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04)
괴식식당-504화(504/613)
504화. 빗방울이 모여 강을 이룬다 (1)
시간이 지나 문제의 게이트 체험 기간이 시작됐다. 초등학생 100명, 중학생 100명, 고등학생 100명. 학부모와 사회인 200명으로 편성된 게이트 체험단이 게이트에 입장했다.
그것을 지켜보며 민은 담배를 물었다. 그러자 백강혁이 불을 붙여 줬다. 라이터가 아니라 검지다.
놈은 손을 대는 것만으로 불을 붙일 수 있었다. 물보다는 아무래도 불이 더 살기 편해 보이긴 하다.
요리할 때도 물보다는 불이 더 좋지. 민이 담배 필터를 씹었다.
“돼지 새끼.”
“아이씨. 아침부터 인신공격이야!? 너 인성에 문제 있냐?”
“있다. 너는?”
“뭐, 헌터가 다 그렇지.”
“알면서 뭘 새삼스럽게 물어봐.”
까칠한 놈. 투덜거리면서 뱃살을 만진다. 충격적으로 쪘었지만, 이제는 조금 빠져서 덜 충격적이다.
백강혁은 게이트에 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빌딩 난간에 걸터앉았다.
“저거 어떻게 될 거 같냐. 실패하면 진짜 싸장님이 엄청 화낼 거 같은데…….”
승우의 화난 모습을 상상한 백강혁이 몸을 떨었다. 푸르르르 하고 턱살이 떨렸다. 흉하군, 이라고 생각하며 민이 나지막하게 대꾸했다.
“성공확률이 95%.”
“그렇게 높아?”
“시장이 이래저래 준비를 많이 했더군.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작아. 5%의 문제는 게이트가 아니라 사람이지.”
온 가족이 함께하는 게이트 체험의 성공은 곧 A섹터의 행정 복귀 명령으로 이어진다. 물론 저거 한 번의 성공으로 확 하고 하루 만에 서울로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번의 성공은 두 번의 시도로 이어지고, 두 번의 시도는 두 번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그 물살을 타고 밀려간 끝에는 행정 복귀 명령이 있다.
“그걸 좋아할 사람보다는 싫어할 사람이 더 많잖아.”
“모든 사람이 서울에 살 수는 없으니까.”
인프라의 집중을 거부하는 사람이 더 많다. 지금껏 소외당한 지방 사람들은 다시금 한국의 수도가 서울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
민이 재를 털었다.
“지금으로서 걱정되는 건 이북 과격파 쪽이겠네.”
“평양 복구 작전 하자는 놈들?”
“그래.”
북한은 자멸했다. 대재앙 당시 핵폭탄이 유폭하고, 방사능 처리 시설이 폭주하여 사람이 살 수 없는 방사능의 땅이 되었다.
지금도 북쪽에서는 새로운 게이트가 생기고, 그 게이트를 넘어온 몬스터가 방사능에 중독되어 죽는다.
가끔 적응한 몬스터가 GOP를 넘으려 하고, 보통은 현장에서 사살된다.
그런 죽음의 땅이 된 땅도 대한민국의 땅이라고 말하면서 평양의 정화, 통일. 그리고 수도권의 이전을 원하는 과격파가 있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는 걸 본인도 안다. 그저 그 명목으로 기부금과 지원금을 얻어 내려는 개수작이다. 백강혁이 턱을 괴고 발을 흔들었다.
“놈들이 저거 방해할 거 같다?”
“다른 지방자치 단체의 단체장은 ISAC가 무서워서라도 방해 못 하겠지만, 잃을 게 없는 이북 과격파들은 무서울 게 없는 놈들이잖아. 할 가능성이 크지.”
“흠. 혼자서 막을 수 있겠냐?”
게이트 안에서의 일은 이미 중견 길드와 주둔군의 몇몇이 처리하기로 계획되어 있다.
문제는 밖이다. 밖에서 뭔 짓을 할지 모른다. 그 밖의 경비를 담당한 사람이 바로 민이었다. 민이 가죽장갑을 고쳐 쥐며 입가를 올렸다.
“그런 쓰레기들은 천 명이 와도 문제없어.”
“으으으응. 그럼 도와줄 일이 없다, 이건가.”
“없지. 왜?”
“아니, 널 도와주고 생색 존나 내고 싸장님한테 다이어트 괴식 좀 만들어 달라고 할 생각이었지.”
“다이어트 괴식인가…….”
있긴 있다. 작년 초에 승우가 만들어서 나비랑 같이 살을 쪽 빼 버렸다고 들었다.
그나저나 여전히 구차한 놈이다. 민은 조용히 축객령을 내렸다.
“도와줄 일 따윈 없다. 가라.”
“우씨…….”
드물게도 백강혁은 헛소리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의아한 마음에 보다가 민은 진실을 알았다.
“…….”
“왜! 뭐!? 왜 그런 눈으로 봐!”
“돼지 놈…….”
저 돼지 놈. 살쪄서 숨쉬기 힘들어서 저러는 거였다.
* * *
퍼스트 오더가 지키는 게이트에 뻘짓을 할 사람은 없다.
“김씨, 빨리 움직여.”
“알았어, 알았다고. 이게 보통 무거운 줄 알어?”
“나는 안 들고 있남.”
“혼자 들고 있는 거처럼 위세여.”
“허씨, 양씨, 김씨, 잡담 고마혀.”
아니, 정정한다. 있을 수도 있다.
민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과격파가 정말로 게이트에 나타났다. 저들이 들고 있는 건 디멘션 블래스트라는 이름의 폭탄이다.
저 폭탄은 게이트 파괴를 위해서 만들어진 제품으로, 물리적이면서 마법적인 충격을 가해, 게이트를 파괴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물론 이론상의 이야기다. 막상 실전에서 써 보니 없어지기는커녕 내부의 적이 강해지거나, 게이트가 커지거나, 지맥을 건드려서 지진이 발생하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부작용만 발견되어 시제품만 만들어지고 이내 사라진 제품이다.
“잘도 저런 골동품을 구했군.”
디멘션 블래스트는 박물관에나 들어갈 법한 물건이다. 병기로서의 가치보다는 역사적 사료로의 가치가 더 크겠지.
민이 담배를 뱉었다.
이북 과격파니 어쩌니 해도 결국은 민간인이다. 왕년에 종로에서 태극기 흔들던 할배와 비슷하다.
죽이고, 제압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건드리다가 죽는 걸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하지만 민은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그들을 관찰했다. 여기가 비록 외곽지역이긴 하지만 A섹터는 상당히 치안이 좋다.
지난번 보이스 피싱 사태 이후로 CCTV의 전폭적인 확충과 보수가 있어서 감시망은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지금은 안 그래도 게이트 투어 때문에 감시망이 촘촘해진 상태. 저 할아버지 넷이 여기까지 폭탄을 짊어지고 올 수는 없다.
민이 지하수로에 숨은 폭력배를 정리한 이후, 지하수로조차 감시망에 들어간다. 여기까지 오려면 방법은 오직 하나뿐.
‘텔레포터가 숨어 있겠군.’
텔레포터를 써서 노약자를 보내, 뭘 노리는 걸까. 자폭 테러? 설마? 성공할 가능성이 1%도 없다.
잠깐 생각해본 민은 이 그림 자체가 의문의 텔레포터가 짠 상황으로 느껴졌다. 노약자조차 과잉 진압 하는 ISAC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덫이다.
탐지 능력을 확장해 네 명의 노인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부 다 페이스메이커가 없으면 숨도 못 쉬는 노약자다.
디멘션 블래스트의 무게는 50㎏. 저걸 들고 오는 것만으로도 노인들은 수명이 줄고 있다. 제압한다고 다가가면 심장마비로 죽지나 않으면 다행일까.
한심해서 한숨이 나온다. 감각의 끝에서 텔레포터도 찾았다. 촬영용 드론 9개도 찾았다. 한심한 마음이 두 배는 더 강해졌다.
노약자를 강경 진압 하는 걸로 프레임을 씌워서 뭘 어쩌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모금을 더 하기 위한 자해공갈인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 ISAC가 지구를 정복했다, 비밀결사다. 퍼스트 오더는 지구 정복의 첨병이고, 전부 다 외계인이다.
음모론은 어디에나 있고,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그리고 믿음은 힘이 되고 돈이 된다. 믿음을 팔아서 장사하는 이들은 어디에도 있다.
“못 어울려 주겠군.”
여기가 원래 활동하던 암스테르담이었으면 저 텔레포터의 미간에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한 구멍을 뚫어 줬겠지만, 한국이니까 참는다.
민은 하르페를 넣어두고 담배 다섯 개비를 꺼냈다. 그리고 거기에 물의 마법을 코팅했다.
물은 집중하면 바위도 뚫는다. 인간의 두개골쯤은 가볍게 뚫기 때문에 과하지 않은 빈도로 물을 두르고, 담배를 던졌다.
물을 두른 다섯 개의 담배가 하늘을 가로지른다. 물리법칙을 무시한 궤도로 움직이며 날아간 담배가 노인의 이마에 닿았다.
노인들이 쓰러진다. 디멘션 블래스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동댕이쳐진다. 그 순간 조금 감정을 담아 던진 마지막 담배가 텔레포터의 미간에 닿았다.
“흐아아아아아아악-!?”
위이이이이잉 하고, 드릴 같은 소리를 내며 담배가 파고 들어간다.
바위를 뚫는 물은 두 개 중 하나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한 점에 집중되어 아주 긴 시간 동안 떨어질 것. 아니면 강력한 회전이다.
민이 사용하는 물의 나선 회전 마법은 이미 완숙의 경지였다.
요란한 소리를 내는 워터 드릴 담배가 반쯤 박혔을까? 소리가 멈추고, 푸슉 하고 피가 솟았다.
민이 조용히 명령했다.
“회수해.”
“예.”
스트라이크 팀이 떨어진 밤을 줍듯이, 노인과 텔레포터를 건져 올렸다.
* * *
이북 과격파, 백강혁을 꿈꾸는 꿈나무 관종 종자, 취객 따위의 방해가 있었다.
죽여 버리는 편이 일이 1/100로 줄겠지만, 죽일 수는 없다. 상냥하게 제압해서 전부 다 유치장에 던졌다. 민은 해가 지고, 밤이 될 때쯤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
게이트로부터 시민들이 나왔다. 500명, 전부 다 무사하다.
시장의 도박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기분 좋은 오산도 있었다. 500명 중에 229명이 각성했다.
괴식의 영향이겠지. ISAC에게는 기분 좋은 오산이고, 시장에게는 최악의 오산이었다.
괴식을 먹으며 게이트에 들어가면 각성할 수 있다, 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 투어는 안전 확인용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각성을 위한 투어가 되어 버린다.
본말전도도 정도가 있기에, 시장은 서둘러 그 사실을 덮으려 했다.
‘나와는 상관없지. 빠질까.’
치켜보고 있으니 뭔가 큰일이 터져서, 기자회견장이 난리가 난 모양이지만 역시 민이 알 바는 아닌 일이다.
일을 끝내고, 약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말이 집이지, 퍼스트 오더에게 제공되는 기숙사에 가깝다.
그는 한국에 오래 있을 예정이 아니었던지라, 집을 사지 않았다.
‘조만간 집이라도 사야겠군. 기왕이면, 식당과 가까운 곳으로…….’
이 일대의 땅은 전부 다 승우가 샀다. 다시 사는 건 힘들 거 같고, 월세라도 드는 편이 낫겠지.
견적을 생각하고 있으니 인기척이 있다. 숨어 있는 인기척이 아니라, 나 좀 봐 달라고 하는 듯한 인기척. 민은 잠깐 인상을 쓰고 이름을 불렀다.
“소울이터님이 여기엔 웬일이십니까.”
“엇, 어떻게 알았어요?”
“제 능력을 뚫고 다가올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아. 그렇구나.”
골목에서 리비가 모습을 보였다. 리비가 방긋 웃었다.
“안녕하세욧!”
“예. 안녕합니다. 소울이터님도 안녕하십니까.”
“예. 백강혁 씨랑 안 엮여서 안녕해요. 민 씨는 괜찮아요? 그 사람이랑 엮이면 하찮아질 텐데.”
“이미 하찮아졌습니다.”
똑똑한 인간 같으니.
백강혁이랑 엮이면 하찮아짐을 알고 안전거리를 항상 지킨다.
지금도 백강혁이 없는 걸 확인하고 접근한 거겠지.
민이 눈가를 매만지며 고쳐 물었다.
“레벨 드레인 잼의 사용 전후의 보고서는 이미 보냈습니다만.”
“아, 그거 때문에 온 거 아니에요. 의논할 게 있어서 왔어요.”
“의논이라, 무엇입니까.”
“혹시 해서 묻는데요. 요즘 유승우 씨 근처에서 큰일이 없었나요?”
“큰일이라고 해도,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리비의 입이 불룩 나왔다. 말을 고르는 모습이다. 그냥 갈까, 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리비가 어렵사리 말을 골랐다.
“엄청 강한 사람들의 심기를 거스른다던가, 싸웠다던가.”
“일단 누구의 기준으로 강한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과연 누가 선생님과 싸워서 버틸지도 잘…….”
“아씨, 말 고르기 되게 어렵네. 신이요. 신. 혹시 요즘 그 사람이 신이랑 싸웠어요?”
“모릅니다만.”
“우이씨이… 역시 백강혁 씨에게 가야 하나. 하지만 그 사람은 무서운데.”
“대체 뭔 일이라서 그러십니까?”
리비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말해도 이해 못 할 텐데요.”
“그래도 말해 주십시오.”
“시간이 이상해요.”
“예?”
“봐요. 모르잖아요.”
리비가 눈을 찌푸렸고, 민이 표정을 굳혔다. 시간이 이상하다는 건, 대체 뭔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