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30)
괴식식당-530화(530/613)
530화. 힘숨찐 놀이의 끝
세 번의 신문지가 벼락처럼 백강혁의 정수리와 우뇌, 좌뇌를 때렸다. 그 결과 백강혁은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단숨에 기절했다.
어쨌든 국방부의 시계를 부숴도 시간은 흐르듯, 백강혁이 기절해도 게이트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다음의 러쉬를 막아야 한다.
휴식과 강의, 식사를 마치고 다음의 러쉬를 대비하던 준석이 혀를 내밀고 기절한 백강혁을 보았다.
“강 씨, 그러니까 이분은 죽은 게 아니라 기절했다, 이거요?”
“예.”
“하늘에서 별똥별이 세 개 떨어졌는데 그게 하필이면 이분의 정수리, 좌뇌, 우뇌를 때려서 기절했다고요?”
“네.”
“아니이이- 이건 아니지이.”
변명도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개연성 어디 갔는데!?
준석이 멍하니 입을 벌리니, 뒤에서 성화와 종찬이 ‘했네, 했어’라고 중얼거렸다.
준석도 같은 기분이다.
‘해 버렸구나.’
퍼스트 오더라고 겁나게 나대더라니만 결국 강 씨가 해 버렸어. 하지만 강 씨는 나쁘지 않다.
나쁜 건 백강혁이다. 오죽 이죽거렸으면 사람 착한 강 씨가 폭발해서 때렸는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니 성화가 슬쩍 다가가서 발끝으로 땅을 파, 땅바닥을 구르는 신문지를 묻었다. 증거인멸이다.
“거, 하려면 증거인멸부터 하고 말하지…….”
“저건 그냥 신문지입니다만.”
“…그것도 그렇네.”
신문지로 퍼스트 오더 11위를 패서 기절시켰다고 하면 누가 믿어 줄까.
실은 준석이나 성화, 종찬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근데 경황 증거라는 게 있지 않은가. 기절한 백강혁, 녀석의 머리 위로 볼록하게 올라온 세 개의 혹.
별똥별 트리플 스트라이크라는 어이없는 변명보다는 강 씨 발치에 굴러다니는 돌돌 말린 신문지로 세 방 때렸다가 개연성이 있었다.
“아무래도 강 씨라면 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도 들고…….”
“설마요. 천하의 퍼스트 오더를 누가 신문지로 제압하겠습니까. 억측, 억지입니다.”
“그래도 별똥별보다는 아무래도 신문지 쪽의 신빙성이…….”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려. 강 씨 말이 무조건 맞어. 별똥별에 맞다니 백강혁 씨가 운이 없었네. 근데 괜찮을까?”
“뭐가 말입니까?”
퍼스트 오더 코트에는 정보 수집 장치가 수십 개 달려 있다고 알고 있다. 그 정보 수집 장치 탓에 강 씨가 한 일을 숨길 수는 없다.
까보면 다 티가 나게 되어 있다. 이 일을 어찌 수습한단 말인가. 준석이 고민하니, 승우가 싱긋 웃었다.
“괜찮아요.”
“하지만.”
“괜찮다니까요.”
같은 시각. 주혁진은 백강혁의 퍼스트 오더 코트로부터 올라오는 정보를 컷하고, 검열하고 있었다.
ISAC 총장을 무슨 개인 용역 해커처럼 쓰는 작태에 헛웃음이 나오지만, 주혁진은 개인적으로 백강혁에게 아주 조금의 원한이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이정도 정보 공작은 해 줄 수 있다.
“괜찮으니까 준비나 합시다.”
“그, 그를까……?”
먼 미래의 일보다는 지금의 몬스터가 우선이다.
하청 길드 팀은 조용히 마음과 힘을 모아 다음의 싸움을 대비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겼다. A랭크 게이트를 훌륭하게 클리어했다.
그들이 게이트를 빠져나오기 위해선 사흘이란 시간이 필요했고, 백강혁이 일어나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들었다.
* * *
[영웅의 귀환. 레벨 10대 후반의 헌터 길드가 두 번의 확장을 거친 A랭크 게이트를 클리어하다!] [생존자의 한 마디, 퍼스트 오더 11위는 정말로 강했다.] [백강혁은 생명의 은인.] [위대한 한국의 헌터 시스템.] [A랭크 확장 게이트 절단 최단 기록 수립. 도합 38시간, 기네스 등재 신청 중.]전자신문이 대세가 된 시대에도 신문사는 여전히 영업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넓은 A섹터 지부에서 신문을 읽는 사람은 이정훈을 제외한다면 아무도 없다.
오로지 지부장 하나를 위해서 오는 신문의 헤드라인이 요란하다. 거의 다섯 장이 생존자에 관한 이야기다.
“얌마. 내 신문 내놔.”
“아, 제가 보고 있잖아요. 어차피 국비로 보는 신문인데 지부장님 거라고 이름 적었어요? 같이 좀 봅시다.”
“아이고, 이 트리플 헤드 오우거 같은 놈이 이젠 나랑 맞먹는구나.”
“윽! 그 모욕적인 별명 좀 그만하시지?”
백강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머리 위에는 볼록볼록하니 혹이 튀어나왔다.
주먹 하나짜리 혹, 피가 고여서 만들어진 혹이 아니라 마나가 고여서 만들어진 마나 혹이다.
그게 자그마치 세 개나 달려 있다. 정수리 하나, 왼쪽 하나, 오른쪽 하나. 완벽한 대칭구조로 만들어졌다. 황지현이 빵 터져서 트리플 헤드 오우거라고 부른 이후 어째 그 별명이 고착되어 버렸다.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일이다.
“아얏!”
“진짜 혹 한번 땡글하다. 어떻게 이렇게 땡글한 혹이 만들어지지?”
“아프니까 만지지 마요!?”
“의사 말로는 괜찮을 거라던데?”
“걔들 말이나 그렇죠, 이거 뒤지게 아프다고요!”
“흠, 그렇군.”
A랭크 게이트는 기록적인 결과를 낳았다. 혼란 속에 말려 들어간 헌터 전원 생환. 그리고 레벨 10대 후반의 헌터들이 40대 초입이 되어 돌아왔다.
40대면 작년까지는 퍼스트 오더 하위 랭커 수준의 레벨이다. 이들 여덟 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고, 초보 헌터 하나를 멀쩡하게 두 팔, 두 다리 붙여서 생환시키는 쾌거도 이뤘다.
그 과정에서 백강혁은.
“으… 시불.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아무것도 안 했다.
놀랍도록 아무것도 안 했다.
원인불명의 이유로 진입하고 기절했고, 게이트 밖으로 나와서 정신을 차렸다.
이게 뭔 말인가, 신문에서는 백강혁이 저들의 생존을 도왔다고 알려졌지만, 그것은 ISAC가 퍼스트 오더의 위신을 생각해서 한 정보 조작이다. 백강혁은 들어가서 잠만 자다가 나왔다.
이정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말 이상한 일도 다 있군. 별똥별이 머리에 박혀서 이렇게 되다니, 진짜 신기한 일이야.”
“그게 진짜 말이 되는 일이냐고요. 내 대가리에 왜 별똥별이 박혀요.”
“뭐, 자네가 코드 네임값 한 거 아닌가?”
“안희… 그릉가?”
나에겐 슈퍼스타- 라는 코드 네임에 맞게 별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나? 넘어가려던 백강혁이 버럭 화를 냈다.
“캬아아아악-! 그럴 리가 있수?”
“그럼 뭐 자네의 아티팩트가 오작동이라도 일으켰나?”
“어씨. 그건 좀 말 되네요?”
성운검은 중력을 다스리는 검이다. 별똥별을 끌어올 수도 있긴 하다. 아주 작지만, 가능은 할 거다. 백강혁이 긴가민가하니, 이정훈이 피식 웃었다.
“그럼 그런 걸로 하지 뭐.”
“아이씨. 왜 이렇게 대충 넘어가요?! 현역 퍼스트 오더가 기절한 일인데! 거기다가 나 이상하다니까요? 들어간 후에 뭔가를 한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나요.”
“기억이 안 난다라? 아예 기억이 안 나나?”
“게이트 들어가서 저 치들이 싸우는 걸 구경한 거까진 기억나요. 근데 그다음이 아예 기억이 안 나요. 나 뭐, 최면 어플 같은 거 당한 거 아닐까요!?”
이정훈은 표정에 한 점 미동도 없이 백강혁을 봤다. 평소 그대로 모지리를 보는 표정이었다.
“최면 어플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아씨, 예를 들어서 그런 거고요. 암튼 이건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중대 사건입니다!”
“그래? 그럼 대충 안 넘어가면 어쩔 건데? 자네 몸에 사이코메트리라도 해 볼까?”
“아니, 그건 쫌. 저도 사생활이라는 게 있는 몸인디 사이코메트리는 쫌 아니죠.”
사이코메트리를 하면 평소의 생각이나, 활동이 전부 발각당할 수 있다. 그건 곤란하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타인이 마음에 흙발로 들어오는 일은 누구도 싫어한다.
사생활 침해 중의 침해. 거의 모독에 가까운 일이라, 사이코메트리가 사건 해결에 엄청난 도움이 되지만 잘 적용 안 되는 이유기도 했다.
백강혁이 질색하니 이정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싫으면 그냥 아티팩트 조작실수로 처리해야지 어쩌겠어.”
“우씨…….”
짜증 나서 백강혁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다가 살짝 혹에 닿으니 자지러지게 아프다.
“아파아앗-!”
“저 미련한 오우거 좀 보게. 지 머리 위에 달린 혹도 몰라보네.”
쯧쯧하고 혀를 차며, 도움이 안 되는 대머리가 신문을 가져갔다.
백강혁은 울컥하고 치밀어오르는 화를 삭히며 다리를 달달달 떨었다. 농담이 아니라 이 혹, 죽을 만큼 아프다.
몸을 격렬하게 움직여서 흔들리면 진짜 눈앞이 아찔해진다. 소싯적 요도를 쑤셨던 2㎝ 결석 다섯 개만큼이나 아프다. 살아도 산 거 같지 않은 이 통증은 참기 어렵다.
어쩌면 좋을까, 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때마침 부관이 다가왔다.
“오더, 정밀 소견서 나왔어요.”
“그래그래. 의사가 뭐래?”
“일단 마나 혹인 건 확실하다네요. 외부에서 강한 마나가 들어와서 응어리진 거지요.”
“그리고?”
“건강에는 지장 없을 거래요. 오히려…….”
“오히려?”
“그거 나으면 레벨 오를 거라는데요?”
백강혁의 눈이 커졌다. 혹이 생겼는데 레벨이 오른다니 믿기 힘든 이야기다. 하지만 의사의 말이니 맞겠지. 그러니 기대감이 생겼다.
“얼마큼 올라?”
“오더 지금 레벨 많이 내려갔었죠? 어디 보자, 응. 81이었네요. 그 마나혹이 소화되면 90레벨은 될 거래요.”
“9, 90?! 진짜루?!”
“정말로 별똥별의 마력이라서 그럴까요? 머리로 드래곤 하트를 받아내셨나, 재주도 좋아. 운도 좋지, 나한테는 저런 별똥별 안 떨어지려나.”
황지현이 툴툴거리면서 자기 할 일 하러 갔다. 그러는 동안 백강혁은 생각을 이었다.
잃어버린 기억.
갑자기 생긴 세 개의 혹.
높아질 예정인 레벨.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섞였다.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
놓친 게 있다.
너무 부자연스럽다.
그러고 있으니 이번엔 민이 지나가면서 백강혁의 혹을 때렸다.
“꾸에에에에에아아아악?!!”
“뭐냐, 왜 발광이냐.”
“치-지-마-!? 아프다고오오!!”
“그놈 참, 엄살 심한 거 봐라.”
“엄살 아니라고! 싯발. 너 누가 부랄을 그렇게 때리면 기분 어떻겠냐? 안 아프겠냐?”
민의 표정이 썩어들어 갔다.
“네놈의 그건 아래가 아니라 머리 위에 달려 있었냐. 몰랐군. 빌어먹을, 내 손을 잘라야겠어.”
“민, 너 이 자식. 오늘 내가 버릇 안 고치면 성을 간다!”
“성? 뭐로 갈게? 유랑 민은 피해 주라. 기분 더러워.”
아, 혈압이 오른다. 죽을 거 같아.
뒷목을 잡던 백강혁이 몸을 떨었다. 그런데 벼락처럼 어떤 글자가 머리를 치고 지나갔다.
“강혁, 민… 크흑, 머리가.”
머릿속으로 강혁과 민이라는 글자가 떠돌아다닌다. 강혁과 민, 강, 민, 강민? 잠깐 강민이라면 분명 이번에 생존한 초보 헌…….
“이 자식이 기분 더럽게 네놈 이름이랑 내 성을 붙여 부르냐.”
강혁의 생각은 이어지지 못했다. 민이 마나 혹을 때렸기 때문이다.
“끄앙아아아아-!”
통증은 판단을 흐리게 한다. 강민이라는 글자는 방금의 타격으로 영영 백강혁의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그저 살의만 남았다.
“브라더,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백강혁이 달려들었다.
물론 세 개의 약점을 가진 백강혁은 민을 이길 수 없었다.
* * *
영식이와 함께하는 즐거운 가게 청소를 마친 리비가, 승우에게 물었다.
“어서 오세요. 소득은 있었어요?”
“응. 이제 다른 사람들의 상식적인 강함이나 소질은 알겠어.”
“오오오~ 크나큰 발전이네요. 어때요, 힘숨찐 놀이도 할 만하죠?”
“할 만하냐고?”
방긋 웃는 리비를 지나쳐, 승우가 소파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다시는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