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34)
괴식식당-534화(534/613)
534화. 전지적 교사 시점 (1)
몬스터와 이세계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ISAC의 규정에 따르면 몬스터의 정의는 ‘인간에게 적대적인 외계의 존재’라 명시하고 있다.
적대적이지만 않으면 그 어떠한 존재라고 하더라도 이세계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당히 허용범위가 넓은 규정이다.
이 법령을 보고 능하는 하나의 의문을 품었다. 인간에게 적대적인 외계의 존재라면, 외계인도 포함일까? 답은 ‘그렇다’이다.
몬스터와 이세계인의 구분은 오로지 적대감이지, 게이트를 타고 오는 것과 우주선을 타고 오는 것은 구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건 몬스터구나, 능하는 그리 결론을 내렸다.
원반, UFO를 타고 온 외계인. 아니, 몬스터가 교탁 위에 올라섰다.
작은 체구, 초록색 피부에 눈은 세 개. 코는 없고 입은 좌우로 길다. 손가락은 네 개였으며 고블린처럼 살짝 등이 굽어진 체형이었으나 발이 세 개라 조금은 다르다.
전체적으로 지구인의 감각에는 맞지 않는 기묘한 생김새, 에너지 절약이나 효율 면에서는 삼족보행보다는 이족보행이 유리하니, 지구인 쪽이 체형에서는 우월하지 않을까.
하지만 작은 눈과 비대하게 부풀은 뒤통수를 보아하니 뇌 용적은 지구인 이상으로 보인다.
머리가 크면 똑똑하다는 발언은 베이커가 221B번지에 사는 명탐정이나 할 법한 말이지만, 아무래도 지적생명체의 머리는 크면 클수록 좋다.
능하가 교과서를 든 자세 그대로 잡생각을 이어갈 때, 몬스터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찢어지는 듯하고, 귀찮은 소리. 하지만 주의 깊게 들어 본 결과 그 목소리가 무엇인가의 언어임은 알겠다.
소리의 높낮이, 호흡과 된소리 따위를 가진 걸 보면 저들의 말이겠지. 능하의 취미는 언어해독이었기에, 한 달의 시간만 주면 몬스터의 말도 이해할 수 있다.
녹음이라도 해 볼까? 옷깃에 설치해 둔 녹음기의 버튼을 누를 때였다.
“아, 아, 잘 들리나? 한글 패치가 조금 늦게 돼서 고생했구만… 흠흠. 아아아. 아아아. 들려?”
한글 패치라니, 건방지기 짝이 없다. 녹음기를 누르려던 능하가 실망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있으니 윤은형이 심드렁하게 몬스터에게 말했다.
“잘 들린다. 근데 지금 너 뭐 하냐?”
“…뭐?”
“수업 중인데 뭐 하는 거냐고.”
윤은형이 그리 말하자, 몬스터는 초록색 얼굴을 구겼다가, 활짝 폈다.
외계인이라고 해도 웃는 얼굴과 찡그린 얼굴이 구분되다니 신기한 일이다만, 다시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은 아니다. 지적 능력이 발달할수록 감정표현 능력과 감정을 읽는 능력이 발달한다.
저 몬스터가 제대로 된 지적생명체이면 당연히 감정표현도 발달했겠지. 그나저나 윤은형 저 자식 평소에는 수업 중에 자는 자식이 지금 수업 끊었다고 화를 내다니,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능하가 가려운 코를 긁을 때였다. 몬스터가 깔깔깔 웃었다.
“우하하하, 수업 중 수업 중. 그렇구나, 이 시간에는 수업이란 걸 하지. 이거 내가 실수했네. 지구인은 점심 식사라는 게 필요하다고 해서 식사 시간 끝나고 여유를 두고 왔는데, 이런 실수를 했어.”
몬스터가 시선을 돌려 좌중을 훑었다. 고등학생들이 신기한 일도 있다는 듯이 몬스터를 본다.
다들 담력이 참 좋다. 무서워하지도 않네, 어째서 무서워하지 않은가. 그건 아마도 방금 말한 꼬마가 제법 강하기 때문이겠지.
보아하니 레벨이 50은 넘어 보인다. 상당한 강자다. 하지만 말을 하던 몬스터는 레벨이 이미 90이 넘는 초월적인 강자였다.
윤은형쯤은 그저 귀여운 하룻강아지로 보인다. 저 하룻강아지도 레벨의 차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을 터. 그런데도 왜 이리 덤덤한가? 시선을 보아 이유는 하나였다.
“오호라, 네가 믿는 구석이구나.”
이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자, 분명 지구에서는 선생이라 부르는 직업 종사자였겠지.
선생은 학생들의 보호자이자, 교육자다. 신뢰가 있을 수도 있다. 몬스터가 낄낄 웃으며 세 번째 눈을 깜빡였다.
“그럼 죽어.”
몬스터의 세 번째 눈이 붉게 물들었다. 그러자 선생의 배후에서 낫을 든 사신이 나타났다.
지구인의 기준에 맞춰 살벌한 연출을 해 볼 요량이었다. 사신이 낫을 휘둘렀고, 피 보라가 휘몰아쳤다. 몬스터는 뒤도 보지 않고 웃으면서 학생들에게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이건 영화 촬영도 아니고, 소설이 아니며 게임도 아니야. 그리고 너희들의 현실도 아니지.”
“…야.”
“이제부터 너희들은 우리 별의 사람들을 위해서 죽고 죽이는 데스 게임을 할 거다. 승자만을 살 수 있는, 패자는 모두 죽는 즐거운 데스 게임이지-!”
“…야.”
“지금부터 옆의 사람은 적이다. 서로 찔러 죽ㅇ…”
“야.”
?
지금 등 뒤에서 누가 말 걸지 않았나?
몬스터가 눈을 깜빡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사신의 낫에 목이 잘려 죽었어야 할 선생이 있어야 할 터였는데.
“수업 방해라니, 꼭 그렇게 매를 벌고 싶었어?”
“……?”
그 선생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교재를 돌돌 말고 있었다.
몬스터가 물었다.
“저기, 선생님.”
“왜?”
“사신의 낫에 목이 잘리지 않았나요?”
“저런 거에 내 목이 잘리겠냐.”
선생의 등 뒤에는 박살이 난 사신이 있었다. 지구 규격에 맞춰서 멋있고 무서운 디자인으로 주문 발주한 특수 군용병기다.
저 녀석의 낫은 고주파로 진동하여 상대의 방벽을 무시하고 자르는 굉장한 낫이다.
몬스터 자신도 막을 방법이 없는 그런 낫, 그 낫이 부러진 채로 사신이 교탁에 머리를 박고 있다.
그럼 아까 본 피 보라는 뭐지?
아, 그렇구나.
사신이 박살 나면서 나온 마나 윤활유구나. 그랬군. 그거였어.
선생이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근데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우리 애들로 데스게임을 한다고 한 거 같은데.”
“자, 자, 잘못 들으셨겠지요. 데스 게임이 아니라 마스 게임입니다.”
“마스 게임, 마스 게임.”
“예. 마스 게임이요.”
데스 게임은 서로 죽이는 게임.
마스 게임은 맨손이나 기구를 이용하여 많은 수의 사람이 집단 체조를 해서, 협동을 강조하는 게임이다.
전자는 그냥 하면 안 되는 게임이고, 후자는 가혹행위의 일종으로 교사들 사이에서는 해서는 안 될 게임으로 통한다.
그러니까 데스 게임이건 마스 게임이건 교사에게는 같은 말이다.
“이 자식이 어디서 그런 가혹행위를 시키려고 우리 애들을 봐.”
뭔가 잘못됐다.
“아니, 저, 선생님. 잠깐만.”
“유감이지만 난 아니로 시작하는 말은 안 들어.”
몬스터가 손을 내미는 순간.
돌돌 말린 교재가 몬스터의 정수리로 쇄도했다.
***
“자, 잠시 소란이 있었다. 5분 줄 테니까, 책상 정리하고, 환기부터 하자.”
승우가 그렇게 말하며 박수치자, 아이들이 움직였다.
치울 게 많다. 몬스터가 나타나면서 연출한답시고 쇼를 한 덕분에 벽장식이 떨어지고, 시계도 떨어졌다. 풍압 때문에 구석에 있던 먼지가 다 안쪽으로 쏟아지기도 했다.
일을 만드는구나, 만들어!
화내다가 문뜩, 능하가 물었다.
“그 외계인은 어떻게 할까요?”
“적당히 묶어서 헌터들에게 인계해. 거기서 알아서 처리하겠지.”
“옙. 그럼 호출하겠습니다.”
능하가 바삐 A섹터에 연락한다. 적어도 90렙의 몬스터니까 저걸 막을 사람은 민과 백강혁 정도, 퍼스트 오더급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와중에 아이들은 청소를 했다.
먼지가 너무 많다.
바삐 움직이는 아이들.
“흠.”
윤은형은 팔짱을 끼고 다른 애들을 지켜봤다. 그러자 승우가 외계인을 절명시킨, 돌돌 말은 교재로 윤은형의 머리를 톡 쳤다.
“넌 왜 가만히 있어. 애들 도와줘야지.”
“에이씨. 귀찮은데…….”
“다른 애들은 안 귀찮아서 하는 거 같아?”
“아, 씨. 가오가 있지. 내가 왜…….”
“이 녀석 은근히 발랑 까져서 말이야. 자꾸 일진처럼 구네. 혼난다?”
“…….”
눈을 가늘게 뜬 승우가 손바닥을 교재로 톡톡 치면서 본다.
음, 저 몬스터처럼 교재 모양으로 두개골이 함몰될 수는 없지. 윤은형이 내키지 않은 몸놀림으로 아이들에게 합류했다.
한 아이가 물었다.
“쌤. 이 사신 로봇이요. 폐기물로 처리해요, 아니면 생활 쓰레기로 처리해요?”
“장난감처럼 생긴 거와는 다르게 나름 병기긴 하니까, 모아서 두면 헌터들이 가져갈 거야. 재활용으로 처리하렴.”
“옙~.”
청소하는 아이들 사이로 승우가 지나가 창문을 열었다. 거기엔 몬스터가 타고 온 원반이 떠 있었다.
지구인이 좋아하는 전형적인 UFO 모양이다. 한글 패치 운운하면서 한글을 쓰지 않나, 지구인이 흔히들 생각하는 사신의 형상으로 전투 병기를 개조해서 가져오지 않나. 이 녀석들은 제법 지구를 연구한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이건 애들이 타면 귀엽겠군.”
자그마한 1인용 UFO. 너무 작아서 타면 위로 몸이 삐죽 나온다. 솔직히 UFO라고 하기보다는 애들이 타는 장난감 차 사이즈다.
영식이나 은하, 나비가 타기 적절한 크기다. 유감스럽게도 승우는 탈 수 없다.
UFO를 인벤토리에 곱게 수납하고, 돌아보자 교감 선생님이 오고 있었다.
교감 선생이 승우에게 물었다.
“그, 유 선생님, 문제는 다 해결된 걸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외계인의 문제는 해결됐습니다만, 이게 전부라고 장담할 수는 없겠네요.”
유승우가 대명 고등학교의 단기 부임 교사로 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ISAC가 운용하고 있는 미래 안전 보장기구 중 하나, 프리커그니션 능력자들을 모아 구성한 예언과에서 한 예언을 내놓았다.
[대명 고등학교에 피할 수 없는 재앙이 강림하리라.]알기 쉬운 재앙의 예언이다. 보통 예언은 은유, 비유가 떡칠되어 잘 알아먹을 수 없고, 막상 시간이 지나서 사건을 겪고 나서야 ‘그거였어!?’ 하는 경우가 많았다만 이번에는 그럴 여지도 없다.
재앙, 재앙이 온다지 않는가. SSS급 게이트라도 열리는 게 아닐까?
이정훈은 위통을 억누르며 수많은 예상 플랜을 내놨다.
결국 그 재앙을 막을 방법으로 퍼스트오더의 상주 등 직접적인 수법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도 재앙은 막을 수 없다는 예언이 추가로 떨어졌다.
그러니 남은 방법은 크게 두 개.
대명 고등학교를 폐쇄하고 인근 20㎞의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그게 아니면 지구가 자랑하는 지구 최강의 존재를 투입하기.
이정훈은 조심스럽게 승우에게 의견을 타진했고, 승우는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교편을 잡았다.
당초 직접 개입을 꺼리는 이유였던 월드 레벨의 상승은 이제 승우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의 검은 차원법도 가른다.
그렇게 재앙에 맞서 싸우기 위한 지상최강의 선생님이 탄생했다.
“일단 이 녀석들은 막았지만, 재앙은 더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교감이 진땀을 흘리며 사신 로봇을 봤다. 저 사신의 낫이 학생들을 겨눴다고 생각하니 솜털이 곤두선다. 승우가 없었으면 정말로 유혈사태가 났겠지. 감사한 마음에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뭐가 와도 아이들에게는 손끝 하나 못 댈 겁니다, 안심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때의 교감은 몰랐다.
뭐가 와도 아이들에게는 손끝 하나 못 댄다는 말이 정말로, 뭐가 와도 라는 것을.
“진짜 뭐가 와도 못 대는구나.”
종례 시간에 운동장에 드래곤이 나왔다. 그리고 녀석은 모습을 다 보이기도 전에 반으로 갈라져서 죽었다.
그 모습에 교감은 활기차게 퇴근할 수 있었다.
우리 학교는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