초밥이 아니라, 시궁창에서 건져낸 시궁쥐의 통조림이라고 해도 먹었다.
그런 거에 비하면 이 괴식은 얼마나 보기 좋은가.
형이 했다? 당연히 나도 한다. 성재는 유부 밥을 잡았다. 그리고 입에 넣었다. 상큼한 사과 향과 달콤한 맛이 혀를 덮는다.
유부초밥과 똑같이 생겼지만, 맛은 다르다. 이건 디저트다.
간식이라고 할 만하다. 밥이지만 애플파이와 비슷한 맛이다. 씹는 느낌도 밥이지만, 주식이라기보다는 간식이다.
한국인에게는 조금 거부감이 생기는 맛이다. 외국에서는 밥, 쌀, 라이스도 채소의 일종으로 보고 샐러드로 취급한다지.
이건 그런 관점으로 만든 괴식이다. 이 사람의 감성은 한국인보다는 외국인에 가깝다. 귀환자라서 그런 거겠지.
“꽤… 아니, 상당히 맛있는데요?”
“애들 먹으라고 만든 거니까 당연히 맛있죠.”
맛있다. 두말할 필요 없다. 일류 파티시에가 만든 최고급 애플파이보다도 맛있다.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거치고 맛만 좋다. 아, 쫄았다. 괴식 별거 아니구나. 그냥 겉보기가 이상한, 맛 좋은 음식이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임성재가 미소를 지었다.
“잘 먹었습니다. 이런 맛이라면 도시락의 안전 점검도 안 해도 되겠네요. 학부모의 클레임 걱정은 안 해도 되겠습니다.”
“해야 할 걸요.”
“예? 아. 이것도 혹시 마법적인 효과가 있습니까?”
“있어요. 끝내주는 효과가 있죠.”
승우가 손을 꼽았다.
“사과는 예로부터 아침에 하나 먹으면 의사 볼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있는 훌륭한 과일입니다.”
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 영국 속담이다.
“청옥은 그런 사과 중에서도 보기 드문 강도와 영양분을 갖춘 최고의 사과입니다. 이것과 귀신 호두를 주로 먹는 동굴 트롤의 경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질병에 걸리지 않죠.”
“병의 예방이군요. 아이들에게 좋은 효과네요.”
“어른에게도 좋습니다. 발키리 드레스의 꿀은 최고의 꿀이고, 항생제의 효과가 있죠. 청옥과 발키리 드레스의 꿀을 섞은 이 유부초밥은 병을 고칩니다.”
“병을!”
“다만, 생각하는 방식의 치유는 아닐 겁니다.”
마법처럼 먹으면 뿅-하고 만병이 낫는 물약은 물론 있다. 승우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괴식은 치유 방법이 상당히 독특했다.
“병을 몇 배나 가속시켜요.”
“네???”
“병의 나쁜 부분을 가속시켜서, 빨리 병이 생기게 만들어요. 그리고 그 병을 빠르게 소멸시키죠. 혹시 알포칠이라고 아십니까?”
“입 안이 헐어 버린데 바르는 약이잖아요. 바르면 엄청 아픈 거.”
“그것과 같습니다.”
미래에 아플 거까지 지금 아프자. 과격한 치료법이다.
승우가 싱글싱글 웃었다.
“아이들은 원래부터 신진대사가 빨라서요. 이 괴식을 먹고 병이 나을 때는 정말 순식간에 나아요. 아픔을 못 느낄 정도로 빠르게요. 하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은 무진장 아프게 되거든요.”
“아, 아아아, 그럼……?”
“다행히 성재 씨는 큰 고통을 수반하는 병은 없으시니까, 아프진 않아요. 그저…….”
꾸르르르르르륵-!
번개가 치듯 강렬한 소리가 성재의 배로부터 울렸다.
성재가 눈을 부릅떴다. 꼬리뼈부터 웨이브가 몰려온다. 참을 수 없는 그것이, 근래에 보기 힘든 빅 웨이브가 온다.
“!!!!!”
“왔군요.”
“!!!!”
입을 열면 샐까 두려워, 입과 엉덩이를 잡고 성재가 달렸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앓는 이는 반드시 새 집이나, 모르는 가게에 갈 때 화장실부터 확인한다.
확인해 둔 보람이 있었다. 후다다닥 뛰어서,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비로소 성재는 알았다.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고 한 게, 사회적 체면이었나!”
어쩐지 요즘 형이 장난이 아니더라! 이 망할 형 새끼!
진작 말해 주지!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화장실에서 구슬픈 통곡이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나비가 화를 냈다.
“빵 굽는데 이상한 소리 내지 말라냐!? 빵에서 냄새나는 기분 든다냐!!”
다행히.
식사 중인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