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37)
괴식식당-537화(537/613)
537화. 전지적 교사 시점 (4)
학생은 네 시 반이 되면 하교하고, 교사는 다섯 시에 퇴근한다.
대명 고등학교는 승우가 근무하던 중학교보다 퇴근이 삼십 분이나 늦었다.
실로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아이들의 안전과 추가 수당을 위해서는 다들 참고 인내하는 부분이었으니,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승우도 인내심을 가졌다.
학생도, 교사도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상 사태에겐 퇴근이 없다. 온갖 몬스터와 외계인이 튀어나오는 이 현상이 퇴근 시간이라고 멈추지는 않으니 대책을 남겨 둘 필요가 있다.
“정렬.”
당연히 대책은 준비되어 있다. 검의 신이 검 말고 뭘 부리겠는가.
인벤토리를 개방하고 검을 풀어 두었다. 돌돌 말린 신문지에 이어 돌돌 말린 교과서에 우선순위가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많은 신검, 명검들이 운동장에 오와 열을 맞춰 나열됐다.
“너희들, 신났구나.”
검들이 검광을 번뜩번뜩 빛냈다. 오랜 시간 실전을 경험하지 못하고 인벤토리에서 서열 다툼이나 딱지치기, 물광 내기나 구름 숫자 세기 따위나 반복했으니 싸우고 싶은 욕구가 쌓이고 쌓여 있었다.
당장에라도 몬스터가 나오지 않으려나, 하는 기대감을 품고 있으니 정말로 몬스터가 나왔다.
“또 드래곤이네. 아마츠이카즈치인가…….”
희고 노란 선이 그어진 동양풍 용. 얇고 긴 유선형의 몸은 용이라기보다는 물고기에 가깝다. 아마츠(天津)는 지팡구라는 차원의 용종 명이다.
앞은 종족명이고 뒤는 이름이니 아마츠미카즈치에 이어서 나온 지팡구의 용이다.
‘이카즈치면 번개인가. 미카즈치도 번개였지. 지팡구의 뇌룡모듬회?’
아무래도 지팡구와 연결된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외계인이 튀어나오는 건 대체 무엇일까?
승우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으니 검들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 아마츠이카즈치를 포 뜨기 시작했다.
드래곤을 드래곤으로 만들어 주는 마력과 정령의 응집체, 드래곤 스케일을 두부처럼 자르는 드래곤 슬레이어들이 포문을 열고, 그 뒤를 이어서 정령검이 정령을 흡수하고 자잘한 검들이 요리하기 좋게 50㎝ 규격으로 깍둑썰기한다. 그 모습이 마치…….
“피 냄새를 감지한 피라냐 같군. 얼마나 싸움에 굶주린 거야?”
어쨌든 좋은 일이다. 검들이 의욕이 충분하니, 퇴근 후에도 믿고 맡길 수 있겠어.
이상 현상에 대한 진상 조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집이다.
승우는 UFO 선물을 받고 즐거워할 아이들을 떠올리며 퇴근을 서둘렀다.
* * *
대명 고등학교에 이상이 생긴 후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곽도경은 이제 한계였다.
“학교 가기 싫어.”
너무나도 학교 가기 싫다.
곽도경은 원래도 학교 가는 일은 좋아하질 않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학교 가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자체가 이상한 사람이다.
누구도 학교 가는 일은 좋아하지 않는다. 가야만 하니까 가는 거지, 좋아서 가는 사람은 없다.
만약 있다면 대단한 변태겠지.
곽도경은 그리 생각했다.
“진짜 학교 가기 싫다.”
“얘, 그만 투덜거리고 빨리 밥 먹어야지.”
어머니는 곽도경의 마음도 모르고 재촉한다. 밥을 먹으면 버스 시간이 될 테고, 버스 시간이 되면 버스를 타야 하고, 버스를 타면 학교에 도착한다.
즉, 밥을 먹으면 학교에 도착하게 된다. 곽도경은 그래서 밥도 먹기가 싫었다.
원래부터 싫은 일은 안 하려고 하는 도피 성향이 강했지만, 이번에는 정말이지 너무도 가기 싫었다. 싫다는 생각을 지금 몇 번을 했는지 샐 수가 없다.
“왜 그렇게 학교 가기 싫어하니. 요즘 거기 몬스터 많이 나온다며? 그래서 그래?”
“그건 아녀요.”
몬스터가 나오는 건 아무런 부담이 없다. 실은 곽도경은 요 일주일 동안 몬스터를 구경한 적도 없다.
등장하는 거보다 사라지는 게 빠르다. 뭐 보이질 않으니까 사실은 예산을 타 먹기 위해서 헌협이 수작질을 하는 거란 의심까지 든다.
“그 있잖아요. 몬스터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나온 척해서 공포심리를 자극하고, 그걸로 세금이나 더 타 먹으려는 그런 수작이 아닐까 싶은데요.”
“얘는 못 하는 소리가 없네. 그럼 몬스터도 문제가 아니면 뭐 때문에 그러니?”
“밥이요.”
다 필요 없다.
밥이 문제다.
밥 이야기에 어머니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거기 밥은 잘 나온다고 하지 않았니. 자랑도 몇 번 했잖아.”
“예전에는 잘 나왔죠. 예전에는!”
무엇을 숨기랴.
곽도경이 학교를 빠짐없이 다닐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급식이다. 최고의 셰프들이 만든 최고의 급식을 먹기 위해 학교에 다녔다.
“근데 이젠 아니란 말이에요.”
유승우라는 교사가 부임한 후, 첫날의 급식은 아주 훌륭했다.
드래곤 큐브 스테이크는 기절하리만큼 맛있는 점심이었다. 하지만 아주 훌륭했던 건 첫날뿐.
그다음 날부터는 뭔가 요리가 이상해졌다.
“둘째 날 나온 건 물만두였어요.”
“너 물만두 좋아하잖아?”
“정확히는 메뉴판에 이렇게 적혀 있었죠.”
[물만두?]물만두면 물만두지 물음표는 왜 붙었을까.
“다들 의문을 품긴 했는데 먹었어요. 첫날 큐브 스테이크가 진짜 말도 못 하게 맛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물만두가 맛이 없디?”
“기절하게 맛있진 않았는데, 그냥저냥 맛있었어요.”
“그럼 됐잖니.”
“근데 그게 그냥 물만두가 아니더라고요. 만두피가 아니라 드래곤의 각막이래요.”
“…각막?”
드래곤의 눈알 중에 각막을 얇게 썬 다음 쪄서 만든 만두였다.
진귀한 걸 먹었구나, 하고 감탄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그게 뭔 혐오음식이냐고 질색하는 사람도 있었다.
곽도경은 후자였다. 그런 곽도경에게 혀를 차며 어머니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얘가 몸에 좋은 거 먹고도 질색하네.”
“사전동의도 없이 그런 걸 먹이면 어째요!”
“우리 아들이 귀한 거 먹어서 엄마는 좋기만 하구만…….”
“백 보 양보해서 드래곤 각막 물만두는 참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다음은 수박화채가 나왔거든요?”
그날따라 매우 더웠다.
정말 너무 더워서 야외수업 한 번에 몸에서 땀이 1리터는 나왔다.
그런 날에 화채다. 정확히는 [수박화채?]였지만, 수박화채라는 말에 침이 꼴딱 넘어갈 수밖에 없지 않던가.
“근데 화채가 아니더라고요.”
“뭐였는데?”
“각다귀 즙이요.”
“…각다귀?”
각다귀는 모기처럼 생긴 곤충이다. 모기와의 차별점이라면 모기는 피를 먹는데, 각다귀는 수액과 꽃꿀을 먹는다. 꽃의 수분을 도와주기에 분류상으로는 익충이다.
“익충은 익충이지만 먹으라고 익충이라고 부르는 게 아닌데!”
“각다귀 즙 화채라니 그게 뭔 말이니? 그 조막만한 곤충한테서 즙을 짜 봐야 얼마나 나온다고…….”
“수십 미터짜리 몬스터 각다귀였어요.”
“어머나…….”
“너무 어이없어서 그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했죠.”
그런 혐오 재료를 쓰면 어떻게 합니까! 라고 유승우에게 소리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에게 유승우는 싱긋 웃으면서 ‘다섯 그릇 비우신 분이 각다귀라고 하니까 이젠 화를 내시네요’라고 받아쳤다.
불평을 할 수가 없었다. 더운 날의 수박화채는 정말 맛이 좋았다.
“꽃꿀만 먹고 산 몬스터 각다귀의 피는 수박보다도 당도가 높다고 역설하는데…….”
“일리가 있긴 하네. 꽃꿀만 먹고 산 곤충이면 달달하겠다.”
“엄마!”
“우리 아들 좋은 거 먹었네. 몸 좋아지겠다.”
그 말에는 곽도경도 부정할 수가 없었다. 몸은 정말 좋아졌다.
어깨도 가볍고 허리도 안 아프다. 한 판 한 판을 승급전처럼 혼을 담으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눈을 부릅뜨고 게임하는 버릇 탓에 생긴 안구건조증도 나았다.
곽도경의 어머니는 곽도경을 너무도 잘 알았다. 입을 다문 거 보니 몸이 좋아진 게 사실이구나, 판단은 빠르고 어머니의 독촉은 그보다도 빨랐다.
“좋은 거 먹으면 고마워해야지.”
“고맙기는요?!”
“애고고, 이럴 게 아니라 고맙다고 내가 문자도 보내고 그래야겠다.”
“엄마아아!”
“유승우 선생님이라고 하셨지? 아이고, 잘생겼기도 하셔라.”
임시 교원인데도 대명 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이름을 올렸나 보다. 어머니가 어느새 검색해서 확인하고는 홍조를 띠셨다.
그래, 잘생긴 놈은 뭘 해도 편하게 살지. 곽도경이 입을 삐죽 내밀고 깨작깨작 아침밥을 뒤적였다.
“흥. 뺀질하게 생긴 게 뭐가 잘생겼다고…….”
“그래도 엄마 눈에는 우리 아들이 제일 잘생겼… 지는 않지만, 어쨌든 우리 아들도 잘생겼어.”
“그걸 지금 위로라고 하시는 거예요?”
“네가 아빠를 더 닮은 게 내 탓이겠니?”
“…….”
“근데 너 왜 그렇게 밥을 깨작깨작 먹니.”
좋아하는 반찬 위주로 해 줬는데도 왜 깨작거릴까. 곽도경은 잠깐 식탁을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좋아하는 반찬이 태반인데도 별로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극이 부족하고, 재미가 부족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곽도경 자신에게 놀란 것이다.
괴식의 자극적인 맛과 퍼포먼스가 일상을 잠식해 버렸다.
‘저, 정신과 예약을 해 봐야 하나? 아니면 혀가 문제니까 이비인후과? 치과? 어디로 가야 하지?’
어디가 잘못된 게 분명하다. 곽도경은 퍼뜩 정신을 차리면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저 오늘 병원 가야 하니까 학교 빠질게요.”
“너 학교 가기 싫어서 그러지?”
“…….”
당연히 학교 가기는 싫다. 병원 핑계를 쓰려고 하는데 과연 어머니다. 통하지 않는다. 너의 개수작 따위는 간파했다는 눈으로 본다.
곽도경이 어깨를 늘어트리며 탄식했다.
“하지만 진짜 학교 가기 싫어요.”
“그래도 가야지.”
“아, 엄마…….”
“넌 선생이잖니.”
곽도경이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래, 월급 받으려면 가야지.
“힘내, 우리 아들.”
곽도경은 힘없이 그날도 학교에 갔다. 그리고 그날 점심은 나폴리탄 스파게티? 였다.
슬슬 곽도경은 깨달았다. 왜 물음표가 붙었는지 궁금해하지만 않으면 즐거운 식생활이 가능하다는 걸. 일주일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래서 곽도경은.
“쌤. 이거 뭐로 만든 스파게티에요?”
철없이 물건의 출처를 의심하는 권능하의 주둥이를 막았다.
능하가 매우 억울하다는 눈으로 곽도경을 보았다만, 나쁜 건 분명히 능하가 맞았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아는 게 병이라는 말도 있다.
약을 가까이, 병을 멀리하자.
곽도경은 오늘부터 이 말을 신조로 삼기로 했다.
그러나 조금 유감인 점은.
“이 스파게티의 재료는 드래곤의 위장에서 살던 촌충이란다.”
“아, 유 선생님! 제발 쫌!!!”
능하의 주둥이를 막기엔 곽도경이 조금 느렸었다.
느린 몸뚱이가 아쉬운 날이었다.
* * *
교사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일주일이 흘렀다. 승우에게는 제법 재밌는 시간이었다.
낮에는 교사 생활을 하고, 밤에는 여가 생활을 즐기는 삶. 내용물이나 하는 짓을 빼고 보면 일단 일반인 같은 삶이다.
일반인 같은 삶이지만 예전에는 정말 힘들었다. 41년 전, 지구에서 중학교 교사 생활을 할 때는 이 루틴이 얼마나 힘들던지 살이 쪽쪽 빠져서 보약이라도 안 먹으면 못 버틸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의 승우는 일반인이 아니다. 신작 게임 발매만을 기다리다가, 막상 발매되는 날에 구매는 했지만 게임 할 기력이 없어서 주말만 기다리고, 막상 주말이 되면 밀린 일 하랴, 집 안 청소하랴 바빠서 한 판도 못 해본 사회초년생이 될 수 없는, 신의 몸을 가지고 있다.
무한의 체력과 정신력을 가진 탓에 교사 생활과 여가 생활을 병행해도 조금의 피로가 없다. 그러니 제법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뿌~”
“냐~”
“뿌냐하~”
UFO를 타고 신나게 소리는 영식이와 그 UFO에 그네를 달아서 타고 있는 나비. 그리고 옆을 나란히 날고 있는 은하까지.
아이 셋을 대동하고 산책하던 승우가 문뜩 말했다.
“아, 대충 알겠다.”
원인을 알겠다.
슬슬 교사생활을 끝낼 때가 됐다.