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1)
괴식식당-51화(51/613)
051화. 백강혁 vs 윤은형 (2)
고양이가 있다.
제법 큰 고양이지만 엄청나게까지 큰 놈은 아니다.
예전에 본 메인 쿤이라는 고양이보다는 한참 작다.
그럼 무엇이 대단한가 하면 우선은 무장 상태가 대단하다.
검고 하얀 턱시도 고양이는 푸른 건틀릿을 끼고 있었다.
이 건틀릿은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마력의 파동을 뿜어내는 것이.
분명, 이름 높은 장인이 만든 무구임이 분명했다.
좋은 장비를 낀 고양이는 두 발로 서서 능숙하게 스텝을 밟으며 앞발을 휘둘렀다.
슉슉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저 스텝은 복싱……? 아닌가? 모르겠군. 저건 뭔 무술이지?’
덩치 큰 사내가 고양이에게 달려들었다.
육탄 전차를 연상케 하는 그라운드 태클!
그 속도가 굉장하며 정확하게 하체를 노려온다.
녀석은 심지어 전신에 마력으로 구성된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또한 굉장히 이름 높은 장인의 무구로 보인다.
작은 벨트로부터 방출된 마력으로 전신을 고루 덮는 마력 갑주를 만드는 건 보통의 장인이라면 흉내도 못 낼 기술이다.
‘무구도 무구지만 실력도 좋아. 누구야, 저거?’
덩치 큰 사내는 윤은형에 비해서 그리 빠지지 않는 실력이다.
자신이 저 그라운드 태클을 과연 이능력도 안 쓰고 피할 수 있을까.
‘무리다. 저 덩치는 전문적인 그래플러야. 유도선수? MMA 선수 출신일까?’
윤은형은 검사지만 신체 능력은 높은 편이 아니었다.
낮은 근력을 빠른 몸놀림과 장비.
그리고 이능력으로 메우는 스타일이다.
아직 어려서 성장기가 채 끝나지 않은 몸.
그래서 슈터에서 막 소드맨으로 스타일을 바꾼 백강혁에게도 초근접전에서는 패배한 것이다.
검을 휘두를 수도 없는 초근접전의 거리.
이때 중요한 건 결국 근접전에서의 기술과 완력!
즉, 힘이다.
제대로 된 그래플러도 아닌 백강혁에게 테이크다운 당해서 얼굴을 맞은 게 아침의 일이다.
백강혁의 것도 피할 수 없었는데 저 덩치의 것은 더더욱 피할 수 없지.
저 덩치는 윤은형의 약점인 초근접전의 달인이다.
그러니 그라운드 태클엔 저항할 수 없을 것이다.
저런 사람의 이름도 모르고 심지어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라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놀라운 건 덩치가 아니라 고양이 쪽이니까.
“공격이 너무 직선적이구냐.”
고양이는 앞발과 뒷발을 능숙하게 사용해서 살짝 점프를 뛴 후에 그라운드 태클을 흘렸다!
그것도 아주 가볍게!
윤은형이라면 뼈 하나는 부러질 각오를 해야 할 태클을!
“굉장해…….”
무심코 감탄이 나올 정도의 근접 기술이다.
저 기술을 배워야 한다.
윤은형은 체중도 적고 키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저 고양이의 기술은 한눈에 반해 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리고 직감할 수 있었다.
고양이가 보여준 기술은 힘보다는 센스가 필요한 거다.
저 기술은 자신의 스타일과 딱 맞아떨어진다.
“저기…….”
은형은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자신의 약점을 지우고 궁극적으로는-!
‘백강혁을 패버릴 수 있어!’
그렇게 윤은형은 나비를 만났다.
그리고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요구했다.
이건 딱히 백강혁보다 수준 높은 생각을 해서 움직인 게 아니었다.
결국 이놈이나 저놈이나 수준은 비슷한 것이다.
윤은형은 딱 고등학생 정도의 정신연령을 가지고 있고, 백강혁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 * *
이런 결과가 나왔다.
“…….”
“…….”
“…….”
“…….”
윤은형과 백강혁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노려봤다.
파르르 하고 눈가를 떨며 백강혁이 말했다.
“뭐냐, 너. 여기가 어디라고 와.”
“뭔데, 넌? 여기가 못 올 곳이었나?”
못 올 곳은 아니다.
오히려 게이트 주둔군은 모든 소속 헌터에게 용사의 밥집에서 식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외식 장려, 괴식 챌린지 휴가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말이지.
손님으로 오는 것과 종업원으로 오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다.
백강혁이 부자연스럽게 목을 꺾어 유승우를 봤다.
“사장님. 이 새끼가 여기 왜 있는 걸까요?”
“음,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간단하게 가르쳐 줄 수 있겠구나.”
대부분의 경우 기술을 배우길 원하는 사람이 가르침을 받을 사람에게 제공하는 건 노동력이다.
귀찮은 잡일을 해주고 소일거리를 대신해 주며 스승이 될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
그 정도가 제공할 수 있는 전부다.
백강혁은 승우에게 총기술을 가르쳐 준다고 했지만 역시 부족하다.
비교가 되겠는가?
역사상 최강의 귀환자가 검을 가르쳐 주는 것과 랭킹 92위가 가르쳐 주는 총기술?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것이다.
그럼 그 부족한 대가만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그래, 자고로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 하는 법.
백강혁은 일주일 동안 밥집에서 일을 돕게 됐다.
그걸 위해서 백강혁은 무려 휴가를 신청했고, 웨이터복을 빼입은 상태로 서빙 중이다.
그런데 서빙을 하던 백강혁의 앞에 난데없는 녀석이 나타난 것이다.
“저 사람도 같은 거야.”
“저 녀석에게도 검을 가르쳐 주는 겁니까?!”
“아니, 저 사람의 스승은 내가 아니라…….”
나비가 ‘폴짝’ 하고 뛰어올랐다.
“냐다냐.”
“…….”
고양이 선생님인가.
이 고양이에게 뭘 배우려고 저러지?
서빙이나 설거지의 오의(奧義) 같은 건가?
백강혁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윤은형을 봤다.
그러자 윤은형이 중지를 내밀며 말했다.
“뭘 야려.”
아, 그놈 인사성하고는!?
“뭐, 인마? 한판 뜰까?”
“콜, 덤벼. ㅆ…….”
쿵- 하고 두 사람의 머리가 울렸다.
승우가 다가와서 순식간에 메뉴판으로 머리를 친 것이다.
“뜨악!”
“끄악!”
둘 다 새된 소리를 내며 머리를 잡았다.
언제 다가와서 언제 친 거지?!
승우가 혀를 내둘렀다.
“애들 보는데 잘하는 짓이다. 너희들 영업시간에 서로 싸우면 벌금이야.”
“벌금?”
“벌금!?”
“월급 한 달 치만큼 받을 거니까, 돈 안 아까우면 싸우시던가.”
“누구 맘대로?!”
백강혁이 바로 반발했다.
아무리 귀환자 유승우라고 해도 월급 차압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막말로 내가 안 주면 그만 아니야?!
하지만 그는 꽤나 빠른 눈치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황지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만 어디론가 전화했다.
그녀가 잠시 후에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지부장님의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진짜로?”
“앞으로 두 분이 이 가게에서 싸우면 월급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됩니다.”
“대머리 영감이 미쳤나!?”
“전화 아직 안 끊었는데요?”
“아, 지부장님, 그게 아니라…….”
“농담입니다. 끊었어요,”
“…….”
얘 말인데 점점 내가 직속상관이라는 걸 잊는 거 같아.
아무튼 그거 참 좋은 일이구나.
일처리가 더럽게 빠르기도 하시지.
백강혁이 허허하고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윤은형은 윤은형대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일이 어떻게 되는 거지?’
고양이에게 기술을 배우려고 했다.
그랬더니 그럼 서빙일이나 하라길래 가볍게 수락한 건데.
이건 이야기가 다르다.
“일을 도와주는 것과 저 개자식이랑 같이 일하는 건 다른 문젠데.”
저 망할 자식을 보는 것만으로 짜증이 치밀어 오르고 화가 난다.
같이 일하라고?
화병으로 죽으라는 건가!
“그럼 포기할 거냥?”
“…….”
포기하면 어떻게 되는가?
백강혁에게 좋은 일이 된다.
놈은 내가 없는 이 식당에서 적당히 일을 하고 귀환자에게 검술을 배운다.
저깟 놈이 배워봐야 별로 강해지진 않겠지만…….
‘아니, 강해지겠지.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저놈의 발전 속도는 꽤 빠르다.
귀환자가 가르쳐 줬다가는 예상외의 일이 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할 거야.”
일해서 고양이에게 근접전의 기술을 배운다.
그러는 한편 저 개자식의 월급을 축내고 쫒아낸다.
싸우면 월급이 기부된다고 해도, 저쪽이 일방적으로 화낸다면 자신의 돈은 멀쩡하지 않겠는가?
결국, 저 녀석만 돈이 털리는 것이다.
교묘하게 도발하고 열받게 해서 선타를 유도한다면?
이거다!
이게 지금 낼 수 있는 최적의 답이다.
두고 봐라, 빡강혁.
아주 거지로 만들어주마.
…그런 생각을 마침 백강혁도 하고 있었다.
‘알거지로 만들고 내쫒는다.’
‘불우이웃으로 만들어주지.’
백강혁과 윤은형이 그렇게 이를 갈며 서로를 노려봤다
* * *
승우는 이 두 명이 일하는 동안에는 하루 10명만 받던 일반 손님의 제한을 풀기로 했다.
영식이와 나비, 윤은형과 백강혁.
종업원이 넷이나 되는데 그 정도는 받을 만하지 않는가?
효과는 뛰어났다.
10명의 제한 때문에 어차피 못 먹을 거야 하고 포기하던 일반인이 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백강혁과 윤은형이 웨이터 복장을 갖추고 접대를 해준다는 점이 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둘은 A섹터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퍼스트 오더다.
인기 순위 10위, 11위가 서빙을 하고 접대를 해준다는데 가야지?
“오빠아-! 이쪽을 봐줘요!”
한 무리의 여고생들이다.
오빠라면 나를 부르는 거군.
백강혁이 으쓱하며 코를 세웠다.
그가 눈빛으로 윤은형에게 말했다.
[너는 저런 팬 없지?]한껏 으쓱거리는 강혁!
은형은 어금니를 빠득하고 물었다.
‘이 자식이 도발을 해?’
윤은형은 평생을 걸고, 도발에 걸렸을 때 순순히 물러선 적이 없다.
‘누군가 시비를 걸면 박살을 내줘라’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이고 어머니의 가르침이며 인생의 맹세이기도 하다.
윤은형은 백강혁을 살짝 밀치면서 여고생의 무리에게 다가갔다.
“필요한 거 있으십니까?”
“아니, 우린 슙스 오빠를 보러 왔…….”
슙스? 아, 슈퍼스타.
그런 놈 말고 나를 봐!
은형은 알고 있다.
어떤 각도로 볼 때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잘생기게 보는지.
중학생 때 각성하지 않았다면 아이돌이 되어 있을 거라는 평가를 받는 윤은형이다.
그는 자신의 외모를 잘 알고 있고, 자신도 있었다.
윤은형은 슬쩍 나비넥타이를 풀고, 단추를 하나 더 풀었다.
그러고 다가가 웨이터 복장 속 쇄골을 노출하는 그에게- 여학생의 무리가 얼굴을 붉혔다.
잘생겼다!
“주문은?”
“헤헤헤, 오늘의 메뉴 4개요.”
“접수 받았다.”
깜짝 놀랄 정도로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윤은형이 돌아섰다.
지금 이 상황은?
‘손님을 빼앗겼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슈퍼스타 백강혁님이 팬을 빼앗겨?
누가 경쟁하라고 한 것도 아니거늘, 백강혁은 그 순간 자존심에 금이 갔다.
“저저저,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놈이!”
“왜? 늙다리. 뭔가 문제 있어?”
“너 인마!? 그런 건 어디서 배워먹은 거야!”
“이런 걸 배워먹어야만 할 수 있나. 하, 꼰대 자식. 이래서 못생긴 놈들이란.”
“!?”
1승.
은형이 승리의 포즈를 취하며 백강혁을 지나쳐 갔다.
이게 시발점이었다.
“…….”
승우는 일단 흘러가는 과정을 보기로 했다.
싸우지만 않으면 일단 월급 기부는 없던 일이다.
그런데 말이지.
“저것들 단추가 점점 줄어드는데.”
위에서부터 단추가 점점 하나씩 풀어지고 있다.
노출이 올라간단 소리다.
“점점 요상하게 변질되는구만…….”
손님들이 꺄아 꺄아 하면서 좋아하긴 해준다.
어이쿠, 사진도 찍네.
여고생의 무리가 전화를 하는 것 같더라니, 대량의 손님이 생겼다.
전부 여고생이다.
“여기에 블랙 호크 오빠가-!”
오빠라기엔 윤은형이 더 어린데.
‘잘생기면 다 오빠야’라는 건가?
“여기에 슈퍼스타 오빠가-!”
쟤는 오빠라기보다는 아저씨뻘이다만.
승우는 덤덤하게 웍을 흔들며 상황을 지켜봤다.
하지만 승우도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승우 자신도 어디 가서 모냥 빠지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슈퍼스타와 블랙 호크.
훈훈한 외모의 밥집 사장님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가게에는 블랙 호크보다 강력한 다크호스 ‘나비’까지 존재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여성 손님들에겐 성지가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저것들…….
“옛날 생각나게 하네.”
정신연령이 중학생이란 소리다.
놈들의 모습이 어쩐지 예전에 가르치던 학생들을 연상케 해서 승우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